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울 예정이었던 오르카 호의 사령관 집무실에서 스노우페더는 사령관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하고 있었다.

 

“사..사령관님, 그건 너무 부끄러운데요..”

 

“괜찮아, 괜찮아. 말 한마디 하는 건데 뭐. 그리고 여긴 너랑 나밖에 없잖아?”

 

“그래도..”

 

“스노우페더야, 한번만 해 주면 안될까? 사령관이 정말 너무 듣고 싶은데..”

 

사령관의 끈질긴 요청에 스노우페더가 울고 싶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이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곧 그녀의 조그마한 입이 열렸다.

 

“우↗↘..”

 

“예아..”

 

사령관이 왈칵, 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스노우페더가 사령관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기쁜 얼굴을 하다 곧 자괴감으로 온몸을 비틀었다. 그런 기괴한 소리를 냈다고 좋아하는 사령관이나 그걸 보고 기쁨을 느끼는 자기나 너무 병신같아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사령관의 기행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그는 마리의 금발을 보고 노랑색이니 마리도 盧의 일족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지껄이거나, 슬레이프니르에게 아주 빠르게 날아다니는 뗑컨이라는 개소리를 해 슬레이프니르를 울리거나, 레오나의 이름을 레오 盧 ㅏ 라고 부르는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는 등 평소의 그라면 벌이지 않았을 유치하고 멍청한 짓들을 벌여 믿음직한 사령관의 모습을 기대하던 뭇 지휘관들을 울리거나, 황망하게 하거나, 혹은 혼이 빠지게 만드는 만행을 하루종일 이어갔다.

 

분명히 어제까지는 정상인 그 자체였던 사령관이 무언가 뒤틀린 인간으로 변해 버린 꼬라지를 보던 지휘관들은 이 일에는 범인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오르카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급격하게 쓸만해지는 도촬범 하나가 있었다.

 

그러므로 지휘관들은 그날 저녁 문제의 도촬범에게 100참치짜리 의뢰를 건넸다. 하루종일 비번이라고 자기위로에 힘쓰던 그 도촬범, 탈론페더는 처음에는 100참치를 꽁으로 먹겠다며 좋아하다가 오늘자 사령관의 행적을 보고 혼돈스러운 표정을 했다. 

 

‘대체 어제 뭘 보셨기에 저러시는 거야..’

 

곧 탈론페더는 오르카 호 곳곳에 설치한 카메라들로 사령관이 대체 어디서 뭘 잘못 먹은 건지 알아내기 위해 배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회의실, 집무실, 카페, 식당, 공부방, 기숙사까지, 오르카 호의 곳곳에 설치해 놓은 탈론페더의 카메라가 평소의 AV촬영용이 아닌 정보수집용으로 빛을 발했다.

 

얼마 있지 않아 범인을 찾은 탈론페더가 눈을 부릅떴다. 화면 안에서는 운디네 하나와 노움 하나가 사령관에게 USB 저장매체 하나를 건네고 있었다. 그녀들과 사령관 사이의 대화가 고성능 청음기에서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게 그렇게 재미있는 동영상이라고?”

 

“사령관, 피곤하거나 힘들 때 보면 정말로 도움이 될 거야. 내가 보장한다구!”

 

“맞습니다, 사령관님. 이걸 보면 저희와도 가족이 되실 수 있을 겁..윽!”

 

“하하, 운디네, 왜 노움을 꼬집고 그래?”

 

“농! 이건 꼬집은 게 아니라 잠깐 부딪힌 거라고 하는 거야!”

 

“흐음..그래, 뭐 그건 봐주도록 할게. 대신 다음에는 그러지 마.”

 

“응!”

 

운디네가 노움의 허리춤을 꼬집는 걸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하던 사령관이 운디네의 변명과 노움의 별 것 아니라는 표정에 일단 봐준다는 표정으로 USB를 가지고 집무실로 향했다. 사령관이 가자 노움과 운디네가 대화를 나누었다.

 

“예아. 이제 사령관도 가족이 되었다, 하! 그렇게 됐습니다.”

 

“이제 사령관이 아니라 사령관 게이가 되어버렸노..”

 

“그럼 이제 사령관을 설득하면 그 마을에도 가볼 수 있다 이기야!..”

 

영상을 보고 있던 탈론페더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곧 그녀가 태블릿을 조작해 동영상을 메일로 보낼 준비를 했다. 받는 사람 주소명을 넣는 장소에 네 개의 주소가 입력되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L[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탈론페더가 숨을 흡-하고 들이쉬더니 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의뢰 수행완료]의뢰하신 사건에 대한 경황이 파악되어 안내드립니다.

 

마리 님, 무적의 용 님, 레오나 님, 슬레이프니르 님. 네 분께서 의뢰하셨던 사령관의 갑작스러운 이상행위 원인이 특정되어 증거영상을 보내 드립니다..

 

 

다음날 문제의 노움과 운디네를 찾기 위해 오르카 호는 한판 제대로 뒤집어졌다. 스틸라인을 순시하는 마리와 기함 갑판에 모아놓은 장교들을 보고 눈을 부릅뜬 무적의 용의 눈에는 불똥이 마구 튀어오르고 있었다. 

 

상공에서는 슬레이프니르가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며 혹시 튀려는 년이 없나 빨간 눈에 핏줄이 오를 기세로 위협비행을 하고 있었고, 문제의 동영상의 출처를 찾아본 레오나가 자괴감에 울면서 선실에 처박힌 덕에 발할라가 울먹이는 대장을 진정시키겠다고 문 앞에서 만인소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도 사령관은 여전히 스노우페더를 불러놓고 만행을 일삼고 있었다.

 

“페더야, 그거해봐 그거.”

 

“사..사령관님..또요?”

 

“해봐, 빨리!”

 

울상이 된 스노우페더가 다시 말했다.

 

“우우..우↗↘..”

 

“하아..그립습니다..”

 

사령관이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스노우페더가 온몸을 자괴감으로 비틀었다. 지휘관들이 사령관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기 전까지 스노우페더는 괴상한 요구로 고통받을 게 확실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