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다듬고 싶었는데 이젠 진짜 시간이 없다

그래도 남은 기간동안 쓰고 싶었던 이야기 다쓰는거 성공

진짜 3일만에 이만큼의 분량을 도전하는 데 성공한 게 몹시 기쁜 것 같다

혹시나 2부 이야기 기다려준 사람들 있으면 정말 고맙고 전부 읽어줄 사람들 수고하고 고맙다







2-1. 뜻밖의 부탁

점점 일이 꼬여가기 시작했습니다.

 

메이를 따라 마을의 구석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서는 이미 유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멸망의 메이-

유미, 아직 칸 녀석들이 이 집에 들이닥치진 않았지?

 

-커넥터 유미-

,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니까 서둘러 들어가세요.

 

유미는 부엌의 식탁 아래에 깔린 카펫을 들어올렸다.

그 아래에는 비밀 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내려가니 블리처가 우리를 맞이했다.

전부 내려가고 유미가 문을 닫고서야 우리는 그제서야 숨이 트였다.

 

-블리처-

전부 다 도망쳐 온 것이 아니로군요.

 

-레오나-

전원이 도망만 친다면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지. 다른 녀석들은 따로 움직이기로 했어

 

가장 눈에 띄는 아이언 애니는 나이트 앤젤의 협력 하에 적들을 교란하고 마을 바깥으로 잠시 대기. 그리고 블랙 리리스는 잠시 조사할 것이 있다며 이프리트를 끌고 이탈한 상황이었다.

 

-운디네-

다른 녀석들은 딱히 걱정이 되진 않지만, 역시 이프리트는 신경이 쓰이는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심히 공감한다.

 

-모모-

걱정마세요. 이프리트 씨는 비공식적이지만 잠입의 귀재라는 소문이 자자하잖아요.

훈련시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 외진 장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그녀,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어떻게 그곳까지 도망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라면 충분히 무사할 거라고 봐요.

 

-레오나-

대충 우리 상황은 이야기한 것 같고, 시간도 부족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도록 할게.

뒷문에는 무엇이 있는 거지?

 

-블리처-

...좋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만 이야기하도록 하죠.

과거 이 마을이 생기기 전에 이곳에는 연구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수많은 연구원들이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있었죠. 제 주인님도 그곳에서 일하시던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병 때문에 다른 연구원들은 전부 목숨을 잃고 주인님만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소는 숨기기로 하고 지금 있는 곳에 도서관을 세운 것이죠.

그때 보신 그 문이 바로 연구소의 문입니다.

 

-실피드-

그래서 그 문을 지키려고 했던 것인가... 그런데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거야?

 

-블리처-

당신들을 공격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빅토르, 과거 군 부대의 사령관이자 호드를 지휘하는 사령부에 위치한 사람입니다. 그가 당신들을 공격하라고 한 이유는 단 하나, 비밀이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떄문입니다.

 

-레오나-

비밀이라고?

 

-블리처-

간단한 비밀이라면 아무 상관도 없었겠죠. 하지만 그것이 이 마을을 완전히 없애버릴 정도의 비밀이라면요?

 

-사령관-

마을이 사라진다고?

 

-블리처-

우리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마라. 그것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리

우리와 이야기하지 말아라. 더 이상 그들과는 소통이 될지 못할지니.

우리를 알고자 하지 말아라. 그것은 너희를 미치게 할 지니리.

 

-모모-

꼭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듣는 듯하네요. 좀 무섭지만요.

 

-블리처-

사실 주인님의 책상에 놓인 메모를 읽은 것 뿐이예요. 하지만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아직 저도 알지 못했어요. 아마 주인님과 남아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겠죠.

 

-사령관-

그렇다면 그들을 만나서 직접 물어봐야겠네. 레오나, 리리스 쪽은 지금 연락 가능해?

 

-블리처-

아뇨, 여러분들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해주지 마시죠.

 

-사령관-

?

 

 

 

(전투)

 

어두운 복도에서 총성이 들려온다.

총에서 일어난 불꽃이 번쩍이면서 비치는 그림자

내부에서의 기습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있는 병사들은 조심해서 총성이 난 곳을 향해 걸어왔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총을 쏜 사람도, 심지어 시체마저도.

의아해하던 찰나, 또다시 총성이 일었다.

그 총성은 자신들에 뒤에서 들렸다.

미처 자신의 몸에 구멍이 뚫린지도 모른채 병사들은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몇 발의 총성이 들려온다.

불꽃이 피어나고 불꽃이 저문다.

사방에서 피어나는 고통어린 비명소리

하지만 그 비명소리마저 총성이 다시 한번 일어날 때마다 또다시 잠잠해진다.

점차 복도에 있던 병사들은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공포로 바뀌어간다.

잔뜩 흥분하며 자신의 총으로 주위를 겨냥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샌가 자신의 밑에서 나타난 누군가와 함께 들려오는 총성에 병사들은 쓰러진다.

지금 남은 병사는 몇 명일까, 아니 혹시 나 말고 남은 병사는 더 이상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양 귀를 잡고 몸을 웅크리던 병사는 어느덧 자신의 앞에 누군가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자 자신의 눈앞에 있는 총구

그제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아아, 내가 마지막이구나.

 

-블랙 리리스-

이걸로 마지막이네요. 슬슬 나오셔도 될 것 같아요.

 

-이프리트-

이 많은 수의 병사들을 전부 죽일 줄이야.

 

-블랙 리리스-

송사리들을 잡는 데 이 정도는 기본이랍니다. 어서 움직이도록 하죠.

시간을 끌수록 바깥에서 사령관님이 더욱 위험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프리트-

예이, 예이.

 

문이 열려있는 연구실 안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책상 위에 있는 수많은 모니터들이었다.

몇몇 모니터는 이미 검은 화면으로 변한 지 오래. 먼지가 쌓인 정도만으로도 이곳의 시간이 얼마나 멈춰 있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블랙 리리스-

과연, 생각보다 낡아빠진 연구소로군요. 삼안이나 펙스, 그리고 블랙 리버같은 연구소는 아닌듯하고... 아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형 기업의 연구소인 듯 하네요. , 이건... ‘불사프로젝트?

 

-이프리트-

이름은 되게 거창하네. 불로불사를 위한 약이라도 만들고 있었던 건가?

 

-블랙 리리스-

그럴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내용이 잠겨있네요.

 

-이프리트-

해킹이 가능한거야?

 

-블랙 리리스-

이런 소기업 정도라면 값비싼 프로그램을 사용하진 않을 테죠. 그렇다면 이 방법으로...

 

하지만 리리스의 생각과는 다르게 파일들을 열람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프리트-

뭐야, 김새게.

 

-블랙 리리스-

입 다무시죠. 잠시 실수했을 뿐이예요. 다음에는 이 방법으로..

 

-이프리트-

차라리 그 옆에 있는 파일들을 뒤져보는 건 어때? 이쪽은 뭔가 잠겨있지 않은 것 같은데.

 

-블랙 리리스-

정말이네요.

 

-이프리트-

, 직박구리같은건 잠그는게 더 수상할 테니까 말이야. , 여기 영상들 되게 많네. 1, 2, 3, 4... 아무래도 다운받은 걸 숫자로 일일이 나열했나본데. , 그거 눌러보면 야한거 나오는 거 아냐?

 

-블랙 리리스-

....

 

-이프리트-

, 진짜 눌렀어. 어디어디, 이 사람의 취향은 뭔지 볼까나...?

 

하지만 이프리트와 리리스의 생각과는 다르게 화면 내에는 죠니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여태껏 본 흉포하고 울부짖기만 하던 모습이 아닌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어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아아, 마이크 테스트.

내 이름은 다다.

나는 지금 실험에 성공했다.

 

 

2-2. 새로운 시작

아무것도 해결된 것 없이 돌아가는 것은 신경쓰이죠.

 

-사령관-

그게 무슨 소리야, 그만두라니.

 

뜻밖의 대답에 우리들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블리처-

이 통로를 쭉 가시면 마을 밖 숲속이 보이실 겁니다. 그대로 다시 돌아가 주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도 제가 어떻게든 마을 밖으로 대피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오나-

,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들이 불러놓고선 이제와서 돌아가라고?

뭔 생뚱맞은 소리야.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아직 너희들이 그렇게 말한 인간이라는 작자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알비스-

맞아. 그 아저씨에게 초코바를 전해주기로 약속했는걸...

 

-블리처-

그것은 제가 대신 전해드리도록 하죠

 

알비스는 손을 내미는 블리처의 손을 뿌리쳤다.

 

-알비스-

싫어! 아무리 언니라고 해도 내가 직접 전해주고 싶단 말이야! 도대체 말이 되기야 하는 거야? 며칠 동안 초코바도 계속 참고 참았어! 하지만 어째서 그 아저씨한테 직접 줄 수가 없는 건데

 

그 말대로다.

이곳에 지낸지 며칠 동안 우리는 정작 이곳의 주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갔다가는 계속해서 이곳의 일이 눈에 밟힐 게 뻔하리라.

 

-레오나-

솔직히 말해서 한 가지 물어볼게. 정말로 이 마을에 인간이 있긴 한 거야?

 

-사령관-

그렇지만 우리가 전화를 받았을 때의 상대의 목소리는 확실히 인간의 목소리였어.

 

-레오나-

그것 쯤이야 얼마든지 목소리를 변조할 수 있어. 없는 인간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만들어내고도 남을걸? 애초에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어. 본적없는 인간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바이오로이드들.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령관을 따르는 군부대, 그리고 본 적없는 연구원에 대해서 그렇게 자랑해대는 너희들. 지금 내 생각으로는 너희들이 그 인간을 여태껏 모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블리처-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요.

 

-레오나-

너희들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니 당연히 모를 수 밖에. 그렇다면 말해 봐. 대체 너희들이 말하는 인간들의 정체가 뭔데.

 

블리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려 인상을 찡그리면서 입을 오물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레오나-

잘 들어. 우리는 이곳에 남는다. 그것이 우리의 답이야. 더 이상의 변경은 없어.

다들 모여. 지금부터 호드 녀석들과 맞설 준비를...

 

-블리처-

더 이상 그분께서 철충으로 변하시는 것을 볼 수 없단 말입니다!

 

레오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블리처를 보았다.

 

-사령관-

철충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블리처-

좋습니다.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지금 제 주인님은 철충에 오염되었습니다. 여태까지는 그렇게 큰 문제가 없었기에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 당신이, 인간이 이 마을에 발을 디디는 날부터 주인님께서의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어서 일어나시지 못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겼으며 호드 쪽에서 말하는 대로 따랐습니다만 여태껏 깨어나시지 않다가 어젯밤, 드디어 주인님께서 잠에서 깨셨습니다. 하지만 겉보기에도 그분은 온몸에 붉은 실선이 보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으셨었습니다. 아마 몸속의 철충이 당신 인간에 대해 반응하기 때문이겠죠. 주인님 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빅토르 대장과 주인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분들이 살아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만약 인간이 이곳에 찾아오지만 않았다면....

 

어느덧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령관-

블리처.

그래서 다다는 뭐라고 말했었지.

 

-블리처-

....그래도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사령관-

과연, 그렇다는 말은 넌 지금 자신의 주인의 말을 어기고 있다는 말인거네.

 

-블리처-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주인님의 몸이 나으실 수 없으니까요. 분명 당신이 더 가까워질수록 주인님의 몸상태는 더욱 악화될겁니다. 아니, 어쩌면 철충에 완전히 오염되어 이전의 모습에서 되돌아올 수 없겠죠.

 

-사령관-

하지만 그는 날 부르고 있어. 그렇지 않아?

 

블리처는 고개를 끄덕였다.

 

-블리처-

하지만, ... 전 어떻게 해야...

 

일단 우리는 블리처가 진정될 때까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사령관-

좋아, 다들.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할게.

나는 알비스와 블리처와 함께 도서관으로 갈게. 나머지는 바깥의 호드 잔당을 처리해줘.

아무래도 그 녀석은 내가 직접 만나봐야 할 것 같거든.

 

-레오나-

...좋아, 그쪽은 사령관, 당신에게 맡기도록 할게. 좋아, 그러면 거기에 맞춰서 새로 작전을 짜야겠는걸.

 

-멸망의 메이-

과연, 그런 이야기였던거였네. 블리처, 그러면 지금 준 녀석도 같이 있는거야?

 

-블리처-

, 그분도... 잠시만요. 설마 메이씨, 당신도 따라가실 생각이신가요?

 

 

-멸망의 메이-

당연하지. 이미 이렇게까지 들었는데 내가 안갈 수가 없잖아? 수년 동안의 진실을 이제야 들었는데 당연히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지. 나도 같이 갈 테니까 그런 줄 알라고.

 

-레오나-

좋아, 그러면 작전을 설명하도록 할게.

현재 적은 신속이 칸이 이끄는 앵커 오브 호드. 손에 꼽힐 정도로 상당히 강한 부대지.

칸이 이끄는 부대가 강력한 이유가 뭔지 무엇이라고 생각해? 압도적인 화력? 부대 개개인의 결속력? 아니면 지휘관의 뛰어난 지휘력? 전부 아니야.

호드가 강력한 이유는 단 하나, 이 부대를 이끄는 신속의 칸 개인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거야

아군이 죽기 전에 적들을 먼저 죽인다. 그것이 신속의 칸과 그녀의 부대가 강한 이유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르카 호에 있는 신속의 칸의 원본에 그치는 것뿐. 지금 우리가 싸워야하는 신속의 칸은 그 원본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

과거의 전설을 그저 모방한 기체라는 것

그녀가 걸어온 발자취의 한 지점에 서 있는 것뿐이라는 것이야.

 

-멸망의 메이-

하긴, 그 말이 맞아. 아무리 클론이 발버둥쳐도 원본을 완전히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그러고 보니 너희 쪽에도 나와 같은 녀석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쪽은 어때? 나와 별반 다른게 없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나는 메이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오르카호에 있는 그녀는 눈앞에 있는 그녀랑은 상당히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멸망의 메이-

오호라, 그건 상당히 궁금한걸. 이 일이 끝나고 오르카에 한 번 놀러가볼까나. , 그러고보니 그쪽 메이랑은 혹시 사랑을 맺어본 적이 있어?

 

-사령관-

그건... 왜 묻는거야?

 

-멸망의 메이-

설마 없는거야? ... 그럴 수도 있겠지. 사실 나도 내 남편이랑 사랑을 나누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들었으니까... 그때는 좋았지... 그 녀석이 먼저 나에게 달려 들었을 때...

 

-실피드-

말도 안돼. 대장이 설마 하룻밤을 보냈을 줄이야...

 

-사령관-

실피드, 저 사람은 네 대장이 아니야.

 

-실피드-

알고 있어. 알고 있긴 한데... , 잠시만 이거 충격이 장난이 아니네. 여기에 소령님이 없다는 점이 정말 다행인 것 같아. 만약 들었으면 분명 선 채로 기절할걸?

 

-멸망의 메이-

뭐야, 그 정도라고? 잠시만, 그쪽의 나는 고백을 하긴 한 거야?

 

-실피드-

뭐어, 고백이라면 고백이지만... 아직 손만 잡은 정도 뿐이려나...

 

-멸망의 메이-

오호라, 그 정도면 많이 갔네.

 

-실피드-

그게 많이 간 거라고? 우리 대장님은 대기만성형 고백이라도 하는 거야? 천천히 갔다가 갑자기 쫙 오르게. 에이, 말도 안돼.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바이오로이드가 있을 리가....

 

실피드는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아보았다.

 

-실피드-

사령관, 만약 우리 대장님이 갑자기 달려들면 꼭 받아줘야해. 알았지?

 

-사령관-

, 어어...

 

왜일까, 뭔가 메이가 그럴 것 같으면서도 전혀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가 않은 이 기분은.

 

-레오나-

하지만 그렇기에 단점 또한 명확해.

신속의 칸을 완전히 봉쇄한다면 나머지 대원들은 그저 오합지졸에 불과하지.

 

-블리처-

하지만 그게 가능한 바이오로이드가...

 

-레오나-

있어. 이래봬도 내가 뽑기 운이 상당히 좋았거든.

, 그러면 슬슬 움직여볼까

사령관, 미리 말하지만... 몸 조심해.

 

(전투)

 

레오나 일행이 먼저 떠나고 나와 메이, 알비스, 그리고 블리처만 집에 남았다.

 

-커넥터 유미-

그러면 바로 움직이시는 건가요?

 

-블리처-

그렇게 되었어요. 혹시 같이 따라가실 텐가요?

 

-커넥터 유미-

저요? 저는 아무런 전투도 할 수 없는 바이오로이드인데...

 

-블리처-

걱정 마세요. 저도 그렇게 잘 싸울 수 있는 몸은 아니니까요.

 

-사령관-

, 블리처, 너 싸울 수 없는 거야?

 

-블리처-

비록 테러 활동에 많이 투입된 적이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저는 적절한 곳에 폭탄을 심어넣어 그곳을 폭파하는 것 분이라서 말이죠. 기둥, , 지붕 등등 폭탄만 있다면 어디든지 뚫을 수 있어요. , 지금 들고 있는 총은... 자주 써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익숙하다곤 할 수 없겠네요. 혹시 이 총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시나요?

 

-알비스-

기다려봐! 알비스가 설명해줄게!

 

-사령관-

있잖아. 블리처는 원래 건물 철거용 바이오로이드 아니야?

 

-커넥터 유미-

, 저 블리처는 제조되서부터 여기에 오기까지 줄곳 테러리스트에서 쓰였었거든. , 막힌 장소를 뚫는 것 하나는 최곤데 어디까지나 그게 한계라서 어느 날, 자신을 부려먹었던 테러리스트한테서 버림받았어. 그러다가 저 녀석을 주운 게 지금의 다다고. 아마, 다다가 이곳 연구소에 들어가기 전인 대학생때부터 만났다고 했었으니까, 분명 두 사람의 사이는 각별했겠지.

 

-멸망의 메이-

헤에, 그래서 아까 다다 녀석한테 그렇게나 과민반응했던거구나. , 그럴만도 할 것 같네.

 

-사령관-

그러게, 수십년간 같이 지내왔다라...거의 연인 사이인거네.

 

-커넥터 유미-

아냐아냐, 블리처 말로는 연애라기보다는 누나와 동생같은 사이라고 하더라고. 다다를 볼때마다 어쩐지 티비에서 보는 남매의 기분을 알것만 같다면서 그렇기에 자신은 다다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인간이라고 몇 번이고 말했어. ,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주인님 주인님하기도 하지만말야.

 

-블리처-

제 이름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엇나요.

 

-커넥터 유미-

, 너와 다다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었어. 오랜 남매사이라고 말이야.

 

-블리처-

과연, 주인님, 아니 이제는 전부 아시겠죠. 다다와 저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때는 비가 오던 저녁, 테러리스트들이 저를 버리고 얼마안가 붙잡혔을 때, 뉴욕의 한 골목길에서 골판지 상자에서 벌벌 떨고 있던 고양이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갈 곳도, 갈만한 데도 없었기에 비를 맞으며 그저 시간만 보낼 뿐이었죠.

그런데 그때, 지금의 다다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비가 오는데 무엇을 하고 있냐며 우산을 씌워주는 그와 이야기하면서 아무데도 갈 곳 없던 저를 자신의 집까지 데려오더군요.

그날 이후로 여러 가지 사건들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다다의 곁에 쭉 있어왔었죠.

그만큼 저에게 다다는 아주 중요한 동생입니다...

 

-알비스-

블리처 언니...

 

-블리처-

, 시간도 없으니 슬슬 움직이도록 하죠.

이쪽으로 가시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도서관까지 진입할 수 있을 겁니다.

 

 

 

 

 

 

 

 

2-3. 발견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을 찾앗습니다.

 

-나이트 앤젤-

과연, 정말로 이곳에 문이 있었군요.

 

-아이언 애니-

그러게. 레오나 말대로 정말 거대한 문이 있었어. 보아하니 여러번 여닫은 흔적도 있고.

 

-나이트 앤젤-

아마 출입은 이곳에서 하고 있었겠죠. 그나저나 상당히 어두운걸요.

 

-아이언 애니-

빛이라면 내 바이크를 이용해도 되겠지만, 나앤은 뭐 없어?

 

-나이트 앤젤-

무엇을 원하는 거죠?

 

-아이언 애니-

그런거 있잖아, 비상용으로 눈에서 빛이 나간다든지...

 

-나이트 앤젤-

이런 거 말입니까?

 

갑자기 나이트 앤젤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런 빛에 애니는 눈을 깜빡였더니 나이트 앤젤의 눈에는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지 않앗다.

 

-아이언 애니-

뭐야, 진짜로 나오는거야?

 

-나이트 앤젤-

기분탓입니다.

 

-아이언 애니-

그러면 어떻게 한건데, ? 에이, 도망가지 말고.

 

-나이트 앤젤-

기분탓입니다.

 

 

 

-아이언 애니-

이렇게 불을 키고 돌아다니면 금방 표적이 되기 일쑨데.

 

-나이트 앤젤-

저는 어두운 곳에서도 상관없습니다만. 그보다 그 바이크 타지도 못할텐데 밖에다 놓고 오시는 게 어떠셨습니까?

 

-아이언 애니-

내 애마를 바깥에 놓을 수는 없지. 그러다가 지나가던 산사슴이 물고 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나이트 앤젤-

산사슴이 퍽이나 잘도 타겠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에 다른 바이오로이드의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는군요.

 

-아이언 애니-

그러게, 누가 이미 청소라도 한걸까? , 혹시 리리스 씨가 한 걸지도!

 

-나이트 앤젤-

이 건물의 규모가 생각보다 넓더군요. 제아무리 그녀라도 이곳까지 단숨에 오지는 못하셨을 겁니다. 더군다나 그녀에게는 지금 짐덩어리가 하나 같이 있으니까요.

 

-아이언 애니-

이프리트라... 확실히 요 며칠간 계속 잠만 자긴 했었지. 근데 그런 거있지 않아? 걔가 자고 있는거 지켜보기만 해도 어쩐지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는 거. 진짜 곤히 자는 거 보니까 나도 왠지 없던 잠이 생기는 것 같더라니깐.

 

-나이트 앤젤-

알것같네요. 확실히 불면증인 바이오로이드한테도 획기적이었으니까요.

 

-아이언 애니-

뭐야, 나앤 불면증이었어?

 

-나이트 앤젤-

영 잠이 오지 않는 일들이 많아서 말이죠. 대장님의 일이라든지, 잘때마다 보이는 납닥한 가슴이라든지, 그 밖에 여러 가지...

 

-아이언 애니-

아하하, 그건 뭐 별 수 없네. 힘내라고.

 

-나이트 앤젤-

잠시만요. 멀리서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언 애니-

일단 숨자.

 

멀리서 말소리가 들린다.

 

-???-

지금 바깥에 완전 난리인거 들었어?

 

-???-

이번에 온 외지인들이 규칙을 어겼다던가? 지금 칸 대장님께서 쫓고 계신다던데. , 잡히는 건 시간문제겠지. 그 전에 우리도 슬슬 준비하자고.

 

-???-

하긴, 죠니가 깰 시간이 얼마 안남긴 했지. 외지인들하고 철충이라니, 이 정도라면 우리도 바깥에 투입되겠는걸.

 

-???-

그래도 이런 음침한 곳보다는 바깥이 낫지.

 

-???-

, 그건 인정. 여기 있으면 왠지 마음도 음침해지는 것 같아.

 

-나이트 앤젤-

과연, 죠니라... 매번 마을에 나타났다가 사라질 때마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는데 이런 곳에 있었군요.

 

-아이언 애니-

어찌 생각해보면 그 녀석한테 관심을 안 준게 더 신기하네.

 

-나이트 앤젤-

동의합니다. 일단 저 녀석들을 잡아서 죠니의 위치를 알아내도록 하죠.

 

 

 

(전투)

 

-나이트 앤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죠니가 나오겠군요.

 

-아이언 애니-

생각보다 깊게 들어왔는데. 우리 혹시 지금 지하로 가고 있는거 아니야?

 

-나이트 앤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나저나 신기하군요. 깨어나면 바로 바깥으로 달려나가야할 괴물이 이렇게나 깊은 곳까지 들어가있다니, 혹시 그 괴물도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요?

 

-아이언 애니-

그거야 난 잘 모르지. 애초에 대화가 통해야하니까....

 

그때,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은 곧바로 양옆에 몸을 숨겼지만 아이언 애니의 바이크는 미처 피하질 못하고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나이트 앤젤-

제기랄, 그 바이크 대체 왜 들고오셨습니까?

 

-아이언 애니-

그러게, 이제는 좀 후회되는걸

 

최대한 숨을 죽이고 반대편을 본다.

점차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

적일까, 아니면 아군일까,

두 바이오로이드는 자신의 무기를 들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뭐야, 어떤 미친 녀석이 바이크를 이곳에 둔 거야?

 

낯이 익은 목소리에 아니트 앤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이트 앤젤-

대장?

 

 

 

 

 

 

2-4 급습

전혀 예상도 못한 상대의 갑작스러운 습격

 

-???-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불사,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에 나는 그 불사를 위해서 나는 내가 전문으로 하는 방법으로 계속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바로 인간의 뇌라는 데이터를 로봇에 옮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었다. 점차 인류의 과학은 발전하면서 마치 인간과 동일한 바이오로이드라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 바이오로이드와 비슷한 로봇을 만들어 나 자신의 데이터를 그곳에 집어넣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순조로웠다. 그 사건이 일어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철충들의 습격에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 다행히 내가 있던 연구소는 외진 지역에 군사가 배치된 지역인 탓일까, 철충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군사와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의 전투 끝에 이 마을은 하나의 요새가 되어 나름 안전한 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체를 알수 없는 질병에 마을의 사람들은 하나 둘씩 고통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 잠에 빠지면 목숨을 잃는 병, 마치 영화에서 볼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 믿기진 않았지만 이미 철충의 습격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아닌가. 남은 생존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잠에서 자지 않으려고 서로가 서로를 깨우며 버텨왔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났다. 점차 사람들은 미쳐가고 폭력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잠에 빠진 사람들은 다시 깨어나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은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묵념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연구는 드디어 끝이 났다. 바이오로이드와 같은 개체에 내 데이터를 집어넣는 것, 인간은 잠에 빠지면 다시 깨어날 수 없었지만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 데이터를 바이오로이드에 넣는다면 나는 이 지옥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결국 이 사실을 들켜버렸다. 남은 생존자들, 40명의 생존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나를 붙잡았다. 자신을 살려달라. 자신도 살려달라. 살 수 있는 방법을 어서 내놔라. 마치 나를 동앗줄마냥 보며 나의 손을 구원의 손길마냥 꽉 붙잡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기계는 단 하나. 남은 사람의 수는 40.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람들을 버리고 자기 혼자 사는 방향을 택했을까, 아니면 나를 희생해서 누군가를 살렸을까. 어떤 결과도 내지 못한 채 어리석고 평생을 착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나는 계속 고민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세상에 단 한명의 사람만 살릴 수 있다는 선택지는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생각을 바꿔 결국 모두의 데이터를 바이오로이드에 넣기로 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도박이었지만 어차피 다른 방법으로도 모두 죽는건 똑같기에 모둔 사람들이 이 사실에 찬성했다. 최대한 모든 사람들의 데이터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키우고 성능만을 중시하였다. 외형따위, 이제는 아무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류 최후의, 그리고 최소의 방주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0명이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조금 더 노력했으면 덜 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을까.

우리는 이 사실을 숨겼다. 지금 바깥에는 우리들을 기다리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존재한다

그런 그들에게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바깥에 수많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있는데 그들을 전부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나와 같이 살아남은 빅토르 대장과 나머지 사람들에게 이 비밀을 알리기로 결심하고 나는 이 메모를 남긴다. 내가 다시 잠에 빠진다면 그때는 다른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겠지. 그러니 블리처, 부탁한다. 우리들에 대해서 숨기는 것을 도와줘.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이야.

 

 

-이프리트-

이건... 잠깐 그렇다는 말은. 그 철충 녀석이 사실 마을 사람들이었다는 말이야?

 

-블랙 리리스-

처음부터 죠니라고 부르는 저 괴물은 저희들이 찾던 사람...

이 마을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부를 수가 있겠네요.

이렇게 잠들어 있다가 살아남은 사람들 중 한명이 깨어나서 이 몸을 움직인다...

저 호드 녀석들이 저희들을 갑자기 죽이려고 했던 이유가 이제야 아귀가 맞기 시작하네요.

이 방에서의 진실이 밖으로 새어나간다면 분명 모든 바이오로이드가 충격에 먹겠죠.

자신의 주인은 이미 목숨을 잃었을 뿐만이 아니라 이미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철충에 오염된 상태니까요.

 

리리스는 마을에 살던 시저스 리제를 잠시 떠올렸다.

분명 분노해서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리라.

 

-이프리트-

하지만 이 영상에 대해서는 죠니에 대해서 나와 있진 않네. 다른 영상들에 있으려나.

 

-블랙 리리스-

꽤나 재밌어보이는군요.

 

-이프리트-

, 그렇게 보이는 건가. 솔직히 말해서 되게 흥미로운 내용이긴 해서. 그런데 이 영상만 따지면 블리처도 한패인 거겠네.

 

-블랙 리리스-

내부에서는 블리처와 커넥터 유미, 외부에서는 신속의 칸이 이끄는 호드 부대가 교묘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도서관에 접근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숨겨왔어요.

저희도 리앤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그저 멍하니 이곳에서 기다렸을 테고 말이죠.

 

그때였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리스와 이프리트는 소리를 죽이고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발걸음 소리가 자신들이 있는 쪽 복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블랙 리리스는 다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프리트-

갔어...?

 

-블랙 리리스-

아직 모릅니다. 소리를 낮추시죠.

 

리리스는 소리를 죽인 채 복도 바깥으로 나갔다.

여전히 아무도 없다. 다른 길인가?

그때, 밑에서 낯이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비스-

그래서 죠니가 이 앞에 있다는 거야?

 

-나이트 앤젤-

, 저희가 심문한 바로는 거의 다 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에...

 

-알비스-

레오나 언니는 지금 바깥의 호드 병사들이랑 싸우고 있고, 리리스 언니는... 모르겠어. 아직 이 건물 내에 있을 것 같은데.

 

-블리처-

조만간 만날 수도 있겠군요. 그것보다 혹시 죠니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아이언 애니-

, 그거라면...

 

죠니가 근처에 있다?

리리스는 고개를 갸웃하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따라 나온 이프리트, 리리스는 손가락으로 쉬쉬하곤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복도의 끝에는 환풍기 통로가 보였다.

잠시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을 크게 뜨는 이프리트, 제아무리 고개를 좌우로 연신 돌려도 리리스는 이프리트의 손을 잡고 그대로 끌고 갔다.

소리없이 아우성대는 이프리트, 하지만 마치 어머니에게 끌려가는 아이처럼 이프리트는 아무리 발을 동동여도 리리스에게 맥없이 끌려갈 뿐이었다.

마침내 환풍기 앞에 다다르고 리리스는 친히 환풍기의 문을 뜯고 양손으로 그녀가 이 안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어쩐지 블랙 리리스의 허리춤에 찬 총이 어둠 속에서도 빛나보인다, 이프리트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곤 그대로 기어 들어갔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리리스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것을 보며 이프리트는 눈물을 꾹 참고 통로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가볍게 배웅하고 리리스는 다시 몸을 들어 뒤를 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뒤에는 한 바이오로이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속의 칸-

볼일은 이제 끝난 것인가?

 

-블랙 리리스-

, 덕분에 방해꾼을 내쫓을 수 있었네요.

 

-신속의 칸-

다른 녀석의 방해를 받고 싶진 않았다네.

 

-블랙 리리스-

후후, 그 마음 어쩐지 공감이 되는군요. 그렇다면 어디서 싸울까요. 이곳은 비좁으니 바깥에서 싸우는 것은 어떨까요?

 

-신속의 칸-

그렇게 하지.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이윽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총을 들어 상대를 향해 쏘았다.

 

(전투)

 

-사령관-

총성?

 

근처에서 계속해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어 누군가가 벽에 강하게 들이박은 것인지 충격음이 몇 번이나 들려온 뒤, 또다시 총성이 쉬지 않고 들려왔다.

 

-나이트 앤젤-

위쪽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나 보군요.

 

-알비스-

도와주러 가야하지 않아?

 

-사령관-

그래. 지금 위에 있는게 이프리트랑 리리스일 수도 있으니까.

 

-???-

아냐! 멈춰!

 

그때, 하늘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

천장에 붙어 있는 환풍기 패널을 누군가가 강하게 내리찍고 있었다. 이윽고 패널이 떨어지고 조금 전 목소리의 주인이 환풍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우리 앞에 가볍게 착지했다.

 

-사령관-

이프리트?

 

-이프리트-

하아, 하아... , 죽는 줄 알았네. 잠시만... 나 숨 좀 고르고.

 

-사령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야?

 

-이프리트-

어디에 있었긴. 블랙 리리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곳에 대한 비밀을 캐내는 중이었지. , 그러다가 리리스 녀석이 갑자기 날 환풍구 안에 쳐넣었지만 말이야. 그래도 뭐... 위에 상황보니까 도망친 게 훨 나은 것 같았네.

 

-사령관-

그래서 찾은 건 있어?

 

-이프리트-

, 죠니가 평범한 괴물이 아니라는거? 어차피 다들 죠니 찾으러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건 거기 가서 말해줄게

 

-블리처-

혹시 그 영상을 본 것입니까?

 

-이프리트-

봤지. 봤어. 그토록 숨기는 비밀이라는 거 확실히 굉장하던데. 하지만, 그래서 이제 더욱 확실해졌어.

사령관. 미리 말해줄게.

우리는 아무도 구할 수 없어.

 

-사령관-

그게 무슨 말이야?

 

-이프리트-

이미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다는 소리야.

 

 

 

 

 

 

2-5. 사령관

주인공보다 훨씬 고참입니다.

 

 

 

도서관

 

-신속의 칸-

조금 전과 확실히 다르군.

 

-블랙 리리스-

그거 영광이로군요. 조금 전에는 못 볼 꼴을 보였어서 말이죠. 이번에는 진심으로 대해볼 생각입니다만. 부디 한번에 나가떨어지지 말도록 주의해주시길 바래요.

 

-신속의 칸-

과연,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칸은 리리스를 공중에 띄우고 외쳤다.

 

-신속의 칸-

지금이다! 쏴라!

 

그녀의 외침이 들리자마자 사방의 유리창이 깨졌다.

그와 동시에 날아오는 수십발의 탄환

그 탄환은 전부 리리스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블랙 리리스-

...!

 

리리스는 허공에서 몸을 돌려 자신의 방패를 밟고 위로 날아올랐다.

이제 막 창문이 깨져 도서관 바깥에 있는 적들은 아직 내부상황을 잘 모를 것이다, 리리스는 또 다른 방패를 옆에서 밟아 몸을 날려 최대한 도서관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방향에 착지했다.

-신속의 칸-

, 그러면 똑같이 말하지. 부디 한 번에 나가떨어지지 말도록 주의해줬으면 하네.

 

-블랙 리리스-

마음에 드셨나보군요. 저작권료는 받지 않도록 하죠.

 

-신속의 칸-

그거 고맙군,

 

-블랙 리리스-

그나저나 전 병력을 한곳에 모이라고 하다니... 과연, 그 자가 아직도 그 몸을 움직이고 계시는 거군요.

 

-신속의 칸-

전부 알아챈건가?

 

-블랙 리리스-

어느 정도는요. 당신들이 따르는 자가 상당한 거구라는 건 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죠.

 

-신속의 칸-

과연, 그렇다면 이제 숨길 것도 없군. 그래. 현재 그 몸을 움직이는 자는 빅토르 사령관이다.

 

 

 

방 안에 들어가니,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독방에 가둬놓은 듯이 그곳에는 한 괴물, 죠니만 방 안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죠니가 앉아있는 자세는 어쩐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듯이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빅토르-

축하하네. 이곳까지 찾아온 사람은 자네가 처음이야.

 

-알비스-

말했어?

 

-빅토르-

말하고말고. 지금 자네들이 보고 있는 녀석은 죠니가 아닐테니 말이야.

이렇게 만나서 반갑군. 내 이름은 빅토르, 호드 부대를 통솔하는 사령관이지.

 

빅토르라고 말하는 괴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말도 안된다.

눈 앞에 있는 상대는 어딜봐도 죠니였기 떄문이었다.

 

-빅토르-

보아하니 놀란 표정인 것 같군. 설마 아무것도 모른 채 이곳까지 찾아온 것인가?

 

-이프리트-

사령관, 놀라지 말고 잘 들어.

눈앞에 보이는 저 철충은 빅토르 사령관이 맞아.

 

-나이트 앤젤-

그게 무슨 소리죠?

 

-이프리트-

이곳에서는 큰 실험이 있었어. 인간을 절멸시킨 휩노스 병, 그것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어.

병에 구애받지 않는 육체에 자신들을 집어넣는다. 하지만 단 한명밖에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을 억지로 늘려서 만들어진게 바로 우리가 죠니라고 부르던 괴물이야. 죠니라는 이름이지만 저 안에는 우리를 불렀던 다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 있다는 소리야.

 

-아이언 애니-

생존자들이 전부 한데 섞여있었다는 소리야?

 

-사령관-

그런 말도 안되는....

 

-멸망의 메이-

잠시만, 그렇다는 말은 준도 지금 저 안에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인거야?

잠시만, 말도 안되잖아.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통화를 했었는데. 그때 그 목소리는 준이었단 말이야!

 

-빅토르-

비록 준의 데이터는 남아있었지만 우리의 몸과 목소리는 그대로 보여줄 수가 없었지. 그렇기에 화면에 송출되는 우리들의 데이터를 조작하여 자네들과 이야기했었다네. 이미 죽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대신해서 바이오로이드와 이야기했었지.

 

-사령관-

어째서, 그렇게까지 한 것이었지?

 

우리가 그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 이 마을의 바이오로이드가 행복하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이곳에 남아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은 전부 똑같은 녀석들이다.

한때 자신의 연인과도 같았던 인간

한때 자신의 자식과도 같았던 인간

한때 자신의 부모와도 같았던 인간

한때 자신의 가족과도 같았던 인간

그런 인간이 다시 깨어나기만을 바라며 모인 바이오로이드들의 희망이 담긴 곳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마지막 환상을 깨트리라는 말인가?

언젠가 깨어나리라는 소원을 짓밟을 수 있는가.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내보낸다는게 그리 쉽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기에 수년간 자네들을 속여오면서까지 이 일을 반복했었던 거지.

마을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깨어나리라는 희망을 주면서 말일세.

 

-나이트 앤젤-

하지만 그런 짓은 평생 하실 수 없을 텐데요.

 

-빅토르-

알고 있지. 알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언젠가 이 일을 해결할 방안이 오리만을 기다리며 우리는 그녀들과, 이 마을과 함께 계속해서 버텨왔어.

하지만 오직 기다리기만 해서 우리 몸 속에 일어나는 변화를 전혀 깨닫지 못하였지.

언제부터였을까, 아니면 처음부터였을까.

이 몸에 철충이 들어와 있을 줄은 말이야.

처음에는 그저 부작용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몸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점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면서 우리는 지금 이 몸에 무엇인가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더군.

이미...죠니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버렸어.

이제 나 또한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

 

-블리처-

잠시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 또한이라니. 설마...

 

빅토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도 안된다. 블리처는 몸을 비틀거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커넥터 유미-

블리처!

 

유미는 블리처를 붙잡고 억지로 그녀의 몸을 일으켰다.

 

-사령관-

잠시만, 죠니라는 건 당신들을 호칭하는 이름이 아니었어?

 

-빅토르-

확실히 마을에서는 이 몸뚱아리를 죠니라고 부르곤 했었지.

하지만 그것은 이 몸이 어디까지나 마을에 나타나도 당연시하게 여기기 위함이었다.

철충들을 죽이는 인격, 처음에는 철충에게 목숨을 잃은 죠니 그 녀석이 했던 일인줄 알았거든.

하지만, 그것은 죠니가 아니었어. 죠니를 집어삼킨, 그리고 우리 모두를 집어삼킬 무언가였던 것이었지.

 

우리는 충격적인 사실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이미 모든 것이 붕괴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수를 쓰지도 못한채 이미 이 마을은 무너져가고 있었다.

 

-빅토르-

 

사령관.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사령관-

____________인데.

 

-빅토르-

과연, 나쁘지 않은 이름이군

자네는 혹시 상처뿐인 승리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그 누구도 자네들의 승리에 박수를 치지 않을 걸세.

자네들이 지금 나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도 그렇게 대할 걸세.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하는 그 상황을 자네는 감당할 수 있겠는가?

 

빅토르는 몸을 일으켰다.

 

-빅토르-

자네들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확인해보도록 하지.

 

-알비스-

사령관님, 상대는 싸울 생각이야! 하지만...

 

저 자를 죽여도 되는 것인가.

알비스 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생각하고 있었다.

눈앞의 상대와 싸우는 것이 정녕 옳은 선택인 것일까.

 

-사령관-

싸우자.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그것밖에 없어.

 

 

(전투)

 

 

 

 

 

 

처음에는 기대였다.

나 말고 또 다른 인간이 살아있다는 사실은 내심 기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나 말고 또 다른 인간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기에 한번이라도 그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을에 찾아오면서 비밀을 파헤치고 우리를 공격하는 적들과 싸우면서 나는 뼈저리게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지금 무대에서 악역을 맡고 있었다.

 

-빅토르-

크윽...!

 

-사령관-

전원, 사격중지.

 

쓰러진 빅토르의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은 듯했다.

 

-빅토르-

과연, 이제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인가.

축하하네. 이로써 자네가 진정으로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어.

 

그런 말을 들어도 별로 기쁘지가 않는다.

그때였다, 갑자기 알비스가 빅토르에게 달려갔다.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그녀, 그것은 다름아닌 알비스의 초코바였다.

알비스는 포장지를 뜯고 입을 크게 벌린 빅토르의 입에다가 초코바를 넣었다.

 

-알비스-

원래는 다다 아저씨한테 여러 개 먹일 생각이었어. 그럴 생각으로 가져온 거였지만... 분명 아저씨한테 반을 나눠줘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해...

 

-빅토르-

초코바라... 정말 오랜만에 먹는군

,,,하하, 그때 먹었던 그 맛과 전혀 변한게 없어.

그때와 똑같이 달달하군...

 

-알비스-

, 분명 맛있을거야...

 

알비스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빅토르-

어린 사령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네.

마지막 싸움은 지금부터일거다.

나 마저도 죠니에게 먹힌다면, 그때부터 죠니는 자네를 노릴 테니까.

이 상처뿐인 싸움을 무사히 끝내주게나.

 

-사령관-

명심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눈앞의 그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묵념할 틈도 없이, 괴물은 잠에서 깨어났다.

 

 

 

 

 

2-6. 폭주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도서관 쪽에서 강력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운디네-

이거... 설마 죠니 울음소리 아니야?

 

-레오나-

확실히 죠니의 울음소리야. 설마 이런 타이밍에 그 녀석이 깨어날 줄이야.

만약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철충들이 몰려오는 것을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그 뒤에 몰려오는 철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 작전은 하지 않기로 생각했다만...

 

-실피드-

혹시 소령님 일행도 같은 생각이 떠올라서 죠니를 깨운 게 아닐까?

 

-모모-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아무 데도 보이시지 않으셨으니까요. 아마 연구소로 가셨을 가능성이 크겠어요,

 

-레오나-

일단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자. 그리고 나서... 우리도 도서관으로 가는 걸로... 잠시만, 저건 뭐지?

 

레오나의 물음에 나머지 대원들은 마을 중앙을 보았다.

석양을 가리우는 검은 연기가 하늘에 솟구쳐오르고 있었다

 

-운디네-

도서관이... 불타고 있어?

 

 

 

 

 

-블랙 리리스-

완전 매너 꽝이네요. 갑자기 나타나선 숙녀를 날려버리기나 하시곤.

 

-죠니-

그오오오....

 

-블랙 리리스-

대화도 통하지 않는 듯 하네요.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신속의 칸-

뭐가 말이지?

 

-블랙 리리스-

저 녀석은 당신의 대장이지 않았던가요?

 

-신속의 칸-

그분께서 이렇게 말하더군. 만약 죠니가 다시 깨어나는 순간, 그때부터 자신은 없을 것이라고 말이야

그분께서는 어떻게 해서든 죽지 않을거라 믿었건만...이제 사령부마저 완전히 무너져버렸군.

전원 들어라! 이제 눈앞의 저 괴물은 그저 철충에 불과하다!

전원 저 녀석을 향해 공격해라!

 

-블랙 리리스-

역시 같은 기종이라서 그런지 결단력 하나도 빠르시군요.

 

그때, 멀리서 커다란 미사일이 날아오더니 그대로 죠니의 머리를 맞췄다.

이어서 양쪽에서 날아오는 두 대의 바이오로이드, 그녀들은 죠니를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했다.

 

-철혈의 레오나-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도서관이 불타고 있는지 이야기해줄 사람 있어?

 

-블랙 리리스-

빨리도 오시는군요.

 

-철혈의 레오나-

마을에 있는 호드 녀석들을 잡고 있었거든.

 

-신속의 칸-

과연, 전력의 반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만 그쪽 짓이었던 것인가.

 

-철혈의 레오나-

시간만 좀 더 있었다면 전부 쓸어버릴 수도 있었을 거야. 갑자기 저 녀석이 날뛴 걸 다행이라 생각하라고.

 

-신속의 칸-

지금이라도 나는 받아줄 수 있다만.

 

-운디네-

둘 다 진정하고, 그보다 사령관은 어디에 있는거야?

 

-철혈의 레오나-

그러고보니 그렇네. 리리스, 당신이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블랙 리리스-

연구소에 들어갔을 때부터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만, 그쪽이랑 같이 계셨던거 아니었나요?

 

-철혈의 레오나-

무슨 소리야. 사령관은 지금 연구소로 갔었는데....

 

레오나와 리리스는 동시에 불타는 도서관을 보았다.

 

-블랙 리리스-

젠장, 주인님! 지금 바로 리리스가 가요!

 

-철혈의 레오나-

좋아, 10 셀테니까 곧장 사령관을 끌고 나와

 

-운디네-

둘 다 진정해!

 

 

(전투)

 

-커넥터 유미-

다행히 비밀통로 쪽까지는 불길이 번지지 않았어. 뒷문쪽도 아직은 괜찮은 것 같네.

 

-아이언 애니-

하지만 지금 죠니가 깨어났으니까 뒷문 쪽도 많이 위험하지 않을까? 그쪽에도 적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있을테니까 말야.

 

-사령관-

좋아, 그러면 서둘러 움직이자.

 

나는 블리처와 메이를 보았다.

두 사람 다 조금 전 이야기를 듣고 몹시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았다.

 

-사령관-

많이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은데.

 

-멸망의 메이-

신경 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사령관-

메이...

 

-멸망의 메이-

걱정하지 마. 분노에 치밀어올라서 이곳을 부숴버릴 정도로 어리석은 녀석은 아니니까. 하지만, 역시 무언가를 부시지 않고서야 이 답답한 마음이 풀릴 것 같지 않은걸. 나는 뒷문쪽으로 가야겠어. 지금 몰려오는 AGS 녀석들이라도 파괴한다면... 어느 정도 속이 시원해지겠지.

 

-나이트 앤젤-

그렇다면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멸망의 메이-

거절할게. 솔직히 너랑 같이 있으면 옛날 생각이 나거든. 과거 멸망 전쟁에서 혼자만 살아남았던 그 기억은 다시 떠올리기도 싫어. 그러니까 따라오지 마. 무언가를 잃는 것은 이제 나 혼자면 족하니까.

 

메이는 그렇게 말하고 반대편 길로 걸어갔다.

 

-사령관-

정말로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은거야?

 

-나이트 앤젤-

그분께서 더 이상을 잃고 싶지 않는다고 하시니까요.

저는 거기에 따를 수 밖에 없죠.

서둘러 가죠. 이곳에서 머뭇거리다가는 바깥에서의 리리스 씨가 사령관님을 찾으러 올 테니까요.

 

-사령관-

그러고보니 지금 바깥은 난리겠는걸. 몰려오는 철충에 폭주한 죠니도 있을 테니까.

 

-이프리트-

그러고보니 아까 싸웠을 때 그렇게 많은 피해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쌩쌩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다른 방법으로 해야하는 건가?

 

-블리처-

방법이라면 있습니다. 원래 처음 만들어진 모델에 부착된 코어, 그것만 파괴하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겁니다. 물론 크기를 키우면서 코어의 위치가 거대한 몸 안에 숨어 있을테지만요.

 

-아이언 애니-

그러면 그것만 파괴하면 게임 끝이라는 거네? 그러면 그 역할은 누가 맡을래?

 

-블리처-

그 부분은 저에게 맡겨주시죠. 아니, 제가 하겠습니다.

주인님과 제가 시작한 일이니 제가 끝내는 것이 옳을 테니까요.

 

 

 

 

 

2-7. 상처뿐인 싸움

마지막 이별

 

 

 

-커넥터 유미-

완전히 다 타버리고 있네요

 

-블리처-

아마 도서관 구석에 있던 폭탄이 폭발이라도 했나보죠

 

-아이언 애니-

어째서 그런 걸 도서관에 넣어둔거야.

 

-블리처-

제 무기니까요. 제가 사는 곳에 무기를 둔 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 해로 작용할 줄은 생각도 못했군요.

 

-커넥터 유미-

, 애초에 도서관이랑 연구소 사이의 문이 열리지 않은지 오래됬으니까. 그리고 설마 죠니가 이쪽 문으로 튀어나갈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어?

 

-이프리트-

그쪽 문을 열어서 미안.

 

-블리처-

괜찮습니다. 어차피 문은 열리라고 있는 거니까요.

열 수 없는 문은 그저 현대미술에 불과할 뿐이죠.

심오하고 기존의 사상에 도전장을 내미는 작품들.

저는 나름 좋게 보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블리처의 상태가 조금 전보다 나아진 듯 하다.

 

-사령관-

그래서, 그 철충을 쓰러트릴 준비는 되었어?

 

-블리처-

...솔직히말해서 아직까지 자신이 없습니다.

아직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로 다다가 죽었을까 하고 말이죠.

만약 그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저는 그를 죽이는 셈이니까요.

 

-사령관-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는 널 원망하지 않을거야.

오히려 그가 살아있다면 마지막 작별인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블리처-

그럴...수도 있겠네요.

사령관님,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마지막 인사는 어떻게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까?

 

-사령관-

글쎄, 나는 아직...

 

-나이트 앤젤-

확실히 중요한 이야기겠군요.

마지막 인사는 즉, 마지막 소원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것이니까요

 

-알비스-

알비스도 예전에 해본 기억이 있어.

그때, 알비스는 언니들에게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마웠다

수고했다

만약에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된다면 나는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마을 광장으로 향했을 때, 이미 그곳은 아수라장이었다

불타는 도서관 앞에서 진을 치고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막는 호드 부대들

그리고 죠니와 싸우는 우리 쪽 바이오로이드와 신속의 칸

겉보기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 괴물은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블랙 리리스-

몸집만큼 체력도 장난아니네요.

 

겉보기에도 모두의 체력이 한층 떨어져 있었다.

이미 하늘이 어두워져가는 상황에서 더욱 시간을 끌었다가는 빛 한점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 속에서 적들과 싸워야할지도 모르는 상황

 

-사령관-

지금 상황은 어때?

 

-철혈의 레오나-

무사했었구나. 도서관이 불타고 있어서 걱정했었어.

 

-사령관-

안쪽 연구소까지는 불이 번지지 않았거든. 하지만 도서관쪽은 무리길래 돌아서 나왔어.

 

-철혈의 레오나-

그거 다행이네. 상황은 그렇게 크게 나쁘지많은 않아.

하지만, 설마...상황이 이렇게 될 줄이야.

 

그때 멀리서 포격소리가 들려온다.

메이 또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사령관-

앞으로 얼마 안남았어. 조금만 더 힘내자.

 

-철혈의 레오나-

그래. 하지만...

 

레오나는 타오르는 도서관을 보았다.

 

-철혈의 레오나-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겠지.

 

-사령관-

그래,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어.

이것이 우리가 선택한 길이야.

 

 

(전투)

 

 

 

 

마침내 죠니는 화력에 못이겨 자리에서 쓰러졌다.

 

-운디네-

만약 저 녀석이 한번 더 운다면 이번에는 진짜로 죽을 지도 몰라.

 

-이프리트-

동감... 이제 집에 가고 싶어...

 

 

-블리처-

저를 알아보십니까? 당신의 바이오로이드인 블리처입니다.

 

하지만 죠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끙끙댈 뿐이었다.

그러다가 죠니는 크게 입을 벌렸다.

 

-아이언 애니-

또 철충을 부를 생각인가봐!

 

-블리처-

역시, 돌아오시지 못하셨군요.

 

총알이 죠니의 코어에 맞자 더 이상 죠니에게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블리처-

직 당신과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단 말입니다

그토록 말이 많던 당신이라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던 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던 것, 마지막 인사를 버리지 않을 텐데...

 

블리처는 그에게 쓰러졌다.

 

-블리처-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합니다.

 

 

 

 

 

 

 

2-8. 마지막 인사

지키지 못한 약속, 이루지 못한 소원

 

 

모든 전투가 끝났다.

더 이상 마을은 며칠 전과 같이 평화로운 마을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블리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연구소로 향했다.

분명 모든 것이 사라졌음에도 어쩐지 일상처럼 드나드는 길.

불길은 다행히 다다의 방까지는 닿지 않은 듯 하였다.

하지만 가만히 있기는 뭐했는지, 그녀는 가져온 토스트를 탁자에 올려놓고 멍하니 방을 둘러보았다.

그때, 눈앞에 컴퓨터 한 대가 띄었다.

그러고보니 실험을 성공하고부터 지금껏 틈날때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영상을 찍은 것을 저장하고 있었지.

스크롤을 내리니 가장 아래에 처음 보는 동영상이 있었다.

날짜는 이틀 전, 다다가 사라지기까지 마지막 날이었다.

영상을 틀자 볼을 화면속의 그는 볼을 긁적이면서 가볍게 화면을 보았다.

 

-다다-

뭐랄까, 매번 다른 사람의 얼굴을 화면에 비치게 했지만 내 얼굴과 목소리를 써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

이 영상이 마지막 영상일 테니까.

어찌보면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마지막 영상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또 그것을 볼 사람도 아직 남아있으니까.

그 점만으로도 신에게 감사해야겠지.

블리처, 아무 말 없이 떠나게 돼서 정말 미안해

분명 너는 어째서 인간이 이곳에 와서 모든 것을 망쳤냐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

그들이 오기 전부터 우리의 몸의 철충은 상당히 오염된 수치였어. 물론 그들이 와서 더욱 심해진 듯한 감도 있긴 했지만.

만약 우리가 철충이 된다면 지금 인류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세력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야. 생각보다 우리의 몸이 강하잖아.

하지만 우리만으로는 우리를 죽일 수 없었어. 이 마을의 그 누구도 우리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죽일 수 없었을 테고.

그렇기에 만약 나 대신 그쪽의 인간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줘.

억지로 악역을 떠맡겼지만 그것이 이 마을을 위한 길이었으니까.

분명 아무도 기쁜 얼굴로 있진 않겠지.

어쩌면 억지로 생명을 늘린다고 발악했던 일에 대한 업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오랫동안 블리처와 계속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 점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어.

매일 깨어날 때마다 아침 토스트를 탁자에 올려놓고, 그 빵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내가 괴물이 되어도 마치 괴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으니까.

그럼 마지막으로 블리처, 이제와서 솔직히 말하지만 그 빵 정말 맛없었어. 하지만, 그 빵을 먹으면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라는 기분이 드는 빵이었어. 솔직히, 그립긴 하겠네.

 

,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진다.

 

-블리처-

이제와서... 맛없다고 하면 어떡할 겁니까... 이 바보 멍청아....

 

좋아합니다.

좋아했었습니다.

좋아하겠습니다.

이윽고 한 여인의 울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전투)

 

모든 일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오르카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이트 앤젤-

...

 

-실피드-

저기, 소령님. 여기는 어째서.

 

-나이트 앤젤-

어젯밤, 메이 대장께서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운디네-

, 그런고보니 어제 싸움이 전부 끝나고도 한 번도 보이지 않았지.

어디로 갔던 것인가.

 

-실피드-

소령님, 혹시나...

 

마을 뒤 숲으로 향했을 때, 그곳은 이미 숲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폭격에 의해 황폐화된 지역, 그저 보기만 하여도 얼마나 많은 수의 폭격이 일었는지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운디네-

이게, 그 사람이 혼자서 한 거라고...? 말도 안돼.

 

-실피드-

멸망의 메이라는 이름 자체가 그녀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멸망을 불어키는 재앙이라고 했으니까 그럴 수 밖에. 하지만 이 정도 규모는... 멸망전쟁 이후로 처음 보는걸.

 

-나이트 앤젤-

...!

 

나이트 앤젤은 무엇인가를 발견했는 것인지 급강하를 하였다.

아직 파괴되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 쓰러져 있는 한 여인

나이트 앤젤이 그토록 찾던 메이였다.

 

-나이트 앤젤-

.....

 

온몸에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 메이의 복부쪽에는 피가 흘러내린 흔적이 있었다.

 

-운디네-

세상에...

 

-실피드-

대장...

 

메이의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말라있었다.

분명 쉼없이 포탄을 발사하면서 그녀는 계속해서 울분을 뿜어냈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이트 앤젤-

이제 편해진 것이군요, 대장.

 

 

-사령관-

리리스, 그쪽은 어때?

 

-블랙 리리스-

, 주인님....

 

리제의 집 안에서 리제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피가 굳어있는 것을 보니 죽은지 시간이 지난 듯 하다.

 

-블랙 리리스-

자신의 목에 그은 것 같아요. 리제 뿐만이 아니라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살을 택했다고 하더라고요.

 

수십년동안 기다려오고 기다려왔다.

언젠가 만나리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사실 처음부터 없었다고 생각할 때, 그 상실감은 얼마나 컸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리제는 웃고 있었다.

 

-사령관-

그 사람을 만났나보네.

 

-블랙 리리스-

, 그러게요. 다행이네요.

 

-사령관-

그러게, 그녀에게 있어서는 정말 다행일지도 몰라.

 

 

잠시 묵념하고 리제의 집을 나왔다.

멀리서 칸이 자신의 부하 시체를 메고 오는 것이 보인다.

 

-사령관-

도와줄까?

 

-신속의 칸-

마음만 받도록 하지.

...리제도 죽은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속의 칸-

...이렇게 많은 수의 바이오로이드가 죽는 것은 그날 이후로 처음이군.

내 잘못된 선택으로 수많은 부하들이 전쟁 속에서 목숨을 잃었었지.

그래서인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

만약 내 선택으로 또 다시 수많은 부하들이 목숨을 잃는다면 어떡하겠는가.

내가 선택한 답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나는 빅토르 사령관의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있었다네.

모든 것은 그가 선택한 것, 나는 그저 그의 명령에 불복할 뿐, 그렇게 생각하며 말이야.

하지만, 그것 또한 아닌 것 같더군.

지금 상황을 보면 말이야.

 

-사령관-

누구나 언제나 옳은 선택만을 할 수는 없어.

너도, 그리고 나도 말이야.

 

-신속의 칸-

새겨듣도록 하지.

조만간 우리들은 이곳의 남은 녀석들을 이끌고 떠날 생각이네.

 

-사령관-

오르카로 오는 건 어때?

 

-신속의 칸-

하하,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하지만, 듣자하니 그곳에는 나와 같은 녀석이 있다던데, 구별할 수는 있겠는가?

 

-사령관-

내면이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신속의 칸-

과연, 그것도 그렇겠군.

마음만 받도록 하지.

나는 아직 그곳을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것 같군.

혹시나 가고 싶은 녀석들도 있을 테니 부하들에게는 이야기해보도록 하지.

 

-사령관-

그래, 부탁할게.

 

-신속의 칸-

아아.

 

마을 중앙에 도착했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도서관 앞에 쓰러져 있는 죠니.

마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알비스 또한 그곳에 있었다.

 

-알비스-

있지, 사령관.

아저씨... 결국 초코바 먹지도 못했어... 꼭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알비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알비스-

사령관님... 어째서, 이 마을 사람들은 행복할 수 없는 거야... 아무도 웃지 않고 있어. 레오나 언니도, 칸 언니도, 그리고 사령관도...

 

그리고 너도.

나는 그녀를 내 품으로 꽉 껴안았다.

그녀가 맘껏 울 수 있도록,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철혈의 레오나-

우중충한 얼굴인걸.

 

-사령관-

사돈 남말할 소릴

 

-철혈의 레오나-

...그렇게 티나?

 

-사령관-

물론이지.

....미안.

 

 

-철혈의 레오나-

뭐가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처음부터 말했을 텐데이번 작전은 내가 따라가기로 결정했다고.

사령관당신은 충분히 해냈어.

이번 작전은 그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뿐이야.

세상에는 아무리 해결하려고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해.

이것도 그저 그것과 같은 부류였을 뿐이야.

 

-사령관-

하지만이런 결말은 아무도 바라지 않았을 거야.

 

-철혈의 레오나-

이보다 최악인 결말이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

만약 우리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결국 죠니는 완전히 폭주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으며 이 마을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은 목숨을 잃었을거야.

하지만당신의 선택으로 이 정도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살릴 수 있었지.

사령관선택이란 어려운 거야.

한 번의 선택으로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나 또한 그 선택으로 인해 괴로웠던 일들도 많았어.

더 이상 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지.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일어서야해.

가만히 웅크려 있다가는 아무것도 해결될 일이 없으니까.

 

-사령관-

...고마워레오나.

 

-철혈의 레오나-

천만에나는 사령관이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는 것을 오랫동안 보고 싶지 않을 뿐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슬슬 가볼까다른 녀석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녀석들도 당신처럼 의기소침할 테고 말이야.

 

-사령관-

그러자.

있잖아레오나.

만약에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된다면 너는 어떤 말을 듣고 싶어?

 

-철혈의 레오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사령관-

죠니와 싸우기 전에 잠시 생각해봤어.

만약 지금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그들과 작별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철혈의 레오나-

어려운 질문인걸.

마지막 인사라니.

일단 내 이야기를 한다면나는 내 자매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었어.

 

-사령관-

미안하다?

 

-철혈의 레오나-

그때눈밭에서 내 자매들이 한 명씩 죽어갈 때나는 그녀들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엇어그저 나를 따르는 녀석들이그렇게 밝은 얼굴을 하던 녀석들이 한 명씩 힘없이 죽어가니까.

전부 내 역량 부족이었지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기에 그녀들이 죽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들에게 미안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어.

하지만그녀들은 그런 나의 마지막 인사를 받아들였어.

사령관깊게 생각하지마어차피 우리들은 당신을 따르는 병사들

당신이 어떤 말로 작별하든지 간에 우리는 전부 받아들일 자신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