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브라우니라고 소개한 그녀는 자신을 오르카 저항군 소속의 정찰병이라고 밝혔지.


글쎄, 실전에 투입된 병사 치고는 너무 과감한 쫄쫄이를 입지 않았나 싶어. 이런저런 시선도 그렇지만, 인체의 선명한 실루엣을 제공하는 것은 전술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아- 그래,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디에 눈길을 줘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야. 꽤나 예쁜 얼굴에 그런 복장은 말야.


아무튼 간에, 나는 그녀에게 간략한 상황을 설명받을 수 있었어.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을 요약하자면 여긴 정말 좆같은 곳이라는거야. 완전 좆됐어. 무슨 씨발 사람들이, 무슨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무슨 남자가, 그것도 한 명만 살아남아 인류 재건을 계획중이라는거야? 그래서 그럼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은 사람이 아니면 무어냐 물었지.


"저 말입니까? 그야-"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답하길, 자기는 오르카라는 잠수함에서 인공적으로 생산된 바이오로이드라데? 


언젠가 비슷한 곳에 발을 딛은 적이 있었는데 말야.

음, 대량생산된 안드로이드들이 돌아다니는 디트로이트 시의 냄새가 나. 허, 말이 안 나오네. 금속 골격을 제외하면 완벽한 인간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이 기술력이란. 이 곳의 사람들은 기계공학뿐만이 아니라 생명 분야에도 굉장한 성과를 거둔 모양이야. 지금은 뭐... 전부 죽고 없지만.


전 세계가 전멸한 이런 난장판 속에서 살아남아 수백 여인들을 거느리는 남자라, 운수 한번 억세게 좋은 사람이로군.


사람의 인적이 완벽히 끊겨, 수풀이 무성히 자라난- 한때 싱가포르라고 불리던 도시국가의 도심 속에서 이야기를 끝낸 브라우니와 나는 그저 말 없이 걸을 뿐이었어. 

아니지, 말이 없는 것은 나 혼자였네. 브라우니는 무전기로 끊임없이 현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항구의 안전 확보를 위한 경계 근무 중, 해당 구획의 마지막 철충을 무력화했고 두번째 인간 남성을 발견했으니 인근 항구에 정박할 오르카로 데려갈 것이라는 내용이었어. 아마도 그 두번째는 날 말하는 것이겠지.


브라우니에겐 유감스럽지만, 내게 붙여준 그 거창한 호칭은 그리 오래 가지 못 할 거야.


나는 여행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