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아주 깊은 뿌리까지 들춰보면 게임산업이 굉장히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게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전체적인 게임산업의 구조를 보면 이 사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믿고, 이 글을 쓰기로 함

게임산업을 크게 두개로 나누면 게임을 만드는 제작사와 게임을 제공하는 퍼블리셔로 나뉘어진다.
비슷한 문화컨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분야로 비유하자면
제작사는 작가, 영화사이고
퍼블리셔는 출판사, 배급사인 셈임.
이걸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입력해두는게 좋음

1. 영세한 제작사가 흥행하기 쉽다.
영화를 볼까?
영화는 영세영화사가 살아남기 아주 힘든 구조다.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UBD라고 부르는 17만2천명의 관객은 사실 국내 상영 영화들 중에서 무려 상위 4%에 해당하는 관객수임. 물론 제작비가 300억이라 조진건 맞지만, 그만큼 관객을 천단위, 백단위, 심한 경우엔 십단위로 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많다는 뜻이기도 함. 그래서 영화사는 스타감독이 혼자 세운 독립영화사를 제외하면 모두 대형영화사임.

한편 게임은 어떨까?
1인개발 인디게임이 흥행하는 소식이야 게임에 미친 겜덕이라고 하면 다 아는 사실이겠지?
심지어 우리가 유사게임이라고 하면서도 한 달에 4만원씩 월정액 박고 가끔씩 유산깡하면서 서버비 꼴아박는 라오의 스마트조이는 전직원이 40명(크레딧잡 기준. 잡코리아는 갱신이 느리다.)밖에 안된다. 육군 기준으로 중대는 커녕 소대를 겨우 채우는 규모임.
씨발 나도 찾아보고 존나 놀랐다.

이런 게임이 원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찍는게 바로 게임산업이다.
그래서 타 분야에 비해 영세제작자가 많은 편임.



2. 산업규모가 크다.
게임산업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국내 한정으로 보자면 영화산업의 2배 가까이, 음악산업은 무려 3배나 넘게 차이난다.
이게 1번이랑 결합해서 대형 퍼블리셔와 영세제작사의 차이가 엄청나게 커지게 됨. 그래서 개발도 하고 운영도 하는 라오는 대기인원이 2000명이나 생길 정도로 서버가 넉넉하지 않지만, 대형 퍼블리셔 회사 입장에선 일개 부서 예산의 절반정도도 안되는 돈으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임.
그래서 제작사와 퍼블리셔라는 관계가 성립되지.

이게 퍼블리셔 입장에서 보면 이만큼 개꿀산업이 없지. 이번에 페그오 계약건을 보면 전체 매출의 25%를 개발사가, 30%를 퍼블리셔가 가져가는 구조임.
들어가는 비용은 적고, 대박나면 이익은 나눠먹는다. 이건 대형게임회사 입장에선 퍼블리싱 산업을 안하면 개손해라는 것은 토모도 알만한 내용임.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니까.



3. 퍼블리싱은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해. 한국 게임산업에서 최근들어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내용은 운영이 개판이다는 점이지. 그리고 운영은 퍼블리셔의 몫이고.
퍼블리셔 입장에선 땅에 주워진 돈 줍는거나 마찬가지니까 게임에 대한 애정도, 지식도 없는 놈들도 돈을 벌어. 그러니까 무능력하지만 사내정치나 하는 놈들이 살아남고, 지금 여러가지 말이 나오는 상황이 나타나는 거임.

지금이야 카카오가 갓카오 소리 듣지만 만약에 카카오게임즈에서 똑같은 절차를 밟고, 내부에 게임에 대한 지식도, 애정도 없는 녀석들이 임원으로 살아남게 된다면 똑같은 순서를 밟게 된다고 본다.



4. 마치며
이제 라오 시작 14일차된 뉴비사령관이지만, 학교 다니기 전부터 패미컴에 컴퓨터게임까지 하기 시작한 진골 겜돌이로서 이번 사태를 보고 진짜 느낀 점이 많아. 여태까지 하는 것만 좋아하고 게임산업을 학문적으로 파고든 적은 없었거든.
앞으로는 퍼블리셔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게임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으면 좋겠어.

5. 추신

라오 제작진들 너무 뭐라하지 마라. QA 진짜 좆같이 힘들다 씨이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