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흠-"


몇천 미터 아래의 수심.
노란색으로 도색된 소형 잠수정. 쏘우피쉬 안에서, 트리아이나는 소나를 주시하면서, 서서히 바닷속을 탐사하고 있었다.
'별의 아이'의 등장이후로 사실상 금지된 저 깊은 해저. 그러나, 그 해저를 자세히 알지 못하면 바다라는 방패는 언제 가시돋친 칼날이 되어 오르카를 찢어발길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따라서 트리아이나는, 해저탐사를 자청하여 바다라는 거인이 가진 위험성을 탐색하기로 한것이다.

"흠-흐흠-"

그러나, 트리아이나에게 있어 콧노래가 나올정도로, 해저 탐사는 식은죽 먹기였다. 사실, '별의 아이'는 지금껏 수많은 해저탐사를 해온 그녀였지만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생명체였던 것이다. 그녀가 그것을 직접 목도하기 전이었다면, 그녀는 그저 그것을 '판타지'중 하나라고 여겼을 것이다.

"날 죽일수 있는 판타지는 사양이지만."

그녀가 아무리 정열적인 모험가라고 해도, 위험한 판타지는 사양할줄은 아는 모험가였다. 별의 아이같은 부류는 더더욱.

"그래도, 오랜만의 해저라... 좋은데?"

쥐죽은듯이 고요한 해저에는,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예상조차 못할 외모의 해저 생명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분명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 모습에 질색하겠지만, 트리아이나는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원래 선호가 이래서인지 그 모습들이 재밌고 귀여워보일 정도였다.
육지와 오르카도 이제 그녀에게 있어 중요하지만. 심해는 그녀의 천직과도 같은 것이었다. 

"별의 아이처럼 무서운 판타지 말고, 좀 낭만적이고 멋진 판타지는 없으려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드피쉬로 유유히 해저를 탐색하던 트리아이나는 문득...

'위험해요!'

문득, 그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목소리라고 해야할까. 그것은 분명 그녀의 뇌로 똑똑히 새겨들어져가는 그 무언가였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절실했던지, 그녀는 무심코 조종간을 왼쪽으로 돌려버리면서, 급작스럽게 턴을 실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

강렬한 수압의 무언가가, 해저에서부터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열수분출공!'

해저의 화산활동중 하나로서 일어나는 현상. 초고온의 기화하지 못한 물들이 단번에 뿜어져 나오는 그것은, 정통으로 맞으면 소드피쉬조차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크읏...!'

다행히 직격을 피했지만, 이후에는 이리저리 급작스레 변동하는 해류에 소드피쉬를 조종하며, 한동안 피를 말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휴우..."

겨우 안정이 된후, 트리아이나는 한숨을 쉬면서 의자에 등을 기댄다. 
위험할 뻔했다. 그녀의 위대한 모험이 해수분출구로 끝나다니. 어림없는 일이지. 

"그러고보니..."

그 목소리.
그것은 뭐였을까? 
분명히 이질적인 목소리는, 그녀의 행로를 경고하였고 그 목소리 덕분에 자신은 살아남을수 있었다.

"...?"

소나에 잡히는 인영. 그것은 분명, 사람모양의 인영이었다.

"...저기?"

마이크를 잡고, 그것을 부른다.

"!!"

놀란듯, 근처의 암반 뒤로 도망치는 인영.

"어... 저기...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위험했을거야."

트리아이나는 인영이 숨은 곳에 잠수정을 돌리고, 그렇게 감사인사를 표한다.

"....."

잠시후, 트리아이나가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 판단한 것인지, 바위 뒤에서 뺴꼼. 하고 얼굴이 나와 잠수정을 바라본다.

"!"

그 모습은 분명 사람의 얼굴... 여자였다. 그렇다면...

"엣...?"

서서히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그래.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의 물고기인...

"인어!"

인어였다.
바다보다도 깊은 쪽빛의 머리카락을 지니고, 바이오로이드들중에서도 미형인 외모와 가슴. 그리고 유선형으로 되어 헤엄지는 물고기형 하반신까지...

'인어형 바이오로이드구나!'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또 다시 뇌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응. 나도 반가워."

그녀는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 네!"

그녀 역시 멋쩍게 웃으며, 그녀를 따라하듯 손을 흔들었다.

"다시한번 고마워! 아까 네가 경고해주지 않았다면 위험했을거야!"
"아... 아니예요.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거예요."
'이 소통방식... 효율적이네.'

아마도 바다에서 주로 활동하는 바이오로이드라 이런 소통방식이 부여된 것이겠지. 입으로 하는 대화가 아닌 뇌파로 하는 대화. 이 경험은 흔하지 않지만, 분명 즐거운 것이었다. 이 경험이 괴롭거나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었고.

"나는 트리아이나! 너는?"
"트리...아이나... 저는..."

순간, 트리아이나는 무언가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들었다.  언어로는 형언하면 조잡해질 정도의 아름다움을.

"그게 너의... 이름이야?"
"네. 다른 존재들은 절 그렇게 부른답니다."
"아. 다른 친구들도 이 근처에 있는거야?"
"아뇨... 유감스럽게도 저희들은 이제 매우 소수가 되어서... 따로 떨어져 살고있답니다."
'지휘관급 개체처럼 희소한 개체인가...'

 트리아이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긴, 소통방식이라던가, 자신이 지금껏 만나지 못한 바이오로이드라면... 그럴법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 해저를 탐사하고 있어!"
"바다를 탐사중이신건가요...? 후후. 과거에는 여러분들같은 사람들이 많이와서 해저를 돌아다녔었지요."
"응응!"
"하지만 최근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네요... 어쨰서일까요? 여러분들이 바다를 더 알기에는 한참 멀었는데..."
"어... 바깥 상황. 모르는거야?"
"?"

육지에 나가는 것을 아예 전제로 하지 않거나, 외부 교신과 관계가 없는 개체인 걸까?

"으응... 바깥 상황은 조금 안 좋아... 인간님들이... 멸망했거든.,"
"!"

그녀는 충격적이라는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수 없다는듯 트리아이나를 바라본다.

"멸망이라니...!"
"응. 하늘에서 그... 철충들이 내려와서, 인간님들을 전부 학살하고, 쑥대밭으로 만들었어."
"그런..."

그녀는 유감이라는듯 그녀를 바라본다.

"...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인간님 한명이 아직 살아계시니까. 사령관이라고. 아주 멋진 남자분이야! 그 사람만 있으면, 다시 우리들은 번영할수 있을거야!"
"아아. 그건 정말 다행이군요..."

그녀는  미소지으며 트리아이나를 바라보았다.

"저희도...무례한 존재들이 저희의 터전으를 범하려 들어서..."
"무례한 존재인가..."
'사나운 상어같은건가?'
"다행스럽게도, 저희의 '수호자'가 있어,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답니다. 실로 믿음직한 분이시죠."
'세레스티아씨 같은 분이구나...'

인어형 바이오로이드도 여러 종류가 있는것일까. 트리아이나는 그렇게 짐작한다.

"저, 이곳을 탐사한다고 하셨죠? 괜찮다면, 위험한 곳이나 지형을 알려드려도 괜찮을까요?"
"오! 그래주면 고맙지!"

그녀의 안내는 정확하고, 빨랐다. 미처 알아보지 못할 활화산의 배출구. 암석. 위험한 해류등... 그 어떤 첨단장비보다도 빠르고 정확한 그녀의 안내에, 트리아이나는 감탄할수밖에 없었다.

"대단해!"
"별말씀을요."

삐이- 삐이- 삐이-

"아. 호출신호다."
"호출...신호?"
"응. 정해진 시간만 탐사하기로 했거든. 이제 돌아가야해... 아. 저기."
"?"
"괜찮다면, 나와 같이 오르카호에 돌아가지 않을래? 너의 능력은 분명 사령관에게 큰 도움이 될거야."
"..."

그녀는 잠깐 고민하는듯 묵묵부답이었지만, 이내 쓸쓸하게 웃으며 거절한다.

"...역시, 힘들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저의 집은 이곳이고."
"그런가... 강요하지는 않을게."
"다시 만날수 있을까요?"
"다시 만날수 있다마다! 우리는 친구가 됬으니까!"
"친...구."
"그럼 안녕! 다음에 또 보자!"

트리아이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오르카호를 향해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한다.

"...친구. 좋은... 울림이네요."

그녀는 미소지으며, 소드피쉬가 발하는 빛이 사라질떄까지 응시하는 것이었다...


.
.
.

"이상! 트리아이나 대원의 보고였습니다!"
"굉장해요... 이렇게나 자세한 해도라니."
"네. 이거라면 이 근처를 항해할때엔, 상당히 안전하겠네요."

그녀가 보고한 것은, 라비아타나 레모네이드마저 감탄할 정도로 뛰어난 정보였다.

"수고했어. 트리아이나."
"헤헤... 이것도, 바다에서 새로사귄 친구 덕분이지만!"
"친구... 거북이말야?"
"아니아니! 바이오로이드!"

"?"

세명의 무슨 말을 하느냐는듯, 트리아이나를 바라본다.

"인어 바이오로이드가 바다 아래에 있더라구! 그 친구가 도움을 많이 줬어!"
"인...어?"
"트리아이나양...? 인어 바이오로이드는 없답니다?"
"에...?"
"해저에서도 버틸수 있는 몸체를 제작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인데다가... 인어의 하반신까지 한 바이오로이드는, 들은적도 없으니까요..."
"네. 저조차 그렇게 알고있습니다."
"에? 에? 에에?"

트리아이나는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으로, 세명을 번갈아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내가 바다에서 본 그녀는... 설마...?"



라오가 바이오로이드라는 과학이 있다보니, 판타지적인 것도 과학으로 대체하는 것이 있어서 '진짜 판타지와 바이오로이드가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