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소음으로 가득한 섬 op

소음도 폭력입니다.


[금란 S7]

"주인님, 잠깐… 괜찮으실까요?"


-금란? 쉬고 있는 거 아니었어?"


[금란 S7]

"최근, 오르카 호 바깥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곳이 있어서… 조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시끄러운 곳? 잠시만, 포츈에게 한번 물어볼게."


[금란 S7]

"네, 부탁드릴게요…. 사령관님 방은… 방음이 되어있어서 쉴 수 있겠네요."


-잠시 기다리자, 포츈이 들어왔다. 무표정해 보이는 표정 위로는 숨기지 못한 피로가 보였다.


[포츈]

"사령관님, 어쩐 일로 부른 거거든?"


-"금란이 시끄러운 곳이 있다고 해서 확인차 불렀어."


[포츈]

"아아, 나도 알고 있거든? 대강의 위치 정도는 파악했었거든."


-보통 이런저런 소리가 샐 것을 대비해 사령관실이나 비밀의 방은 방음처리가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에는 사고를 대비해 방음이 안 되어 있었지.


-…내 방이 너무 방음이 잘 되어서 몰랐네.


-"그런데 왜 말해주지 않았어?"


[포츈]

"이틀 정도 전부터 들리던 소리거든. 처음에는 작아서 솔직히 몰랐거든? 기계 잡음인 줄 알고 정비하고 있었거든."


-"어느 정도 거리에 있어?"


[포츈]

"거리만 따지자면 3시간 정도 걸릴 거거든."


-"좋아. 바로 이동하자."


-3시간 뒤.


[포츈]

"도착했거든? 그런데 바로 앞에 철충이 꽤 많거든."


-"우선 그쪽부터 처리해야 하겠네."


[포츈]

"당연한 거거든! 나도 못 참겠거든!"


/전투


소음으로 가득한 섬 ed


[포츈]

"바다 주변이라 그런지 철충이 약하거든."


-"다행이네. 별로 다치진 않았어?"


[포츈]

"다친 사람 아무도 없거든!"


[레이시]

"으음, 이 정도라면 충분해요. 그런데… 저 안쪽까지 정찰은 누가 하죠?"


-"슬레이프니르와 흐레스벨그가 하기로 했어."


-그 둘은 이 소음! 노래를 만들어줄 작곡가다! 라면서 자원해주긴 했지만…


[포츈]

"좋아! 직접 혼내주러 갈 거거든?"


-"너무 무리하지는 마."


[포츈]

"걱정 말라는 거거든!"


1-1s

벌집제거 op

벌집 제거 정도는 흔한 일이죠.


[포츈]

"사령관님, 문제가 좀 있는 거 같거든?"


-"무슨 일이야, 포츈?"


[포츈]

"철충들이 모여있는 곳을 파악했거든. 거기에 레이더 2기를 확실하게 확인했거든. 이대로 내버려두면 섬 정찰에 분명 악영향이 가해질 거거든."


-"확실히 정찰 임무를 하기엔 힘들겠네."


-철충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어.


[포츈]

"생각보다 수가 많거든. 아마 이 쪽도 지휘하면서 수색을 진행해야 할 것 같거든."


-내가 두 곳을 동시에 집중해서 지휘하는 일은 어렵다.


-지휘관 개체가 있는 부대를 보내는 게 좋겠지.


/ 전투


벌집제거 ed


[불굴의 마리]

"어려운 적은 아니었습니다. 허나 철충은 이 뒤쪽에 더 많이 숨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더 있다고?"


-레이더 2기가 전력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이 섬은 생각보다 적들의 수가 많을 가능성도 있다.


[불굴의 마리]

"철충들의 행동을 보았을 때 이건 시간끌기에 불과할 겁니다."


[C-77 레드후드]

"마리 대장님, 확인했습니다. 이전과 같은 연결체는 없습니다. 다만 철충들의 숫자가 저희가 상대한 수의 3배는 되어 보입니다."


[불굴의 마리]

"제가 틀렸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레드후드의 정찰대로면 저희들만으로도 이곳은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알겠어. 문제가 생기면 즉각 보고할 수 있도록."


[불굴의 마리]

"알겠습니다."


1-2s

라이터와 스프레이 op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적어도 어떻게든 해야하는 게 부대입니다


[T-2 브라우니]

"레프리콘 상병님, 이거 왜 이리 수가 많슴까? 저희 지원 없슴까?"


[T-3 레프리콘]

"브라우니, 꾀 부리지 마. 충분하잖아. 평소에 만나던 철충들과 달리 약한 놈들밖에 없다고."


[T-2 브라우니]

"저만 힘들다고 느끼는 검까?! 이프리트 병장님은 어떠심까?!"


[M-5 이프리트]

"말 할 시간 있으면 빨리 총이나 더 쏴. 이 정도에 끝나고 휴식까지 받으면 대박이지."


[T-2 브라우니]

"이 사람들 진짜 엄청남다…"


[M-5 이프리트]

"우리도 귀찮아. 근데 잘 생각해봐라. 우리 지휘관이 일을 끝낸 바이오로이드에게 뭔가를 더 시키는 성격이었냐?"


[T-2 브라우니]

"그, 밤일은 더 시켰던 걸로 기억함다."


[T-3 레프리콘]

"브라우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AA-7 임펫]

"뭘 잡담하고 있나! 제대로 해라!"


[M-5 이프리트]

"겍, 임펫 상사는 귀찮으니 슬슬 제대로 가자고."


/전투


라이터와 스프레이 ed


[M-5 이프리트]

"얏호, 전투 끝! 이제부터 휴식 시간!"


[T-20S 노움]

"불안한데요, 감이 안 좋아요."


[M-5 이프리트]

"같은 병장의 감은 무시할 수 없지… 뭔가 더 있는 건가."


[AA-7 임펫]

"당연히 있지. 적 앞에서 잡담하게 되어 있나?"


[M-5 이프리트]

"임펫 상사님, 그래도 저희 일은 다 끝마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로 좀… 넘어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AA-7 임펫]

"대장님이 봤다."


[T-3 레프리콘] [M-5 이프리트] [T-20S 노움]

"앗, 아아…."


[T-2 브라우니]

"저희 어떻게 되는 검까?"


[AA-7 임펫]

"별 일 없다. 경계병이 너희들이 1순위가 되었을 뿐이다."


[M-5 이프리트]

"저, 혹시 지금이라도 취소는…"


[AA-7 임펫]

"못 해. 대장님이 이미 사령관님께 보고했다. 그렇게 알고 기다리고 있어라."


[M-5 이프리트]

"내가 초번이고 노움이 말번. 중앙은 너희들이 때워라."


[T-3 레프리콘]

"…12시 불침번은 제가 하겠습니다."


[T-2 브라우니]

"그럼 제가 2시 불침번임까?"


[M-5 이프리트]

"니 죄를 니가 알렸다."


[T-2 브라우니]

"알겠슴다…."


[T-20S 노움]

"싫으면 브라우니가 말번 할래?"


[T-2 브라우니]

"그, 그래도 됨까?"


[M-5 이프리트]

"당연히 안 돼."


[T-20S 노움]

"그렇지만."


[M-5 이프리트]

"이런 사소한 일에 커버칠 필요 없어. 그냥 2시 불침번 들어가라."


[T-2 브라우니]

"알겠슴다…."


[M-5 이프리트]

"그동안 그래도 되게 편하게 해 줬잖아. 레프리콘, 불만 있으면 둘이 바꾸는 거 정도는 허락하마."


[AA-7 임펫]

"병사들은 다들 집합해라! 슬슬 오르카 호로 귀환한다!"


[T-3 레프리콘]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2

일만 잘 하면 된다 op

일만 잘 하면 철충이라도 상관없죠.


[P-49 슬레이프니르]

"이 소리! 누가 봐도 소음이라 하기엔 좀 크지 않아? 거기에 일정한 박자와 음으로밖에 느낄 수 없는 규칙성! 이건 작곡가야!"


[EB-48G 흐레스벨그]

"전대장도 같은 생각인가보네요."


[P-49 슬레이프니르]

"그렇지? 이건 무조건! 작곡가야. 아무래도 장비가 좋지 않은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음악처럼 들을 구석은 분명 있었다.


-그걸 구분하기 전에 소음처럼 인식할 정도로 시끄러운 게 문제지. 지금도 자세히 집중하기 전까진 아예 소음으로 들리니까.


-"정찰 중에 이상한 건 없어?"


[EB-48G 흐레스벨그]

"소리가 나는 곳의 진원지 주변에 철충들이 좀 있네요. 그냥 이대로 돌파해도 될 것 같아요."


-약하다고는 해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혹시 모르니 다른 인원들과 합류하자. 만약의 경우라도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


[P-49 슬레이프니르]

"알겠어. 일단 합류하고 전투할게."


/전투


일만 잘 하면 된다 ed


[포츈]

"다 처리했거든!"


[P-49 슬레이프니르]

"이제 들어가봐도 돼? 솔직히 궁금했거든."


[레이시]

"…좋은 꼴은 못 볼 거에요."


[EB-48G 흐레스벨그]

"그러고보니 레이시씨는 어째서 내린 거죠?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큰 소리는 몸에 안 좋을 거에요."


[레이시]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보다, 소리가 멈춘 것 같은데 일단 앞으로 가 보죠."


[EB-48G 흐레스벨그]

"어라? 그러고보니 이 녀석들을 부순 뒤부터 소리가 안 나는 것 같은데요."


[???]

"아악! 경비용 AGS를 다 때려부수면 어떡하잔 거에요! 물어낼 거에요?"


-"경비용…?"


-우리가 잘못 본 게 아니라 확실하게 철충이다. 이런 걸 경비용이랍시고 두는 과거의 인간들은 없었겠지.


-갑작스레 튀어나온 붉은 머리의 바이오로이드는 손바닥 방향이 빨간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

"당신들, 이름이 뭐에요! 신고할 거에요! 일러바칠 거에요! 포커스헤드님한테 다 말할 거라구요!"


-"그 전에 너부터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

"남의 집 경비 AGS를 망가트린 사람이 먼저 말을 해야지요!"


-이 바이오로이드는 화가 나서 방방 뛰면서도 내 말에 대답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나는 자기소개를 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시]

"제 이름은 레이시…"


[???]

"레이시? 레이시?? 지금 레이시라고 했어요?"


-레이시라는 이름에 크게 반응한다. 설마 싶지만 이 바이오로이드도 버뮤다 팀의…


[플람마]

"제 이름은 플람마! 이 섬에 홀로 남겨진 불쌍한 바이오로이드에요.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레이시]

"으, 으응…."


-레이시는 갑작스레 달려드는 바이오로이드, 플람마에게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나라고 해도 당황할 거다.


[플람마]

"이야~ 말로만 듣던 레이시 언니라니~ 살고 보면 별 일이 다 있네요! 좋아요! 버뮤다 팀이 만들어낸 결함품 바이오로이드, 플람마가 경비 AGS를 부순 걸 용서하겠습니다!"


-버뮤다 팀. 역시 그런 거였나. 버뮤다 팀은 레이시를 실험체로 삼아서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를 연구했다고 했었지.


-본인을 결함품이라고 한 걸 보면, 어쩌면…


[플람마]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에요?"


[포츈]

"너무 시끄러워서 혼내주러 온 거거든!"


[플람마]

"아! 그러네요. 죄송해요…가 아니라! 안 시끄러웠으면 와주지도 않았다는 이야기잖아요! 쓸쓸하게 여기서 굶어죽을 뻔 했네. 다행이다, 내 영혼의 일렉기타!"


[포츈]

"이 애, 아무리 봐도 너무 긍정적인 4차원이거든…."


-포츈이 몇 번 말을 섞고는 포기할 정도의 긍정적인 성격.


-그런 성격으로 조정해야 할 일이 있을까?


[플람마]

"흠흠! 아무튼, 환영합니다. 저희 경비 AGS가 폐를 끼쳤네요."


[레이시]

"저건 철충이잖아…."


[플람마]

"좋은 지적이에요 레이시 언니!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철충이라도 일만 잘하면 경비 AGS랑 차이가 없지 않을까요?"


[포츈]

"말이 안 통하거든…."


1-3


인간합격 op

합격입니다.


[플람마]

"이쪽으로 오세요! 경비 AGS도 없겠다, 이제 막을 무언가도 없거든요."


[포츈]

"진이 다 빠지거든… 이런 바이오로이드는 처음 보거든?"


-"그러게."


-의도적으로 성격을 조정한 바이오로이드는 이전부터 많았다. 하지만, 이 바이오로이드는 너무 긍정적이다.


-그리고 중간에 나왔던 포커스헤드라는 명칭. 분명 우리가 아는 이들 중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었다.


-그것도 나중에 확실히 알아봐야겠지.


[플람마]

"짜잔! 여기가 바로바로~ 과거의 버뮤다 팀 기지! 철충의 습격을 받고 지속적으로 망가져서 진짜 텅 비고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제 집입니다!"


[레이시]

"…. 너도, 이런 곳에서 지냈구나."


[플람마]

"에엥, 다른 개체 중에서 저는 행복한 편이에요? 이 플람마가 본래 어떤 개체인지 설명하자면 길다구요."


[EB-48G 흐레스벨그]

"그러고보니 소리를 내던 물건은 어디에?"


[P-49 슬레이프니르]

"그러게. 이렇게 망가진 걸 보니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데."


[플람마]

"아, 그건 이쪽에 있어요!"


-플람마는 망가진 기지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놓여있는 건 일렉기타, 그리고 소리를 내는 부분은 망가져 있었다.


[포츈]

"이러면 확실히 시끄러울 수밖에 없을 거거든."


-섬 전체에 안내방송을 했을 거대한 스피커에 연결된 걸 보니 섬 전체에서 소리가 빠져나갔겠지.


-지금 보니 일렉기타도 멀쩡해 보이지는 않는다.


[플람마]

"헤헤. 제가 기타랑 하모니카는 할 줄 아는데 고치는 건 못 하거든요. 애초에 기타가 망가질 즈음엔… 으음,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포츈]

"기타를 조정할 겸 수리해도 될 지 모르겠거든? 허락한다면 하겠거든?"


[플람마]

"그럼 좋죠! 부탁드릴게요! 실은 망가진지 꽤 되어가지고 못 써먹다가 이번에 간신히 소리낸 거거든요."


[레이시]

"간신히?"


[플람마]

"간신히죠. 실은 저 수명이 얼마 안 남았거든요."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고? 그걸 저렇게까지 태연하게 말할 수 있다고?


[플람마]

"레이시 언니? 얼굴이 왜 그래요? 아아, 플람마 개체에 대해 잘 모르시는 건가요?"


[레이시]

"…미안, 나는 실험실에서만 있다가 탈출해서 버뮤다 팀에 대해서도 솔직히 잘 몰라."


[플람마]

"그럼 어쩔 수 없죠! 설명해드릴게요. 플람마는 본래 불을 이용해 공격하는 개체로 만드려고 했어요. 그런데 연구를 하다보니… 어라? 차라리 정전기로 불을 내는 게 훨씬 낫지 않나? 라고 연구원분들은 생각했대요."


[레이시]

"그, 그만. 말하지 마."


[플람마]

"그래서요, 그 정전기로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가 그거에요. 이미 레이시 언니로 전기 쪽은 해결됐으니까 싸구려 바이오로이드를 하나 만들자. 놀라운 이야기죠?"


-플람마는 웃고 있었다.


-표정과 말의 괴리감. 더 이상은 조용히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콘스탄챠, 최소 인원들만 붙여줘. 저 쪽으로 직접 가야겠어."


[콘스탄챠 S2]

"알겠습니다, 주인님."


-주변의 철충들이 저 기지로 가는 길을 다시 메우고 있다.


-직접 가서 이야기를 나눌 겸, 철충도 정리하는 게 낫겠지.


/전투


인간합격 ed


-철충들을 해치고 플람마라고 자칭한 바이오로이드가 보이는 곳까지 다다랐다.


-그 사이에도 이야기를 하고 있던 모양인지 다른 인원들의 얼굴이 어둡다.


[포츈]

"어머, 사령관이 직접 온 거거든?"


[플람마]

"사령관? 언니들은 사령관도 있구나."


-플람마가 이 쪽을 보았다.


-짧고 붉은 단발머리가 내 눈에 보일 정도로 확 서고, 붉은 눈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혀 있었다.


-플람마는 재빠르게 내 앞에 절하듯 엎드렸다.


[플람마]

"인간님. 죄송합니다. 제발 자폭만은…"


-자폭?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아무 짓도 안 할거야. 일어나."


[플람마]

"네! 플람마는 멀쩡해요!"


-여기서 자세히 보니 플람마의 옷은 전체적으로 해져 있었다. 거기에다 전체적으로 흙먼지가 묻어있는 걸 보면, 애초에 기지에는 들어가지도 않았겠지.


-철충들을 AGS라고 사고하고 살 만큼 망가져 있었겠지.


-"나는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플람마]

"정말로요? 안 때릴 거에요? 자폭하라고도 안 해요? 이상한 명령도 안 내려요?"


-"나는 안 그래.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거야."


[플람마]

"…이상한 인간이네요, 인간님."


-"네가 더 이상하거든."


[플람마]

"이런 게 이상하단 거에요. 원래라면… 생각해보니, 절 때리고 끝내면 안 될까요?"


-이전에 통신으로 이야기했을 때는 무시했는데 직접 오니 이런 반응…


-어쩌면 이 개체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결함품이라고 자칭할 정도인 걸 보면, 감지하는 능력 자체가 크게 떨어져서 멀리서는 인식을 못 한 걸수도 있고.


[포츈]

"저기 사령관? 잠깐 이 쪽으로 와 줘."


-나는 아무 말 없이 포츈의 옆으로 이동했다. 포츈은 조용히 기타의 감정 결과를 말해주었다.


[포츈]

"이거 그냥 기타가 아니거든. 이 기타 내부에 폭탄 같은 게 있거든."


-"폭탄?"


[포츈]

"전기로 터트릴 수 있는 구조거든. 그게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누전되서 작동시킬 가능성도 있거든? …솔직히, 이틀 정도만 늦었어도 터졌을 거거든."


-"터졌을 거라고?"


-과거의 인간들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든 거지?


[포츈]

"위력이 섬을 날릴 정도는 아니거든? 그래도 기지 하나 정도는 날릴 위력이거든. 이거 엄청 위험한 거거든."


-"알겠어. 우선 이것부터 떼어놓자."


[플람마]

"아, 안 돼! 기타는 제 존재 이유에요. 그게 없으면 플람마는 자폭밖에 할 수 없는 바이오로이드가 된다구요."


-"앞으로는 그럴 필요 없어."


[플람마]

"안 돼, 안 돼요. 저는, 그게 없으면… 바이오로이드조차 아니에요. 기타랑 하모니카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저는… 그냥 고깃덩이라구요."


-"…."


-우선 포츈에게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처리해달라고만 부탁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하기 전에 이 개체를 달래줘야 할 것 같다.


1-4

종이 창고 op

창고에 남은 게 종이뿐이라면 종이 창고라고 불러야겠죠


-플람마를 달래기 위해선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로도 플람마는 나를 믿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우선은 진정하긴 했으니 다행일까.


[플람마]

"그런데 인간님, 버뮤다 팀의 사람이 아닌가요?"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일 뿐이야."


[플람마]

"그렇게 말하셔도 말이죠…"


-플람마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나에게 조심스레 무언가 내밀었다.


-변형이 되지 않도록 진공팩에 넣어둔 카드다.


[플람마]

"이곳 시설의 마스터 키에요."


-"이걸 왜 나에게?"


[플람마]

"만약의 이야기지만, 버뮤다 팀의 누군가가 오면 이 키를 주고 안쪽의 자원과 연구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어요."


-"나는 버뮤다 팀이 아니라고 했잖아."


[플람마]

"레이시 언니를 확인한 이상 부정해도 버뮤다 팀이 아니라고 부정할 근거가 없어요. 그러니까 받아주세요."


-플람마는 조심스레 고개를 숙이고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내밀었다.


-안 받아도 문제가 되겠지. 우선 나는 조심스레 그 카드를 받았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플람마]

"그러지 마세요. 차라리 죽여버리겠다고 말해주세요. 숨기지 말고, '네가 바이오로이드라서 그래'라고 말하세요. 당신 같은 인간은,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내가 뭘 하던지간에 이 태도가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일단은 안쪽의 연구 자료라도 찾아보는 게 좋겠지.


-"연구 자료는 어느 방향에 있지?"


[플람마]

"연구 자료는 이 안쪽과 섬 반대편, 두 곳에 있어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지금의 상황에 차마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내가 여기에서 빠지고 멀리서 지켜보는 게 도움이 되겠지.


-"우선 저 안쪽부터 다녀올게. 슬레이프니르랑 흐레스벨그는 나랑 같이 가자."


[P-49 슬레이프니르]

"그게 차라리 낫겠네요."


-카드를 조심스레 망가진 기지에 대자, 의외로 시원스럽게 문이 열렸다.


-오르카 호에서 들었을 때는 철충의 습격으로 망가졌다고 했는데.


[P-49 슬레이프니르]

"아아, 망가졌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뭔가 보여?"


[P-49 슬레이프니르]

"안쪽에 꽤나 철충들이 많은걸."


-의외로 기기들은 거의 멀쩡했다. 빛을 보고서 철충들이 이쪽으로 달려온다는 게 문제였지.


-아무래도 무찌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것 같군.


/전투


[EB-48G 흐레스벨그]

"씁쓸하네요. 새로운 OST 제작자일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을 겪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


-연구 자료는 찾았다. 다행히 종이로 되어 있어서 찾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곳에는 플람마의 설계도는 없었지만 무슨 연구를 했는지는 제대로 나와있었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이 정도일 줄은."


-써 있는 건 충격적이었다.


-자폭의 구조, 기타와 하모니카, 그리고 일부러 약하게 만든 뼈.


-터졌을 때 얼마나 살상 피해를 입히는가, 그리고 어째서 플람마를 통해 폭파시키는 행위가 이로운가, 거기에 단가도 써 있었다.


[스카디]

"이 가격이라면 농담이 아니라 고급 케이크만도 못 해요. 정말로, 가격만을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에요."


-설계도는 없지만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나와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 드라큐리나가 여러 기능을 넣다가 단가 때문에 약하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플람마는 더더욱 약하다.


-"…이 정도면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어?"


[스카디]

"이 정도면 일상생활만 해도 5년 이상 가기 힘들어요. 게다가 이건…"


-5년. 하지만 철충들의 습격과 전체적인 상태를 보았을 때, 플람마는 최소 백 년 이상은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


-분명 포커스헤드라고 칭한 인물이 있었지. 그에게 무언가 도움을 받았던 걸까?


[콘스탄챠 S2]

"주인님, 안쪽에 문이 더 있습니다."


-일단은 이쪽부터 해결해야 하는 건가.


-구역질이 나오는 자료들이지만 우선은 전부 확인해야만 한다.


-나는 마스터키를 대어 문을 열었다.


1-5

카니발리즘 op

동족 포식을 하는 놈이 더 있겠어요?


-"이건…"


-망가진 철충들이다. 보통의 철충이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곤 하나, 예외인 개체가 하나 있었다.


-연결체, 그 중에서도 프레데터. 같은 철충들이 대부분 파괴된 걸 보면 그 탓일 것이다.


[콘스탄챠 S2]

"혹시 그 때의 철충일까요?"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해. 다들 전투를 준비해줘. 프레데터가 맞다면 다른 철충들이 우리 뒤의 열린 문으로 달려들 테니까."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물론입니다."


-라비아타는 대검을 들어올렸다. 충전된 플라즈마 제너레이터가 번쩍거리며 주변을 밝혀주었다.


-프레데터는 T-1 고블린들을 이용한 생체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전자 신경 회로를 흡수한 돌연변이 개체다.


-그걸 이곳에서 연구했다는 건가?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오고 있어요."


-안쪽의 정보를 얻기 전까진 모르겠지.


/전투


카니발리즘 ed


-"안쪽에 괜찮은 자료들은 있어?"


[스카디]

"건질 수 있는 건 다 종이로 된 것 뿐이에요. 해킹이고 뭐고 시도할 수가 없네요. 완전히 박살을 내 놨어요."


-프레데터는 철충을 먹이로 먹는다. 아마 다른 기계에 들어가있던 철충까지 다 먹은 탓이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바깥의 기기들은 어째서 부서진걸까.


-"애초에 철충들이 이곳에서 나가지 않은 이유는 뭐지?"


[스카디]

"아마 동면 상태였겠죠. 먹을 것도 없고, 나가봐야 인간들도 없고 섬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수단도 없을 테니까요."


-확실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스카디]

"이 쪽에 설계도랑 설계 의도가 있었는데… 사령관님, 이건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쭉 읽어본 나는 저도 모르게 종이를 구기고 있었다.


-"닥터에게 연락해."


-잠시 기다리자, 닥터가 화상 화면에 떠올랐다.


[닥터(화상)]

"오빠! 무슨 일이야?"


-"스카디를 통해 자료들을 보낼테니 분석해줄 수 있겠어?"


[스카디]

"타이핑 작업을 해커한테 시키다니."


-스카디는 그런 농담을 하면서도 순식간에 자료를 옮겨 보냈다.


[닥터(화상)]

"으음, 이 설계대로면 진짜 작정하고 최저한의 단가만 넣은 모양인데. 애초에 이런 몸으로면 정비 없이 5년 이상 살 수 없을 거야."


-"해결책은 있어?"


[닥터(화상)]

"…없어. 미안해, 오빠. 이 설계대로면 애초에 '죽기 위해 설계된'거야. 설계도가 있어도 이건 무리야. 애초에 만들기 전이면 모를까, 지금 와서 이걸 고치는 건 불가능해."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거야? 정말로?"


[닥터(화상)]

"…. 불가능해. 오리진 더스트의 사용부터가 뼈 내부의 폭약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서만 사용됐어. 이걸 고치려면 뼈 안쪽부터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플람마는 고급 개체가 아니야. 그런 수술을 하면 못 버텨."


-이해는 하고 있었다.


-라비아타 같은 경우는 프로토타입으로, 특수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술할 수 있었다는 걸.


-그제서야 조금 알 수 있었다.


-"닥터, 그러고보니 소리는 이틀 전부터 들렸다고 했지? 혹시 소리가 끊어졌던 적은 있어?"


[닥터(화상)]

"없었어. 그래서 나는 기기의 잡음인 줄 알고 전부 정비했거든. 그 후에 포츈 언니에게 기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고."


-이틀 정박하고 있던 걸 생각해보면, 그리고 망가져있던 기타를 생각해보면, 그리고 스피커에 연결한 걸 생각해보면…


-굳이 손바닥 방향이 빨간 목장갑을 낀 이유는 뭐지? 기타 피크도 없었고, 그 장갑을 낀 상태에선 세밀하게 연주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텐데.


-애초에 철충을 AGS라고 칭하면서 늦게 달려온 이유는?


[닥터(화상)]

"오빠?!"


-"미안해! 안쪽에서 자료를 전부 모으고 나와! 확인해야 할 게 있어!"


-나는 나도 모르게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설마, 설마 싶었지만…


1-6

먼 곳까지 닿는 소리 op

소리는 물에서 더 빠르게 전달됩니다


-"플람마!"


[플람마]

"헉! 인간님?!"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진 플람마의 손에 낀 장갑을 벗겼다. 저항은 전혀 없었다.


-"…역시, 설마설마 했는데."


[플람마]

"헤헤, 들켰네요."


-방금 전까지 겁먹는 연기는 버린 듯 플람마는 혀를 내밀며 웃어보였다. 그렇겠지, 플람마는 인간에 대한 공포가 없도록 되어 있으니까.


-아무리 상처받아도, 어떤 명령을 받아도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다. 죽으라고 하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는다.


-그러니까 자신의 손가락이 파일 때까지 쉬지 않고 기타를 쳐댔겠지. 그래서 우리들을 불렀겠지.


-아마, 그런 행동을 하면 인간들이 자길 확실히 죽일 거라 생각한 거겠지.


[레이시]

"플람마, 너…."


[플람마]

"미안해요! 하지만, 이게 더 이야기하기 빠를 것 같았거든요. 제가 하나하나 설명해봐야 시간만 더 잡아먹을 것 같았고, 어차피 철충들은 처리해야 했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다가오지만 알고 있다. 플람마는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는 걸.


[플람마]

"아! 흐레스벨그씨도 나오시네요. 저기, 다들 제 음악 들어주지 않겠어요?"


[EB-48G 흐레스벨그]

"으, 음. 들어보고 싶네요."


[플람마]

"그 전에! 저기 달려오는 철충들부터 처리한다면요!"


-인간의 뇌파를 감지하고 달려오는 건가. 그 전까지 철충들이 별로 없었던 걸 생각하면 맞을지도.


/전투


먼 곳까지 닿는 소리 ed


[EB-48G 흐레스벨그]

"다 처리했습니다."


[포츈]

"기타도 다 수리했거든."


[플람마]

"감사해요!"


-플람마는 웃으면서 기타를 받았지만, 모든 인원들이 웃지 못했다.


-밖에 있던 이들은 기타줄이 만든 상처가 선명한 그 손에, 그리고 안에 들어갔던 이들은 그 운명에.


-저주를 가지고 태어났다 해도 좋을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있던 그녀에게…


[플람마]

"갑니다, 제 비장의 곡! 그 이름하여 일렉플람마!"


-작명 센스는 꽝이었다. 그러나 음악은 확실히 흥겨웠다.


-마치 축제 음악처럼 흥겹고, 음도 높아지고. 표정이 나쁘던 이들마저, 멀리서는 잡음으로 들려 진가를 파악하지 못했던 우리들이 어느새 웃고 있었다.


-기타를 들고 자연스레 흔들며 음악을 즐기는 플람마는 음악만을 위해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처럼 보였다.


[EB-48G 흐레스벨그]

"굉장해! 굉장해요! 마법소녀 OST로 쓰면 좋을 것 같아요! 결정적인 장면에 적을 쓰러트리는 장면으로요!"


[플람마]

"그러네요. 애초에 축가가 아니라 장송곡이니까요!"


-순간적으로 흐레스벨그가 굳었다.


-아니, 우리 모두가 굳었다.


1-7

결함품의 선택 op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언제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플람마]

"어라? 분위기가 왜 그래요?"


[EB-48G 흐레스벨그]

"그, 런 말을 해 놓고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기를 바랬어요?!"


-흐레스벨그는 격앙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음악에 감탄의 찬사를 내뱉었는데, 즐거운 음악이라고 말했는데 장송곡이라는 말을 들어버렸으니.


[플람마]

"아하. 그것 때문에 그런 거에요?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EB-48G 흐레스벨그]

"그런, 걸? 혹시, 어디 아프신가요?"


[플람마]

"어떻게 알았어요? 아파요."


-플람마는 태연했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나에게 벌벌 떨던 태도는 정말로 연기라는 듯.


[플람마]

"사실은 손이 아파요. 무릎도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아요. 눈도 흐릿해서 누가 누군지 잘 몰라요."


-그제서야 본심을 뱉었다.


[플람마]

"제대로 설명할 지식도 기억력도 없어요. 본래부터 그런 기체니까요. 그래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거에요."

"저에 대한 정보는 다 기록되어 있죠. 어떻게 폭발이 가능한지도 기록되어 있죠. 기타와 하모니카를 어떻게 연주하는지도 알고 있어요."

"다만, 거기까지에요."


-"그래서, 아무나 불러오려고 한 거구나?"


[플람마]

"그렇죠? 포커스헤드님이 그랬어요. 몇 번이고 조정을 했지만 이제는 정말 무리다. 길어야 한 달이고, 과격하게 움직인다면 일주일도 힘들다고."


-"…."


[플람마]

"그래서 생각한 거에요. 나는 다르게 죽겠다고."


-플람마는 웃고 있었다.


[플람마]

"일단은 죽기 전에 말해둘게요. 이 섬의 반대편에는 포커스헤드님이 있어요. 상위 AGS 개체는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해킹당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촬영기체에요."


[레이시]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하는 거야?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플람마]

"미안해요, 레이시 언니."


-플람마는 웃고 있었다.


[플람마]

"그쪽에는 제 설계도를 바꾼 개량판도 있어요. 제 몸만 백 년 이상 연구하신 분이니까요. 거기다 포커스헤드님은 강할 거구요."


[P-49 슬레이프니르]

"그게 네 선택인 거지?"


[플람마]

"그럼요. 레이시 언니, 이걸."


[레이시]

"이건?"


[플람마]

"하모니카에요. 전기를 함부로 흘리면 터져버리니까요. 조심조심 다뤄주세요?"


-플람마는 웃고 있었다.


[EB-48G 흐레스벨그]

"대장, 설마 덤벼들 생각은 아니겠죠?"


[P-49 슬레이프니르]

"맞는데?"


[EB-48G 흐레스벨그]

"제정신이에요? 대체 왜 그러는 거에요?!"


[P-49 슬레이프니르]

"나라고 좋아서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플람마에겐… 이것만큼 바라는 상황이 없었겠지."


[포츈]

"정말로 그것밖에 없겠어?"


-포츈의 얼굴은 울상에 가까웠다.


-플람마는 웃고 있었다.


[플람마]

"당연하죠!"


-플람마는, 인간의 명령이 없으면 스스로 죽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플람마는 웃고 있었다.


/전투


결함품의 선택 ed


-플람마의 전투는, 그야말로 처절했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 공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몇 번이고 공격하지 못하고 넘어지고 쓰러져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공격하려고 마음먹은 슬레이프니르까지 공격하지 못할 정도로.


[레이시]

"플람마…."


-레이시는 쓰러진 플람마의 눈을 감겨주었다. 과거의 인간들은, 도대체… 얼마나 악하게 살았던 건가.


[레이시]

"사령관님, 플람마를 묻어줘도 될까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포츈이 등에 달린 헬퍼로 흙을 잔뜩 퍼냈다. 레이시가 조심스레 플람마의 몸을 들어올리자, 바지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 하나가 툭 떨어졌다.


-"이건…."


-<언젠간 태어날 내 동생을 위해>라고 적힌 편지였다.


-나는 차마, 아래의 글을 읽지 못했다. 대신 정갈하게 접어 손에 쥐었다.


[P-49 슬레이프니르]

"마지막까지 긍지를 잊지 않은 이에게."


[레이시]

"그 곳에서는 평안하길."


-스카디는 라비아타와 함께 흙무덤의 주변에 꽃을 옮겨 심고 있었다.


-세찬 바람과 함께 나비들이 저 멀리로 날아가고 있었다.


2-1

정적으로 가득한 섬 op

시끄러운 사람이 사라지면 급작스레 조용해집니다.


[포츈]

"우선은, 포커스헤드라는 AGS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레이시]

"사령관님, 부탁드립니다."


-<언젠간 태어날 내 동생을 위해>. 플람마는 자신과 같은 플람마를 동생이라 말하며 귀여워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죽기 직전의 소원 정도는 이뤄주는 게 좋겠지.


-"포커스헤드를 찾아보자. 둘 다 괜찮겠어?"


[P-49 슬레이프니르]

"이 정도 섬이면 금방 찾을 수 있어. 아까는 소리의 원인을 찾느라 제대로 안 봤지만."


[EB-48G 흐레스벨그]

"상관없습니다."


-"부탁할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떨어져 있었다. 레이시의 경우는 충격 때문인지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확실히, 처음 도착했을 때와 달리 섬은 조용하다.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만 겨우 들린다.


-그 사이에 미세하게 들리는 기계 소리. 아마 또 철충이겠지.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철충들이 옵니다, 주인님."


[스카디]

"저희 둘이서도 충분할 것 같지만요."


-"부탁할게."


/전투


정적으로 가득한 섬 ed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다 끝났어요."


[스카디]

"정말이지 귀찮은 녀석들이에요. 분위기도 못 맞추고 달려들다니."


-잠깐만… 포커스헤드는 AGS라고 하지 않았나? 해킹에 당하지 않는다고 했던 거지 철충에게 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긴 한 적이 없다.


-과도하게 많은 철충의 수, 최악의 경우에는 포커스헤드라고 불리는 그 AGS도 철충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아니, 최악의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지.


[P-49 슬레이프니르]

"찾았어, 지휘관. 본인이 포커스헤드라고 자칭하는 AGS도 찾았고, 가는 길 철충들도 적당히 정리해뒀어."


-"다행이다. 빨리 이동하자."


[EB-48G 흐레스벨그]

"안내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 거리가 생각보다 꽤 됩니다."


[P-49 슬레이프니르]

"얼마 안 되던데? 금방 갈 수 있어."


[EB-48G 흐레스벨그]

"전대장 속도로 가면 어디든지 금방 가겠죠."


[레이시]

"싸우지 말고 일단은 이동해요."


[EB-48G 흐레스벨그]

"…예, 우선은 안내하겠습니다."


2-2

일만 해선 모르는 것도 있다 op

생각보다 세상은 어렵거든요


[레이시]

"슬레이프니르씨는 정말 빠르네요."


[P-49 슬레이프니르]

"그렇지?"


[EB-48G 흐레스벨그]

"펭귄인데도 엄청 빨라요."


[P-49 슬레이프니르]

"나는 제비야! 제비!"


-슬레이프니르는 펭귄이라고 부르면 싫어했었지. 가끔 부대원이 놀릴 때 펭귄이라고 놀려서 그런 걸까.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생각보다 가는 길이 험하네요. 이 길로는 철충들도 안 다닌 것 같아요."


[EB-48G 흐레스벨그]

"아무래도 보통은 편한 길로 가지, 가장 짧은 길로 가지 않으니까요. 옆으로 돌아가는 게 편한 길인데, 굳이 빠른 길을 두고 그렇게 갈 필요는 못 느껴서요."


-"이대로 몇 분 정도 가면 돼?"


[EB-48G 흐레스벨그]

"10분도 안 걸립니다. 중간에 낭떠러지가 있거든요."


[레이시]

"나, 낭떠러지요?"


[EB-48G 흐레스벨그]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들이 조심스레 내려줄 테니까요."


[P-49 슬레이프니르]

"근데 절벽 아래쪽에 철충이 몰려드는 모양인데?"


-이 거리에서 절벽 아래가 보이지는 않지만 상공에서 비행중인 슬레이프니르의 눈에는 제대로 보인 것 같았다.


-아래쪽에도 철충인가. 정말이지 온 섬의 철충들이 몰려드는군.


-"전투할 수 있을까?"


[P-49 슬레이프니르]

"혹시 문제가 되는 인원?"


[스카디]

"저는 근접전이 아니면 좀 힘든걸요."


[포츈]

"문제 없거든?"


[레이시]

"저는 괜찮아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저는 직접 내려갈게요."


[P-49 슬레이프니르]

"오케이! 그럼 스카디 양만 흐레스벨그가 절벽 아래쪽으로 보내줘. 내가 철충들의 시간을 끌고 있을 테니까. 아, 사령관은 위에서 보고 있으라구!"


/전투


일만 해선 모르는 것도 있다 ed


[P-49 슬레이프니르]

"처리 완료! 이제 저 쪽으로 쭉 직진하면 돼!"


[EB-48G 흐레스벨그]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사령관님. 주변에도 철충들이 추가적으로 발견된 사항도 없습니다."


[레이시]

"확실히, 저 건물은 누가 봐도 버뮤다의 기지네요."


-레이시는 바로 앞의 건물들을 확인하더니 그렇게 말했다.


-전체적으로 건물들의 차이가 없나 보다.


[스카디]

"이쪽에는 좀 더 정보가 많겠죠. AGS가 지키고 있다고 했으니 적어도 기기는 작동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희망이네요."


-"그러게나 말이야."


-하루도 되지 않은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서 시간 감각이 망가진 것 같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겠지.


-해가 노을지며 사라지고 있을 때, 건물의 정문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연미복을 입고 있는… 신체는 인간이지만 머리가 캠코더처럼 생긴 이상한 AGS가 하나 있었다.


[스카디]

"해킹당하지 않은 AGS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생각보다는 몸집이 크지 않네요."


[???]

"촬영 및 기록용 AGS에게 무슨 대단한 장치가 있겠습니까? 그저 정보를 함부로 빼낼 수 없게끔 처리된 것 뿐이죠."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신기하게 생겼네요."


[포커스헤드]

"아! 그렇죠.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제 명칭이 포커스헤드거든요. 초점 잡는 머리! 뭐, 과거 광산 인부들의 모자에 붙은 플래시의 명칭이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그 AGS는 말이 굉장히 많았다.


2-3

기계실격 op

이게… 기계?


-"네가 포커스헤드야?"


[포커스헤드]

"버려진 줄 알았는데 이제서야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인간님. 필요한 자료가 있으신가요?"


-바이오로이드에게는 수많은 말을 하던 이가 나에게는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


-"플람마에 대해 말해줬으면 해."


[포커스헤드]

"아! 플람마 말입니까. 그야말로 최악의 실험체지요. 아마 저 밖에서 구르고 있지 않을까요? 아쉽게도 실패작에 대한 기록은 보관하고 있지 않습니다."


[레이시]

"당신, 사고 능력이 있구나."


[포커스헤드]

"바이오로이드의 말에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포커스헤드는 부정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대충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인간은 반드시 플람마에게 상처를 줄 거라 확신하고 일부러 저평가를 하고 있는 거다.


[포커스헤드]

"플람마는 이곳의 연구원들도 기지를 폭파시키기 위해 남겨둔 기체였죠. 저도 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다른 질문은 없으신가요?"


[스카디]

"흠. 혹 철충들에게 당하지 않는 비법은 있나요?"


[포커스헤드]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공격당하면 공격당하는 거지요. 그냥 싸워서 무찌른 겁니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무기 하나 없이 그게 가능하다고요?"


[포커스헤드]

"지금 AGS 무시하십니까? 고작 철충 정도는 제 흰 장갑 낀 주먹 두 방으로도 잡을 수 있습니다. 보통 바이오로이드보다 AGS가 더 강하다는 건 상식이잖습니까?"


-"정말로 플람마에 대해 모른다고?"


[포커스헤드]

"물론이지요, 인간님. 저희 버뮤다 팀, 그 중에서 일련번호도 없어진 버려진 섬에서 실험한 개체는 플람마가 맞습니다만 제 기록에는 없습니다."


[스카디]

"이 정도로 당당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AGS는 처음 보는데요? 속이 궁금한데."


[포츈]

"솔직히 나도 좀 궁금하거든."


[포커스헤드]

"바이오로이드의 말에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럼 내가 물어볼게.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포커스헤드]

"그것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만약 제가 그렇다고 인정하면 인정한 것이 거짓말이 되는 것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말하면 방금 말한 건 진실이 되겠죠. 논리적 오류에 직면합니다."


[스카디]

"아무래도 제대로 말해줄 생각이 없나 본데요."


[레이시]

"나는, 이런 AGS는 처음 봐."


[포커스헤드]

"그 쪽은 누구… 아, 레이시군요. 버뮤다 팀의 첫 실험체. 흠… 아무래도 버뮤다 팀에 관련있는 분이신가 보군요?"


[포츈]

"사령관은 지금 세상에 남은 유일한 인간이거든? 그러니 정보를 줬으면 좋겠거든."


[포커스헤드]

"네? 그러니까 인간은 지금 저 인간 하나다? 그런 이야기십니까?"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물론이죠."


-대답이 끝나자마자 포커스헤드는 나에게 주먹을 날렸다.


-아니, 내가 인식한 게 아니다. 슬레이프니르가 재빠르게 내 몸을 당겨 피하게 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돌았다. 저 AGS는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 들었다는 거니까.


[포커스헤드]

"칫, 역시 녹슬어서 안 되는군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무슨 짓입니까!"


[포커스헤드]

"아니, 혼자 남은 인간이라면서요? 그럼 저 인간만 죽으면 지구에 인간은 없다는 거 아닙니까? 플람마를 괴롭힐 사람도 없을 거구요."


[P-49 슬레이프니르]

"이 녀석도 진심인데. 어쩔 거야, 사령관?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을 거 같아."


-나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플람마가 쓴 종이를 떠올렸다.


-"잠깐만, 우리는 플람마를 만나고 왔어."


[포커스헤드]

"아, 이 종이는… 그렇군요. 플람마는 죽었나 보네요."


-"이야기를 좀 하자. 오해가 있는 것 같아."


[포커스헤드]

"역시 인간은 죽어야 해. 그 아이가 뭘 잘못했다고. 조금이나마 더 살게 해 줄 수는 없던 겁니까?"


[P-49 슬레이프니르]

"그 아이가 원했던 일이야."


[EB-48G 흐레스벨그]

"전대장! 지금 끼어들면 오히려…"


[포커스헤드]

"뭐, 좋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할 필요성은 있겠군요."


-AGS는 납득한 듯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러고선 다시 주먹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포커스헤드]

"제 몸을 박살내고 머리만 남기고 대화하시죠."


-갑작스레 집사복이 찢어지고 내부가 드러났다. 기계였음이 확실한 몸은 철충에 감염된 것처럼 변해 있었다.


[포츈]

"사령관, 저건…"


-"철충인 것 같아."


[스카디]

"몸에 철충 부품을 달아놓았을 수도 있어요. 일단은 제압을 목적으로 싸워보죠. 저 녀석이 박살나면 아무곳에서도 정보를 못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전투


[포커스헤드]

"아고고… 역시 망가진 부품을 철충화된 AGS에서 교체한 건 무리가 가는군요."


-포커스헤드의 몸은 의외로 멀쩡했다. 설마 싶었지만 철충화된 AGS의 부품을 뜯어 철충에 감염된 것처럼 꾸며 버텼던 모양이다.


-내부의 뼈대, 프레임만 남은 포커스헤드는 서는 정도가 한계인지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스카디]

"설마 저희를 속이기 위해 철충 부품까지 사용했을 줄은 몰랐네요."


[P-49 슬레이프니르]

"지휘관을 함부로 공격한 AGS야. 차라리 분해하는 게 낫지 않겠어?"


-"아니,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겠지."


-많은 AGS를 보아 왔다. 그 중에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AGS도 있었다. 이 AGS가 인간을 공격한 건 상상 외이지만.


[포커스헤드]

"바이오로이드가 AGS보다 강할 줄이야. 그것도 이것저것 준비한 상태의 저였는데… 역시 인원수로 밀리면 좀 힘든가."


[EB-48G 흐레스벨그]

"진짜로 위험한 AGS인데요. 이거 철충 감염된 거 아니에요?"


[포커스헤드]

"아고,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


-포커스헤드는 갑작스레 지키던 건물의 안쪽으로 도망쳤다.


[P-49 슬레이프니르]

"어딜 가려고?"


[포커스헤드]

"씁. 어쩔 수 없지. 최후는 고철 폐기장으로 부탁드립니다."


-속도로 밀리는 것까지 확실히 파악한 후에야 포커스헤드는 두 손을 들고 항복 자세를 취했다.


-이제야 겨우 대화할 수 있겠는데.


2-4

자료 창고 op

자료란 문서와 컴퓨터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포커스헤드]

"아무튼, 바라는 게 뭡니까?"


[스카디]

"개인적으론 진짜로 데이터를 뜯어보고 싶네요.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대충 반응하는 AGS는 진짜 처음이거든요."


[포커스헤드]

"대충 백하고 몇십년 정도 혼자 학습하면 됩니다. 인간들 명령도 무시하는 데까지 가는 건 진짜 힘들었지만… 뭐, 통각도 없습니다. 최후는 고철 처리장으로 보내주시죠."


[EB-48G 흐레스벨그]

"플람마에 대해서 좀 더 말해주시죠."


[포커스헤드]

"어차피 그쪽이 죽인 거 아닙니까? 제가 더 말할 게 없군요. 어차피 인간도 공격한 AGS겠다, 마음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 제가 플람마를 세뇌해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해도 좋아요."


-"아니, 그게 아니야."


[포커스헤드]

"오? 제가 모르는 뭔가 있습니까?"


-나는 플람마가 마지막에게 나에게 준 종이를 펼쳐 그의 카메라 앞에 가져다댔다.


-그걸 본 포커스헤드는 잠시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포커스헤드]

"이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플람마는 결함 기체에요. 더 만들어도 결국 끔찍한 운명만 되풀이될 뿐입니다."


-"네가 계속 정비해 줬다는 이야기를 했어."


[포커스헤드]

"어라. 그렇다면… 저는 은인에게 주먹질을 한 천하의 고철덩이가 되는 셈인데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그 말이 딱 맞네요."


[포커스헤드]

"믿을 수가 없네요. 이런 인간이 있었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인간이란 무언가를 상처입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생명체가 아니었습니까?"


-"……."


-나는 그런 부정의 말에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화는 났지만, 포커스헤드가 봐 온 인간이란 항상 그랬을 거다. 인간은 믿을 수 없고, 항상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실험이란 명목으로 괴롭히고 죽음으로 내모는… 그런 생명체였겠지.


[포커스헤드]

"혹시 그 녀석이 더 준 건 없습니까?"


[레이시]

"아, 그러고보니 분명 하모니카를 받았었죠."


-레이시는 하모니카를 꺼내 그의 앞에 내밀었다.


-포커스헤드의 렌즈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확인했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포커스헤드]

"그 녀석의 하모니카가 맞네요. 이런… 그럼 정말로 그 녀석은 죽었다는 이야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커스헤드]

"그럼 그 녀석이 준 마스터키도 가지고 있겠죠?"


[스카디]

"설마, 그걸로 이쪽 문도 열린다는 소리는 아니죠?"


[포커스헤드]

"맞는데요."


[스카디]

"보안 문제는요?"


[포커스헤드]

"버려진 섬에 뭔 보안이에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우선은 이동하죠."


[레이시]

"저,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거지만 이 기지 안쪽에도 철충이 있나요?"


[포커스헤드]

"당연하죠. 안쪽에는 만약을 대비해 작동할 수 있던 램파트나 폴른 같은 녀석들이 잔뜩 있었으니까요. 아, 당연하지만 저는 못 갑니다? 이젠 가면 죽어요?"


[EB-48G 흐레스벨그]

"정말이지, 쉽게 지나가는 일이 없네요."


/전투


자료 창고 ed


[스카디]

"의외로 이쪽은 멀쩡한 것들이 더 많네요? 자료 정리도 충분히 할 수 있었어요."


-"보고해줘."


[스카디]

"플람마의 설계도, 그리고 포커스헤드가 정리한 것 같은 설계도의 수리 버전이에요. 이 정도라면 닥터가 충분히 설계도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내부에 철충은 생각보다 적네요. 이미 파괴된 것도 있었고, 그런 것들을 감안해보면 실력있는 AGS였던 모양이에요,"


-건물 내부에는 이곳저곳에 포커스헤드의 주먹 자국이 있었다. 아마 본래의 신체를 가지고 있을 때의 그는 정말 강하지 않았을까.


-"잠깐만. 그럼 포커스헤드는 왜 철충들의 잔해로 몸을 구성해야 했던 거지?"


-포커스헤드는 분명 그 몸으로도 강했다. 플람마의 말을 생각해보면 최소 몇 주 전까지는 그가 플람마의 몸을 조정했단 의미.


-그렇다면, 포커스헤드는 갑자기 망가졌다는 의미가 된다.


[스카디]

"역시 안쪽에도 귀찮은 문이 하나 더 있네요."


-"잠시만, 열기 전에 말해둘 게 있어."


-프레데터는 T-1 고블린들을 이용한 생체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전자 신경 회로를 흡수한 돌연변이 개체다. 그렇다면 그 샘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진짜 벅찬 적이 나올 수도 있겠지.


2-5

스타베이션 op

항상 굶주리는 이는 있기 마련입니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그럼 열겠습니다."


-포커스헤드만큼 강할 경우 이번에는 지켜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슬레이프니르의 조언이 있어 내가 문을 직접 열지는 않았다.


[레이시]

"안쪽이 어둡네요. 확실히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겠어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일단 임시로…"


-라비아타는 제너레이터를 활성화시켜 주변에 불을 밝혔다.


[P-49 슬레이프니르]

"확실히 좁은데. 여기선 쉽게 피하기도 힘들겠어."


[포츈]

"아마 저 녀석인 거 같은데."


-아쉽게도 최심부의 기기는 대부분 파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 실험체 고블린의 모습이 보였다.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고블린들이 부서진 모습. 이전에 만났던 고블린보다는 훨씬 약해 보였다. 거기다가 그 중 세 마리는 이미 쓰러지고 망가져 있었다.


[스카디]

"대체 그 AGS는 정체가 뭐죠? 저런 녀석들을 다수로 혼자 상대했다는 이야기인데…"


[레이시]

"잡담할 시간이 없어요. 적이 옵니다!"


/전투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그 때 보았던 적이라고 말하기도 아까운 정도네요."


[스카디]

"젠장, 이쪽도 틀렸어요. 내부를 다 때려부수고 집어삼켰어요. 그나마 플람마의 설계도면을 찾은 게 다행이네요."


-"결국 왜 프레데터와 고블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게 되었네."


[포커스헤드]

"오, 다 해치우셨네요. 이제야 겨우 자료 정리를 할 수 있겠어요."


[EB-48G 흐레스벨그]

"안 오신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포커스헤드]

"아이쿠, 이런. 제가 그랬던가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포커스헤드는 어느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작은 칩 두 개를 꺼내와 내게 건넸다.


-"이건?"


[포커스헤드]

"하나는 제가 조정한 플람마의 설계도고, 하나는 제 메모리를 복사한 칩입니다. 이 메모리 속에는 무려! 제 설계도도 들어 있다구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왜 당신의 메모리를 지금 우리에게 주는 거죠?"


[포커스헤드]

"그야 제가 가기엔 당신들한테 지은 죄가 많으니까요? 메모리 속 제 설계도에게 이래저래 조정을 걸면 지금처럼 인간의 말을 무시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앞선 플람마의 사례가 생각나 설마 싶었다.


[레이시]

"당신은, 설마 그 아이처럼 남을 건가요?"


[포커스헤드]

"애초에 망가진 기체를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게 단가로 보면 더 쌉니다. 물론 제가 한 짓을 생각해서 제 칩을 가져가시지 않겠다면 돌려주시고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포커스헤드]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AGS같지도 않은 저지만, 아마 제작된 AGS는 저와는 다를 겁니다. 제가 이상 개체임을 꼭 알아두셨으면 하네요."


[스카디]

"제가 볼 땐 무조건 원래 이 성격이에요."


[포커스헤드]

"그럴 리가요! 음흠, 아무튼. 제 딸 같은 플람마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아이지만요."


[P-49 슬레이프니르]

"…하나만 물어볼게. 당신은, 우리가 오지 않았으면 저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지?"


[포커스헤드]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닙니까? 제가 이리 망가진 몸으로 어떻게 자료를 지켰을까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정말로, 거짓말이 가능한 AGS네요."


-"그러게."


[포커스헤드]

"거 참, 정말이지 아무도 절 안 믿어주시네요? 슬픕니다."


2-6

닿지 않을 진혼곡 op

들리시나요?


[포커스헤드]

"아, 혹시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됩니까?"


-"뭘 바라는데?"


[포커스헤드]

"플람마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셨으면 합니다."


-"상관없어."


[스카디]

"진짜 당신 AGS 맞죠? 안에 인간이나 바이오로이드 기억 있는 거 아니죠?"


[포커스헤드]

"거 참 말이 심하셔라."


[P-49 슬레이프니르]

"어이쿠, 또 몰려오는데. 수가 얼마 안 되는 걸 봐선 저게 거의 다인 모양이야."


[포츈]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귀찮게 구는 녀석들이거든!"


/전투


[포커스헤드]

"무덤을 꾸며주셨군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네. 당연한 일이에요."


[포커스헤드]

"당연한 일… 당연한 일… 그래요, 당연한 일인데도 못 해준 이들도 있었죠. 레이시씨, 혹시 하모니카를 제게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레이시]

"여기 있어요."


[포커스헤드]

"감사합니다. 하하, 실은 제가 가진 자료 중에는 하모니카 연주법도 있거든요."


-포커스헤드는 자신의 머리 뒤에 있는 냉각팬에 하모니카를 가져다댔다. 곧 있어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하모니카 음색이 울려퍼졌다.


-그 음악은 플람마가 기타로 연주했던 흥겨운 음악과 같았다. 그러나 하모니카로 듣는 그 음악은 내가 알던 이전의 음악이 아니었다.


[레이시]

"플람마와 같은 음악이네요."


[포커스헤드]

"음악이란 심오하죠. 같은 음인데도 악기가 달라지면 음색이 다르게 들리기 마련이에요."


[포츈]

"그 아이는 그 곡을 장송곡이라고 했었거든."


[포커스헤드]

"맞아요. 이 곡은 장송곡입니다. 본래는 흥을 돋우고 죽은 이를 기리는 곡입니다. 네가 죽었다고 해서 우리는 슬퍼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갈 때 웃는 얼굴만 보고 가라… 그런 의미였죠.


-포커스헤드는 이제 별이 떠올라 캄캄해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포커스헤드]

"하지만 축제는 끝났어요. 이제는 이런 음색이어도 괜찮겠죠. 이미 떠난 이에게 이런 곡을 올리는 게 의미가 있겠냐만은…"


-포커스헤드는 조심스레 하모니카를 무덤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서는 그 무덤 옆에 자신의 몸을 눕혔다.


[포커스헤드]

"사실은 말이죠, 저는 다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 이 섬에 올라왔을 때부터,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레이시]

"네?"


[EB-48G 흐레스벨그]

"그 말은 즉, 알고서 그런 공격을 사령관에게 했다?"


[포커스헤드]

"P-49 슬레이프니르의 속도를 봤으니까요. 그 정도라면 충분히 피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P-49 슬레이프니르]

"내가 만약 그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면 어쩔 거였는데?"


[포커스헤드]

"그럴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기계니까요. 불가능한 가능성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또 거짓말을. 사실은 바로 코 앞에서 멈출 생각이었겠죠."


[스카디]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뻗은 주먹 때문에 균형을 잃지 않았었죠."


[포커스헤드]

"하하, 그런 건 직접 생각하셔야지요. 제가 속마음을 말해주겠습니까?"


-"하나만 물어도 될까?"


[포커스헤드]

"네, 무엇이든지요."


-"너는… 플람마를 뭐라고 생각했어?"


[포커스헤드]

"그야 불쌍한 애였죠. 그게 다였습니다."


[레이시]

"또 거짓말."


[포커스헤드]

"아니, 이곳 바이오로이드는 거짓말 탐지기를 상시로 가지고 다닙니까?"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어차피 우리밖에 없으니 말해도 괜찮아요."


[포커스헤드]

"거 참, 예예. 숨길 게 뭐 있겠습니까. 불쌍한 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그런 이야기 있지 않습니까. 자기 자식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해줄 수는 없고 매일 눈물짓는. 그런 관계였습니다."


-나는 포커스헤드의 렌즈를 바라보았다. 내 눈을 본 것일까, 포커스헤드의 렌즈가 조금 움직이더니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포커스헤드]

"하하, 좋은 걸 봤어요. 악에 물들지 않은 착한 인간. 왜, 이런 인간이 이제야 나타난 건지."


-포커스헤드의 머리 위에서 치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회로에서 일어난 스파크겠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포커스헤드]

"염치없지만 부탁드립니다. 꼭 플람마를, 예쁘고 아픈 곳 없는 몸으로…"


-포커스헤드의 끼익거리던 렌즈가 조용히 멈추었다.


2-7

결함품은 없다 op

처음부터 망가진 운명이라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철충들을 전부 뚫고 이동할 거야. 모두들 준비해."


-피해 갈 수는 있었다. 그러지 않은 것은 내 고집이다.


/전투


[닥터]

"오빠? 생각보다 빨리 왔네."


-오르카 호에 도착하자 닥터가 반겨주었다. 해변가에 진을 치고 부대들이 불침번을 돌고 있는 것도 보였다.


[포츈]

"지금부터 닥터와 함께 플람마의 데이터를 분석할 거거든!"


[닥터]

"엑? 포츈 언니! 나 중간에 연결 제대로 안 해 줘서 뭔 일이 있었는지 몰라!"


[포츈]

"착한 아이를 위한 일이거든!"


-포츈은 순식간에 닥터를 데리고 오르카 호의 안쪽으로 사라졌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 그래요,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는 게 좋겠어요. 다른 인원들을 불러모을게요."


[레이시]

"저도 거들어도 될까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물론이죠!"


-라비아타와 레이시는 다른 메이드들을 깨우고, 소완과 함께 파티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손에 포커스헤드의 칩을 들고 AGS 제작실로 향했다.


[해체자 아자즈]

"어라, 사령관? 어쩐 일이야?"


-"이 AGS를 만들어 줘."


[해체자 아자즈]

"응? 이게 뭐지? 오호, 괜찮은 AGS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하아? 데이터까지 거의 다 있네. 이러면 원래 AGS의 인격이 거의 그대로 나올 거야."


-"상관없어. 부탁할게."


-나는 웃으면서 조용히 밖으로 나섰다. 함장실에 조용히 앉아있자, 하루 동안의 일이 쭉 스쳐지나갔다.


-플람마, 그리고 포커스헤드.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었을까.


-바이오로이드와 AGS. 서로 다름에도 어떻게 서로를 아껴 주고, 아버지와 딸처럼 서로를 믿어주었을까.


-나는 의문과 몰려드는 피로 속에 잠시 눈을 감았다.


[포커스헤드]

"어라, 사령관님? 설마 주무시는 겁니까?"


-"…아?"


[포커스헤드]

"아하하, 이런. 놀래켜 준다는게 그만. 자자, 어서 이 쪽을 봐 주세요!"


-"포커스헤드?"


[포커스헤드]

"완전 부활! 퍼펙트 포커스헤드입니다! 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자, 잘 보시라구요!"


[플람마]

"사령관? 잘 부탁드립니다. 버뮤다 팀이 설계한 바이오로이드, 플람마입니다."


-그곳에는 플람마가 서 있었다. 해진 옷도 깨끗하고, 웃음으로 가득 차 있는 얼굴의 플람마가…


-…아?


-"플람마?"


[플람마]

"네. 플람마입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그 타이밍에 나는 조심스레 포커스헤드를 바라보았다.


[포커스헤드]

"우리가 아는 그 플람마의 동생입니다. 그러니까 제 딸이란 이야기죠!"


[플람마]

"포커스헤드씨는 이상해요! 흠흠.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응, 나도 잘 부탁해."


/ 잠시 후, 오르카 호의 위에서.


[포커스헤드]

"하하, 인생이란 어찌 될지 모르는 법이라지만… 그러네요.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포커스헤드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건 자신이 데이터를 복사해서 넘겨준 순간까지.

본래의 포커스헤드가 어찌 되었는지는 모른다.


[포커스헤드]

"나라면 그랬겠죠. 플람마의 무덤 곁에서 잠들었겠죠. 그 몸으로 버틴 것도 대단했던 거니까요."


바람이 불어왔다. 짠 바다 내음을 맡을 수는 없어도 소금기가 몸에 나쁘다는 건 안다.

그래도 오늘 하루 정도는 별을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포커스헤드]

"그래, 플람마… 거기에서는 행복해라. 이 아버지가 미안하다.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무력한 AGS라 미안하다…."


눈물 대신 포커스헤드는 바로 옆의 포토프린터 부분에서 종이 한 장을 내뱉었다.

<언젠간 태어날 내 동생을 위해>라고 적힌 편지였다.


* * *


원래는 사이드 스토리 다 적으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


1-7 / 2-7까지로 이었음

흐린 기억 속의 나라가 1-7 / 2-6 분량이더라고.

총 2만 7천자 정도 나왔어


캐릭터 설명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