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어느 점심시간에 갑자기 누나한테 전화 옴


우는 목소리로 엄마가 크게 다쳤으니 조퇴하고 ㅇㅇ대학병원으로 오라고


그래서 조퇴하고 가니까 울고 있는 누나랑 삭발하고 머리에 호스 같은걸 꽂고 누워있는 엄마가 있었어.


무슨 상황인지 들어보니 화장실에서 크게 미끄러져 머리를 크게 부딪쳤는데 대처시간이 좀 늦었대 이런 중상은 시간이 생명이잖아.


의사가 엄청 진중한 목소리로 최악의 경우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 있다고 할 만큼 상태가 안 좋았어.


중학생 때부터 운 적 한 번도 없었는데 그때 엄청 울었어.


근데 우리 엄마가 미용사였거든 내 머리가 꽤 덥수룩하게 자라서 잘라야 할 때였음.


갑자기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엄마가 다시 깨어나서 머리 잘라줄 때까지 머리 자르지 말자고.


혼수상태였던 엄마가 정신을 차렸는데 상태가 진짜 심각했어.


말 거의 옹알이처럼 해서 못 알아듣고(글도 못 썼음)


걸음도 부축해줘야 겨우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수준이었어.


아빠랑 누나는 일 때문에 바빠서 학생인 내가 주로 간호했어.


간호하면서 진짜 힘들었어.


잘 걷지 못해서 화장실까지 못 가니까 기저귀 채워서 갈아주고 가끔 발작 오고 제일 힘든 건  엄마가 뭔가 말하려는 거 같은데 알아들을 수 없어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거였어.


열심히 말 걸어주면 말이 좀 더 빨리 는다고 해서 말 열심히 걸어주고 다리 조금이라도 자극 오도록 열심히 주물러줬어. 입원하고 한 달간은 나아지는 게 안보여서 화장실 가서 몰래 자주 울었었는데 다행히 한달 지나니까 점점 나아지더라.


간호하면서 엄마가 머리 그냥 다른 미용실 가서 자르라 했는데 무조건 엄마한테 자를 거라고 일어나실때까지 머리 기를꺼니까 안된다고 거절했어.


기적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점점 회복해서 영구적인 후유증으로 말이 좀 어눌하고 걸음걸이를 절게 되었지만 퇴원하게 되었어.


드디어 엄마랑 같이 거의 자연인이 된 머리스타일로 몇 달 동안 휴업한 미용실 가서 머리를 자르게 되었어


근데 엄마가 내 머리를 자른 지 한 5분도 안 돼서 울기 시작한 거야.


그래서 나도 울었어.


살아주셔서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