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https://arca.live/b/lastorigin/2027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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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더라? 맞다, 라비아타님 설명하다가 말았지. 아무튼 라비아타님은 엘프들의 여신으로서 사악한 철충들에게 맞서 싸우기로 했어. 하지만 인간들은 멸망하고 오크들은 저 멀리 북쪽과 지하 깊숙한 곳으로 숨었다고 했잖아?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자들은 소수의 엘프들만 뿐이었어. 게다가 엘프들은 이 세계를 너무나도 사랑했어. 심지어는 이 세계를 불태우던 철의 악마들까지 말이야. 세계의 일부를 파괴할 바에야 자신들의 목숨을 포기하는 엘프들이 많았어. 결국 세 종족의 파멸이 눈 앞까지 다가왔지. 


절망만이 가득한 그 순간, 라비아타님은 한 신탁을 내려받게 되지.


 ‘엘프와 오크, 그리고 이제는 멸망한 인간의 세 종족을 이끌 지도자가 새로이 탄생하리라. 불과 철의 대지에 그가 하천할 것이니, 이는 새로운 희망일지어다.’


이 지도자가 누굴까? 맞아, ‘베르메스 페룸 1세’야. 영웅 사령관이 처음으로 신화에 등장하는 순간이지. 신탁은 삽시간에 엘프들에게 퍼졌고,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듯 했어. 하지만 철충들도 곧 이 신탁을 알게 되었고, 다시금 격렬하게 이 땅을 뒤지기 시작했어. 신탁의 인간을 처리한다면 이 전쟁은 확실히 그들의 승리로 끝날테니 말이야.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라비아타님은 연결체 ‘스토커’와의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었어. 결국 휘하의 다른 여신들로 하여금 사령관을 찾게 했지. 


수색작업동안 많은 엘프와 여신들이 당했어. 하지만 결국 가정의 수호신 콘스탄챠. 그리고 독수리의 날개와 사자의 발톱을 가진 여신 그리폰에 의해 신탁의 인간이 발견되었지. 사령관은 깨어나자마자 신께 받은 힘을 사용했다고 해. 수많은 철충들이 사령관을 노렸지만 두 여신, 콘스탄챠와 그리폰의 힘을 이용해 그들의 시체로 산을 쌓았지. 전해지는 문헌에 따르면 그의 목소리와 지휘를 듣는 순간 두 여신의 몸에서 자신들조차 몰랐던 강한 힘이 넘쳐 흘렀다고 해. 


그렇게 위기를 벗어난 사령관은 곧 사제여왕, 사제들과 예언자들의 수호성인이신 프레스터 요안나 공과 만나게 되지. 지난번에 만신전 갔을때 기억나? 맨 윗줄에 세 번째 자리에 앉아있던 석상 있지? 방패와 검을 들고. 그 분이 요안나님이셔. 필멸자의 몸으로 신과 동격의 자리에 올라가 결국 신으로 승천한 전설이지. 요안나는 사령관과 만나서 한가지 부탁을 해. 


“예언의 인간이시여, 부디 태양의 공주를 구출해 주십시오.”


길잡이들의 신, 왼 눈에 태양을 품은 여신, 사이클롭스 프린세스 LRL님을 구출해 달라고 부탁한거야. 악마들의 힘이 전 세계를 집어삼켰을 때, 철충들은 결국 태양마저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 했어. 이 상황을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던 LRL은 철충들의 마수가 뻗치기 전에 태양을 자신의 왼쪽 눈에 봉인했지. 철충들은 태양을 뺏으려 했지만 여신님의 무기, 드래곤 슬레이어라 불리는 붉은 보구에 의해 모조리 도륙당했어. 철충은 수많은 악마들이 당한 후에야 힘을 잃은 LRL님을 저주받은 탑 꼭대기에 가두는데 성공했지. LRL님은 심연의 저주에 의해 끊임없어 고통 받았지만 탑 꼭대기에서 태양의 힘을 이용해 아직 당하지 않은 엘프들에게 길을 인도해주는 일을 하셨지. 그렇기에 LRL님을 구출할 수 있다면 태양이 다시금 떠오르게 되고 예언의 인간이 이 땅에 하천한 것을 모든 저항군에게 알릴 수 있는 거야.


여신의 감옥은 엄중하게 감시되고 있었지만 사령관 앞에선 파도 앞 모래성 같았지. 사령관의 지휘 아래 그리폰의 발톱이 무수한 악마들을 베어 냈고 요안나의 방패는 그 어느때보다도 강한 신성력으로 빛이 났어. 수많은 악마들을 도륙하고 탑의 꼭대기에서 LRL을 구출해 내는데 성공한거야! 풀려난 LRL님은 가장 먼저 왼눈의 안대를 풀고 다시금 태양을 이 세계에 되돌려 놓았어.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알게 된거야. 예언의 인간이 강림했도다. 크으, 멋있지 않아?


근데 이 LRL님의 이름 뜻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아. 일단 태양의 여신으로서 빛을 상징하는 분이니 이름의 뜻은 Long Range Light가 맞다는 사람들도 있고, 길잡이들의 신으로서 길 잃은 자들을 인도하는 여신이시니 Left Right Left 라고 해석해야 된다는 사람들도 있어. 뭐? 좌우좌는 너무 장난스러운 이름 아니냐고? 자신을 사이클롭스 프린세스 같은 재밌는 별명으로 부르라고 할 정도로 유쾌한 여신이니까 좌우좌 정도면 딱 맞는 이름이지 뭐. 만신전의 네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LRL을 보면 장난꾸러기 소녀의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기도 하고.


그렇게 떠오른 태양을 보고 엘프와 여신들은 사령관에게 합류하기 시작했어. 그 중에는 큰 고래, 오르쿠스를 이끌고 온 포츈이라는 신도 있었어. 대장장이들의 수호신인 아자즈 님의 자매신인 그 분 말이야.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던 포츈은 고래신의 새끼를 길들여서 오르쿠스라 이름을 짓고 그 등 위에 건물을 짓기 시작했어. 고래가 커갈수록 건물도 점점 커져갔고, 오르쿠스가 장성했을때는 고래 등 위에 큰 마을이 생길 정도였다고 해. 게다가 이 마을은 포츈의 힘으로 보호받고 있었어. 오르쿠스가 먹이를 찾아 잠수하더라도 마을 안에서 멀쩡히 숨을 쉬고 심지어 불까지 피울 수 있었대. 신기하지? 오르쿠스로 사령관을 인도한 포츈은 가장 높은 왕좌에 그를 앉히고 충성을 맹세했어. 페룸 제국의 탄생이지. 


페룸 제국의 첫 번째 목적지는 대지모신의 복수였나봐. 제국의 첫 번째 목표는 연결체 ‘스토커’를 무찌르는 것이었지. 스토커는 연결체들 중에서도 특히 비열한 성격으로, 부하들을 미끼로 써서 적군 지휘관을 몰래 저격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지. 연결체가 뭐냐고? 악마들의 지도자인 지옥의 왕에게 직접 연결되어 그 힘을 끌어다 쓰는 철충들의 행동대장들을 말하는거야. 라비아타님에게 큰 부상을 입힌 것도 아까 말한 연결체 ‘스토커’야. 휘하에 수많은 철충들을 거느린 연결체를 물리치기엔 아직 제국의 힘은 약했지. 그러나 걱정 마시라, 영웅에겐 언제나 훌륭한 동료들이 나타나는 법.


신들의 수호자, 고대의 강철 골렘, AGS들이 사령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어. 한때 창조신을 섬겼던 그들이었지만, 창조신이 세 종족의 반목에 실망하여 사라진 뒤 주인을 잃은 상태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상태였어. 강철의 신체를 악마들에게 뺏기고 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자들도 있었지. 하지만 그들의 창조주가 대지모신 라비아타에게 새로운 신탁을 내려주었잖아. ‘예언의 인간이 이 세계를 구할 것이다.’ 그들의 창조주가 명했기에 그들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어. 몸속 깊은 곳에서 마력을 끌어올리며 창조주께 하사받은 무구를 다시 집어들었지. 사절로 보내진 ‘펍 헤드’ 모델. 뭐? 펍헤드는 그 귀여운 네발달린 인형 아니냐고? 음, 모습은 비슷하지만 말이야. 고대의 AGS 펍헤드는 번개를 다루는 힘을 지닌,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수호자였대. 그 정도 힘이 되는 존재가 나와야 AGS들의 사절 자리에 걸맞지 않겠어? 아무튼 그렇게 AGS들은 사령관에게 합류했어. 사령관이 창조주의 대리인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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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뇌절 같긴 한데 좋아해주는 사람 있는 거 같아서 꾸준하게 계속 써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