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럴 것이 스프리건이 다짜고짜 찾아와서는 사령관과 살고있는 미호에게 보자말자 대뜸 한 질문이 저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호는 저격병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매서운 눈매로 스프리건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캐주얼한 검은색 정장에 어울리는 크로스백, 그리고 손에 든 마이크와 뒤에 서있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성이 보였다.


"흠. 스프리건, 동행자가 있다는 말은 안했잖아. 난 너 혼자 온 줄 알았다구."


"그야, 이런 용건이라면 당연히 거절부터 하실거라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다 정도의 메일을 보낸거죠~"


"그래도 말이야, 인터뷰 같은 거 할거라고 써 놨으면 내가 너를 봐서라도 한번 할 거 였다고."


"아, 하하... 그부분은 생각 못했네요! 죄송해요~"


그리고 뒤에서 사령관이 나타나 말을 이었다.


"어어, 스프리건이네.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그보다 그 복장은.. 음.. 인터뷰?"


"오! 사령관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네네, 이번에 제가 창업한 멸망 후 최초 신문사의 첫 인터뷰입니다! 꼭 사령관과 인터뷰 하고 싶었다구요~"


"뒤쪽은... 새 애인?"


"아, 하하! 그, 그렇, 게, 되나요?"


새빨게진 얼굴로 되묻는 스프리건은 무시하고 미호가 말했다.


"자자, 현관에서 콩트 찍지 말고, 빨리 집안으로 들어와. 손님을 계속 세워두는것도 예의가 아니니까.

뒤쪽 남성분도 들어오세요!"


"아, 넵. 자, 스프리건양, 들어가죠."


"그, 그래. 들어가서, 들어가서 인터뷰 해야지! 응응!"


왁자지껄 집 안으로 들어가 우리는 테이블에 앉았고, 미호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와서 다같이 차를 마셨다.

어느덧 조용히 무르익은 분위기를 깨며 사령관이 말했다.


"그래서, 새로 신문사를 차렸다고? 기업은 싫다더니 자기 사업을 하고 싶었던 거구나? 스프리건."


"으음, 어쩌다 보니 이 친구와 만나서 같이 투명한 언론의 주축을 세우고자 뜻이 맞았지!"


"그래서 이분 성함이...?"


"아차, 제가 제 소개를 못했군요. 저는 스프리건양과 공동대표인 제릴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저와 스프리건, 이렇게 둘이서만 작은 신문사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오늘 인터뷰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구나~ 스프리건. 그래서 오늘 무슨 인터뷰를 하러 온거야? 사령관과 우리의 일대기는 다 기록되어 있는걸로 아는데, 더 인터뷰할게 남았어?"


"그게, 전쟁 후 사령관이랑 우리가 세운 새로 건설된 최초의 도시에서 태어난 주민들이 성인이 되면서 사령관의 취미같은걸 궁금해 하더라구~ 아무래도 사령관 덕에 다들 생명을 얻은 거잖아?"


"음... 아무래도 그렇지. 그래서, 내 취미나 일상, 이런걸 취재하러 온거야?"


"그래! 바로 그거야~. 그리고 우리들은 멸망 후 모든게 최초인 상황이니까~! 그 기틀을 잡은 사령관에게 관심이 지대하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이야... 후후"


"뭐, 뭐! 여자들도?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으, 으음. 이거 위험한걸."


"미호, 너무 질투하지 마. 나는 너뿐이라니까. 하하"


미호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던 스프리건은 생각지도 못하게 카운터를 맞았다.


"그래서, 우리 스프리건양은~ 제릴씨와 어. 떤. 사. 이. 지? 뭐, 아무래도 반응을 보면.."


"네, 맞습니다. 저희는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지 이제... 읍읍!"


"뭐, 뭘 자랑스레 떠벌리는거야! 이남자가! 조용히 해!"


"하하. 스프리건은 언제나 활기차다니까~ 하하하!"


"으으, 사령관... 부끄러우니까 그만 말해.. 미호 너도! 나도 그만 놀리고 인터뷰 시작할게에..."


그렇게 간단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요즘 주로 뭘 먹는지, 좋아하는 색깔은 뭔지, 생활은 어떤지, 그리고 모두가 궁금해 하는 밤생활(!)은 어떤지 등 약간은 연예계 인터뷰와 같이 가벼운 내용들이 흘러갔다.


"뭐, 중간중간 곤란한 질문도 있었지만, 스프리건이 만들고 싶은 언론이란게 어떤 건지는 알겠네. 이정도 가벼움이 딱 좋은거 같아."


"오, 사령관. 예전 습관 나오는거야? 우리가 진행하는 일 모두 응원하기?"


"음. 칭찬은 좋은 거니까. 그리고 멸망 전 언론처럼 위험한 일들이 아닌 거 같아서 좋아."


"그래그래, 우리가 이렇게 기틀을 잡아둔다면 아마 앞으로도 긍정적 방향으로 모든 일들이 진행될거야~ 

자, 그럼 이제 인터뷰는 끝! 제릴도 수고했어!"


"뭘요, 스프리건양이 수고가 많았죠. 사령관님이랑 미호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가! 오늘은 내가 맛있는 가라아게 카레를 준비했다구~ 두 사람도 같이 먹어도 될 양이니까 사양하지마!"


"그거 좋군. 스프리건, 제릴. 같이 식사 한끼 하고 가."


"그, 그럼 사양않고... 아얏."


"제. 릴. 군? 우리는 다른 할 일이 있지 않았던가요?"


"아, 아하하! 저, 사령관님, 미호님. 오늘은 생각해 보니 저희가 할 일이 좀 남아서요.. 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만. 그래, 조심히 가. 제릴도 허리 조심하고."


"사, 사령관은 무슨 말을! 그, 그럼 급해서 먼저 가볼게! 안녕! 신문 나오면 꼭 봐야 해! 특별히 사령관DC정도는 있으니까! 정기구독 부탁해!"


그렇게 붉어진 얼굴로 스프리건과 제릴은 방송국 마크가 붙어있는 작은 밴을 타고 도시로 돌아갔다.

사령관과 미호는 그런 둘을 보며 '좋을 때다~'라고 생각하고는 서로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사령관. 아니, 여보. 오늘 어때?"


"나야 항상 똑같지.. 물론, 좋아. 단, 그 전에 저녁은 먹고 말이지."


"흥, 그런 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그런 점이 좋은 거지만 말이야. 자, 들어가자 사령관! 밥부터 먹자. 후후."


그렇게 사이 좋은 부부가 꽁냥대며 집으로 들어갔다.


제릴과 스프리건의 신문사인 '오르카시티 투데이'는 새로이 세워진 오르카시티의 첫 언론사로 화려한 스타트를 보여주었다.

특히, 특보란의 '오늘의 인물' 초회 특집으로 사령관의 인터뷰가 진행된 것이 알려지자 대박을 치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구독층이 생겼다. 뭐, 그래 봤자 이제야 천명을 달성한 오르카 시티의 인구를 생각하면 아직 갈길이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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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천명이 넘은 오르카시티의 주민들은 사령관과 그 자손들 뿐만 아니라 과거 사령관이 새로운 몸을 만들 때 사용된 인간 배양기를 통해 바이오로이드들의 유전자와 사령관의 유전자를 조합하여 태어난 약 스무명 남짓의 새로운 인류-놀랍게도 가능했다. 물론 당초 계획이었던 100명까지는 못 만들었다. 사령관의 중단 제의와 기술적 문제, 그리고 적합한 유전자의 한정된 종류가 그 이유였다-가 성장하여 자손을 낳고, 그 자손이 새로 자식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물론, 전쟁 당시의 바이오로이드와 사령관의 신체 나이는 아직도 40대 초반을 바라보는 수준이고, 신인류 또한 그 이름에 걸맞게 과거 인간들과 비교하여 굉장히 길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오르카시티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된 이야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종전선언에 대해 한참 논의한지 약 10년 후, 뜻밖에도 오르카호는 과거 카나리아 제도로 불리던 몇몇 섬들을 확보하였고, 모든 철충을 소탕해 섬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다만 그 환경이 황폐해진지 오래 되어 대부분 동식물이 절멸된 상태였지만, 관목 몇 종류와 들판이 펼쳐진 개활지는 오히려 철충의 완전 소탕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별의 아이에 대한 연구 또한 진척이 생겼다. 과거 치열하게 활동하던 환태평양지역을 벗어나 북극항로를 통해 대서양에 진출하여 한때는 뉴욕으로 불렸던 구인류 최대 도시였던 유적에서 별의 아이에 대한 기밀 자료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구인류의 표현으로 '네오-맨하탄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자료는 놀랍게도 휩노스 병에 대한 초기 연구와 별의 아이, 그리고 별의 아이가 내뿜는 파장에 대한 역설계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었는데, 많은 자료가 유실된 삼안측과 달리 뉴욕에서 그녀의 오랜 주인을 수호하던 레모네이드 엡실론에 의해 수많은 데이터와 그 대처법에 대해 연구된 자료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물론, 탈환 과정에서 정말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었으나 이는 다음에 풀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대서양에 착륙하여 인류의 절멸을 위해 마지막으로 내려온 별의 아이 - 카리브 제로라 명명되어 있었다 - 를 [검열됨][검열됨]을 통해 저지할 수 있었고, 서구권에서는 별의 아이를 축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과거 멸망전 인간이 가진 기술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단발적으로 끝났지만, 어찌 되었든 터전을 잡을 만한 땅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것은 굉장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오르카호는 대서양을 돌며 유카탄, 프랑스령 기아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케이프타운, 브라자빌, 카사블랑카 등을 순항하였고, 그 중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새로운 멸망 전 기술을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통해 인류의 마지막 요새를 확보할 만한 기술을 구비하였다.

그렇게 카나리아 제도라는 요새도시에 적절한 제도를 찾게 되어 오르카시티가 세워졌다, 뭐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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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알렉산드라 선생님! 저희는 3세대고 선생님은 1세대이신건가요?"


"그렇죠, 학생. 이어서 말하면 사령관님이 신인류와 바이오로이드는 모두 동등한 인격체라는 새 헌법을 제정하셨고, 오르카시티 시의회와 시정부를 10년 전 창설하면서 인구유지법을 통과시켜 도시인구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하셨죠. 그리고 불과 3년 전 대부분 권리에서 은퇴하시면서 오르카호 사령관이라는 직위만 가진 채 첫 시장선거를 통해 2대 시장인 지금의 시장님인 칸이 당선되었죠"


"그럼 선생님은 할머니뻘이 되는 건가요?"


"아, 그렇죠 학생. 신체 나이는 어머니뻘이지만 말이죠. 후후.."


"아, 앗. 선생님 혹시 화나신건 아니..죠?"


"물론 아니죠, 학생. 자, 1교시가 끝났군요. 2교시는 수학입니다 여러분~"


"앗.. 네, 선생님."


그렇게 오르카호 역사시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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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s timeline


스레드 - 닥터 500234

날짜 - 21XX.03.24.수요일. / 제 500234 세계선 / 그리니치 2079 협정 표준시 / 국제표준태양력 2080 기준.

제목 - 오늘 진짜 대박기술 하나 썰푼다 빨리 들어오셈

내용 - 야 너네들 프랑스령 기아나는 진짜 무리해서라도 꼭 가라. 거기 원피스가 있더라. 진짜. 나, 솔직히 삼안이 그동안 기술력 최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업들은 못가진 국가공동체의 그것이 있더라. 진짜 유럽우주국은 전설이다.. 내 개인 타임라인에 관련 기술 문서 사본 일부랑 문서위치 알려준다.

링크 : ddww.arca.timeline/500234.42331/ork

이거 해킹당한 닥터계정이랑 사령관은 접근해도 못읽게 락걸어놨으니까 다들 안심하고 보셈 ㅋㅋ 내가 다 차단해놨음 ㅋㅋ


ㄴ 닥터 400123 : 오 개꿀팁 감사요 


ㄴ닥터 66666 : 야 빨리 열어라 진짜 뭐하는거냐 우리는 죽으라는 거냐 진짜 이게뭔데 아 진짜


ㄴ닥터 590003 : 와 진짜 감사함! 나 안그래도 기술 좀 찾아보자했는데 ㄷㄷ 타이밍 좋노


ㄴ닥터 2334 : 와 윗윗댓 뭐냐 개무섭네;

ㄴㄴ 닥터 500234 : 언니 그냥 무시하세요; 저는 진작 차단함 

ㄴㄴㄴ 닥터 2334 : ㄹㅇ 자주 안들어왔더니 무서운데 생겼노;


ㄴ 닥터 434420 : 개꿀팁 ㄳㄳ 오늘 연구 딱 대 ㅋㅋ 다죽었다 ㄹㅇㅋㅋ


ㄴ 닥터 234424 :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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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닥터? 너 뭘 그렇게 보고 웃고있니?"


"히엑! 오, 오라범! 그, 그것이... 혹시 봤어? 지, 진짜 봤어? 내용도?"


"음, 닥터, 난 아무것도 못봤어. 닥터가 개인적으로 숨기고 싶은 일도 있는거지, 뭐. 예전 일기라던가 보고 있던거지?"


"으, 으응. 그, 그, 그렇지, 나, 나는 이제 연구하러 가볼게! 오라버니!"


"그래, 친구들이랑 이야기한다고 밤새고 하지 말고~ 일반성장약도 개발해서 먹었으면 이제 잘 자야 키큰다~

아, 그리고, 너무 중요한 정보는 빼 놓고 말해줘. 너무 많이 알려주면 저쪽도 보람이 없잖니."


"히, 히엑! 그, 그래! 그, 러,어어,얼게에..."


"그래, 우리 귀여운 여동생. 나는 네가 뭘 하든 응원하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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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하셨읍니까 다들. 지난 편에서 희망찬 엔딩으로 3개 들고왔읍니다. 

아무래도 장편은 쓰는 재주가 없다 보니 옴니버스식으로 막 취향대로 막 써서 왔네요. 

원하시던 이어지는 장면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걸 보니 앞으로는 기승전결을 좀 더 잘 써보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암튼 이건 희망편입니다. 언젠가 66666번의 닥터 이야기도 써보고 싶네요. 만약 쓰게 되면 피폐 그 자체일듯; 

할일이 많아 다음편은 더 늦을수도 있읍니다! 그럼 즐감하셨길 바라면서 오타비문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