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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흣...! 흐으... 욱, 흐... 읏!”


좀 전과는 다르게 확실히 힘주어 눌러오는 손가락에 레프리콘은 매순간 통제를 잃을 뻔 했지만, 목구멍이 찌릿하는 감각이 느껴진 후 분비된 타액이 혀 위의 소금기와 섞여 입안을 돌 때면 마치 마약성 진정제라도 되는 것처럼 고통을 순식간에 완화시킨다. 목 중간에서 끈적한 위액이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는 불쾌함에 몸이 떨리다가도, 이어져 있다는 걸 상기하면 거짓말처럼 토의가 사라지며 헛구역질을 한 후 느껴지는 멍해지는 감각만이 남는다.


“ㅇ! ㅎ, 흐윽?! ...엑!”


그러나 혀를 누르는 힘이 점점 강해지면서 무언가가 목을 타고 역류하는 속도 또한 빨라지는 중이었고, 슬슬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쾌락보다 커지고 있음을 감지한 레프리콘이 사령관에게 고통어린 눈빛을 보낸다. 그 눈끝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마무리지을 때가 왔음을 알아챈 사령관은 혀 전체를 누르고있던 손을 서서히 입 밖으로 끄집어낸다.


“......헤에-”


사령관이 레프리콘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자 배웅하듯 혀가 따라나오며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물이 입술 사이로 줄지어 떨어진다. 묽은 침은 손가락과 이어지는 일 없이 침대로 떨어질 뿐이었지만, 양이 양이었던 만큼 침대를 적셔 짙게 물들어가는 원이 꽤 오랜 시간동안 그 반경을 넓혀갔다.


“...케헥, 헤흑, 헥... 케흑!”


결국 잔뜩 머금었던 침이 기도로 흘러들어가 사레들린 레프리콘이 머리를 숙인 채 입을 가리고 연신 켈록거리기 시작했고, 한참동안 마른기침과 헛구역질을 뱉어낸 후에야 얼추 진정이 된 듯 거친 소리을 멎으며 고개를 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검지끝으로 눈가를 훑는 그녀의 얼굴엔 오묘한 웃음기가 서려있었다.


“하아, 하아...”


그를 따라 내내 무표정하던 사령관의 얼굴에 의심이 드리운다. 괴롭다는 듯 눈을 잔뜩 찡그린 채 미간을 좁히고 있었지만 말려올라간 입꼬리 탓에 오히려 기쁨을 애써 감추려는 것처럼 보였고, 초승달처럼 휘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날호흡도 고통을 감내하는 한숨이라기보다는 쾌락의 여운에 몰아쉬는 교성에 가깝게 들렸다. 결정적으로, 레프리콘이 손을 얹은 가슴아래 부어올라 따끔거리는 기관지 못지않게 그녀의 심장도 욱신대고 있었다. 사령관이 거기까지 알 순 없었지만.


“후ㅇ, 꺄악!”


그렇게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가슴의 지끈거림에 가로누운 채 생숨을 계속 내쉬던 레프리콘의 위로 느닷없이 사령관이 달려들었고, 허리에 올라탄 후 양 팔을 부여잡아 그녀의 머리 위로 한데 모으고는 레프리콘이 당황에 찬 음성을 내뱉기도 전에 무작정 혀를 집어넣는다.


“츄릅, 츕, 흣! 잠ㅅ, 응읍...”


숨이 막힌 레프리콘이 고개를 돌려가며 과격한 입맞춤을 피하려고 해봤지만 사령관이 오른팔만으로 얇은 두 손목을 짓눌러 고정시켰고, 가쁜 숨을 채 몰아쉬기도 전에 부여잡힌 턱 위로 얼굴이 포개져온다.


“흐으으응... 츕, 츄릅...”


입술을 교차시켜 빈틈없이 틀어막은 사령관이 볼을 좁혀가며 힘주어 빨아들이자 작은 혀가 입 안으로 들어왔고 서서히 내벌려져 갔다. 그 위로 혀를 겹쳐 앞뒤로 반복해서 훑어내자 달콤한 콧소리가 터져나오며 레프리콘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으응... 츕.”


힘이 빠진 듯 레프리콘의 혀가 자신의 입술 위로 걸쳐져 있었지만 사령관은 편히 쉬게 할 생각이 없었다. 늘어져있는 틈 아래로 혀를 비집어 넣고 있는 힘껏 쭉 쓸어올리자, 뿌리부터 떨려오는 진동이 혀끝을 타고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다리 사이 깔린 허리가 휘어지며 솟아오른 배가 말캉하고 갓끝을 스친 뒤 다시 떨어져내렸고, 입술에 기댄 채 스르륵 빠져나간 혀의 자리를 뒤이어 확 들어찬 뜨거운 숨결이 대신 메운다.

“...하읍.”


혀를 뺀 김에 입술도 풀어 숨을 채우려던 레프리콘이었지만 고개를 뒤로 빼면 뺄수록 사령관이 턱을 당기는 손아귀 힘을 더해갔기에 헛수고였을 뿐, 짧은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이번엔 제 보금자리로 돌아간 혀를 반대쪽에서 방문했다. 입 한가운데에 말려들어가 웅크려있는 레프리콘의 혀를 사령관이 혀끝으로 톡톡 건들자 재촉하지 말라는 듯 그 몸을 더욱 둥글게 만다. 하지만 볼을 누르면 입술 아래로 훤히 드러나는 정갈한 치열을 가로로 감싸닦듯 훑거나 혀끝을 세우고 깊숙이 집어넣어 매끈한 입천장에 대고 빙글빙글 돌릴 때마다 부여잡은 턱이 움찔거리더니 곧 작은 혀가 입 안 가득 축 늘어졌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사령관이 혓바닥을 넓게 펴만 후 풀어진 똬리 위로 드리우며 혀끼리 맞닿는 면적을 점점 늘려간다.


“으응, 쪽, 쪼록... 츄웁...”


한 입안에 두 혀가 자리잡아 얽어대는 움직임에 레프리콘은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맛을 보려는 것처럼 혀끝을 이리저리 스치는 게 그 끝에 묻어있는 타액의 주인이 뒤바뀔 때까지 계속되자 사지의 힘이 빠졌고, 뱀이 교미하듯 혀를 배배 꼰 채 살짝만 힘을 줬다 풀기를 반복하여 혀가 비벼질 때면 뇌에 마취액이 주입된 것처럼 생각이 녹아내렸다. 그러다가 사령관이 뒤엉킨 혀를 순식간에 당겨 빼자, 밀착해있던 혀의 돌기가 긁히는 감각에 등이 떠오르며 레프리콘의 머릿속엔 결국 희뿌연 안개가 들어섰다. 그런 와중에도 쾌락의 빛만큼은 일등성처럼 선명했는지 사령관의 혀는 이미 자신의 입으로 돌아갔음에도 관성적으로 제 혀만을 꼬던 레프리콘의 입안으로, 그 어느 때보다 깊고 곧게, 사령관의 혀가 재차 밀고들어왔다.


“츕, 츄릅... 헤에... 츄웁, 츄륵...”


안쪽부터 팽팽하게 당겨올 정도로 길쭉이 뽑은 사령관의 혀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격렬히 엉겨붙어오는 레프리콘의 혀. 그냥 들어왔을 뿐이라는 것처럼 그대로 꼿꼿이 뻗어있는 혓바닥를 유연성의 한계까지 분홍빛 몸뚱이를 비틀어가며 핥거나, 자신보다 훨씬 큰데도 어떻게든 감싸보려는 듯 혀를 펴 맞붙인 채로 붙잡힌 턱을 연신 좌우로 돌려댔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 혀를 입술로 꽉 조인 후 고개를 앞뒤로 움직여가며 빠는 하는 등 조급함이 느껴지는 애무가 이어진다.


“쪼록, 쪽... 쪼옥 쪼옥...”


이젠 묵묵부답인 혀를 최대한 깊이 물고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빨아들이며 침이 혓바닥을 타고 스며들어오는 족족 목 뒤로 흘려보낸다. 그 애타고 열렬한 구애에도 사령관은 그저 닫힌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혓바닥을 빼려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에 맞춰 레프리콘이 떨리는 눈꺼풀을 위로 천천히 잡아끌었다.


“...헤에 ...헤에”


정말 오랜만에 입술 사이로 틈이 생겼지만 혀가 붙어있기는 매한가지였다.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가는 혀를 떨어지기 싫다는 듯 쫓아나온 탓에 혀끝이 마주 닿아 있었고, 간만에 입으로 숨을 쉬는 내내 둘은 그 상태로 말없이 눈을 맞출 뿐이었다. 이윽고 호흡이 진정된 듯 가슴께가 잠잠해진 레프리콘이었지만 나른하게 젖어있는 눈에서는 여전히 미묘한 떨림이 전해져오고 있었고, 이를 본 사령관은 복잡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


혀를 뗀 그가 눈을 읽어간다. 엇나간 충동임을 알기에 우려하고 망설이며 눈자위가 떨리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일선을 넘길 기대하고 갈망하며 눈동자가, 그를 응시한다. 이에 홀린 것처럼 레프리콘을 손목을 누르던 오른 팔을 떼어내자, 역으로 손목을 두 손으로 감싸쥐곤, 턱을 잡은 왼손 아래로, 서서히, 자신의 목으로 끌어당긴다.


“흐읍...”


가볍게 감쌀 요량이었지만 손목을 둘러싼 레프리콘의 손이 재촉하듯 힘을 더해갔고, 손바닥 전체로 얇은 목을 살짝 조여보자 바로 반응이 온다. 한손에 다 잡히진 않았지만, 조르기엔 충분했다. 레프리콘이 입을 다문 후 숨을 삼켰고, 침이 좁아든 목을 힘겹게 넘어가는 감촉을 느낀 후, 천천히 두 눈을 감는다. 이제 맡길 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에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며, 사령관이 목을 오른팔로 천천히 힘줘 누른다.


“...흐, ...흐.”


아직 완전히 막히진 않은 듯 간신히 쇳소리 같은 숨을 이어나가는 레프리콘이었지만 이따금 입안에 고였던 침이 넘어가며 숨길을 막을 때마다 눈꺼풀이 저절로 들쳐올라갔다. 그마저도 사령관이 팔을 펴 어깨힘으로 누르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좁았던 숨구멍이 더욱 좁혀드는 고통에 감았던 눈이 활짝 뜨였고, 그 안에선 좁쌀만해진 동공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힉...! ....흑!”


사령관은 일부러 어깨를 띄웠다 내리길 반복하는 중이었다. 손아귀를 딱 붙인 채 기울여 체중을 실으면 레프리콘의 몸이 서서히 꿈틀대듯 휘어지며 붙잡은 손목을 더욱 세게 쥐어왔고, 팔목을 약간 틀어 목옆으로 공간을 내주면 겨우 숨을 들이킨 가슴팍이 허리가 뜰 정도로 크게 튀어오르며 딸꾹질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렇게 그녀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는지 가늠해가며 서서히 숨을 터주는 빈도를 늦춰가다, 어느 순간 완전히 숨구멍을 막아버렸다.


“......”


간간히 흘리던 숨소리마저 잦아든 레프리콘은 말 그대로 찍소리도 못낸 채 온몸으로 소리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부여잡은 팔목을 손톱으로 있는 힘껏 긁어내렸지만 목을 누르는 힘만 강해졌고, 턱을 붙잡은 기어이 손을 뿌리치고 목을 돌려봤지만 왼손마저 가세해 숨구멍을 조였을 뿐 공기가 새어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결국 폐만큼이나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레프리콘은 그저 생존본능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몸부림쳤지만, 자신의 위에 깔려 꿈쩍도 않는 사령관 때문에 애꿎은 침대만 손톱으로 긁으며 눈앞이 어두워져갔다. 활개를 비틀어대던 레프리콘의 움직임이 점점 희미해지며 고개가 늘어지기 시작했고, 허공을 바라보던 탁한 눈동자가 이젠 바닥으로 깔리기 시작했을 때, 간간이 움찔거리던 어깨가 미동조차 없음을 눈치 챈 사령관이 천천히 어깨를 들어올렸다.


쌔액, 쌔액...


초점을 잃고 느리게 꿈뻑거리는 눈과 드나드는 바람을 간신히 낚아채며 움찔거리는 입술, 그리고 숨을 들이마쉴 때마다 경련하듯 떨며 작게 부푸는 가슴이 미약한 생존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내려보는 사령관의 시선은 마치 가벼운 장난을 친 후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기도, 또 실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있는 변수에 신속히 대응하기위해 시험관을 주시하는 차분한 과학자 같기도 했다.


“......읍.”


사령관이 레프리콘의 턱을 잡아돌리자 여전히 맹한 표정으로 숨가닥을 잡는 데 여념이 없어보였고 가늘하게 떨려오는 입술을 맞대고 혀를 집어넣는다. 이내 다시 막혀오는 숨에 눈썹을 찡그리며 어깨가 좁아드는 레프리콘이었지만, 어떻게든 호흡은 이어가는지 미세한 바람이 맞닿은 코를 간지럽힌다. 아무런 반응 없이 늘어져있는 근육다발을 이리저리 굴려댈 뿐이었지만, 사령관의 가슴속엔 전에 없을 정도의 흥분이 차오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레프리콘은 대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그걸 두 눈으로 직접 본다면 대체, 나는 얼마나 짜릿할까.


“......? 츕, 으응... 쪽...”


레프리콘은 눈앞이 흐릿한 와중에도 어느샌가 자신의 입안에 들어와 헤집고있는 혀를 무의식적으로 빨기 시작했다. 팔다리에 힘을 넣는 방법조차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머릿속이 백짓장 같은 지금 이 순간, 확실하고도 유일하게 그녀를 일깨우는 감각은 오직 혀를 타고 전해져오는 진한 쾌락뿐이었고,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얗게 리셋돼있던 그녀의 의식은 점차 진득한 욕정의 색으로만 물들어갔다.


“흐으응... 츄릅, 츕츕. 하아, 츄웁...”


레프리콘은 쾌감의 본능만으로 몸을 움직였다. 아직도 떨리고 있는 팔을 들어올려 기어코 사령관의 목에 휘감더니 그대로 안기듯 매달린 후 허리를 띄워 가슴을 비벼댄다. 이에 호응하듯 사령관이 레프리콘의 입술을 빨아들였고 뒤엉킨 혀가 온기를 탐하듯 서로를 격렬히 옭아매자, 레프리콘은 사령관과 닿아있는 모든 부위가 불에 데인 듯 달아오르는 감각에 금방이라도 가버릴 것만 같았다. 흡사 온몸이 성감대가 돼버린 듯 사령관이 머리를 쓸어내려주며 스치는 손길에도 쾌락을 느껴 몸을 떨었고, 혀를 포갠 채 서로의 입에 밀어넣고 빨아주며 황홀경에 빠져들던 중, 레프리콘은 문뜩 무언가 배 위로 떨어지는 감각에 순간 놀라며 시선이 향했다. 단단하게 뻗은 사령관의 남근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떨어지고 있었다.


“......”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검붉은 혈색을 뽐내는 그것이 움찔댈 때마다 끝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자신의 배꼽까지 올라올 정도로 흉악한 길이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임에도 원주를 타고 도는 두꺼운 핏줄의 터져나올 듯한 모양새에 두려움이 느껴질 법도 했건만, 어째선지 레프리콘의 마음속엔 측은함이 올라오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럴만했다. 사령관은 입으로 해줬을 때 딱 한 번 사정했을 뿐, 여태까지 자신만 계속 가버리고 있었으니. 사령관의 애무는 정적으로 보일만큼 매우 느릿했고, 뚜렷한 쾌락의 잔흔을 남기려는 듯 묵직하고 집요하기까지 했다. 분명 고통을 수반할 때도 있었지만, 그 끝엔 결국 파도처럼 몰려온 쾌락이 그녀를 감싸며 여태 경험해본 적 없는 큰 열락을 가져다줬다. 심지어 그게 그녀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비틀린 성욕을 포함하고 있기도 했어도, 정신이 아득해지던 순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단 걸 부정할 순 없었고 자신이 사령관을 재촉한 결과인 만큼 탓을 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령관은 마치 봉사를 하는 게 아닐까싶은 정도로, 매우 ‘정성스럽게’ 자신을 기쁘게 하려고 온 집중을 쏟고 있었다. 그가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 싶었지만, 구태여 입에 담지 않았다.


움찔,


귀두에 레프리콘이 손가락을 갖다대자 사령관의 하체가 크게 흔들린다. 예상했던 반응임에도 내심 안 믿기는 듯 사령관이 움찔대던 순간 레프리콘이 얼굴을 흘끗 쳐다봤고, 말 그대로 참을 인 자를 크게 써넣은 듯한 표정에 작게 웃으며, 검지를 빙글빙글 돌린다.


“왜 그렇게 참으셨어요?”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를 빼돌려가며 어떻게 든 피하려는 모습에 두 사람 모두 묘한 데자뷰를 느낀다. 레프리콘이 마지막으로 검지를 세게 눌렀다 때자 사령관의 허리가 크게 튀었고, 잘 이어져있던 실이 그 반동으로 끊어지는 모습을 아쉽게 바라보며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레프리콘이, 어딘가 심문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위력심문임다!’

“...!”


갑자기 떠오른 얼빠진 얼굴에 황급히 침대 맞은 편 벽을 두리번거리던 레프리콘은 묘하게 낮은 곳에 걸려있는 그림이 검은색 도형투성이의 난해한 작품인걸 발견했지만, 어째선지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쪼옥.”


예전의 그녀였다면 당장에 옆방으로 쳐들어가 그 가증스런 관음증 환자의 반휘발성 기억모듈이 분자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머리를 흔들어댔을 것이다. 근데 지금은 오히려 차라리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머리를 들이미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숨이 멀어지던 순간 여러모로 끈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그 중 하나가 수치심이 아니었나 싶었다.


“찍는 것도 아닐텐데.”


찍고 있었다.


“...각하.”


혼잣말을 하던 때완 다르게 나지막한 교성으로 사령관을 부른 레프리콘이 그의 다리사이를 위로 빠져나가더니 그의 얼굴 바로 아래서 허리를 멈춘다. 그 의도를 알아챈 사령관이 양 무릎을 활짝 벌리자 레프리콘의 고간이 온통 물을 머금어 번들거리고 있었고, 사령관이 그 틈을 벌리려고 손을 뻗기도 전에 레프리콘이 선수를 쳤다.


쫘악-


그녀의 구멍이 움찔대는 걸 넘어서 발작을 하는 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뻐끔거리며 안달이 나있었고, 그럴 때마다 맑은 물을 연신 내뱉어 그 속을 비워가며 거구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 손가락씩 불두덩에 집어넣어 자신의 비부를 스스로 힘껏 열어젖힌 레프리콘의 표정에선 욕정밖에 보이질 않는다. 꽤 오랫동안 이어진 애무로 한껏 달아오른 몸에 들어차있던 욕망이 사령관의 물건을 보자마자 물밀듯이 가슴에서 터져나온 지 오래였고, 안달이 나있던 차에 끈적한 체액의 맛이 입안에 감기자 더 이상 성욕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속을 채워주길 바랄 뿐.


찌걱,


“아앙...”


질구를 벌리려고 두 검지로 입구 근처만 쑤셨을 뿐인데도 물이 튀는 소리와 함께 레프리콘이 달콤한 소리를 낸다. 겨우 한 마디 집어넣은 걸로는 속이 보이지 않자 사령관이 이번엔 손가락을 뿌리까지 집어넣어 벌리자, 주름이 자글자글한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조이려하는 가운데, 질 끝에 살짝 보이는 맨들맨들한 자궁이, 숨을 쉬는 것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었다.


“각하... 하읏...”


수컷의 번식본능 때문일까, 움찔대는 육벽 사이로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하는 자궁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고, 사령관을 부르는 레프리콘의 목소리가 음란하게 젖어있었지만 들리지도 않는 듯 벌어진 음부를 감상하고만 있었다. 이에 더는 참기 힘들다는 듯 그저 벌리고 있을 뿐인 검지에 허리를 박고 이리저리 스스로 돌리기 시작했고, 안이 넓어질 때마다 들어올린 허리를 움찔대면서도 애원의 말을 이어나갔다.

“슬슬... 흐응, 네?”

“뭐.”

“으흣, 그러니까, 슬ㅅ...?”

“슬슬 뭐?”


눈을 감은 채 주름이 스치는 감각을 만끽하던 레프리콘의 허리가 말과 함께 멎는다. 혹시 쾌락 속에서 환청을 들은 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여전히 무표정하기만한 얼굴에, 왜 여태 입을 다무시다가 이제야 여셨는 지와 왜 정말 좋아하던 낮은 목소리가 낯설게만 느껴지는 지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리고 둘 중 어느 걸 먼저 입에 올려야 하나를 정하기도 전에, 탄생의 근원에 대한 감상회을 마친 사령관이 손가락을 빼낸 후 몸과 또 다른 무언가를 같이 세웠다.


“...레프리콘.”


이번엔 반대로 레프리콘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시야에선 사령관의 물건이 마치 자신의 다리사이에 솟은 것처럼 딱 거포의 포신의 부분만이 그녀의 눈을 가득 메운다. 비록 이리저리 구부러졌을지언정 그 벌떡이는 몸으로 단면을 사선으로 나누며 쭉 뻗어있는 핏줄이 인상적이었고, 줄기와 귀두의 경계를 교차하여 나있는 피막은 갓끝에서 흘러나온 점액에 번들거리며 행여나 안이 베일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날카로워보였다. 그리고...


“으흑?!”

“대답 안 해?”

“이힉, ㄴ, 녜예엣...!”


작가가 작품을 직접 뿌리를 잡아 철거시킨 후 질구에 비비는 걸로 르네상스가 끝나고 재차 번식기에 들어섰다. 역시 아무리 공들여 늘여놓았다고 한들 만만찮은 크기였던 만큼 귀두가 비집고 들어갈 때마다 구멍이 팽팽히 당겨지며 레프리콘이 숨을 참는다. 결국 여러 번 입구에 돌려 비벼가며 애액을 펴바른 후, 각도를 이리저리 틀어가며 힘주어 밀어넣고 나서야 갓을 완전히 집어삼켰고, 모서리가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가자마자 질구가 줄기의 둘레까지 순식간에 좁혀들었다.


“슬슬 뭐라고?”

“스, 슬슬, 흐힉... 넣어주셨, 으ㅁ, 으극!”


레프리콘이 대답을 하는 도중 일부러 뿌리를 잡은 채 돌려 안을 휘젓거나 귀두에 가까이잡고 들어올려 좁아졌던 질구를 다시 벌어지게 하는 등 자극을 준다. 그러자 대음순을 잡고있던 그녀의 손이 풀리며 포동포동한 살이 줄기의 전단을 부드럽게 감싸왔고, 중간중간 손의 힘 조절을 잘못 해 이러다 다시 빠지나 싶다가도, 아직 입구임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에 충실하기 그지없던 육벽들이 귀두에 딱 붙어와 다시 안으로 흡입해준다. 민감한 해면체를 빨아들이며 꿈틀거리는 질내에 등이 선 사령관은, 허리를 콱 밀어붙이고 싶은 충동을 애써 견디며, 천천히 밀어넣으며 문답을 계속한다.


“뭘 넣어달라고?”

“가, 각하의... 자, ㅈ...익!”

“말을 끝까지 해야지. 나의 뭐?”

“자, 쟈지이... 흐읏, 각ㅎ, 으응... 각햐의 쟈지이... 너어주세혀...”

“...자, 됐지?”


단단한 전면장갑을 두른 채 습하고 좁은 동굴을 파헤쳐 들어가던 굴삭기의 시동이 순간 꺼진다. 자신의 안을 서서히 확장해가는 그것에 공명한 것처럼, 더욱 깊게 밀고들어올수록 더욱 멀리 퍼져나가는 쾌감에 혀가 풀리던 레프리콘이 사령관의 말에 고간을 바라보자, 두툼한 살 두덩이가 옆구릴 감싸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새끼손가락만큼의 길이가 아직 세상밖에 드러나있었다. 충분히 깊었다면 깊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녀의 가장 깊은 곳까진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흐으, 아니이...”

“아니야? 그래 그럼.”

“으흐히이윽?!”


속에 들어 찬 느낌상 자궁까진 정말 코앞이나 다름없었기에, 애타고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려 고개를 가로저으며 앙탈을 부려본 레프리콘이었지만, 사령관이 산뜻한 대답과 함께 순식간에 남근을 뽑아내자 귀두의 단단한 모서리가 주름을 모조리 긁어나오는 감각에 고개가 뒤로 젖히며 새된 소리를 내질렀고, 마지막에 좁아진 질구를 빠른 속도로 비집고 나오는 순간, 쭉 내민 골반을 더욱 앞으로 밀어대며 씹물을 내뱉었다.


“헤엑, 헥... 헤엑...”

“부탁은 공손하게. 평소의 너처럼.”


머리가 붕 뜨는 감각에 한참을 허우적대다 겨우 벗어난 레프리콘이 고개를 다시 내린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그의 말을 곱씹는 듯하더니, 이번엔 그의 고간을 바라보며, 빼내기 직전 살짝 허리가 들어간 탓에 스쳤던 순간을 떠올렸고, 결심한 듯 다시 음부로 손을 가져갔다.


“...부디.”


하지만 이번엔 손을 더 깊이 옮긴 레프리콘이 음순 대신 애액이 줄줄 새어나오는 야한 구멍을 네 손가락으로 벌려보였고, 느리지만 또박또박 말을 끝까지 이었다.


“...부디, 제 자궁에 닿을 때까지 자지를 집어넣어주세요. 각하.”


저 거근이 있는 힘껏 자궁을 밀쳐내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기대감에 찬 듯, 말을 마친 레프리콘의 입술이 살며시 휜다. 그 음란하기 짝이 없는 표정에 사령관의 입에도 미소가 걸렸다. 마치 아찔하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