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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씨? 다시 연결됐나요? 들리--나요?」


「잠시- 네. 감도 양호해졌습니다. 이번에도 예기치 않게 발생한 듯하군요

이제 영상도 회복됐으니 시작하시면 되겠습니다」


「네. 그러면... 음, 주인님? 잘 도착하셨나요?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어느새 주인님과, 또 함께 간 모든 분들이 예정대로라면 도착할 때가 되어가니, 그때 맞춰 받아보실 수 있게 에이다씨를 통해 이렇게 말씀드리려고 해요. 이걸 보실 때쯤이면 무사히 자리잡으셨겠지요..? 부디 주인님과 모두가 불편하지 않게 계실 수 있도록 되어있어야 할텐데...

아, 저흰 잘 지내고있어요. 그, 그리고 그 전에, 우선 사과를... 드려야만 하겠죠, 네.....

정말, 정말 죄송해요 주인님.. 저도, 주인님의 뜻과 달리 이렇게 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지만...

제가, 남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면, 당연하게도 주인님은 말도 안된다고, 같이 가자고 직접 제게  말씀하셨을테고, 그럼 전 따를 수밖에 없었겠지요..

저도 정말, 정말 많이 고민하고 결심한 것이었어요. 저 자신만의 심정대로라면, 죽더라도 주인님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고 이렇게 떨어지게 되고 싶진 않았어요. 그건 주인님도 잘 아실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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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고대해왔을 것이다.

그 기나긴 사투의 끝을. 그리고 가능해보였다. 계속되는 승리를 보여준 단 한명의 인간, 그와 함께라면 정말로 그 끝을 볼수 있을거란 믿음이 생겼고, 마침내 그것은 현실로 바뀌었다.

그토록 강대하고, 끝이 없는 듯 많아보였던

모든 적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의 바로 다음 순간부터는 그 누구의 기대와도 달랐다.


되찾은 평화, 재건, 시작되는 인류의 부흥,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일상, 

이 모든 꿈꿔오던 희망찬 미래의 모습들은

사라지던 적이 최후의 순간 지펴놓고 간, 커다란 불구덩이에 휘말려 함께 사그러들고 말았다.



첫 희생은 AGS들의 몫이었다. 유례없는 강력한 전자기 폭풍이 전 지구를 뒤덮어 지상에 노출된 모든 전자회로들을 고철로 바꿔놓았다. 

마지막 전선에 섰던 오르카의, 또 외부 지원부대들의 로봇들 역시 예외는 못되어, 나름 충분하리라 여겼던 모든 EMP 대비책들이 무색하게도

작별인사 한마디 남길 틈조차 없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남은 이들이 이를 슬퍼할 새도 없이 그 다음 불길들이 연이어 엄습했다.

원인도, 어디서 오는지도 모를 감마선과 오존의 농도가 폭증하는 등 온갖 기현상이 시작되어, 바이오로이드라도 방호장비 없는 맨몸으로는 밖을 다닐 수조차 없게 되었다.

기온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올라, 멸망 이전에 최종 방위구역으로 설정돼 수많은 구 문명의 유산, 즉 앞으로의 인류에게 자양분이 되었어야 할 물자들이 가득한 섬들은 차례로 수몰되었다.

내륙에는 수시로 돌풍이 몰아치거나 끊임없이 벼락이 내리치는 지역이 늘어났다. 격화되는 지진과 화산활동까지 가세했다.

마치 지구가 수십억년전 갓 태어났을때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닌가 싶은 지경이었다.



왜 이렇게 된건지, 멈출 방법이 있는지 따위를 생각할 시간조차 없어 보였다. 지상에 적들이 널려있던 시절보다도 훨씬 촉박해졌고, 한시라도 빨리 최악의 상황만은 면할 방도가 필요했다.


우선 대전제는, 당연하게도 최대한의 생존자, 그리고 가능한만큼의 자원과 물자의 확보.

방향이 정해졌다. 정하기까지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결단은 필요했다.

적어도 지금 지구의 상황보다는 나을 그곳. 인류멸망후에도 몇십년이고 계속해서, 언젠가 이주해올 인간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을 그곳으로.

에이다가 주기적으로 수신해온 보고통신에 의하면 이제는 어느정도의 거주구역이 세워졌다고 한다. 충분할런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과 놓고 본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개발은 가서 더욱 많은 손을 보태어 속행하면 될 일이다.


방법도 찾아내었다. 

멸망 이전에 곳곳에서 행성간 이민선을 만들었다는 기록들에 따라, 마침 가장 거리가 가깝고, 오랜 전쟁에도 파괴되지도 아직 바다속에 잠기지도 않은 타네가시마의 우주항을 조사한 결과

해수면보다 낮게 숨겨진 건조 도크에서 5척의 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완성된 것은 없었지만, 파손되거나 미완공인 2척의 부속과 자재를 유용해 남은 인원 모두 밤낮없이 매달려 

기어이 3척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냈다.


그 사이 마지막으로 생존자와 물자 탐색에 나섰던 오르카 호와, 함대의 다른 잠수함들도 돌아왔다.

더는 지체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수년동안을 지내며 집이나 다름없이 정든 오르카도,

모두의 고향이며, 이제야 적들의 손아귀에서 겨우 되찾아 새로운 집이 되리라 의심치 않았던 지구도

지금은 작별을 고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요소, 특히 위험성을 고려해 출발은 약간의 간격을 두고 하도록되었다. 건조기록상 3번이었으나 가장 먼저 조정이 끝난 타르시스 호가 첫 번째로, 선장은 불굴의 마리가 맡기로 정해졌다.

지상전을 위해 태어났고 실제로도 오랜 세월 그 분야에 머무른 그녀였으나 오르카에 합류하면서, 또 이후 호라이즌을 비롯한 함대들과 함께 활동하는 사이 함선에 관해서도 조예가 깊어졌고

게다가 많은 인원을 통솔하는 경험면에서는 추종을 불허했으며, 그녀의 성품답게 몸소 선두에 선다는 의미도 있었다. 다만 조함의 전문가까지는 아니므로 세이렌이 1등항주사로서 보좌, 보완하는 인선이 되었다.


배웅하는 사령관에게 마리는 담담하고 정석적인 인사를 건넸다.


"그럼 각하, 우리 모두의 순항을 기원하며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도착해서 다시 뵙겠습니다"


다만 동승하게된 아르망은 조금 달랐다. 언제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 보고있는 그녀의 언사는 평소에도 대체로 뜬구름 잡듯 하는 편이지만, 이날만큼은 특히 더 묘한 느낌이었다.


"폐하, 지금은 이렇게 떠나게 되지만, 어쩌면... 머지않아 돌아올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부디 상심이 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럼...."


하늘 높이 떠올라 짙은 먹구름 사이로 사라지는 은빛 선체를 바라보던  사령관은 이번엔 아르망이 또 무슨 예측을 했길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몇개월째 이어져온 이민준비의 강행군으로 쌓인 피로에, 그 자신 역시 몇시간내로 떠날 마지막 점검을 해야하는 것 등으로 곧 잊어버리게 되었다.



얼마 후 사령관 또한 승선하여 선교에 도착하니, 선장석 앞에 선 무적의 용이 쓸쓸한 눈으로 거칠게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지않은 시간을 함께 지내왔지만, 언제나 담대하고 침착하던 그녀가 이토록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었던가.


"이 한몸 평생을 뱃사람으로 살아왔건만, 이제 바다라고는 한 줌도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한 항행을 하게되다니... 차마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역설적인 심정이라오.....

...그저 이 또한 피할 수 없으매 받아들일 뿐. 한번도 올라본적 없는 항로이더라도, 목숨을 다해 그대를 새로운 땅으로 모셔 보이겠소.

자, 선장이 전한다. 듀칼리온, 출항하라!!"



그렇게, 마지막 인간을 태운 배가 떠나면서

한때 모든 인류가 사라졌다가, 잠시나마 단 하나의 희망이 싹텄던 지구 위에는

또다시 인간이라곤 한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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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써둔거 고치고 또 고치기만 하다 대회 끝나던가

다른 참가자가 비슷한 설정으로 써올까봐 미완성이지만 일단 한편 던지고 봄미다

기간중에는 가급적 끝을 내보도록 하겠읍니다

문학 써본 경험이 적어 글 정돈을 못하니 끝까지 읽어주셨을 분들께 죄송

앞으로 몇 편 동안 n과 p 파트의 2개 시점이 이어질 듯 하므로 참고해주시고

그 행성 관련이다보니 개인적으로 오마주 조금 해보았읍니다


끝으로 갓이과님들께서는 미천한 문과의 무리수를 발견하셨더라도 그냥 과학알못 새기가 소설을 쓰는구나 하고 넘어가주시면 ㄱㅅ함미다

그리고 H2O가 산소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