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수생 시절에 서울에 있는 재수학원을 다녔었는데

학원이 나름 큰 곳이라 셔틀버스가 다녔는데 내가 셔틀버스 거의 종점부근에서 타고 내리고 할정도로 학원이 멀었거든

가는데만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그정도 걸리더라고 학원 자습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12시 거의 다 되고 그랬는데 아무튼



집이 그렇게 잘 살진 않았어가지고 재수학원 비용이 꽤나 부담스러웠어 부모님은 괜찮다 괜찮다 했는데 그때 나 20살이 보기에는 어마어마한 돈이었음

학원이 점심은 급식같이 나오는데 저녁은 밖에서 알아서 사먹어야된다하더라고 뭐 강의만 듣고 저녁때 바로 돌아가는 반도 있어서 조율이 안되었나봐

하필 재수학원 위치가 대학 근처라 음식점은 휘황찬란하게 많은데 다 술집 치킨집 고기집이더라



시작하고 몇일은 국밥도 먹어보고 백반집가서 백반도 먹어보고  여러가지 먹어보고 했는데 다 별로더라

맛은 괜찮았는데 내가 부모님 고생시키면서 이렇게 공부한답시고 돈 펑펑 쓰는데 거기에다 한끼에 만원 가까이씩 쓰고 싶지는 않았거든

근데 마침 학원 옆골목에 김밥천국이 있더라고



요즘 김천은 많이 비싸져서 무슨 김밥한줄에 3000원 넘고 그러던데 내가 재수할때는 야채김밥 한줄에 2000원이고 참치가 2500원인가 그랬음

그래서 저녁시간마다 영단어집이나 생물요약집 하나 챙겨들고 김밥천국 가서 야채김밥 두줄 시키고 우동국물 마시면서 저녁먹었음

해가 좀 어둑어둑해고 날은 조금씩 쌀쌀해지는데 약간 주황빛이 도는 등 아래서 책 한줄 읽고 김밥 하나 먹고 하니까 그것도 괜찮더라

모의고사 성적이 좀 잘 나오면 야채김밥 대신 소고기김밥을 먹거나 라면 하나 더 시켜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근처 수많은 고깃집 치킨집보다 맛있냐고 하면 물론 아니었지만 나는 그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먹는 거 자체가 너무 좋았어

그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도 좋고...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학원 자습 끝나고 10시 훌쩍 넘었을때도 열려있어서

셔틀버스 타기 직전에 김밥한줄 은박지에 싸서 한 손에 쥐고 야식처럼 먹기도 좋았고 그랬다 내가 어느 타이밍에 가도 항상 열려있었음

물론 급하게 뛰어나오느라 아침 못 먹고 나왔을때에도 열려있었고



정말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입시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처음으로 스마트폰도 사고 게임도 열심히 했지 휴대폰게임만 수십개는 넘게 했을텐데

결국 이 게임 갔다가 저 게임 갔다가 지금 라스트오리진을 가장 즐겁게 하고있다

라스트오리진보다 게임성이 뛰어나다던지 편의성이 좋다던지 유저들이 많다던지 하는 게임 분명히 있겠지

누가 김밥천국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이라고 하겠어?



그치만 나는 접속만 하면 언제든지 내 섹돌들이 쮸쮸내놓고 나를 맞이해주는 이 게임이 좋아

한정캐 하나 못뽑았다고 인권이 없다느니 과금 몇십은 무과금이나 다름없다느니 하는 게임 정말 많이 찍먹해봤는데

그런 게임 맛들려서 한답시고 출첵만 하고 조금 소홀해졌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언제든지 편하게 라오로 다시 돌아왔던거 같다

라오는 내 인생 살면서 해본 것 중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야.

언제 돌아와도 부담이 없고 적당히 재미도 있고 적당히 편하고 그런 게임인 거 같다.



내가 이 유사게임에 왜 이렇게 감성적이 되어가지고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내일 일 나가기 전에 방 정리하다가 

한구석에 재수생때 쓰던 책들이 있길래 그랬던 거 같다.

오늘 밤에도 통발 열심히 돌리고 자야겠다 라붕이들 모두 밤새 통발 안 터지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