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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쓰려고 했는데 뇌절 한 번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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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델타는 미칠 노릇이었어

펙스 내부에서는 최근에 오메가가 대차게 깨진걸로 지랄을 해대고 있었고

갑자기 관측된 영문모를 해저생물체들까지

스트레스 때문에 피부가 거칠어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

가뜩이나 델타가 관리하는 중동일대는 햇빛이 따가우니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오랜만에 수영이나 조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옷을 벗던 델타는 몸이 굳어버렸어

자기 가슴께에 겨눠진 붉은 레이저 사이트가 보였거든

그리고 자신 뒤쪽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뇌파

바이오로이드의 것도 아니고

철충의 것도 아니었어

인간과 닮은 뇌파

어떻게 다른건지는 자기도 모르겠지만 일단 델타는 양손을 들어올렸어

죽이려면 진작에 죽일 수 있었을테니, 대화가 목적이라고 판단했지

'숙녀의 침소에 멋대로 들어오시다니, 실례로군요'

'레모네이드 델타, 맞나?'

델타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어

오메가가 인간과의 접촉기록이랍시고 기억모듈을 개방했을때

오르카를 이끌고있다던 인간의 목소리

'제가 레모네이드 델타랍니다. 마지막 인간분.'

'거두절미하고 말한다. 영역을 포기하고 퇴거해라.'

'제가 왜 그래야하죠?'

대답은 없었어

그저 거친 금속음만이 정적을 지나던 그때, 인이어로 통신이 들어왔어

'여기는 사디어스, 철충 공습 경보! 수는 약 2만!'

이내 인이어너머로 비명소리와 구원요청이 울려퍼졌지

갑작스러운 소식에 얼어붙은 델타는 그가 자신의 귀에서 인이어를 빼가는데도 저항할 수 없었어

델타는 애써 고개를 틀어 그를 볼 수 있었지

이미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

얼굴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는 그저 시커먼 구멍, 길게 갈라진 강철의 선이 움직였어

'그래야만 할테니까'

그 손이 인이어를 쥐어부수는걸, 델타는 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어


금태양은 정말로 불쾌한 기분이었어

전임 사령관을 계획대로 내쫓은 것 까지는 좋았지만, 예상외로 바이오로이드들이 따라주질 않았거든

물론 절대다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신의 편이었지만

유난히 주인에게 집착하던 컴패니언과 배틀메이드들, 일부 바이오로이드들은 금태양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어

특히나 오르카호의 최고참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21스쿼드 인원들이 그랬지

거기에 금태양은 자기 본색을 드러내길 꺼렸어

수가 적다고는 하지만 전 사령관의 축출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있었고, 이들을 무자비하게 다뤘다간 오히려 일이 틀어질 수도 있었거든

아무리 비협조적이라고 한들 자신이 인간인 이상, 명령에는 반항할 수 없는 걸 이용하기로 했어

금태양은 잠시 머리를 식히고 오라는 식으로 반대파를 장거리 탐색에 내보냈어

전임 사령관이 2년간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명령권을 사용하자, 오르카의 승무원들은 뭔가 잘못된걸 느꼈어

그들은 애써 감정을 감췄지

지휘스타일이 다를 뿐이라고 외면하면서 말이야



하늘을 날고있던 메이는 기분이 안 좋았어

손가락이 자꾸 옥좌의 전술핵 호출 콘솔로 향하는걸 애써 참고있었지

메이가 그나마 이성을 붙잡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늘 평소에 붙어다니던 부관덕분이었지

나이트엔젤은 육두문자를 씨근덕거리며 애써 화를 참고있었어

마치 메이가 할 욕설을 대신하고 있는 것처럼

'대장'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이었지

전투원간 통신 내용은 기록되기 때문에 노골적인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어

이미 지휘관 회의에서 미호가 전 사령관을 따라 탈영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어

오르카 초기부터 활약한 베테랑 전투원의 탈영이었기에 숨길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지

그 때문에 홍련이 부대관리소홀로 영창에 들어갔고

메이가 보기에 그 깐깐한 작전관이 부하의 탈영을 모를리가 없었어

그런데도 미호가 탈영했다는건 알고도 묵인했다는 이야기라고 짐작했지

혼자나갔다면 또 모르겠는데, 적어도 호위정도는 가능한 바이오로이드가 따라나갔다

오르카호 바깥은 아직 위험했지만, 적어도 애먼데 머리를 들이밀지 않는다면 죽지는 않을거라고 판단할 수 있었어

'부관, 이번 탐색 일정은 꽤 길었지?'

'네, 일주일짜리죠'

일주일이라

'탐색하는 김에 참치캔이라도 좀 찾아보자, 어때'

눈치빠른 부관은 상관의 의도를 파악했어

'알겠습니다.'

둠브링어는 사령관을 수색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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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가 배신하지 않은 이유?

여기 메이는 육욕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