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령관은 참 과묵하단 말이지?"


레오나의 말이 날아온다. 


"..........."


어떻게든 말을 해보려고, 표정만이라도, 눈짓이라도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전혀 밖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하아... 정말이지, 일처리는 잘해 주니까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목소리가 좀 듣고는 싶은데. 에휴, 오늘은 이만 갈게.."


'잘가, 그리고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또한 내 안에서 메아리 칠 뿐이다.




그래. 난 내 주변에 누가 있다는것을 의식하는 순간, 또는 누군가가 나를 포착하는 순간 누군가가 내 목소리를 앗아간 것 처럼, 말을 할 수가 없는것 같다.


분명, 아무도 없는, 사령관실에 나 혼자 앉아있을 때에는,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오늘도 한 마디도 못했네.... 도대체 이유가 뭐인지를 알 수가 있어야 고치든 말든 할텐데 말이지.."


이렇게 말이다.


"아잇 씻팔 진짜 노이로제 걸리겠네.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이 오르카 호에 오른지 어언 6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지휘에 관련된 부분들은 필담으로 어떻게든 해결 해 보았다. 그런데, 내 병신같은 손은 [철충들의 분대는 총 3개로 정찰되었으므로, 둠브링어와 스카이나이츠가 먼저 폭격을 가한 후............] 와 같은 지휘는 아주 잘 써내려 가면서, [시발. 아파요. 살려주세요. 밥주세요. 무서워요.] 이런 기본적인 말들은 일체 써주지 않았다.


슬프고, 또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못한다는 것은, 정확히 표현하면 굳어서 아무런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이걸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고 수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말이 안 나올 때에는 볼펜으로 허벅지를 찌르면서 비명이라도 질러보려고 했지만, 비명은 커녕  내 표정마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픈게 안된다면, 극한의 피로함이 있다면, 어떻게든 곡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5일 낮밤을 눈뜨고 지새우며 졸음을 극한까지 참아냈다.  그리고 정말로, 눈을 감기만 하면 그대로 잠들 수 있을 정도의 피곤함을 온몸에 담고 지휘관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자 내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피로함을 숨기고 아주 잘 잤다는 얼굴로 바뀌었다. 눈 밑에 달려있던 다크서클은 역행하여 다시 사라지고, 잠을 자지 않기 위해서  페퍼를 뿌려댔기에 정말 좀비처럼 충혈되었던 눈은 아주 또랑또랑하게 돌아왔으며, 축 쳐져있던 어깨에는 강제로 힘이 들어가졌다. 


그래, 내 이 병신같은 표현 장애는 말이나 표정 뿐만이 아니라, 행동까지도 제한을 준다.


고통, 피로함도 열쇠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이제는 무엇이 나의 이 표현 장애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며칠전에는 정말 내가 미쳐버렸던건지, 다른 모든 방법을 시행해 보았으니 이제 남은건 '쾌락'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2주 정도를 금딸하며 지내다가 지휘관들의 월간 정기 보고가 있던 지난 월요일에, 소완의 식당에서 훔쳐온 미약과 탈론페더의 가방에서 가져온 오나홀을 가지고 회의실로 갔다.


모두가 회의에 집중하던 중, 나는 내 그것에 미약을 주사하고, 오나홀을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뇌가 녹아내리는 듯한 쾌락을 느끼는데에 열중하였다. 솔직히 이정도면, 아무리 추접하더라도 '앙' 이라든가, '오곡'. '앗흥' 요정도의 신음소리는 나와줄만도 하겠지만, 전혀 그런 감정들은 내 얼굴에 들어나지도,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사정을 하면서 머리가 멍해지던  그 때마저도 나는 FM 얼굴을 그대로 유지한채로, 작전 보고를 듣고 있었다. 너무나도 태연했기에, 그 레오나나 마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결국 나는 좌절했다.


몇몇 사람들은, '어차피 일처리 하는데에는 문제가 없고, 생활에 커다란 지장이 없다면, 표현 장애가 있어도 그냥 내버려 두면 되지 않나?' 라고 질문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제 나에게 일어난 참사를 듣는다면, 과연 너희가 그딴 개소리를 계속 지껄일 수 있을까?


어제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못했다. 목이 결린것인지 계속해서 아팠고, 그래서 스트레칭을 해서라도 풀고 싶었지만 방을 치우러 바닐라가 들어오자 마자 다시 장애가 시작되었다.  목에 닿아있던 내 손은 순식간에 내려왔으며, 방금전까지 "아고고고.... "라고 곡소리를 내던 입은 굳게 닫혀버렸다. 뭐, 이정도는 3일에 한 번정도 있는일이니, 그냥 넘기려고 했다.


내 새끼 발톱과 발가락 사이에 어제 내 방에서 놀고간 LRL과 알비스의 레고 블럭이 껴버리기 전까지는.


'씨발!!!! 아 진짜 씨발 존나 아프네!!!!! 아오 썅 진짜 레ㅔ고 가지고 놀았으면 잘 좀 치우란 말이다!!!!!'


그래, 이 정도의 고통과 분노에도 내 입은 열리지 않았고, 내 옆에는 바닐라가 있었기에 내 몸은 내 손이 발을 붙잡고 껴버린 레고를 빼낸 후, 극한의 고통에 울고 불며 침대에서 구르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닐라에게 '나가달라' 라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씨발 그 말 한마디를 못하니까 지금 이 지랄이 난거잖아!!!!!!


결국 직업정신이 투철한 바닐라는 청소를 끝낼때까지 방을 나가지 않았고, 나는 아침 회의에 출석하기 위해서 강제로 내 몸에 의해 옷을 갈아입게 되었으며,  바닐라가 나가게 된 그때에는 이미 내가 레고가 끼워진 발가락을 구두에 집어넣어서 결국 빨간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후였다.


바닐라가 나가고, 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범위까지 멀어졌을 때에서야 나는 구두를 벗어 던진 후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나고 있는 발에서 그 개같은 블럭을 빼낼 수 있었으며, 소독을 진행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바닐라가 나가고도 5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방에서 나오지 않자, 또다른 충실한 배틀메이드이신 콘스탄챠님께서 내 방에 현현하셨다는 것을. 씨발.



피가 나던 곳에, 과산화수소수로 소독한 후 빨간약을, 그 지옥의 고통을 자랑하는 빨간약을 바르며 "으읏", "흐으으그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던 도중, 콘스탄챠가 들어오자 내 몸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뭉개진 이불들을 바닐라가 청소해준 그 상태 그대로 원상복귀 시켰고, 내 발을 양말도 다시 신지 않은 채로, 밴드도 붙이지 못한 채로 그대로 구두에 쑤셔 박았다.


그러면 내가 질문을 하나 할까? 내 손에 들려져 있던 빨간약은 어디로 갔을까요? 정답은 바로 '그대로 수직낙하했고  그 지옥의 빨간약 원액을 내 구두에 흩뿌리며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랍니다~~~


그럼 이제 알 수 있겠지? 과연 그 원액에 쳐박아진 내 발은 어떻게 되었을까?

'씨이ㅣㅣㅣㅣㅣ발!. 아니 진짜 개 씨발!!!!!!!!!!!!!!!!'


어때? 이걸 읽고도 너희가 나에게 '굳이 표현 장애를 해결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라는 걸 언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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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가 갑자기 머리를 지나가버린 소재를 어떻게든 노트에 적어두었다가 만들어낸 소설임니다. 추천과 피드백 부탁하고 아마 내일 이시간 쯤에 올라갈 후속편을 기대해 주심씨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