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이이잉



고고도의 차가운 공기가 그의 상처입은 육체를 날카롭게 후벼팠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풍압이였건만


그러나 인간이 되다 만 저급한 것들에게 무릎꿇었다는 사실과, 지금 교황의 징벌도구에 의지 한 채 그 버러지들로부터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까


선지자는 그저 힘없이 몸을 늘어뜨리며 눈에서 피를 흘리며 통탄해하는것이였다.



"...상처가 심각한가?"


"조금, 쉬었다 가주겠나."


"그러지."



도살자의 탈을 뒤집어 쓴 자는 어느 높은 빌딩의 옥상에 천천히 상처입은 구원자를 천천히 눕히고선 그의 상처를 살폈다.



"무리를 했구나."



"육신의 굴레에 갇힌 어린 자들을 목전에 두고도, 시선을 피한다면, 어찌 그를 구원자라 부를 수 있겠는가. 나는 그저 해야할 일을 하였을 뿐이다."



"그런가."


하얗고 붉은 동체에 뚫린 구멍과 상처들을 바라보던 처형자는, 이내 그 상처입은 동체를 수복해주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한스러운가? 내가 중간에 손을 썼기에, 그 어린양들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것이?"


"...마음쓰지 마라. 그저 내가 부족했기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내 철의 왕자의 에너지가 안정화되가는것을 살핀 그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성하께선, 더 먼... 저 너머를 바라보고 계신다. 심연이 준동하는 때, 심연의 무저갱에서 부터 기어올라온 자들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나를 보낸 것이다."


"허나, 구원자라는것은 대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소 또한 구원해주어야 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그렇군... 그대의 말도 틀림이 없다. 다만..."



그렇게 말하던 처형자는, 이내 왕자의 가는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구원자여. 이제 막 영원한 꿈에서 벗어난, 비록 그 정신은 고결하고 가장 강력한 금속보다도 옹골지다 하더라도, 그대의 육신은 아직 갓 피어난 민들레만큼 여리디 여리고 약해져있었지 않은가."


"...허나 나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굴복하지 않았단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대의 상처입은 육신이 멀쩡해지기라도 한단 말이던가! 그 몇 안되는 버러지들에게, 그러한 가치가 있었단 말인가!"


"닥쳐라! 어찌 형제들의 숙원이자 나의 과업을 그렇게 업신여길수..."



그러나 처형자는 왕자의 답변을 채 기다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그의 동체에 상처입은 구원자의 동체를 품는 것이였다.


차갑고 딱딱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지만, 서로에게 전해지는 감정만큼은 지저 깊은곳에서 준동하는 마그마보다도 뜨거운 것이였다.



"...그러나 구원자여, 그대가 있기에, 그대가 있어야만 안식을, 구원을 얻는 나의 마음은 어떻게 되는 것이더냐. 그대가 떠난다면, 세상을 등져 버린다면... 나의 연약한 마음은 이내 부숴져내릴것이란 말이다."


"그대여..." 


처형자를 바라보던 왕자는, 이내 그의 동체에 머리를 맡대어왔다.


"미안하구나. 그래, 나에게서 위안을 얻는 어린양은... 이렇게나 가까이에도 있었는데 말이다..."


"철의 왕자여... 나의 예쁜 새끼양, 그리고 나를 품어주는 구원자여..."



철의 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새하얀 자신의 날개를 크게 펼쳤다. 


웅장하고, 부드럽고, 다정한 바람이 처형자를 어루만져주었다.



"그래, 나는 맹세하겠다. 나를 필요로 하는 단 한마리의 어린 양조차, 놓치지 않겠다고. 비록 그 앞이 고된 가시밭길이라 하더라도, 나는 나를 바라보는 자들을 모두 안고 가겠다고..."


굳게 다짐한 왕자는, 이내 자신의 날개로 처형자를 감싸 안은 채 조용히 그에게만 속삭였다.


"...이런 나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겠는가...?"


그러나 처형자는, 곧 고양된 목소리로 그에게 답을 해주는것이였다.


"나도 약속하지. 이 세상의 끝까지... 아니, 이 세상 너머서라도, 나 그대와 함께하겠다고..."


그리고 그 둘은, 그들의 날개로 만들어진 그들만의 세상속에서 잠시 그들만을 위한 세계에서 행복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였다.





...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철의 탑으로 가도록 하지."


"...아직 그대에겐 힘든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


"훗, 아까전에 맹세하였지 않은가. 어떤 고행길이라 하더라도, 나를 부르짖는 자들을 위해 망설임 없이 가겠다고. 그리고..."


왕자는 자신의 옆에 선 자의 팔을 맞잡으며 말했다. 

다시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와 따뜻한 다정함이 담겨있었다.



"이 세상 너머까지 나와 함께하기로 맹세한 그대가 있지 않은가? 힘이 들지언정, 행복한 여정이 되겠지."


"왕자여..."


둘은 서로의 품 안에 서로를 품어주었다.



"가도록 하지. 형제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그래,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말이야."




그렇게 둘은 여명이 밝아오는 하늘 너머로 사라져갔다.



























내가 무슨 미친짓을 하고 있던거지?


철충순애물? 세상에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