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이 옥탑방에 이사 온 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현관 문을 열자마자 도시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후볐다. 그는 마시고 있던 캔맥주를 마저 마셨다. 알싸한 알코올의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10평이 조금 안 되는 좁은 방, 거기에 내 컴퓨터가 아직 돌아가고 있다.

 그는 게이머이다. 그는 숙련된 게임 개발자였다. 이 회사, 저 회사를 전전하며 마침내 도착한 곳이 이곳. 일은 없었지만 그는 그저 일이 하고 싶었다. 자신만의 게임을 만든다던가.

 하지만 통장 잔고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지금 마시고 있는 이 맥주도 내가 맥주를 산 것인지 머리에 박을 총알을 산 것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그는 빈 깡통이 되어버린 맥주캔을 바라봤다. 그리고 텅 빈 방 안을 바라봤다.

 컴퓨터에 메일 알람이 왔다. 그는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오지에서 탐험을 하는 친구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바닷속 사진이었다. 침몰된 거대 잠수함 선두에 그녀가 있었다. 쏘우 피쉬 잠수함 안에서 두 팔을 올리면서 만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에 사귀었던 여자 사람 친구, 푸른 머리카락의 그녀는 참으로 몽상가였다. 전설의 오르카 호를 찾으러 떠난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게 바로 그녀의 꿈일까.

 그리고 이메일에는 또 하나의 첨부파일이 있었다. 용량이 묵직했다.

 “이건 게임 같은데.”

 스틸라인 온라인이라는 게임과 그 데이터베이스가 첨부돼 있었다.

 그는 그 게임을 켰다. 불안정했지만 괜찮은 게임이었다.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뒤적거렸다.

 “브라우니 412호? 레프리콘 281호?”

 의견을 개진한 사람들의 번호였을까. 그는 습관처럼 머리카락을 꼬았다. 남색 머리카락 한 올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들 외에도 수많은 유저 분들의 의견 감사합니다. 사령관님께 건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메리 씨나 마키나 씨를 불러서라도 반드시! 새 전장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항상 즐겁게 스틸라인 온라인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넥터 유미 올림.”

 문득 그는 거울을 바라봤다. 미역처럼 생긴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응시했다. 다크서클이 짙게 깔린 눈 주변이 보기 흉했다.

 그는 다시 스틸라인 온라인을 켰다. 그리고 정신없이 플레이했다.

 검었던 그의 눈빛이 점점 황금빛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이메일이 오기 전까지 그는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을 하거나 데이터를 읽었다.

 그녀의 메시지는 이랬다.

 ‘오르카 호 안에서 이걸 찾았어. 네 생각이 많이 나더라. 좋지? 어때 나 보고 싶어?’

 그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재밌는 게임과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

 분명히 역사의 저편에서 우리의 조상들도 그랬다.

 즐거운 오락과 함께 할 친구. 그리고 사모하는 이, 한 명.

 그는 기지개를 폈다. 이 기세면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은 분명 대박이 나리라.

 그는 그녀에게 답변을 보냈다.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아. 그 분들이 꿈을 꿨던 거처럼.’



Hearts of Iron IV/모드/The New Order: Last Days of Europe

의 이벤트를 참고하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