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콘스탄챠와 그리폰에게 발견된 이후 쭉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과연 이 전쟁이라는 것은 어떤 전쟁이고 어떤 목적을 가지며 그 종료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다행이 전쟁이라 부를만한 요소는 존재한다. 철충이라는 막강하고 엄청난 물량공세를 진행하는 적과

별의 아이라는 이해불가한 코스믹적 위력을 지닌 인간에게 비우호적인 괴생명체도 존재하며

과거 인간들이 저지른 만행들에 의해 안타까운 과거, 기억, 흉터들을 지닌 바이오로이드들의 개인적인 삶에서의 투쟁 등

정말 다양한 요소들이 전쟁의 요소로 산적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하나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과연 이 전쟁은 어떻게 하면 승리하는 것인가?

그 목적은 무엇으로 하는 것이 좋은가?

최종장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수많은 세계선의 사령관들은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다양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여 대회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 이겼다 정의할 수 있는 상태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철충의 박멸?

별의 아이를 포함한 외계 생명체의 지구에서의 퇴거?

인류의 새로운 부흥?

바이오로이드들과 AGS들의 구원?


모두 답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졌다 하여도 전쟁이 과연 끝난 것일까?


철충이 제거되고 별의 아이가 물러나 인류가 부흥한다 하여도

함께 싸워온 동료들의 구원에 대한 부분은 다른 문제이며

적이 제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보람을 느끼며 구원을 행하고 인류를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때  이 전쟁의 승리는 결국 나의 마음에 달린 것은 아닌가? 하고 전쟁승리 선언을 하려 준비하였으나

콘스탄챠와 라비아타가 집무실에서 청소하며 자료정리를 하다 이를 발견하고는


"주인님! 이건 너무 섣부른 이야기 아닐까요! 우리는 종전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구요!"

"저... 사령관... 종전선언은 너무 멀리 갔어. 우리가 좀 더 안정된 상황에 놓이면 하는게 어떨까?"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나왔다.


나는 고민을 거듭하다 닥터와 타차원..뭐시기 아무튼 그 일명 "타임머신"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 닥터에게도 해 보았다.


"저기 사령관, 내가 풀링이 되어 특이점을 넘어 진짜 이 '타차원아공간이동수단'이란거 비슷한거라도 만들어서 훗날을 내다본다 하더라도 정말 그게 전쟁의 끝을 보고 오는걸까? 어떤 일이 생길지는 정말 아무도 몰라."


라는 말만 듣고서는 연구할거리가 생겼다며 내쫒겼다.



결국 나는 이러한 생각들을 지휘관급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과연 종전을 언제 선언하는 것이 올바른가?' 에 대해 대원들에게 알리고 그 해답을 논의해보기에 이르렀다...


마리의 발언으로 시작된 회의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각하, 지금 상황에서의 종전선언은 분명 시기상조입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충분히 안정된다면 분명 종전선언 후 정착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사령관, 분명 네 종전선언에 대한 아이디어는 좋아. 물론 시기상조임을 모르고 한 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난! 아직 종전이란 안건 자체가 시기상조인거 같아! 안정된 후라도 철충이랑 저 별의 아이인가 하는 괴생명체도 처리해야 안심할 수 있다고! 안돼겠어. 핵이라도 떨어뜨리고 올까? 저거 반응하나 안하나 보게?"


잠깐 메이를 말리고 나서는 무적의 용과 칸이 이어서 발언했다.

"소인, 사령관의 생각이 나쁘지 않다 판단되오.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종전선언이라던가, 정착에 대한 연구와 대비를 시작한다던가 등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편이 우리의 상황을 극복하는데 더 도움될 수도 있소."

"음. 저 또한 사령관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지난번 괌에서 있었던 섬 전역 철충 격퇴 등의 정벌을 지속하기에는 새로운 거점과 새로운 동력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철충이 격퇴되고 별의 아이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 또한 안정적 환경에서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레오나와 리리스의 생각은 꽤 달랐다.

"사령관, 분명 내가 인정한 남자로서 지금까지 정말 괄목상대할만한 성과를 나날이 보여주는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 전쟁이 끝나기에는 우리가 할 일이 너무 많은것 같지 않아? 좀 더 생각해 보고 말할 정도는 되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좀 실망스럽네. 나는 분명 과거 멸망전쟁을 실제로 겪지는 못했어. 하지만 그 끔찍함과 이어진 파괴, 붕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선까지의 복구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사령관은 유일한 인간이잖아. 우리 명령권을 가진 인간이 분명 너무 많아도 위험하지만, 그래도 사령관의 자손들이 우리와 함께 세상을 다시 접수한 다음 종전에 대한 논의가 오가도 늦지 않다고 봐. 좀 더 생각해봐."

"주인님.. 저 또한 분하지만 레오나님과 생각이 같아요. 분명 사령관은 유일한 인간이고, 이는 우리의 제일 취약한 부분이랍니다. 후후.. 저와 제 자매들이 주인님을 필사적으로 지키겠지만, 수많은 위험이 산재해 있는 이 상황에서 저도 종전선언은 너무 시기상조인듯 하네요."


아스널은... 조금 독특한 발언을 했다.

"사령관! 분명 종전이라던가, 철충 박멸이라던가 정말 좋아! 하지만, 우리의 애정공세에 맞춰 인류의 부흥을 좀 더 앞당긴다면 그 추진력이 대단하게 성장할 거라 생각되는군! 좀 더 동침일을 늘리는 방안을 건의한다!"


라비아타, 레모네이드 등을 포함한 그 외의 다른 지휘관급 개체들 또한 위 세 가지-아스널의 의견은 너무 적나라하여 다들 얼굴 붉히기에 바빴다- 의견 중 하나로 나뉘어 계속해서 언쟁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하느니만 못한 지휘관급 회의가 끝나고 나는 정말 진이 빠졌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고민한, 아니, 모든 세계선에서 다른 지휘관들도 고민한 내용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인가?

우리는 이 멸망 후 세계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며 어떻게 해야 이 전쟁이 끝날까?

분명 괜찮은 방법도 있었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의해야 할 미래도 있었으며, 오히려 이런 결말은 어떠한가 라는 생각이 드는 미래도 있었다.


나는, 우리는 이러한 노력, 생각, 논쟁을 피하지 않고 서로의 발전을 향해 긍정적인 경쟁을 지속하여 나가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쟁의 끝을 위한 노력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노력 끝에는 완성된 미래, 즐거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국 당장 확신할 수 있는 미래는 앞으로 즐거운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행복한 일들이 다방면에 산재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라는 것은 결코 우리가 알 수 없다. 다만 겪고 난 후 과거가 될 뿐.

그렇다면, 결국 겪은 후 지나갈 과거가 된다면, 우리는 하나 하나 현재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이윽고 다음 날 회의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한 내용을 말하게 되었다.


"어제 모두들 진지하게 내 생각에 어울려 주고 같이 토론해 준 것, 너무 고마웠어. 그래서 내가 좀 더 생각해 보고 하는 말이야.

우리는 분명 앞으로 정말 많은 일들을 겪고 이 삶을 이어나가게 될 거야.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쌓여가는 과거를 등뒤에 두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겠지.

그래, 그 쌓여갈 과거를 최대한 행복으로 채우고, 슬프거나 힘든, 분노할 일들은 서로 나눠 같이 의지하면 좋겠지.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종전선언, 전쟁, 부흥, 이런 것들이 그렇게 유의미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전쟁 후의 이야기의 시작점이 될 것 같아."


나의 이 말을 기점으로 모두가 나를 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경애를 표했다. 

"역시 각하. 정말 사려깊은 판단이십니다."

"소관, 사령관의 깊은 생각에 정말 감격했소. 앞으로도 그대의 앞길을 같이 이어나가기 위한 모두의 노고를 같이하겠소."

"흥... 사령관 치곤 감탄스러운 생각이야. 나, 조금 다시 봤어."

"하아... 역시 주인님.. 저 리리스, 그때까지 사령관님을 목숨바쳐 지키겠어요!"

"음.. 어제는 실망했지만, 오늘은 그 실망이 말끔하게 사라졌네. 역시 내가 선택한 남자 다워. 나 또한 믿고 끝까지 따라가겠어."

"사령관. 저 또한 사령관의 뜻에 따라, 저의 이 빠른 속도만큼 그 염원이 이뤄질때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호오. 역시 사령관. 그래, 그대의 뜻이 그렇다면 나 또한 이 한몸 바쳐 도우리라! 물론.. 전투도, 동침도 모두 말이지. 후후."


라비아타나 레모네이드 또한 한마디씩 얹었다.

"그래요. 사령관님. 저도, 콘스탄챠를 비롯한 제 소중한 동생들, 그리고 동료들 모두 사령관님을 응원하고, 좋아하고 있어요. 어제의 그 안건은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점들을 짚어주신거라 생각되네요. 호호.. 역시 사려깊으시네요."

"흐음. 역시 주인님 다운 사려깊은 생각이네요. 그 점이 좋은 거지만요. 저도 다른 분들과 같은 의견이에요. 정말 놀랐네요. 다른 자매들도 이런 연설을 직접 들었다면, 바로 영입되었을지도요? 후후."



이렇게 나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마 다른 사령관들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겠지. 나는 그들만의 결론에 존중을 전한다. 나의 결론은 현재지향적인, 그리고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결론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다른 사령관들의 결론도... 그들의 결론을 구경하고 내가 내리는 판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보완하고 좀 더 우리의 행복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앞으로 나의 업무 중 한켠을 차지할 것이다...



+ 추가

야심한 밤, 닥터는 조용히 자기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대부분 오르카 인원들은 자고있는, 당직을 서는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정도만 간간히 당번설비점검을 도는 정도의 적막함이다.

자기 연구실의 점검을 도는 레프리콘이 떠난 후, 연구실에 진입한 닥터는 연구실 한켠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뭔가 이질적인, 멸망 이전의 발전된 시설에서나 다룰법한 단말기 하나-노트북 정도의 크기-를 조용히 켰다.

그러고는 뭔가 쓰기 시작했다.


스레드 - 닥터 500234

날짜 - 2XXX.X1.X3. 토요일. / 제 500234 세계선의 그리니치 2079 협정 표준시/국제표준태양력 2080 기준.

제목 - 오늘 우리 오라범 넘나 멋진 어록 들고옴 ㅋㅋ

내용 - 오늘 우리 오라범이~.... (중략) ... ~

그래서, 정리하자면 우리 오라범이 이런 대단한 발언들을 하면서 자기는 현재에 집중하겠다고 하더라고. 너네쪽은 어떻냐?


ㄴ닥터 2334 : 야 그래도 너네쪽은 살만하네; 우리쪽 사령관은 너무... 좀 색마같아.

ㄴ닥터 400123 : 오우 4천번대 누님; 우리쪽도 비슷한듯 ㅋㅋ 나 어제 성장물약먹고 사령관이랑 뜨밤했자너~

ㄴ닥터 452653 : 와; 나는 언제 사령관이랑 함 하냐;; 우리 사령관 너무 순애파라 나 좀 슬픔.. 맨날 미호랑만 놀아 ㅠㅠ

ㄴ닥터 30052 : 님들은 타차원아공간이동장치 누가 물어보면 절대 모른다고 하셈; 나 어제 ㄹㅇ 피볼뻔 ㄷㄷ

ㄴ닥터 500032 : 오 저랑 같은 5십만번대 자매네요! 우리 사령관 스탈이랑은 정 반대인듯~ 여기는 맨날 싸움 ㅠ

ㄴㄴ닥터 500234 : 어우야; 그래도 우리 오라범 성격은 좋아서 다행이네; 님도 상황 나아지길 바람 ㅠ

ㄴ닥터 254551 : 와 그래도 싸우면 양반이지 여기는 진짜 비즈니스 그 자체임; 걍 업무돌리고 자기는 맨날 쉰다니까;;

ㄴ닥터 123551 : 와 씨 우리돈데.. 

ㄴ닥터 66666 : 야 너네도 빨리 사령관한테 다 알리고 광명찾아라. 그럼 미래따위는 금방 나아진다

ㄴㄴ닥터 24622 : 야 저쪽 오라범, 진짜 무섭네 ㄷㄷ 그쪽 우리 자매는 이미 감금된거 알거든 -_-

ㄴㄴㄴ닥터 402885 : ㄹㅇ? 와 씨 나도 조심해야겠네

.

.

.

그렇게 닥터의 은밀한 취미는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네.. 새벽에 대회 주제에 꽃혀서 계정만들고 글쓰고 재밌었읍니다~ 문학 관심있어서 막 써보는데 잘 안돼네요. 오타비문지적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