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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움 주의




 

아하... 아하하하하! 하하하하!”

 

텅 빈 방 안에서 미나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광기의 씨앗이 피어난 것은 다름 아닌 가장 친한 친구인 티아멧 때문이었다.

 

티아멧과 미나는 같은 처지를 공유하고 있다.

티아멧은 실험체 출신, 미나는 민간 구조용 출신이라는 것만 다를 뿐

비전투용 기체가 전투용으로 개조되었다는 것, 라비아타의 구원을 받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사령관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것까지 비슷했다.

 

미나는 사령관이 잠수함에 탑승한 뒤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함께한 소중한 동료이다.

덕분에 그와 함께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전쟁터에서도 사랑은 싹트는 법이다. 그것은 미나와 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사령관은 첫 관계의 상대로 콘스탄챠도, 그리폰도, 다른 바이오로이드도 아닌

미나를 선택해주었다. 그 정성이 결실을 맺었는지, 미나는 날이 갈수록 강해졌다.

오리진더스트를 다량 주입받는 승급을 통해 그 존경했던 라비아타의 경지마저도

넘볼 수준이었으니, 둘의 사랑이 더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이어진 둘의 사랑은 발렌타인 데이부터 조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초코 여왕의 성에서 만난 티아멧은 사령관을, 인간을 극도로 불신했다.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사령관이 좋은 인간임을 증명하고 싶었던

미나는 자연스럽게 티아멧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과거가 비슷했던 둘은 당연히 금방 친해졌고, 심지어는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미나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하나는 티아멧이 사령관에게 빠지게 되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령관도 티아멧에게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사령관은 티아멧의 마음을 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법.

사령관도 그 법칙에 거스를 수는 없었다.

 

참 잘했어요 사탕을 핑계로 사령관실에서 만나던 두 사람은 이젠 

비밀의 방에서 사랑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티아멧과 사이가 서먹해지고, 가끔 말다툼을 하는 날도 늘었다.

 

티아멧을 볼 때마다 눈동자가 쑤셔오고 속이 메스꺼울 만큼이나

질투가 났다. 그래도 미나는 여의치 않았다.

사령관은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어제의 서약식이었다.

처음 서약식이 거행된다는 소문이 퍼질 때, 미나는 당연하게도 그 주인공이

자신이리라고 확신했었다.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두 사람이었으므로 미나가 그렇게 착각하는 것도 사치는 아니었다.

 

결국 미나의 기대는 보기 좋게 깨지고 말았다

남자의 첫 서약 상대는 다름 아닌 절친 티아멧이었기 때문이었다.

 

티아멧이 남자에게 화려하게 빛나는 반지를 선물 받는 장면에서는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호하거나 축하해주었다.

반면 미나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노도, 슬픔도 아닌 공허만이 맴돌았다.

마치 갑판 위에 자신만 서 있는 기분이었다

감정이 돌아온 것은 바로 그날 저녁 즈음이었다.

그제서야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미나는 지체 없이 티아멧의 방으로 향했다.

티아멧은 홀로 침대에 걸터앉아 뿌듯한 표정으로 약지에 끼인 반지를 보고 있었다.

 

티아멧.”

 

, 미나? 헤헤, 예쁘지. 사령관님이 날 인정해준 거야.”

 

티아멧...”

 

미나, 표정이 왜 그래...? 분위기가 무서운데...”

 

사령관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미나가 순식간에 티아멧의 앞까지 다가왔다.

 

사령관님에게 어떻게 꼬리 친 거냐고!”

 

, 무슨 소리야! 난 그저...”

 

말이 안 되잖아! 사령관님의 첫 키스도 나였고, 첫 경험도 나였고, 첫 승급도 나였고

리더까지도 언제나 나였어! 그런데 첫 서약이 너라고? 하하... 하하하

처음부터 내 자리를 노린 거지? ? ? 그런 거지?”

 

티아멧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침대 모서리까지 도망치자 더 갈 곳이 없었다.

 

제발 이러지 마, 미나! 난 그저 사령관님이 좋을 뿐이야! 분명 다음 서약은 네가...”

 

닥쳐! 첫 서약의 의미가 뭔지 네년이 알아

사령관님은 약해빠진 날 끝까지 믿어주셨어

결국 난 수많은 훈련을 통해 강해졌고, 끝내 승급까지 받게 되었지.

그런데 넌? 애초에 인간들의 기술력이 전부 동원된 실험체였지!

너와 난 태생부터 달라. 난 노력파고, 넌 재능파잖아

하하하!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어

사령관님은 내게 마지막 남은 전부였다고! 그런데 그 마음을 짓밟아?

그 반지는 네가 아니라 내게 왔어야만 해! 분명 네가 수작을 부렸겠지.”

 

이해해. 의도치 않게 널 상처입힌 것은 사과할게. 하지만 이건 아니야.

맹세코 사령관님을 종용한 적은 없어. 난 단지 내 감정에 솔직했을 뿐이야!”

 

그래? 그렇구나... 그럼 증명해봐. 네 진심을.”

 

미나...? 미나? 으읍! 으으으응....! 미나앗.... 그만...”

 

미나가 티아멧을 덮치더니 이성을 잃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 어서 날 밀쳐내! 네 힘이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목숨이 달아날 상황에서도 착한 아이 코스프레나 할 생각인가?”

 

티아멧은 사정없이 조여오는 미나의 손만 떼어내려 할 뿐, 별다른 발버둥은 치지 않았다.

스스로 용서받을 기회를 주고자 한 것이나 이미 미쳐버린 미나가 알 리는 없었다.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느껴지고 폐가 터질 것 같다.

숨이 막혀 기침조차 나오지 않아 메스껍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것이 느껴진다.

 

티아멧은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미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숨이 끊어지는 감각이 엄습해오자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연신 기침을 해대고, 가증스러운 눈빛으로 미나를 노려보며 팔을 꼬집고 때렸다.

꺼져가는 생명을 태워 발버둥 쳤지만 그녀 이상으로 강화된 미나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 했다.

 

눈알이 뒤집히고 입에서는 거품이 흐른다.

미나의 손목과 팔에는 멍과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남았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화를 돋굴 뿐이었다.

 

움직임이 멈추는 것이 느껴진다.

티아멧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이 느껴진다.

티아멧은 무의식에 빠져서 중얼거렸다.

 

미안... 커흑... ... 미안...”

 

미안하다고...? 뭐가 미안한데! 젠장!”

 

우드득- 소리와 함께 방안이 조용해졌다.

 

...?”

 

순간적으로 발산된 힘으로 인해 티마멧의 목뼈가 으스러져버렸다.

 

“.....”

 

티아... ?”

 

눈물이 뚝뚝.

 

, 장난하지 마. 너 강한 아이잖아.”

 

티아멧의 목은 기괴하게 비틀려 힘없이 앞뒤로 흔들렸다.

미나가 아무리 어깨를 흔들어도 티아멧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눈을 뜬 채로 죽어버렸다티아멧은 모가지가 비틀려 죽어버렸다.

티아멧은 자신의 사랑을 이룬 날 밤에 죽어버렸다.

모가지를 비틀어 죽여버렸다미나는 자신의 절친한 동료를 죽여버렸다

미나가 사령관의 신부를 죽여버렸다제 손으로 직접 죽여버렸다.

가장 아끼던 사람을 잃어버렸다사령관은 졸지에 자신의 신부를 잃어버렸다.

 

상황은 계속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미나는 악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된 이상 사령관을 차지하고 말겠다.’ 

경쟁자를 제거했으니 날 바라봐 줄 것이다.’

사령관이 사랑하는 사람은 이제 없으니까.’

 

아하... 아하하하하! 하하하하!”

 

티아멧의 죽음은 기회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죄송해요, 사령관님. 아니, 내가 왜 죄송해야 하지?

내 사랑을 먼저 가로챈 건 이 년인걸.”

 

미나는 시퍼렇게 눈을 뜬 채로 죽은 티아멧을 침대 아래 넣어두고 방을 나섰다.

한껏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벌컥- 문을 열고 서랍을 뒤졌다.

과거의 패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빨간 로프. 본업이었던 정글 구조 업무에 사용했던 튼튼한 줄이다.

그것을 범죄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로프를 챙긴 뒤에는 대못 하나와 로프를 매달 고리, 망치를 챙겼다.

 

정갈하게 돌돌 말려 있는 로프를 들고 다시 티아멧의 방으로.

주머니에는 아까 챙긴 연장들이 들어 있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속도를 높인다

시간이 늦은 탓에 복도에는 쥐새끼 하나 돌아다니지 않는다

불 꺼진 복도를 유유히 거닐어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랐다.

 

넌 자살한 거야. 사령관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자살한 거야.”

 

혼잣말과 동시에 실실 웃으며 천장에 못을 박는다

경쾌한 박자로 망치를 휘두르면 못이 쑥쑥 들어가며 고리를 고정한다.

고정된 고리에 시뻘건 로프를 건다. 피에 젖은 것처럼 진한 빨간색이다.

신에게 인신을 공양하듯이 신성한 분위기마저 맴돈다.

오늘의 제물은 티아멧. 처음이자 마지막 제물이다.

 

다친 인간님들에게 응급처치를 하듯이 로프를 매듭짓는다.

붕대 대신 로프를 둥글게 말아 고리로 만든다.

상처가 생긴 인간의 팔 대신 부러진 티아멧의 목을 걸 고리이다.

 

, 티아멧? 자살하자?”

 

침대 밑에서 시체를 꺼내어 고리에 건다

고리가 목을 조여 으드득 소리를 내며 으스러져 간다.

축 늘어진 티아멧의 시체를 만족스러운 낯으로 바라본다.

 

이 정도면 완벽한 자살.

티아멧은 신혼 첫날 밤에 자살한 비련의 여인으로 기억되겠지.

그 정도면 죽은 티아멧도 만족할 만한 엔딩이 아닐까?

단지 스스로 그렇게 되새기고 설득할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티아멧도 자신도 사령관도 행복한 갈무리이리라.

힘없이 늘어진 티아멧도 웃고 있는 것 같다. 다 미나의 배려 덕분이다.

 

유유히 걸어 방을 나선다. 이제 곧 사령관님이 오실 것이다

죽어버린 티아멧을 본 사령관님은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내가 위로해드려야지.’ 미나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상처 입은 사람은 쉽게 사랑에 빠지는 법이다.

자신도 그랬고, 티아멧도 그랬으니 사령관이라고 다르랴.

미나는 이번에야말로 티아멧의 반지를 차지할 생각에 신이 나 있다.

 

, 반지를 두고 왔네.”

 

어차피 곧 자신의 것이 될 테니 미리 가져와도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티아멧의 방으로 향했다.

 

사령관님?”

 

언제 왔지? 얼마 안 됐겠지.

사령관이 문 앞에 주저앉은 채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티아멧이 매달린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가 이런 장난을...”

 

사령관이 정신을 차리고는 비틀대며 일어났다. 실실 웃으며 티아멧에게 다가갔다.

장난이 아닌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티아멧... 티아멧... 티아멧...! 티아멧!”

 

지금쯤 두 남녀가 교합을 이루고 있어야 할 침실은 싸늘하게 식은 시체와

울부짖는 남자, 그 광경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 여자만이 남아있다.

싸늘한 표정으로 서 있는 미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시체를 껴안고 오열하는 사령관. 미나는 조금 화가 난 모양이다.

티아멧의 배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우는 사령관을 떼어내었다.

 

, 미나?”

 

갑작스럽게 밀쳐진 사령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요. 혹시 철충의 짓일지도 몰라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지만 그걸 파악할 겨를조차 없던 사령관은 순순히 미나의 말에 따랐다.

물론 나가기 전, 티아멧의 약지에 껴 있던 반지를 빼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령관님, 조금 진정 되셨나요?”

 

미나가 방금과는 정반대의 온화한 미소로 달래었다.

사령관은 미나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가슴에 기대어 있다.

 

“.... 이해가 안 가.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지금이라면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사령관님, 어쩌면 티아멧은 부담스러웠을지도 몰라요.”

 

?”

 

뛰어나지도, 착하지도 않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이 부담스러웠을지도요.

아니, 애초에 사령관님을 사랑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단지 인간의 명령이니 마지 못해 따랐던 거겠죠.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을 거에요.”

 

흐윽... 내가, 내가 티아멧을 죽게 만든 거야?”

 

사령관은 고개를 돌려 미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미나는 사령관의 눈을 손으로 덮어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엄마의 품 같은 따스함에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사령관님,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요.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할 테니.

처음에도 저희 둘 뿐이었잖아요. 저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게요. 지금도, 앞으로도.”

 

미나... 아아아... 미나... 내 사랑...”

 

최면에 걸린 것처럼 새겨지는 새로운 사랑.

지쳐버린 사령관의 마음속에 더 이상 티아멧이라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티아멧이 사라지고 생긴 빈틈을 미나라는 존재가 서서히 채워 간다.

 

인간의 총애가 부담스러웠던 나머지 자살을 택한 비련의 여인,

그녀를 대신해 인간의 총애를 받게 된 여인의 친구.

모두가 행복하도록 결론 내려진 아름답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

 

티아멧에게 선택권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미나에 의해 선택된 결론

이거면 된 것이 아닐까? 미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잠든 사령관

미나는 어느샌가 자신의 약지에 끼인 반지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표정을 굳혔다.

반지에 새겨진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반지 뒷면에는 ‘Tiamat’이라는 글자가 필기체로 새겨져 있었다.

왜 이걸 진작에 눈치 채지 못 했을까.

이걸 계속 끼고 있다가는 가증스러운 살인범으로 지목되어 버리겠지.

 

애초에 이미 손때가 묻어버린 반지 따윈 필요 없었어

내겐 사령관님께서 나만의 반지를 주실거야. 그래, 그렇겠지.

... 잠시만 주무시고 계세요, 사령관님. 정신을 차렸을 땐 제 남편이 되어있을 테니.”

 

미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사령관을 침대에 눕혀두고 방을 나갔다.

 

쓰레기는 소각해야지~

 

여분의 옷을 챙겨 들고 엔진실로 향했다.

날궂이를 하는 사람처럼 신명나는 발걸음, 콧노래까지 흥얼댄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강렬한 열기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만다.

 

잘 타겠네.”

 

피가 묻은 옷을 벗어 불타는 엔진 안으로 내던진다.

그년의 이름이 적나라하게 적힌 반지를 빼서 한참이나 바라본다.

그러더니 이내 엷게 웃음 짓는다.

 

잘 가, 티아멧.

사령관님은 내가 행복하게 해드릴게.”

 

금도, 보석도 일순간에 전부 녹아 사라져 버렸다.

티아멧과 사령관이 잠깐이나마 사랑했다는 증거는 이제 이곳에 없다.

 

/

 

미나, 사랑해. 넌 티아멧처럼 날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물론이에요, 사령관님. 아니, 여보. 정말 사랑해요.

죽을 때까지 함께하리라고 맹세할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서약식은 다시 이루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 어찌 보면 조금은 작위적인 결론.

 

미나가 남자에게 화려하게 빛나는 반지를 선물 받는 장면에서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거나 축하해주었다.

미나는 모든 이들의 총애를 한 눈에 받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분노도, 슬픔도 아닌 행복만이 맴돌았다.

마치 갑판 위에 자신만 서 있는 기분이었다

주례를 맡은 것은 존경해 마지 않는 라비아타

모든 것이 완벽한 환상적인 결혼식이었다.

 

미나는 사령관과 맹세의 키스를 나누며 엷게 떨었다.

동시에 티아멧에게 감사했다.

 

미나, 넌 내 거야. 날 사랑해줘... 날 버리지 말아줘...”

 

그럼요, 여보. 당신의 사랑이 여기 있어요

저는 당신의 것이고 당신은 제 거에요. 후후, 영원히요.

 

.

 

.

 

.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뭐가?”

 

꺄아아악! 어휴, 미나 언니였구나? 그렇게 불쑥 튀어나오면 어떡해.”

 

뭐 하고 있었니?”

 

, 티아멧 언니 시신 화장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있었어.

오빠가 부검은 죽어도 반대하는 바람에 해부는 못하지만.”

 

그렇구나... 이상한 점은 있었어?”

 

! 나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어서

언니는 분명 자살했잖아?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되는 게 있어.

보통 교사, 목 매달아 죽은 사람은 얼굴에 울혈이라는 게 나타나거든?

, 만화 같은 거 보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는 그런 거

근데 그게 없단 말이지. , 그 전에 이미 피가 차단됐었다는 말이야.

 

그리고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거.

목뼈가... 부러져 있어

티아멧 언니 정도 되는 전투원의 골격은 어지간 해서는 부러지지 않거든.

단지 목을 매달았다고 부러진다니, 말이 안 되잖아.”

 

그럼 설마...”

 

. 아마 타살인 것 같아. 오빠는 너무 착해서 안 믿을 것 같은데...”

 

내가 말씀드릴까?”

 

아니야, 괜찮아. 언니는 오빠 위로해 줘야지.”

 

내가 한다니까?”

 

아이 참,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고집이야.

나 가운만 벗어두고 올 테니까 같이 가자. 알겠지?”

 

“.....”

 

아 맞다. 언니, 생각해보니까 그때 최초 발견자가 언니랑 오빠였지?

가는 길에 CCTV 좀 확인해보려고 하는데 거기부터 들르자.”

 

그게 좋겠네.”

 

닥터는 서랍장을 열고 무언가를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그게 어디 있더라~ , 찾았다! 플라스크를 왜 여기 넣어뒀지...”

 

미나가 천천히 다가선다.

 

, 언니! ... 손에 그거 뭐야...?”

 

“....”

 

...”

 

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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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직하게 모가지를 따드렸습니다

근데 이거 많이 매콤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