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할배의 조건은 무엇일까.

나는 그 조건을

'모든 장비를 장차 필요한 개수만큼 파밍해 놓을 것', 

'모든 대원(볼드모트들 제외)을 영전 투입 가능할 정도로 키울 것',

'모든 장비를 종류별로 2개 이상 (대체 가능 장비는 1개 이상) 풀강으로 갖출 것',

'소모량이 상당한 SS장비를 한번에 두 개까지 풀강 가능한 비자금과, 그걸로 하루동안 임의의 목표 지역 파밍을 돌려도 터지지 않을 자원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이라고 생각했음.


그냥 매 달마다 새로 나오다시피 하던 이벤트 지역 공략을 따라가기 위해 강화를 하고, 쫄작을 하고, 할페와 에이다, 제로를 3지 아오지에 쳐박다 보니 어느 새 거의 모든 조건은 완료가 됐는데, 정작 자원효율 면에서 뒤처지는 메인맵을 안 돌다 보니 전장을 다 획득하지 못했어.


그래서 리엔 이벤트가 끝나 가는 시점에 메인맵을 파밍하기로 마음을 먹었지.

물론 이번 이벤 3지 드랍테이블을 보면 피눈물이 나고, 내 안의 비수좌가 깨어나려 하고, 대체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싶기는 하지만, 원래 그렇잖아. 가진 수많은 것보다는 못 가진 몇 점의 아이템이 더 꼬운 것을...


할로윈 복각 확업 (~12.21) 내내 3지부터 6지까지 나오는 전장들과, 7-2 리제전장을 파밍 성공했어. 전투원도 장비보다 대원이 더 안나오는 극악의 442 542 뗑컨과 칸 빼고는 어찌저찌 다 먹음. 리제파밍 끝나고 확업 50퍼 남은기간 4일을 복실전장에 박았는데도 안 나오더라. 그래서 낙원 이벤트 시작 시점에 남은 건 지지부진한 숙제로 남은 732 복실전장과, 극악의 8-8 및 812만 남은 상태였음...


이번이벤 후반기에 요정마을 때처럼 특임티켓 추가될 테니 이벤맵만 돌아야 한다는 이성의 외침을 무시하고, 리엔 이벤트 때부터 목표했던 상기의 원대한 꿈을 이루고 싶었음. 다만 포이, 사디 파밍 끝난 이후에 1-8 재화런하다 까먹은 영양과 곱창난 자원비가 발목을 잡았어.

영양과 자원비를 1-4 프서런, 1-8b 로크런으로 맞춰 주며 숨을 골랐음. 2지역이 나온 시점에는 ex를 돌며 메리 한 장을 키웠고, 마키나 파밍 이후엔 2-4로크런, 1-8b 리엔런으로 갈아타서 더 나아졌고. 


부영전이 약 3:2:3 정도로 복구된 다음, 뽀삐가 나온다는 공지를 들은 12월 31일에서야 다시 전장 파밍할 생각이 들었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732, 88, 812 그 어디에도 일지를 박은 뽀삐가 쓰이는 일이 없었지만.


4일 전후로 88 메이할페덱을 봤던 것 같음. 그 신박한 덱을 보고 나서 한 사흘동안 100-200판 정도는 88에 쏟아붇다가, 하도 안나와서 결국 풀타임으로 돌리기 시작했음. 진짜 거긴 드랍률이 상상이상으로 낮아서 한 번 돌 때마다 뭔가 답답하더라. 원래 통발 돌아가는 것만 봐도 즐거웠는데...

그렇게 개 고통받다가 12일 수면런에서 기적적으로 88 장비템들이 하나씩 떠서, 당장 때려치고 13일부터 732 돌았음. 원랜 적베칩 4장 가속기 2장이 목표였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적베 2장과 가속기 1장으로 살아갈께...


732 졸업은 88 끝나고야 했음. 812 최신 덱에 메리-제로-메이-닥터-마리아를 쓰는 덱이 있어서, 732에서 메리 한 장을 추가로 스킬렙 7-8정도로 키웠어. 지난 확업때 50퍼 4일 내리 박고 안 뜬 보상인지, 복실이 전장은 하루만에 -사실은 5일만에- 나왔어. 그 4일 동안 내가 복실이 분해충동을 참은 게 이렇게 보답받는구나 싶었음.


그렇게, 14일에 최종 목적지가 된 812에 당도했어.

88을 본 사람은 알 꺼야. 거기가 얼마나 거지같이 치밀한 설계를 요구하는지, 딜컷이 얼마나 빡빡한지. 세상에, 맵 하나를 위해 경장-기동 OS를 세 장 풀강화했다니까? 자원소모를 보며 피눈물이 나는 듯 했어.

그에 비해 메리를 쓰는 상기한 812 제로 덱은 메리가 좀 스킬렙이 낮아도, 메감도 200이 없어도, 빡빡하게 장비를 세팅해 주지 않아도 어찌저찌 무변수로 굴러가더라고. 즉, 관점을 바꿔 보니까 이건 사실 4인 1쫄덱이었던 거지. 메리만 쫄로 써야 하지만, 아무렴 어때. 

그렇게 최면을 걸면서 해도, 역시나 악명높은 곳 답게 풀로 박아도 4일만에 다 도는 건 어림도 없더라. 메리 두 장이 전부 100렙이 되는 와중에도 한 장도 안 나오던 회베... 딱 한 장 건질 수 있었지만, 목표치가 2개였으니까. 누가 한 덱에 회피탱을 두 장이나 쓰겠어. 그러니 벌써 반이나 온 거라고 생각했지.


어제 밤이 자면서 기도했어. 제발 오늘 수면런에서 나머지 한 장이 떠서, 99999개의 특수 임무 칩을 보면서 '아, 확업 40퍼 기간동안 다른거 다 캤으니 50퍼부터 재화런을 다시 시작한 나의 승리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역시 어림도 없지. 그나마 특임 칩 교환 개수가 3600개밖에 안 됐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을까? 


앞서 말했듯, 이벤 3지 보면서 피눈물이 났어. 밀면서 흑흑... 내가 이렇게 샘솟는 장비를 먹겠다고 그 지랄을 했었나... 했는데.

역시 스마조...


e132에 0턴핵덱 집어넣었다가 보호무시에 메이가 터지고,

무용으로 밀어보려다가 공격기 ap고정인거 몰라서 터지고,

아무튼 과장 좀 보태서 7-9번쯤 퇴각하면서 개 어거지 스카이나이츠+마키나+아자젤로 4별작 하고 나서 에휴... 공략 안 보면 역시 나도 라최지지 뭐... 하면서 한탄하고 있는데

보상창에 어디서 많이 본 무늬가 있는 SS칩이 있더라? 저 무늬... 최근 며칠동안 뭔가 많이 갈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

??????

어... 한 10초정도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가 황급히 장비 분해창으로 들어가니까 회베칩 한 장이 영롱히 빛나고 있더라.


그렇게 요정마을 뉴비의 라할베(자칭)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끝을 맺었음. 

8월 2일? 3일쯤에 시작해서 여기까지. 정말 즐겁게 즐긴 것 같아. 그 때, 그 요정마을 때 친절한 공략을 써줬던 사람들에게 너무 고마울 따름임.


라오는 게임이 아니다. 사이버 통발이다 라고 많이들 말하지. 하지만 그 통발을 수거하는 것에서 내가 기쁨을 느낀다면. 그럼 된 거 아닐까? 각박한 세상에서 그런 작은 행복정도는 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뭔가 후련해진 느낌임. 물론 아직도 장비 강화할 건 많지만, 아마 이제 뭐가 없어서 꼬운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까. 3600개의 특임칩 덕에 보라더스트 단 3개만 더 있으면 미나 승급에 날린 켈베 승급도 완료할 수 있을 테고.

그냥 넋두리였음. 정산글처럼 보인다면 삭제해야 되겠지? 혹시 그렇게 보인다면 말해주길 바라.

이 글을 본 모두가 오늘 하루도 즐겁기를.


p.s.

몇 개월 간, 증오가 만연한 온라인 상에서 드물게도 즐거웠으니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기프티콘을 넣었어. 난 불특정 다수이게 무언가를 뿌리는 행위, 정말 이해 안 갔는데. 어느새 물들었는가봐.

비슷한 가격의 아메리카노야. 아이스에 미친 놈이라 아이스로 샀고, 혹시나 누군가가 다 가져가는 경우를 생각해서 다 다른 브랜드로 샀어. 입에 값싸게 카페인을 보급하기 위해 내가 자주 가는 곳들이야.




그럼 진짜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