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방문자가 오르카호에 찾아온 다음날.


"...으응...핫!"


어느샌가 자기의 책상에 엎드려 자고있던 닥터가 놀라 벌떡 일어났다


"...으으. 언제 잠든거야...?"


어제 연구실에 격리됀 사령관과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의 혈액검사 및 다른 종류의 검사들을 하느라 철야 작업을 해야했지만, 닥터가 작업중에 잠드는것은 극히 드문 상황이였다. 며칠동안 밤을 새서 일했다며는 모를까, 닥터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수..."


닥터는 터덜터덜 연구실 옆쪽으로 나있는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러 가장 차가운물로 세수를 한뒤, 고개를 들어 거울을 쳐다봤다. 늘 볼수있는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단 한가지의 다른점을 제외하고.


"어? 이거 뭐야?"


닥터의 왼쪽눈 위쪽 앞머리가 손가락 한마디의 넓이로 강렬한 민트빛 색을 발하고 있었다. 막 염색이 끝나서 금방이라도 색이 묻어나올듯한 생생한 색깔이 닥터의 눈에 들어왔다. 아무말 없이 색이 바뀐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던 닥터는 그대로 손에 힘을줘서 머리카락 몇개를 뽑아내고, 서둘러 책상으로 돌아왔다.


부산하게 실험준비를 하는 소리에 깬건지, 격리실 문을 열고 사령관이 나왔다.


"닥터? 뭐하고 있어?" 살짝 잠긴 목소리로 물어본 사령관이였다.


"아, 오빠. 내가 깨웠어? 미안."대답은 상냥하게 해준 닥터였지만,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좀 바뻐져서. 테스트 해볼것도 많고, 대조도 해봐야돼고."


"무슨 테스트? 어제 그거 말하는거야? 몸에 이상은 없다고 했잖아?"


"어제까지는. 병의 잠복기간처럼, 무슨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오빠랑 언니들 격리실에서 잔거고." 닥터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그건 둘째치고라도, 오빠는 괜찮아?" 소녀는 사령관을 쳐다봤다.


"나는 멀쩡한데? 그런데, 머리 언제 염색한거야?"


"안했어. 그게 문제야. 아까전에 깨서 보니까 머리색이 이래. 누가 들어와서 염색약을 붓지 않은 이상에는, 머리카락이 하루아침에 갈색에서 이 색으로 변하는건 불가능해. 그리고 다들 자러 들어가고나서 연구실 문 잠가놨어."


"그렇다면, 스스로 바뀌었다는거네?"


닥터는 대답이 없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머리칼의 탈색에 대해서는 읽어 봤지만, 아예 자연적으로 나오는것이 불가능한 색으로 바뀐다는건...


"오빠. 리리스 언니좀 깨워줘. 리리스 언니만. 맨 왼쪽 방."


"어? 아, 알았어."


사령관은 가장 왼쪽 격리실의 문을 두드렸다. 문이 짤깍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쮸."


자그마한 리리스가 문을 열어줬다.


"안녕? 다른 리리스는 아직 자?"


"쮸."


말랑거리며 자그마한 리리스는 순식간에 사령관의 다리를 타고 어깨에 안착했다.


"엄청 빠르네?"


"쮸." 자그마한 리리스는 '얼굴'을 사령관의 뺨에 부비적거렸다.


사령관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채, 미동도 없이 자고있는 리리스에게 다가갔다.


"리리스?"


"쮸."


"아니, 너 말구."


"...주인님?" 리리스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있었다.


"괜찮아?"


"네." 


리리스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불이 걷히고 들어난 리리스의 모습은, 자그마한 방문자와 놀라울정도로 흡사했다. 흐물흐물한듯 단단한, 서로 상반되는 '몸'의 질감. 녹아내린것처럼 고체와 액체의 중간사이. '머리카락'에 아무렇게나 돋아있는 이빨, 입 그리고 눈. 머리카락 안쪽과 사이사이에 보이는 '무엇'.


"아하...아하하하." 리리스는 힘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몸으로는, 경호는 커녕 제 동생들 앞에 서지도 못하겠네요. 리리스의 '얼굴'에있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를 버리지 말아주..."


"자, 거기서 스톱."


사령관이 리리스의 호소를 끊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상관없어. 아직 리리스는 예쁘다고 생각해." 리리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한 말이 사령관의 입에서 나왔다.


"...네?"


"쮸?"


"응?" 문밖에서 상황을 보던 닥터였다.


"그...뭐냐...안쪽은 리리스 잖아, 그치? 항상 내가 알던 그 리리스." 왜인지 모르게 변명처럼 들리는 사령관의 목소리였다.


리리스는 아무말 없이 와락 사령관에게 안겼다. 그리고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얼굴' 에서뿐만이 아닌 '머리카락'에 돋아있는 눈에서도.


"네! 사령관님이 알고 계시는 착한 리리스가 여기있어요!."


사령관은 말없이 리리스를 토닥였다.


"오빠? 방해해서 미안한데, 급한일이야. 엄청." 닥터였다.


"무슨일이야?"


"우선 이거부터 봐봐."


두명의 리리스들을 그대로 매단채, 닥터의 책상으로 온 사령관의 눈이 커졌다. 모니터에 비춰진 오르카호 및 육상기지 내부 카메라 영상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몸의 변화가 크지않은 바이오로이드들은 경악한 눈으로 변한 자신의 몸을 쳐다보고 있었고, 변이의 정도가 심한경우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대로 주저앉아서 울거나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뭐야 도대체..."


"모르겠어. 진짜로."


"오르카호 전체가 다 이래?"


"오르카호뿐만이 아니라, 육상기지쪽도, 방금 들어온 통신에 따르면, 섬 기지쪽도. 다."


결정을 내려야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더더욱 심해질 대원들의 정신상태. 최악의 상황에는...


"닥터, 오르카호 내부랑 모든 기지의 전관방송 시스템을 가동시켜줘."


"응."


시스템이 가동되기 까지 일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진지한 얼굴로 마이크를 받아든 사령관은 닥터의 신호를 받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령관이야. 잠깐만 진정하고 얘기좀 들어줘. 다들 몸에 일어난 변화에 많이 혼란스러울거야. 우선 다들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진정하고, 차례차례 닥터랑 다프네한테 검진을 받아.  사태수습때까지 모든 작전이랑 훈련은 연기. 지휘관들은 오늘 2100시 까지 3번 회의실로 모여줘. 몸이 어떻게 변했던간에."


"내가 해줄수있는 말은...그... 모습이 어떻게 변했던간에, 변함없이 대해주고, 사랑해줄께!"


"응?" 닥터는 다시한번 사령관을 쳐다봤다,


"쮸?"


"내가 너희들한테 받은게 얼마나 많은데, 그것 하나 못해주겠어?" 그렇게 말하는 사령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졌다.


"그...이상! 다들 쉬어." 그리곤 사령관은 마이크를 내려놨다.


길고 긴 하루의 시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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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태

사령관: 몬붕이+가능충.

닥터: 이유모를 브릿지 염색.

라비아타: ???

알렉산드라: ???

리리스: 라지 사이즈 말랑뽀짝.

리리쮸: 말랑뽀짝.

나머지 인원들: 패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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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쓰는 이야기는 아닌것인것. 일상물쪽으로 쓸생각이에오

읽어주면 고마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