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움, 머허?"


나중에 먹으려고 꿍쳐둔 폰데라이온 도넛을 볼이 빵빵해지도록 물고 우물우물 씹어삼키고 있는 미호에게 난데없이 불가사리가 던진 질문이었다.


요즘 또 정신이 반쯤 나가있나 싶었더니, 어디서 구해왔는지 저런 복장에 귀까지 달고서는 기어이 사령관의 밤 일정을 따내고 말았다. 가족같은 부대원이 사랑하는 사람과 잘 되는 것이니까 좋은 마음으로 응원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었다. 


아침 일찍 뭔가 지쳐보이면서도 피부에 묘한 광택이 흐르는 상태로 숙소에 귀환한 미호는, 하필 불침번을 끝내고 곯아떨어져있는 불가사리를 두드려 깨우고 배고프다고 하소연을 해댔다. 자던 도중에 날벼락을 맞고도 미호가 배를 곯는 꼴이 불쌍해서 아끼는 도넛까지 내준 불가사리는, 미처 뗄 생각도 못했는지 머리에 아직도 붙어있는 귀를 보고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배고파했는지 깨닫고야 만 것이다.


웬수처럼 자신의 도넛을 다 처먹고 있는 미호에게 쏘아붙인 애증을 담은 일격은, 미호를 적잖이 당황시킨 것 같았다. 도넛을 씹는 입이 잠시 멈췄다.


"어... 글쎄? 그런가?"


미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남은 하나에 손을 뻗었고, 불가사리의 눈매가 내려가며 날카로운 호령이 터졌다. 현장에서의 바로 그 어조였다.


"핀토! 드라코!"

"으... 으베으헹."

"어... 어? 뭐야? 악당이야?"


긴급출동이 일상이다보니 몸이 새겨진 대로 발작하듯 기상한 자매들은 불가사리에게 의문을 표했다. 불가사리는 손가락을 들어 미호를 가리켰다.


"그래! 악당이야! 구속해!"

"으헤헹~ 구속이다~ 구소옥~"

"아니, 도넛 좀 먹었다고 악당은 좀..."


여전히 잠이 덜 깬 드라코는 미호에게 엉겨붙으며 뒤에서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두 팔을 붙잡아 올렸다. 핀토는 미호를 슬쩍 보고는 난색을 표했다.


"핀토?"

"흥잇! 네?"

"줄자 가져와."

"넷!"


하지만 불가사리의 파일벙커같이 날카로운 눈초리에 금세 진압되었다.


"야, 야! 하지 마아! 바, 바보들!"

"우, 우와아... 이 사이즈는 진짜 예상 외인데... 이제 거의 드라코랑 비슷한 거 아냐? 어쩌면 불가사리 너까지도..."

"으으... 대체 뭣들 하는 거야... 다 쟀으면 빨리 풀어 줘."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불평하는 기색에 심기가 한층 더 불편해진 불가사리는 미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물컹!


"꺄흐히약?!"


미호의 아담... 더이상 아담하다고 해주긴 힘든 가슴을 움켜쥐었다.


"요게, 요게! 아랫배도 배부르게 채운 주제에 윗배까지 든든해지니까 좋냐? 좋아? 혼자만 새 복장 준비해다가 사령관 꼬드겨놓고!"

"흐익, 햐응! 으, 그만, 그만해!"

"이것도 아주 불법시술이야 그냥! 사령관의 불주사 효과 너무 좋은거 아냐? 나날이 색기만 늘어서는!"

"흐윽, 진짜... 제발... 흑! 그만..."


불가사리의 손에 좋을 대로 당하고 있는 미호를 보면서 핀토는 얼굴을 붉히며 두 손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다 지켜보고 있었고, 드라코는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다.


처음엔 따끔한 교훈만 주고 말려던 불가사리는, 손에서 느껴지는 중독적인 감촉과 평소에 요리조리 빠져나가기만 하던 미호를 자기 맘대로 주무르는 상황에 몰입해서 브레이크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잃은 폭주기관차는, 곧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으, 흐윽... 하아, 하아! 하아아아앗!"


미호의 한숨이 갑자기 무거워지며 온몸을, 특히 다리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곧, 크게 팟! 팟! 하며 허리가 두세 번 튄 미호는, 힘이 풀려 바닥에 천천히 주저앉기 시작했다.


"어..."

"거, 거짓말... 가슴만으로...?"

"월척, 월척... 하으음..."


아무리 평소에 부대끼며 지내는 가족같은 부대원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꼴까지 보게 되면 분위기가 급격하게 싸해질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급 좆됨을 느낀 불가사리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 방울 가로질렀다.


'아차, 얘 전날 밤까지만 해도... 그래서 민감...'


불가사리의 중장다운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서러운 울음소리가 숙소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흑, 흐으으...! 나, 사, 사령관 말고, 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버렸... 흐에에에에엥! 이제 시, 시집, 못 가아아아아!!!"

"으아, 으아아아! 진짜 미안해 미호야! 냉장고에 있는 내 컵볶이 다 먹을래? 내가 진짜 잘못했어! 원하는 건, 원하는 거 또 있어?"

'우, 우와아... 그 까칠한 미호도 사령관한테 걸리면 저렇게...'

"...어? 뭐야? 미호 왜 울어?"


난장판이 된 숙소에서 소녀들의 아우성만이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