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사령관은 눈을 떴다.

'잠깐 졸았군.'

"사령관, 깼어? 자, 다시 지휘를 시작해줘."


오늘... 아니, 3일 철야중이니 3일 전 부터 시작되었다 말하는 것이 맞겠구나.

내리 사흘째 계속되는 별의 아이의 공세에 오르카호, 아니 마지막 인류 연합사령부는 끔찍한 결과만을 도출해 내는 미래만이 남은 상황이다.


태평양에서 도망쳐나온 우리는 대서양을 지나 어느덧 케이프타운, 희망봉 언저리에 잠깐 정박해 있었다.


하지만 별의 아이는 우리를 추격하는데 성공했고, 이는 우리의 전멸을 말함과 같았다.


심지어 인도양쪽에서 새로운 별의 아이 개체가 식별되어 앞으로 2... 아니지, 하루만이 남은 상황이다.


우리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니다.. 결단코 이번에는 절단이 나서 차가운 시체가 되어 땅바닥에 뒹구는 미래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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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한 직후 별의 아이 두 개체의 합공을 받은 우리가, 아니, 내가 어둠 속에서 눈을 뜬 후 일주일 째, 나는 차라리 그때 모두와 같이 죽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레모네이드였다. 그래, 이전부터 거슬리던, 그 영감쟁이들을 살리겠다고 벼르던 그 썅년이다.


그년은 나만, 그래. '나만' 그 지옥에서 가지고 나왔다.


다른 모두들은 죽고, 뿔뿔이 흩어짐을 피할 길이 없는 그 상황에서 나만이 살아 그녀에게 납치당했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눈을 뜬지 최소 일주일(여기는 시계가 없는, 단지 깨끗한 실험실이다)은 되었다 추정되는 이 긴 시간동안, 나는 아직도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무슨 약물이 나에게 흘러들어오고 내 어떤 성분이 흘러나가는지도 생각하기를 관둔 지금, 나의 전쟁은 이로써 끝났다라는 생각만이 머리를 맴돈다.


모두와 함께한 추억, 슬펐던 일들, 즐겁고 행복했던 과거는 전쟁의 종언과 함께 영원히 나의 기억속에만 남게 되었다.


아니, 이제는 그런 인식을 유지하는것만으로도 버겁다. 이 썅간년은 도대체 어디로 간거어야아아아.....

나, 는, ... 어디, 있는, 거, 야?,??

나,   나, ... 나는,   나는! 여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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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주인님이 깨어나실거야!

성공했어. 성공적이야-! 이제, 주인님을 모시고, 저 달로, 더 멀리 저 화성으로 도망가기만 하면, 성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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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떴다.

이상하지. 한쪽만 보인다.

저 멀리 태양의 밝은 빛이 아롱거린다.


... 나, 죽은 거 같은데.

왜 생각하고, 볼 수 있지?

그리고..

저 앞의.. 시체... 레모네이드...

투박하게 잘려나간 팔과 가슴께가 보인다.


욕정보다 생리적 혐오가 먼저 일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레모네이드의 반라의 나신이 내 앞에서 공중에 부유하고 있다...


그리고 저 앞에는... 지구? 아, 저게 지구구나, 라고 한번에 알 수있는 행성이 있다.

그런데... 저게 지구가 맞나? 분명 지구 주변에 배회하는 위성은 달 뿐일 것이다.

왜 달이 하나 더 있지? 그것도 시뻘건 피가 흩뿌려진...


... 잠시 내 눈을 의심하게 한 비정상적인 풍경에 다시 한 번 변화가 생긴다.

오르카 호, 그러니까 우리의 마지막 격전지였던 희망봉 일대로 보이는 곳에서 유백색의 형이상학적인 괴생명체가 마치 물에서 나오듯 일어선다. 그리고는 허리께, 골반 정도까지 빠저 나오다가 끔찍한 비명을 지른다.저 아래, 별의 아이의, 아니, 무엇도 되지 못한 무언가의 아래쪽부터 새빨간 물감을 도화지에 떨어뜨린 것처럼, 번지듯 색이 변했다.


비명을 지르는 그것은, 어디선가 날아온 거대한 투창 형태의 유성에 머리가 관통되었다.

그것의 눈... 아니, 그것이 아니다. 좀 더 근원의... 무언가가... 그래, 아마도, 지구가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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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ㅡ.........ㅡㅡ...

....그렇도다! .....ㅡㅡ을 발견했....ㅡㅡㅡ...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눈? 눈이 남아 있었던가?

죽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앗, 인간님이 일어나셨어요! 라비 언니께선 아직 연락이 안돼나요?"

"오, 드디어 일어났네, 인간. 오르카 호에 온 걸 환영해!"

"후. 후. 후... 나의 권속이여! 드디어 눈을 뜨고 나를 봐주는구나! ... 흐어엉! 진짜 걱정했다구...!"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다시 이들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싸울 것이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나의 새로운 미래가 쓰일 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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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s 타임라인

닥터 2334 개인 스레드


제목 - 첫 회귀실험 전 기록.

내용 - 오늘, 인도양의 별의 아이 신 개체가 100km이내로 접근, 이에 나는 "프로젝트 과거로 가자!"를 실행하기 위한 상황 넘버 001에 부합한다 확신, 조금 전 프로젝트를 가동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레모네이드 6번 개체와 7반 개체의 주인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얼마만큼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남아있는 우주여행이 가능한 비행체는 다행히 모두 내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이며, 추가로 우주비행체를 개발한 정황이 없으므로 이 비행체들 중 하나라도 지구 중력장 90% 범위를 벗어나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이후, 그러니까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 후 내가 이 스레드를 확인했다면, 즉시 이 내용들을 추가파일 외장하드 6번이 저장하고 타임라인네트워크에서 지울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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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s 타임라인

닥터 2344


제목 - 야 이런거 본적 있냐?

내용 - 오늘 잠깐 올라왔던 글이야. 올라오고 거의 즉시 지워졌지. 이거 관련해서 아는 사람 있으면 같이 연구해 봐야 될 거 같은데.

나 이 글 올라온거 확인한 직후에 이상한 에너지파동이 우주에서 새로 관측됐어. 만약, 이걸 연구해서 다중우주가 상호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이걸 활용해서 뭔가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누구 양자물리학 박사학위 가지고 있는 자매?


ㄴ 닥터 4002 : 저요~

ㄴ 닥터 4002 : 나도 새로운 우주복사파장 관측 확인했음. 이거 관련해서 새로 스레드 파지 말고, 양자역학스레드로 와. 이미 몇 번 관측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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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꿈도 희망도 없는 패전 후 상황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이야기를 덧붙인 이유는 제 글들을 약간 드래곤볼처럼 나중에 모아놓고 보니 하나의 글이더라 해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그리고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 작품에서 일부 요소를 섞어넣어보았습니다. 별의 아이에 대해서 설정이 부족하다 보니 좀 섞어넣어 보충할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이번 글도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오타비문지적은 항상 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