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바이오로이드를 대상으로 한 폭력묘사가 나옴



-1-


"차렷, 경례"


말끔하게 차려입은 아르망이 책상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다. 어떤 기준으로 뽑힌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각 부대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멸망전 학생들이 입었던 옷과 비슷한 형태의 복장을 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아르망의 경례에 맞춰 강단에 서있는

사령관에게 경례했다.


"오늘은 지각한 사람 없지? 1교시부터 다들 나른해질 수 있으니까 우선 가볍게 시작할까?"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사령관은 사무용 책상위로 정신봉이라 적혀있는 나무몽둥이를 올려놓았다. 몽둥이를 보자마자,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눈을 질끈 감았는데, 특히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메이는 올 것이 왔단 생각에 다리를 덜덜 떨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메이, 뒤에 있다고 안보이는거 아니다? 이리 나와야지?"


"사....사령, 아니 선생님.......다음에 하면 안될까요?"


"선생님이 직접 가면 어떻게 될지 알고있지?"


분명 웃으면서 말하고 있는 사령관이었지만,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땅만 바라보며 강단 앞에 나간 메이는 익숙한 듯 책상을 잡고 사령관 앞에 엉덩이를 내밀었다.


"몇대 맞고 싶어?"


"한대....아니 2대...요"


"자, 다들 메이한테 박수!"


사령관은 뭐가 그리도 기쁜건지 들고 있던 정신봉을 내린 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영문모를 상황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바이오로이드들 또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메이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우리 메이가, 드디어! 학습능력이 생겼네. 저번에 한대만 맞고 싶다고 했다가 10대를 맞고 나니 머릿속에 각인이 됐나봐?

 그래도 2대는 좀 아니지? 우리 딱 5대만 맞자"


"...네,선생님"


사령관은 정신봉을 들어올렸고 메이는 눈을 질끈 감으며 다가올 매질을 준비했다.


"하나!"


'팡'


"둘!"


'팡'


"세..셋..."


'팡'



"넷....아...사령관..아니 선생님 저....뼈 맞았어요..너무 아파요"


"하아.....저번엔 10대도 끄떡없더니 엄살 부릴래? 한대 남았잖아, 힘 내야지?"


"흑...크흑......흑......."


"나, 나쁜사람 만들라고 그러니? 갑자기 왜 울어? 너가 그렇게 태어난 잘못이지 왜 내 잘못인것처럼 행동해?"


중파까지 딱 한대 남은 상황에서 사령관은 심기가 불편해진 듯 정신봉을 내려놓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아이씨.....메이씨, 그 한대를 못버텨서 사령관님 나가게 했어요?"


"그...그치만....아프단 말이야"


머리 양갈래에 분홍빛 물을 들인 오르카호의 미친개, 뽀삐(이터너티)는 곧 있을 출격에 함께 나가야 할 상황에서 엄살을 피우는 메이를 보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여기 애들 중에 안아픈 애들이 누가 있어요? 저기 카엔도 맞았고, 스미레도 맞았고,저기 봐요. 좌우좌도 종아리에 자국 남았는데도 여기 와서

사령관님 도와주겠다고 버티고 있는거 안보여요?"


"우리가 당신한테 맞춰줄 이유가 없잖아. 이런거 없어도 우린 충분히 사령관한테 도움이 되고 그리고....."


"아아, 또 그소리. 에키드나랑 같이 나가면 된다? 웃기고 있네.....태생이 그 모양이면 좀 분수에 맞게 행동하세요. 자기 부관처럼 되고 싶어서

 엄살인가"


"미안....내가....내가 더 잘할게"


"알았으면 엉덩이 대세요. 안그래도 주인님께서 마음 아파하시던데 제가 대신 해드려야죠"


"살살...해줘"


"몰라요, 내가 뭐 주인님처럼 신경써줄줄 아나"


뽀삐는 등에 메고 있던 관짝 뚜껑으로 메이의 엉덩이를 후려쳤고, 억하는 소리를 내며 보기 좋게 중파가 되었다.


"주인님, 제가 주인님을 위해서 메이를 중파상태로 만들었답니다. 이제 출격할 수 있어요~"


"우리....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하는걸까?"


"주인님도 차암, 철충이 다 죽을때까진 어쩔수 없잖아요. 앞으로 직접 하기 힘드시면 제가 대신 해드릴게요"


"아냐,내가....내가 노력해볼게"


"어유, 우리 주인님 언제 이렇게 철이 드셨는지 몰라. 주인님의 뽀삐가 철충놈들을 다 죽이고 올게요. 외로워도 좀만 참아주세요?"


"알았어, 잘 다녀와. 그리고...아니다. 잘...부탁할게"


그녀를 위해 대원들을 희생시키는걸 자제해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압도적인 성능에 사령관은 말하지 못했다.

철충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가는 자신과 대원들이 원망스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