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규리나(道裸圭利羅)라는 계집년이 있었다. 생긴 것은 백색의 머리칼에 앙칼진 면상을 하고선 고 조동아리는 연신 자신을 찬양하라는 자신감에 찬 소리만 지걸이는 것이었다.

 

고년은 원래 저잣거리에서 유흥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간혹 유흥이 과하여 찰과상이라도 입게되면 바로 저잣거리에서 잡아다가 성을 쌓게하야 부역(附逆)을 시키게끔 하엿으니. 그 작업서를 기록하는 문헌중에 이런 글귀가 올라왔더라

 

“도라규리나 511호가 작은 옹성을 쌓다가 이씨 십장에게 ‘나의 외모에 토사를 뭇게 할 셈인것이뇨’ 하자, 이씨 십장 분노하며 용역자들에게 가로되, ‘지 분수도 모를 망할련이 아적도 조동아리 버릇이 고약하니 내 어찌 불방망이로 다스리지 안이하겠소?’하며 바로 보는 앞에 바지를 벗어 고년에게 예의주입(禮意注入)을 하니 바로 얌전해지매 용역에 충실하게 되었다..”라고 되어있다.

 

비록 유흥을 위한 것인지라 실효성은 의심할 만 하였으나 그 년이 내지르는 알 수 없는 비명 하나로 철옹성같던 돌무더기가 와르르르 무너지고, 장정 이백명이 붙어야 가능했던 성 축조(築造)에 10년이 걸리던 일을 도라규리나가 나온 이후로 1년하고도 반이 걸려야 완성이 되었다더라. 이를 본 조정실료들은 크게 감탄하여 “이 년을 만든 자는 필히 장영실이 다시 태어난 자임이라” 라 칭송하였고 그를 찾아 상금을 내리려 했으나 그를 찾지 못하여 실히 이뤄지지 못함이라.

 

그러나 그년을 만든 자에 대한 추측은 의외로 쉬이 가능하였거늘 설화에 이런 기록이 있다. “군중이 ‘저 년의 아비어미는 무엇을 먹고 저런 년을 낳았을꼬?’하며 수군거리자 누군가 크게 웃으며 가로되, ‘사람들아, 저 년은 본디 앙칼짐이 진국이라지만 그 머리끄덩이를 양손으로 하나씩 부여잡고 그 복부(腹部)를 후드려 까면 순식간에 순한 암캐마냥 벌러덩 드러누울 것인 즉, 그때서야 씹고 뜯고 맛보며 즐길 수 있지 않겠소?’ 하자 사람들이 감탄하여 그리 하였더니 실로 그러 하더라. 그 와중에 직접 사지를 잘라 사람들에게 대접하매 좌우 군중들은 실로 감격하여 엎드려 절하며 ‘소인들이 은인을 몰라 뵙고 이런 쾌락을 누리매 어찌 존함(尊啣)을 묻지 않으리오’ 하자, 그가 말하길 ‘지나가는 놈에게 이름을 묻겠다니, 허나 원하니 알려드리리다. 아침 조(朝)에 그칠 지(凪)를 써 조지(朝凪)라는 것만 알려 드리리다.’ 하며 호탕하게 웃으며 길을 떠나니 그 걸음이 마치 신선과 같더라”라 쓰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