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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두려웠다. 처음으로 만나는 주인이 아프다는 것과, 주인이 죽으면 자신이 버려진다는 사실때문에 그녀의 몸 또한 부르르 떨렸다. 몇개월동안의 지낸 추억, 기억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에 대하여 너무나도 두려웠다. 히루메는 몇시간동안 문 앞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며 그 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소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두려웠다. 그가 아플 때마다, 엄마와 아빠는 그를 집에 냅두고 몇달동안 집 밖으 나갔다가 들어온다. 덕분에 많은 메이드들이 그를 돌봤지만, 소현은 메이드가 아닌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갔다오는 것이 최고의 소원일 정도로 엄마와 아빠를 항상 그리워했다. 자신이 버림받아진 느낌은 처음엔 충격으로 소변까지 지렸지만, 점차 무뎌져갔다. 항상 부모님이 집에 한번 들릴때마다 메이드는 바뀌었고, 부모는 얼굴만 한번 보여주고는 또 어딘가로 가버렸다. 무뎌진 감정은 점점 그를 수동적이고 그저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치여 어린 영혼만이 서있었다. 히루메가 오기 전까진 그는 일과표에 따라서 행동했다. 집에만 쳐박혀 알수 없는 우울함을 혼자서 견뎌냈다. 


하지만 히루메는 달랐다. 인간 메이드들과 달리 그녀는 정말 하루의 90% 이상이 웃음이였다. 소현이 우울하든, 우울하지 않든, 그녀는 웃음을 강요하다시피 이빨을 드러내며 그에게 웃어줬다. 소현도 그러한 히루메가 마음에 들었고, 점차 그녀와 가까워져 갔다. 다른 메이드들과는 달리, 그는 히루메와는 절대로 헤어지기 싫었다. 자신이 아프면 항상 어딘가로 떠나는 것은 일상이 되었지만, 정말로 그 이별만큼은 싫었다. 그러나 이별이 습관화된 그였기에, 그는 습관처럼 그녀를 밀어냈다. 말로는 틱틱거리면서, 밉다면서, 울면서 그녀를 욕하고 밀어냈지만, 속마음은 정말로 그녀를 떠나보내기 싫었다. 


히루메는 그가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저녁 식사후에 먹는 약을 방문 아래로 집어넣었다.


"첩이 문은 못열겠다만은... 제발 이 알약은 먹어주길 바란다... 첩은 그대가 사라지는 것은 정말로 싫다..."


그러고서는 그 아랫틈을 바라봤다. 환한 달빛이 방문 틈으로 빠져나왔다. 몇분뒤, 그 달빛은 가려졌고, 무언가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히루메는 그것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여기며 문에 기대었다.


소현은 죽고싶지 않았다. 그는 그 알약을 잘근잘근 씹었다. 자신의 생명이 하루 연장된 느낌이 들었다.

.

.

.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오늘도 히루메는 아침에 문앞에서 잠을 깨며, 문을 두들겼다.


"그대여... 문을 좀 열어보거라... 밥은 먹어야되지 않겠는가?"


"...싫어요."


"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내가 그대를 극진히 모시고 있는데, 그대는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누나는 내가 죽으면 어떡할거에요?"


"그건 또 무슨 말이더냐?"


"내가 죽으면, 누나는 어디로 가요?"


"..."


"...그럴줄 알았어. 누나같이 형편없는 쓰레기 여우 메이드가 저런 질문에 대답할 능력이 있을리가 없지... ...그냥 내 앞에서 사라져줘요... 엄마한테는 내가 알아서 말할테니까..."


히루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문을 노려봤다. 큰 결심을 한듯 그녀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는 거추장한 옷들을 벗어던졌다. 그리고서는 움직이기 편한 옷들과 가벼운 잠바를 하나 입고, 모자에 구멍을 내어 푹 눌러썼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2층에 있는 소현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쾅!'


발로 문을 박살냈다. 문은 그대로 날라가 벽에 부딪혔고, 침대에서 눈물을 흘린듯 씨뻘건 눈을 뜬 소현이 당황한채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게..."


히루메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은 뺨을 타고 내려갔다.


"섭섭...하도다..."


"뭐라구요?"


"첩은... 너무나도 섭섭하고 서운하도다!"


그녀는 소리쳤다. 처음 보는 행동에 소현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히루메는 자신이 할 말을 이어져나갔다.


"첩은 고귀한 존재를 섬기는 존재, 그런 첩이 어떻게 그대를 버리고 어딜 떠나겠는가! 망상이 심하도다!"


"누, 누나..."


"망상도 정도껏 해야되는것 아닌가! 그대는 죽지 않는다! 내가 항상 옆에서 그대를 도와줄테니 그대도... 그대도!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것이다!"


"..."


"보거라! 나는 그대를 위해 저런 고급스러운 옷도 마다하지 않고 버릴 것이다! 왜냐! 그대를 도울 때 저 옷은 너무나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대를 지극정성으로 돌볼 것을 하늘께 맹새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히루메는 소현을 꼭 끌어안았다.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나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소현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이 합쳐졌다. 서로를 끌어안으며 그 둘을 서로를 처음으로 의지했다. 둘의 사이는 점점더 가까워져갔다.

==================FILE 14===========================


그녀는 그의 테이블에 있던 일과표를 바라봤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던 일과표를 본 그녀는 혀를 내두르며 손에서 불꽃을 만들어내더니 그 일과표를 갈기갈기 찢어 태워버렸다.


"뭐하는 거에요! 남의 일과표에!"


"새마음 새가짐으로 생활을 시작할려고 하면, 그대 또한 변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일이 발생하는 생활이 얼마나 재밌는지 그대는 모를 것이다!"


그러고서는 그녀는 소현의 얼굴에 자신의 안면을 들이밀었다.


"그래, 내 물음에 대답해봐라. 오늘 아침겸 점심으로 그대는 무엇이 먹고 싶은가?"


"가, 갑자기요?"


"항상 내 마음대로 내주는 밥이 싫지 않았는가? 그대가 먹고 싶은것을 해줄려고 ㅎ나다만은..."


소현은 곰곰히 생각해봤다. 자신이 무엇을 먹고 싶어하는지...


"...밥이요."


"응? 못들었느니라. 다시 말해보거라."


"엄마랑 아빠랑... 같이 소풍하면서 먹은... 유부...초밥이요..."


히루메는 그 대답을 듣고는 씨익 웃었다.


"뭐야, 그대는 내가 구미호같이 유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게냐? 배려도 그런 배려를... 참말로 고맙도다."


"절대 아니거든요! 내가 먹고 싶은거에요!"


"후훗... 그래그래 잘 알겠도다, 그대도 나를 도와달라."


"...에?"


"내 말을 못들었는게냐? 도와달라고 했단 말이다! 그대는 손이 없는가 발이 없는가!"


"...뭐 저런 메이드가 다있어?"


저렇게 툴툴대는 소현이였지만, 이미 당근을 깎고 쌀을 씻는 그였다. 난생 처음해보는 요리에 그는 무언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처음 잡아보는 쌀알은 자신이 먹던 밥과는 달리 매우 딱딱했다. 그러나, 물에 불린 밥을 밥솥에 넣고 끓이자 어느새 고슬고슬한 밥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처음 만든 밥을 그는 한입에 넣어 먹고 싶었지만, 그것을 막는 히루메가 있었다. 


가장 맛있는 것을 가장 먼저 먹어야 된다는둥 뭐라는둥 그녀는 손질한 채소들과 유부를 꺼내왔다. 당근, 애호박, 잘게다진 고기를 밥과 함께 골구로 섞이도록 잘 치대어주고, 한주먹씩 꺼내 유부 속을 채웠다. 어느새 근사한 유부초밥 20조각이 완성되었다. 소현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유부초밥을 군침을 다시며 바라봤다.


"자! 다 끝났도다! 얼른 먹어보거라!"


소현은 그 초밥을 먹었다. 고슬고슬한 밥이 씹혔다. 달짝지근하게 간이 잘된 밥이 그의 입을 돌아다녔다. 그가 만든 첫 음식은 대성공이였다. 소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역시... 첩이 한 유부초밥이니 당연히 맛있겠지 않겠느냐?"


"뭐래요 내가 한건데 무슨 누나가 다 한듯이 이야기하고 있어..."


"무, 무슨! 첩이 거의 9할은 한듯 한다만은, 어떻게 그대가 다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그날, 처음으로 소현은 기분이 좋았다. 티격태격거리면서도 그는 그러한 일상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둘은 자기들이 만든 유부초밥을 맛있게 먹어치운 뒤, 같이 설거지를 하며 배를 두들겼다.


"끄윽~ 배부르다."


"더럽게 설거지하는데 트름하지 말거라!"


"내 맘인데요 뭘..."


설거지를 끝낸 소현은 습관처럼 방에 들어갈려했다. 하지만 히루메는 이를 막아세웠다.


"조금 있다가 첩과 함께 운동을 가야하니 그대는 몸을 씻고 준비를 하거라."


"네?"


"운동을 해야 된다고 말했느니라! 운동을 해야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질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약도 먹거라! 약도 먹고 운동도 해야 몸이 좋아지는 것이느니라!"


소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약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히루메도 번갈아서 쳐다봤다.


"...누나."


"음?"


"예전에 내기했던거 기억하시죠?"


"무슨- 아..."


"...5년이에요?"


"당연하지 않겠느냐! 첩은 이미 소원도 생각하고 있느니라!"


"오~ 뭔데요?"


"...비밀...이느니라..."


"뭐, 마음대로 하세요... 어짜피 5년 뒤면 알텐데 뭐..."


소현은 샤워실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물이 틀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히루메는 웅얼거렸다.


"...그대와... 같이 살고 싶은 것이니라...


========================FILE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