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령관. 

잠시 방을 빌려도 되겠는가?

고맙다. 하마터면 당직을 서고 있는 사디어스에게 들킬 뻔 했군.


음, 이 차림 말인데...웃지 말고 들어주면 좋겠다.

아니, 만지는 것도 안 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오늘 아침이었다.

사령관도 이미 알고 있듯 오늘 아침에 호드의 새로운 대원이

저항군에 합류했다.


그 샐러맨더 말이다.

전쟁 당시 죽음에 대한 생리적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도박, 더 나아가 스릴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성격이 부여된 가여운 아이다.


몰랐던 모양이군.

그녀의 도박 중독은 개성 따위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부여된 '장치' 인 것이다.


맞다.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 점심 후 훈련을

자율로 돌리고 샐러맨더의 면담을 진행한 것이다.

어땠냐고?...보는 대로다.


양말을 제외한 장비를 전부 빼앗겼다.


아니...읏...엉덩이는 아직...


...상관없다.

만지면서 들어도 별로...


어쨌든 샐러맨더와 면담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그녀도 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주더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분 정도 대화하던 중 갑자기 샐러맨더가 묻더군.


'만들어진 성격과 그렇지 않은 성격을 구분하면 뭐가 좋은데?'


대답하기 어려웠다.

단지 만들어진 성격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맞는가,

또한 그렇다고 한다면 어떤 이득이 있는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과거의 인간들을

싸잡아서 안 좋은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령관은 다르다고 했...지...않은가...

아래쪽에 물...어봐도...


...아직 19시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줘도 많이 남을 것이다...


그 질문에는 대답을 할 수 없었지.

내가 머뭇거리자 샐러맨더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나랑 내기 하나 할래?'


내용은 간단했다.

아무 게임으로 내가 그녀를 이기면 

자신의 도박 중독에 관해 전부 나에게 일임하고

내가 지면 도박을 좋아하는 것 또한 개성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고?

그렇지는 않...하...

...갑자기 뽑으면 놀랄 수 밖에 없지 않나.


아무 부탁이나 거절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사령관의 부탁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 하루 종일...


...넘어갈 뻔 했군.

기만전술이 날로 능숙해지는데, 자랑스럽다. 사령관.


결국 나는 샐러맨더와 게임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졌다.

그래서 도박을 개성으로 인정하려고 했지.

사실 별로 납득이 가지는 않았지만.


...아니, 내가 패배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그건...그래, 침대 위에서는 아니지만...

...사령관, 서투른 기만전술은 적의 전투 회피, 심하면 후퇴까지 유발할 수 있다.

 

알겠다. 이해해줘서 고맙다...나도 사랑한다...


...그때 샐러맨더가 한 판에 끝나면 재미가 없다면서

자신의 성격에 관한 문제 말고 다른 걸 걸고 몇 판 더 하자고 했지.


그래, 옷을 걸게 되었다.

음...처음부터 옷을 판돈으로 올린 것은 아니다.

리볼버 캐논이 시작이었지.


결국 기동용 장비를 전부 빼앗긴 나는

그쯤에서 끝내려고 했다.


아마 내가 처음으로 상대를 잘못 파악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녀석은 장비를 전부 빼앗고도 몇 판 더 하자고 했다.


나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그게...어디서 난 건지는 몰라도...


당연히! 동침권을 걸면 승부에 응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

나는 판돈으로 내 옷을 걸었고

샐러맨더는 동침권을 걸었다.


결과?

동침권은 손에 넣었지만...

...이상이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냐니...

원래는 옷을 입고 오려고 했지만

숙소 문이 잠겨 버려서...


아니다...

나, 나는 용 총장과는 다르다! 물론 사령관이 좋다면 할 수는 있지만...


지금부터?

잠깐, 잠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