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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오우야...'


스프리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두 살색의 형체가 침대맡에서 엉켜있는 모습이었다. 한창 재미를 보기 시작한 듯 서로 안고 안긴 자세로 질척한 움직임을 이어나가는 두 남녀. 머리 하나보다도 작은 여성의 어깨를 뒤에서 감싸안고 있는 쪽은 스프리건도 익히 알고있는 인물이었지만, 자신의 어깨를 둘러싼 다부진 팔을 재차 얽어오는 얄쌍한 팔의 주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눈을 가늘게 떠도 보이지 않는 얼굴에 스프리건은 저도 모르게 두 입술을 앙 다문다. 브라우니로부터 오늘의 귀빈이 누구인지 이미 전해 들었지만 어떻게든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고만 싶었다.


'아, 그 얼굴 각도를 좀...!'


궁금한 건 사령관 말고 저쪽인데, 둘이 잠깐 혀 좀 풀어보면 참 좋을 거 같은데.

보여줄 듯 말 듯 자꾸 반듯한 턱선만이 눈가를 스치며 그녀의 애간장을 태운다. 결국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여가며 각도를 바꿔 불같은 탐구심을 주체못하는 스프리건. 그렇게 벽을 짚은 손바닥에 땀이 한껏 들어차 서서히 밀려내려가던 때였다.


'오오, 끝났ㄷ...!'


한참을 이어져있던 두사람의 움찔대던 팔이 풀렸고, 이윽고 기나긴 맞호흡이 끝나 곧게 서있던 여성의 등도 진이 빠진 곡선을 그리며 굽어짐과 동시에 사령관의 가슴에 기댄 그녀의 얼굴이 드디어 드러났다.


"...어머, 어머어머."

"오, 드디어 보셨슴까?"

"자자, 짠!"

"아직 마시지도 않았음서..."

"...크으, 이거구나..."

"무지 달죠?"

"달달하네, 달달해. 그리고 이렇ㄱ... 참, 이럴 때가 아니지! 이제 본방이라고!"


좀 전 브라우니가 그랬던 것처럼 입가를 닦으려던 스프리건이 다시 캔을 내려두고 백팩을 뒤지기 시작했다.


"또 누구 부르시려고 그럼까?""후후,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짐짓 비열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미소를 흘린 스프리건의 말을 곱씹던 브라우니가 표정에 물음표를 띄운 채 캔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렇게 한참을 백팩 속에서 이것저것을 바삐 꺼내 정리하던 스프리건이 개중 하나를 들며 호기롭게 외친다.


“짜잔, 새로운 특파원의 등장이야!”

"이건... 와이어캠 아님까?"


아무래도 좁은 구멍을 통해 훔쳐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만큼 막 시크릿포인트를 즐기기 시작했을 때의 브라우니도 와이어캠을 몇 번 고려해보긴 했었다. 하지만 해상도도 낮아 사실상 맨눈으로 보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고, 그렇다고 더 선명히 보겠다고 욕심부려 밀어넣었다간 들킬 위험도 커 써보기도 전에 잠정 폐기한 방식이었다.


"이제 와서 왜 이걸?"

"잔말말고 보기나 하셔. 어디어디..."


아무리 봐도 브라우니에겐 그녀의 손에 들린 게 평범한 군용 와이어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괜한 기댈 했다는 게 뻔히 묻어나오는 브라우니의 눈빛을 본 스프리건은 예상대로라는 표정으로 와이어캠과 같이 꺼낸 쪽지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무선 고화질 촬영.”


스프리건이 마지막으로 꺼냈던 물건인 얇은 액정을 키자, 곧 구석의 단출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제법 선명한 화상 떠올랐다.


“오?”

“이 다음은 고음질 녹음. 미세한 진동음같은 건 알아서 걸러주지.”


확대기능도 갖추고 있단 것도 마저 확인시켜준 스프리건이 인터페이스를 이리저리 건든 후 바닥을 두드리거나 목을 작게 울리자, 시간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동시에 액정 상단의 스피커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호오...”

“그리고 자동항행기능.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가는 데다가 변형도 자유자재.”


스프리건이 얇은 액정 한편을 살포시 누른다. 그러자 와이드캠이 그녀의 손 위로 천천히 부양했고 손을 완전히 내린 후에도 일정 고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중간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니 기다란 고형체에 불과해보였던 그것이 손가락이 닿으려던 부분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굴절했다가 손가락을 떼자 원 상태로 돌아온다.


“오오, 대바김다!”


브라우니가 캔을 입에 문 채 작게 박수를 치자 스프리건의 표정에 의기양양함이 퍼져간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심드렁함에 반쯤 감겨있던 브라우니의 눈도, 이젠 또 어떤 신묘한 기능을 보여줄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마치 눈감는 걸 잊은 것처럼 똘망똘망 빛나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마지막이라는 말을 따라 몸이 앞으로 쏠리는 브라우니를 보고 피식 웃은 스프리건이 액정을 슬라이드한다.


슈웅-


그러자 그녀들의 눈높이에 떠있던 와이어캠 전체를 옅은 푸른 빛이 타고도는 듯하더니, 외곽선을 따라 작게 하얀 빛무리가 일어난 후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카모플라쥬. 사령관이 어지간히 못하지 않는 한 저쪽에서 알 턱이 없겠지?"


스프리건의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와이드캠이 브라우니의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없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작은 점멸이 일어난 순간, 일련의 과정을 부자연스럽게 상체를 숙인 채 응시하던 브라우니의 입에서 캔이 떨어지고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브라우니의 턱 또한 한껏 바닥을 향해 늘어지고 말았다.


퉁-


"야! 액정에 흘릴 뻔 했잖아."


바닥에 나동그라진 캔을 따라 원을 그리며 쏟아져 나온 술이 액정에 닿을라 황급히 옮겨드는 스프리건. 그런 그녀가 도끼눈을 뜨고 째려보건 술에 다리맡이 흥건히 젖건 부동자세로 말이 없던 브라우니가, 약간의 굴절상만 남은 와이드캠을 겨우 포착한 후에야 턱이 원위치로 돌아가며 떨리는 혀를 움직였다.


"...누가, 대체 누가 이런 걸...?"

"꼬맹이가 만들어줬어.“

“다, 닥터 씨 말임까...?”

“응. 사실 엄청 예전부터 졸랐는데 요즘 약 만드느라 바빠서 늦어진 모양이더라구."

"ㅈ, 쥐엔장! 믿고 있었지만 말임다!"

“아니, 쉿, 쉬잇!”


양 주먹을 불끈 쥔 채 연신 내질러가며 한바탕 포효를 내뱉은 입을 스프리건이 틀어막는다.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들뜨는 마음이 가라앉질 않는 지 스프리건의 손으로 거친 콧김을 내쉬던 브라우니. 스프리건이 자신의 입 앞에 검지를 갖다 대며 입에서 손을 떼주자 이미 엎질러버린 캔은 볼 필요도 없다는 둥 폴짝 건너뛰어가 스프리건의 옆에 꼭 붙어앉는다. 아무리 그래도 평소라면 이정도로 신나진 않았을 텐데, 역시 오늘 저 방에 있는 게 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스프리건은 생각했다.


"그럼 브라우니, 넣을게."

"잠시만요. 그전에..."


굳이 구멍 앞에 쪼그려있을 필요가 없어진 둘은 침대로 자리를 옮겼고, 액정에 비친 화면은 드디어 시크릿 포인트를 들어서기 직전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백팩을 주워온 브라우니가 캔을 두 개 꺼내들더니 각각 한손으로 멋들어지게 따곤 한쪽을 스프리건의 손에 쥐어준다.


"짠하시지 말임다."

"...아하하, 그래야지."


칭. 철끼리 힘있게 부딪는 맑은 소리와 함께 웃는 얼굴 아래로 거품이 떨어져 침대를 적셨다.

 


 



08.


“...후, 흐으, 흐읏!”


고개를 숙인 채 엎드린 여성의 팔꿈치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계속 흔들거린다. 팔 너머의 얼굴은 어떻게든 저항해보려는 듯 아랫입술을 꽉 물고 있었지만, 남자는 그렇게 두고 싶지 않다는 듯 그녀의 하반신과 연결돼있던 팔에 박차를 가한다.


“후읏, 흐응... 흐, 흐아아앙...!”


손가락이 끝마디까지 사라졌다 물을 머금고 나타나길 수차례, 레프리콘의 의지와 상관없이 높아져가던 교성이 순식간에 새된 소리로 변해 터져 나온다. 동시에 그녀의 몸이 크게 떨렸고, 손가락을 압박하던 육벽들이 더욱 좁혀오는 걸 느낀 사령관은 볼기를 쓰다듬던 왼손을 그녀의 허리로 옮겨 힘주어 누르며 오른팔을 쑤셔대던 반동을 이용해 손가락을 질 속으로 최대한 깊게 찔러넣는다. 마치 민감해질 때를 노렸다는 것처럼 여느 때보다 깊숙이 파고드는 손끝. 레프리콘은 멍하니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힘없이 들락날락하며 작게 거품이 인 타액을 밀어낼 뿐이었다.


“으에... 에헤... 헤엑...”


검지와 중지 사이 피막이 허예질 정도로 곧게 박아넣은 손가락에 그녀의 안이 조여들며 감겨든다. 팔목을 좌우로 살살 돌리자 주름이 스치면서 허리에 얹은 왼손이 들썩거릴 정도로 그녀의 하체가 이리저리 튀어오른다. 이미 가버렸음에도 끝없이 이어지는 쾌락에 반사적으로 레프리콘의 골반이 꼼지락거릴 때마다, 결코 절정의 여운이 쉬이 가시게 하진 않겠다는 듯 사령관은 허리를 누르는 손아귀에 힘을 더해가며 진득한 오른손놀림을 멈추지 않는다.


“헤윽... 에헥... ㅇ, 응히익...!?”


돌려대며 스치는 감각에 맞춰 허리가 따라 도는 걸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레프리콘의 사고가 녹아내려갈 무렵이었다, 별안간 사령관이 손가락을 집어넣은 상태로 천천히 내벌리더니 쏜살같이 질에서 뽑아낸다. 그러자 저절로 레프리콘의 엉덩이가 하늘로 솟으며 허벅지 안쪽이 팽팽하게 당겨졌고 손가락을 뒤따라 조수가 뿜어져 나온다.


“흐읏...!”


그 후로도 움찔대던 아랫입이 찔끔하고 씹물을 두어 번 뱉어냈고, 반쯤 펴진 무릎을 한참 떨던 그녀는 결국, 끊임없이 흔들릴지언정 자신을 지탱해주던 팔과 함께 무너져내려 탈진하듯 쓰러지고 만다.


...후욱 ...후욱


베개에 얼굴을 처박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사령관의 눈이 천천히 훑어내린다. 레프리콘이 숨을 깊이 들이마실 때마다 눌려있는 유방의 지름이 길어졌다 돌아오길 반복하며 흔들렸고, 등이 오르락내리락 거릴 때마다 꼬리뼈까지 길게 맞닿아있던 빨간 머리칼이 얇은 등허리로 서서히 흘러내린다. 그 모양새가 감질났던 것인지 사령관이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헤치듯 갈라 떨어뜨리자 레프리콘의 매끈한 등이 눈앞에 훤히 드러난다. 안 그래도 하얀 살결은 땀을 잔뜩 흘려대 윤기가 가득 올라 있었다. 여전히 조금씩 붙어있는 붉은 가닥 사이로 보이는 등줄기는 음영커녕 오히려 빛나는 게 보일 정도로 물기가 촉촉이 고여 있다.


“흐응...”


등에서 허리 쪽으로, 사령관이 그 계곡을 검지로 살살 훑기 시작하자 레프리콘이 등을 길게 늘이며 어깨를 좁힌다. 꼬리뼈 부근에 다다랐을 쯤 일부러 닿을락 말락 간질이듯 손끝을 놀리자 허리가 휘어졌고, 그후 느리지만 크게 털어내듯, 엉덩이를 레프리콘이 천천히 좌우로 한 번씩 흔들었다. 손가락이 떨어진 후에야 뭉쳐있던 등근육을 이완시키며 달콤한 숨을 내던졌다.


“하아...“


고양이가 갸릉대듯 길게 목울대를 울리며 뻗어 나온 옅은 한숨이 베개를 타고 퍼진다. 간간이 떨려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무릎 사이 침대보가 이미 본디 색을 잃어 짙어진 채라 그녀가 얼마나 긴 시간 성대하게 가버렸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줬고, 그렇게 탈력감과 함께 느껴지는 묘한 만족감에 레프리콘은 눈을 감은 채 호흡을 가다듬는다.


쫘악-


허나 휴식을 갈구하는 그녀완 달리 사령관은 쉴 생각이 없었다.


“...!”


몸을 숙인 사령관이 물기가 번진 둔덕에 양 엄지를 비집어 넣고 벌리자, 마치 쿠션이라고 되는 것처럼 대음순이 그의 엄지를 살짝 밀어낸다. 눌린 모양을 따라 부드럽게 들어가면서도 탄성을 지닌 듯 손가락에 약한 반발력까지 느껴지는 두툼한 불두덩. 그 야들야들함에 당장이라도 물건을 힘껏 박아넣고 뿌리에 착 달라붙어오는 감촉을 맛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사령관이었지만, 여태 들였던 공을 떠올리며 고개를 힘겹게 가로젓는다. 그 대신이라는 듯,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바닥으로 레프리콘의 엉덩이를 넓게 움켜쥐고 엄지 전체를 대음순에 포개듯 얹은 후 손아귀를 좁혔다. 그렇게 손바닥 전체에 빠짐없이 감싸드는 부드러운 촉감을 즐김과 동시에, 그녀의 음순이 전에 없을 정도로 넓게 벌어지며 보인 한없이 야한 풍경으로 때이른 욕망을 갈음하기로 했다.


“가, 각하?!”


밝은 빛 아래로 한껏 윤을 내며 번들거리는 분홍빛 계곡이 훤히 드러난다. 살짝 위로 치우친 곳에 터를 잡은 수원지에서는 그렇게 쏟아내고도 부족하다는 듯 아직도 조금씩 꿀물이 스며나오는 중이었다. 음부를 잡아벌린 엄지를 따라 가로로 길게 늘어진 구멍은 마치 살아있다는 듯 입으로 열기와 물기가 어린 작은 숨을 이따금씩 토해낸다. 입구가 뻐끔댈 때마다 보이는 육벽들은 여전히 수축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계속된 애무로 분명 손을 쓰기 전보다는 풀어진 느낌이 확연했다. 그렇게 남아있는 액체를 밀어내려는 듯 움찔거리는 구멍을 말없이 바라보던 사령관이 무언갈 결심한 눈빛으로 입술에 침을 발랐다.


“각하... 조금만 쉬ㄱ, 햐으읏...!”


자신의 둔부를 부여잡은 손길에 팔을 짚고 뒤를 돌아보려던 레프리콘이었으나, 순간 자신의 속에 들어온 무언가가 헤집어대는 감각이 느껴지며 하반신엔 제멋대로 힘이 들어가는 반면 팔은 힘이 빠져 쓰러지고 말았다.


“으으으응...! 흐, ㅎ... 응흐으읏...!”


상체가 왼쪽으로 조금 꺾인 자세로 엎드린 채 신음을 흘리는 레프리콘이 소리가 나가는 걸 막아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이를 다무려고 하면 부드러운 무언가가 자신의 질입구를 빠르게 드나들어 얼마못가 벌어질 뿐이었고, 숨을 참아보려 해도 벌어진 비부 전체를 아래서 위로 쭈욱 쓸어올리는 감각이 느껴질 때면 참았던 만큼 길게 신음이 이어질 뿐이었다.


“흐으, 으... 흣.”


베고 쓰러졌던 팔로 겨우 입을 막은 레프리콘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짧은 와중에도 이어지는 자극에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시선을 옮기자 자신의 허리너머로 사령관의 정수리가 보였다. 그 순간 안에 침투한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은 레프리콘이었지만 이전보다 깊게 들어온 그것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는 바람에 막지 못한 소리를 손 너머로 흘렸다. 엉덩이가 양 손에 단단히 꽉 잡힌 탓에 저항조차 할 수 없었던 레프리콘은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파고든 그것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를 움찔거릴 뿐이었다.


“ㅇ, 아아아앙! 하앙!”


그렇게 한동안 레프리콘의 고간에 붙어있던 사령관의 입이 떨어졌고, 그녀의 안을 희롱하던 혀가 정체를 드러낸다. 길고 힘있게 정면으로 내뺀 그의 혀끝과 좀 전 보다 조금 더 늘어진 듯한 그녀의 질 사이로 점액이 이어진다. 그 끈끈한 실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두 신체부위가 만나 서로 다른 두 체액이 합쳐져 만들어졌지만 언제라도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듯 했고, 그것을 원한다는양 번들거리는 둘을 연결하는 견고한 다리와 같았다. 그리고 그 뜻을 좌시하지 않으려는 사령관의 혀가 재차 레프리콘의 속으로 파고든다.


“하, 하앗, 하응, 으흐읏!”


혓바닥은 손가락보다 깊게 들어오지도, 단단하게 찌르지도 못했지만 근육다발 특유의 유연함을 이용해 전혀 다른 형식의 자극을 주며 그녀를 다시 한 번 쾌락의 늪으로 끌고가는 중이었다. 단단하게 선 혀끝이 질구를 이리저리 스쳐댈 때면 짧은 탄성이 계속해서 목을 빠져나갔고, 클리토리스를 가지고 노는 혀놀림에 눈을 질끈 감은 채 콧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으응... 흐... 으읏... 흐으응...”


삽입한 혀를 휘어가며 종횡무진 주름 사이를 파고들어 긁어내듯이 훑어댄다. 그 후엔 입술을 갖다대고 뿌리까지 박아넣어 침이 분비되는 족족 흘려넣은 후, 혀를 움찔거려 애액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충분히 물기가 들어차자 사령관이 입을 막은 채 천천히 혀를 빼냈고, 찌걱 소리와 함께 뒤섞인 체액이 음부를 흠뻑 적시며 줄지어 떨어진다. 아직 남은 물을 밀어내려고 더욱 크게 벌름거리는 구멍 속, 꿀렁거리는 주름들 사이에 확실히 껴있는 작은 거품무리를 보고 사령관이 군침을 삼켰다.


“에, 에헤엑... 헥, 헤헥... 흣, 흐에엑...”


그 후엔 느릿하지만 고개가 젖혀질 정도로 크게, 마치 맛을 보려는 것처럼 소음순에 혓바닥 전체를 밀착시킨 채 몇 번이고 정성스레 핥아 올린다. 민감한 점막이 미세한 돌기를 느끼며 그녀의 고개도 젖혀지며 혀가 따라 나온다. 질 구멍을 지날 때 혀끝에 힘을 주어 들어갔다 나오듯 깊게 스치자, 레프리콘의 등이 거세게 좁아들며 가슴이 크게 출렁인다. 그렇게 다른 두 점막이 끈적한 키스를 거듭하는 내내, 레프리콘은 멍해진 머릿속처럼 풀린 눈으로 날숨같은 신음을 가쁘게 뿜어내길 반복했다.


“흐으응...... 읏?!”


점점 머릿속에 드리우는 열락의 안개가 짙어지며 통제를 벗어난 신음이 멋대로 터져 나오는 빈도가 잦아지는 레프리콘. 다시 사령관이 혀를 놀리며 질구를 핥아대는 통에 무릎이 뜨는 걸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사고의 끈을 잡으려고 애쓰던 때였다.


“응?! 흐응! 흐익?! 힉! 흣...!”


안 그래도 민감했던 질이 지잉하고 저려오는 것처럼 울려왔고, 순간 고간을 중심으로 전기가 퍼져나가듯 저릿한 감각을 느끼자마자 온몸이 빳빳하게 굳는다. 그와 동시에 짙어져가던 머릿속 안개가 순식간에 불어나 까맣게 암전되며 눈앞이 아득해지더니, 마치 불구덩이에 내던져진 것처럼 몸이 달아오른다.


“아앙... 하앙! 하앗, 흐으윽!”


사령관이 혀를 집어넣은 채 이리저리 돌려가며 레프리콘의 질구를 자극하던 도중, 별안간 뿌리를 조이는 힘이 강해지고 혀를 둘러싼 육벽의 주름돌기들이 좁혀들더니, 그의 혀를 안으로 밀어 넣으려는 것마냥 질 전체가 회전하듯 꿈틀거리며 애액을 한차례 크게 뿜어냈다. 무언가를 눈치 챈 사령관이 혀놀림에 박차를 가하자, 그때마다 비음 섞인 달콤한 신음성이 그녀의 입에서 물밀 듯 쏟아진다.


“흥, 흐응! 하앙! 하아아앙! 하아앗! 흐으으윽!”


절정이 가까워진 레프리콘은 높은 교성이 방안에 울려 퍼지는 걸 막을 재간이 없었다. 그녀의 심신을 모두 집어삼킨 황홀한 기시감은 분명 느껴본 적이 있는 것이었지만, 그 편린에 눈이 뜨이기도 전에 수위를 훌쩍 넘기며 들이닥친 쾌락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렇게 이성이라는 댐이 매몰돼버린 나머지, 지금의 그녀는 단지 성감대에 주어지는 자극에 순응하듯 반사적으로 몸을 떨면서 아양섞인 목소리를 뱉어낼 뿐이었다.


“헤윽... 헤헥, 혜으윽...! 헥! 혜에에에...!”


사령관이 혓바닥에 침을 잔뜩 얹고 분홍빛 비부 전체를 힘주어 핥아올리길 반복한다. 혀가 닿자마자 진동하기 시작한 둔부가 자석이 달린 듯 혓바닥을 따라 올라가고, 그러다 엉덩이를 고정시킨 그의 손에 번번이 가로막혀 혀끝이 떨어질 때마다, 그 반동으로 허리가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물을 구멍으로 한움큼씩 내흘린다. 좀 전에도 좋은 반응을 보인 만큼 맘에 든 애무였던지 레프리콘은 반쯤 감긴 눈을 허공에 둔 채였고 입술 밖으로 축 늘어뜨린 혀로는 침이 질질 새어나오고 있었다. 여태 지었던 표정 중 가장 쾌락에 충실한 표정으로, 이젠 느끼는 것만으로 벅차다는 듯 호흡보단 신음에 가까운 숨소리만을 연신 뱉어내며 위아래로 끈적한 체액을 쏟아내고 있었다.


“흐으읏, 흐읏... 흐으...”


어느새 그녀의 고간에서 혀를 뽑아낸 사령관이 레프리콘의 구멍을 바라본다. 아래쪽이 조금 넓은 타원형으로 벌어진 구멍은 처음 봤던 때보다 수축하려는 움직임이 미약해진 듯 보였다. 늘어진 틈이 물기가 들어차 음란하게 꾸물거리는 안쪽을 이전보다 깊게 내비친다. 아까 전 그녀의 안을 헤집어놨던 오른손을 사령관이 박아넣자, 레프리콘의 입에서 급히 숨을 들이삼키는 소리가 났다.


“으히익...!”


처음엔 중, 검지 두 개도 빽빽했던 레프리콘의 질이 이번엔 검지와 중지 그리고 약지 총 세 손가락을 집어넣었음에도 좁아드는 느낌만 전해질 뿐 별다른 저항감 없이 사령관의 손을 집어삼킨다. 두 갤 집어넣었을 때나 혓바닥을 감싸던 때와 비교해보던 사령관은, 지금 손가락을 감싸는 조임이나 주름의 감촉이 별반 다를 게 없음을 느낀다. 결국 계속된 공사에 질구가 넓어졌을 뿐이지, 레프리콘의 안쪽이 여전히 탄력 있게 조여들며 주름을 비벼오는 엄청난 명기임에 재차 탄복하며 손을 더욱 세게 집어넣었다.


“윽... 이힉!? 흐흣!”


슬슬 혓바닥이 주는 감각에 익숙해지며 타성에 젖어가던 레프리콘에게 자신의 안에 들어찬 손가락에서 전해져오는 쾌락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혀보다 곱절은 깊게 침투해온 침입자가 머리끝을 구부려 위쪽 벽을 살살 긁어댈 때면, 누군가 들어올리는 것도 아닌데 골반이 높게 뜨며 허리가 더욱 가파른 곡선을 그린다.


“흣...!? 흐으으응... 하앗, 으응....”


공간을 만들려는 듯 느긋하게 돌아가는 움직임에 벌어진 안쪽이 다 저려 오다가도, 느닷없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는 손가락을 따라 허벅지가 좌우로 내려가며 엉덩이가 아래로 기운다. 검지와 약지에 걸쳐 활짝 벌어진 채 움찔거리는 구멍에서 애액이 사령관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고, 이윽고 잔뜩 풀어진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이던 레프리콘의 얼굴도 베개 위로 떨어져내린다. 잔뜩 구겨진 베갯잇 속에서 맥아리없이 흐릿하게 빛나는 동공만이, 그녀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쩔꺽 쩔꺽 쩔꺽 쩔꺽...


“...ㅇ흥... 흐으ㅅ... 응ㅇ....”


사령관이 손가락으로 레프리콘의 구멍을 쑤셔대자 손가락이 닿는 안쪽에서부터 추잡한 소리가 넘실대며 울려퍼졌고 그녀의 신음은 물기어린 마찰음에 파묻혀 베개 아래 웅얼거림이었을 뿐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레프리콘은 질 속에 들어온 무언가가 속을 넓혀갈 때마다 뼛속까지 퍼져나가는 아찔함에 대답없는 메아리만을 되풀이할 뿐, 결국 그녀의 풀린 눈동자가 눈꺼풀 뒤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순간, 질이 더욱 거세게 손가락을 조여드는 걸 느낀 사령관이 지체 없이 팔을 밀어붙였다.


“@#&%, %$#...”


의미를 알 수 없는 높은 소리가 한참을 베개 너머로 이어지다 침대를 타고 흩어지며 다시 들리지 않을 만큼 잦아든다. 가장 멀리 닿아있는 중지의 첨단부터 반절이나 밀려들어간 검지의 주먹뼈까지, 힘껏 꽂힌 손이란 손을 빈틈 없이 꽉 쥐어문 질은 근육이 수축하는 사이사이 틈이 벌어졌다하면 애액을 뱉어내며 좁아진 속을 게워낸다. 그런 레프리콘의 구멍이 물을 뿜어내려고 움찔대건 말건, 사령관은 해야할 일을 할 뿐이라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손목을 돌리기 시작했다.


“^%*...!”


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난 데다가 살짝 사선으로 틀린 각도 탓인지 물방울이 손등을 타고 넘을 정도로 흥건함에도 불구하고 손목의 회전은 영 뻑뻑한 원을 그렸고, 서로 딱 붙은 세 손가락이 느리지만 멈춤없이, 벌어진 분홍빛 타원의 종경과 횡경을 제 입맛대로 바꾸어간다. 팔꿈치를 밖으로 돌려 손톱으로 경로에 있는 주름을 죄다 스치듯 긁어내 부어오르게 만들 때면 둔부를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이며 우반신을 떨었고, 안으로 당겨 돌려 손가락 끝으로 민감해진 돌기들을 짓누른 후 지나가며 억지로 펴낼 때면 이번엔 왼쪽으로 기우며 좌반신이 떨린다. 그렇게 사령관의 손놀림에 따라 관절의 한계까지 휘청대길 반복하던 몸이 또다시 오른쪽으로 기울자, 무게중심을 버티지 못한 무릎이 미끄러지더니 레프리콘이 침대 위로 쓰러져 내린다.


풀썩,


“하악, 하악... 학, 흐악...”


끝을 모르고 뿜어져 나오는 열띤 바람에 그녀의 얼굴을 뒤덮은 머리칼이 자꾸만 들쳐진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널브러진 채 그저 몸이 원하는 대로 산소를 집어넣는 데에 여념이 없었던 레프리콘은, 자신이 숨을 몰아쉬는 사이 어느새 주변이 조금 밝아졌음을 어렴풋이 느꼈고, 그 반응만큼이나 느릿하게, 빛의 근원으로 굼뜬 눈동자를 옮긴다.


“하아... 핫, 하아...”


빛을 받아들여 더욱 커진 홍채에 눈앞의 상이 잡혀가고, 내리쬐는 조명의 한구석을 가리던 검은 그림자가 낯익은 인영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후우... 후...”


선명해진 시야를 사로잡는 건 익숙한 이목구비가 자아내는 낯선 표정과, 머리칼을 쓸어 귀 뒤로 넘겨주고 드러난 얼굴부터 발끝까지 훑은 후 다시 돌아오는 무심한 눈초리. 그 단단한 동공에 마주친 순간, 정말 오랜만에 눈이 맞았다는 생각과 함께 어째선지 호흡이 재차 가빠져온다.


“하아, 하, 하아, 하...”


어느덧 어깨가 들썩거리는 게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아무런 전조없이 입 앞에 들이밀어진 두 손가락을, 굵게 튀어나온 뼈의 등치가 유난히 번들거린다는 감상이 끝나기도 전에, 입으로 받아물어 맛을 본다.


“츕... 츄릅...”


어째서 아무런 말도 없이 내민 손가락을 아무런 말도 없이 덥석 물어버렸을까. 지금 레프리콘의 머릿속엔 그런 시덥잖은 의문에 할당할 공간은 없었다. 손가락이 뻗어지자마자 한시도 지체없이 목을 길게 내뺐고, 입안을 가득 메우는 비릿함을 느낀 후에야 자신의 속을 들쑤시던 녀석임을 깨달았지만 그딴 건 그녀에겐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헤에... 츄릅, 쪼옥, 쪽...”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인 손가락을 매우 정성스레,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고개를 기울여가며 핥는다. 점액을 닦아내려 혓바닥을 놀릴수록 또 다른 점액이 발리는 공회전이 계속 이어졌지만, 이 역시 살갗의 맛을 느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츕, 쪼오ㄱ, 흐으... 윽...!?"


숨쉬는 것도 잊은 채 몰두하던 레프리콘은 턱밑까지 호흡이 차오르는 걸 느꼈고, 손가락을 입에 문 채 얕은 숨을 이어나가던 중, 혀뿌리를 누르는 손끝에 목이 막히며 구역질이 올라왔다. 하지만 토의를 참아내고 힘주어 빨고 나면 입 안 가득 들어차는 짠 맛에 몽롱함이 뒤따라 퍼졌고, 거부할 수 없는 묘한 중독성에 레프리콘은, 입 속에 들어찬 손가락을 천천히, 더욱 깊게 집어삼킨다.


“......”


그 존재를 드디어 떠올린 듯 코로 호흡을 하기 시작한 레프리콘이 손가락을 목 깊숙한 곳까지 박아넣은 후 사령관을 바라본다. 그 눈동자에 뒤섞인 우려와 갈망을 읽은 사령관은, 그녀가 그러했듯 아무런 지체없이 손끝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