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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네가 마지막 인간이라 이거지? 이 드라큐리나 님을 눈앞에서 보게 된 걸 영광으로 알도록 해.”

드라큐리나는 늘 하던 대로 사령관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자신은 태생부터 다르다는 이야기,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자신 덕분이라는 이야기,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 가끔씩은 소나 장비로 철거업을 했다는 이야기 등등......

사령관과 아르망은 그런 드라큐리나가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마치 LRL이나 알비스를 보는 표정이었다.
“당신! 뭘 그렇게 웃는 거야? 이 몸은 은퇴 후에도 테마파크의 여왕으로 받들어졌을 몸이라고!”

그 말이 나온 순간, 사령관과 아르망의 표정이 흔들리는 것을 드라큐리나는 놓치지 않았다.

“뭐, 뭐야, 표정이 왜 그래? 흐응, 분명 내가 부러운 거겠지? 어쩔 수 없어. 은퇴하고 테마파크에서 여생을 편하게 지내는 건 이 드라큐리나 님의 특권이니까.

어쨌든 내가 얼마나 귀한 몸인지는 잘 알았지? 알았으면 받들어 모시도록 해. 일단 토마토 쥬스부터 한 잔 가져와.”

사령관은 허허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드라큐리나는 모를 불안감이 숨겨져 있었다. 옆의 아르망도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소완, 들리지? 토마토 쥬스 한 잔만 준비해서, 비스마르크네 숙소로 좀 갖다 줘. 콘스탄챠는 이 아이를 숙소로 안내해 줘.”

그렇게 말하며 떨리는 손으로 드라큐리나를 쓰다듬었다. 드라큐리나는 사령관의 손을 밀쳐내다가, 계속 쓰다듬자 빨개진 얼굴로 그냥 쓰다듬게 내버려 두었다. 아주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흐으으으......난 애가 아니라구! 애 취급 하지 마!”

“그래그래, 알았다.”

“정말......마지막 인간이니까 허락해 준 줄 알아.”

“근데 손은 왜 이리 떨려? 혹시, 내가 너무 귀여워서 그런 건가? 이해해, 이해해~ 당신이라면, 날 ‘리나’라고 불러도 좋아.”

드라큐리나는 첫 만남부터 꽤나 마음을 연 것 같았다. 사령관은 그런 드라큐리나가 고마우면서도, 너무나 불안했다.

‘만약 이 아이가 테마파크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때는 어떡하지?’

 

 

“여기가 당신의 숙소에요. 저쪽은 메리 양의 방, 여긴 바바리아나 양의 방, 그리고 저 맨 끝은 마키나 씨의 방이 될 거예요.” 

“흐응, 꽤 좋은데? 비스마르크 시절보다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말 놔~ 왜 굳이 존댓말이야?”

“그......그럼 그럴까? 하하.....”
“근데 언니, 테마파크는 어떤 곳이야?”

“어......당연히 꿈과 희망이 넘쳐나는, 아름답고 멋진 곳이지!”

“그렇지! 당연히 그럴 텐데......근데 인간은 왜 표정이 그랬을까?”

“응? 주인님 표정이 왜?”

“내가 테마파크 얘기를 하자마자, 인간 표정이 완전 일그러지더라구~ 옆의 그 가슴 작은 언니도 그렇고.”

“가슴 작은 언니라니......”

“나보다 작잖아?”
“뭐 아무튼, 주인님께서는 부러워서 그러셨을 거야. 매일 몇백 기가 넘는 아이들을 통솔하시니까, 가끔씩은 다 잊고 테마파크에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드라큐리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직 아이니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드라큐리나를 환영하는 이들은 꽤나 많았다. 그녀도 오르카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았다.

“어머, 아가! 새로 온 아이니? 너무 귀엽다~”
“윽, 가슴 큰 언니! 숨 막혀! 달라붙지 마!”

“새로운 어린 양입니까? 오르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응, 나도 반가워, 수녀님. 근데 왜 안엔 아무것도 안......”

“조용히 하세요.”

“히익......”

베로니카가 조용히 눈을 뜨자, 드라큐리나는 겁에 질렸다.
“정말, 베로니카 씨! 아이가 무서워하잖아요~ 그나저나 오늘도 키르케 씨랑 술 마시러 가요?”

“네. 정갈한 술은 신께서도 허용하는 것이니, 몇 병 정도야 괜찮겠죠.”
“베로니카 씨는, 그때 테마파크에서 키르케 씨 만나서 다행이네요. 처음에는 그렇게 싸우더니, 이젠 술잔 기울이면서 야한 얘기ㄴ......”

“조용히 해. 애가 듣잖아.”
“히이이이......네......”

가만히 둘의 만담을 듣던 드라큐리나가 테마파크 이야기를 듣고 귀를 쫑긋 세웠다.
“저기, 그 키르케라는 언니, 나도 만나 보고 싶어!”
베로니카가 그녀를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뭐, 안 될 거 없죠. 따라오세요. 대신 술은 안 됩니다.”
“난 토마토 주스 부탁해!”

드라큐리나는 베로니카의 손을 잡고 교회로 그녀를 따라갔다. 교회 안의 고해성사실에 도착하자, 베로니카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보고 있는 이가 없음을 확인한 후, 문을 열었다.

안에는 꽤나 조촐한 술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러 마른 안주와 통조림 골뱅이 2캔, 그리고 엄청난 양의 맥주.

“몇 병이라고......?”

“연료통 기준입니다.”

“아......”

안에 있던 키르케가 베로니카를 보고 미소 지었다.

“베로니카 씨! 빨리 와요! 미지근한 맥주는 안 될 말이죠. 그런데 그 옆의 아이는 누ㄱ......”
키르케의 눈이 드라큐리나에게 옮겨가고,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의 손에 있던 술병이 떨어져 박살이 났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드라큐리나와 베로니카는 당황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키르케 씨, 정신 차려요. 무슨 일이예요?”

“언니, 왜 그래. 갑자기 나를 보더니......”

키르케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져 있었다. 눈에서는 공포가 어른거렸다. 베로니카는 저 눈빛을 딱 한 번 본 적 있었다. 테마파크에서, C구역을 보고 도망치던 더치걸의 눈이었다.

“하하, 하하하하하하......악몽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역시 저는......”

베로니카는 뭔가 퍼뜩 생각나서 키르케에게 물었다.

“키르케 씨? 혹시, 저 아이와 같은 기종을 테마파크에서 본 적이......”
하지만 키르케는 대답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만, 그만 해. 안 돼! 안 돼!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테마파크? 언니도 거기서 온 거야? 거긴 어떤 곳이야?”

드라큐리나는 밝은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게 다가오지 마!!!!!!!!”

키르케의 비명을 듣고, 마침 교회로 들어서던 아자젤이 놀라서 헐레벌떡 뛰어왔다.

“베로니카? 키르케 씨? 이게 대체 무슨 소란입니까! 또 술주정입니까? 하여간 정말......”

뭔가 더 잔소리를 하려던 아자젤은, 자신에게 뛰어와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키르케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키르케 씨? 무슨 일이죠?”

키르케는 드라큐리나를 떨리는 손으로 가리켰다.
“저 아이......C구역......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키르케는 비명을 지르다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노란 물이 흘러내렸다. 아까 뛰어오며 병의 파편을 밟았는지 발에서는 꽤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자젤과 베로니카의 눈이 마주쳤다. 드라큐리나는 푸른 눈과 붉은 눈 사이에, 뭔가 자신은 알 수 없는 이해가 이루어짐을 느꼈다.
“드라큐리나......라고 했었나요? 일단 숙소로 돌아가세요. 키르케 씨는 제가 수복실로 데려가겠어요.”

“하지만......”
“어서요.”

아자젤의 목소리에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드라큐리나는 더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발걸음을 옮겼다.
베로니카와 아자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번 일은, 반려 외에는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됩니다.”
“당연하죠, 아자젤 님. 키르케 씨와 면담 날짜 잡아 두겠습니다.”

베로니카는 뭔가 불안한 듯이 아자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만약 저 아이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어떡하죠?”

“......”

“그것에 대한 판단은 저희의 몫이 아닙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길을 보여주는 것뿐. 길을 걷는 것은 스스로 해야지요.”

“그 아이가 만약 알게 된다면, 저희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신이 저 아이가 걷는 모든 길에서 그녀를 지키게 하도록.”

“자, 그럼 기도합시다. 아자 아자 아자젤.”

“아자 아자 아자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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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누가 써달라고 했었는데

분량이 길어질 거 같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드라큐리나 괴롭히고 싶어서

일단 여기까지 올린다

반응 좋으면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