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 - 1

불발탄 - 2

불발탄 - 3

불발탄 - 4

불발탄 - 5

불발탄 - 6

불발탄 - 7

불발탄 - 8

불발탄 - 9

불발탄 - 10


(사진 출저 : https://twitter.com/WooWAA15/status/1223207231023271936/photo/1)


밤하늘에 커튼이 드리워지고 나서야, 별은 찾아옵니다.

원래는 낮에도 별들은 항상 그 자리에 반짝이고 있지만, 밤이 되어서야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고 해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때에는, 나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에요.

연합 전쟁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생산된 저는 브라우니나 레프리콘과 같은 자매들을 보호하기 위한 존재였어요.

처음 생산되어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머리속에 떠올렸을때,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되더라구요.


아, 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존재구나.

예전에 누가 그것조차도 심어진 사고방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뭐 아무렴 어때요. 제가 좋은걸요.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등 뒤에서 걸려오는 말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흰 연기를 내뿜는 워울프씨가 보였어요.


"아... 그냥 별 보고 있었어요."


"별?"


워울프씨는 하늘을 쳐다보며 다시 흰 연기를 별들에게로 올려보내기 시작했어요. 눈빛이 반짝이는 것이 역시 그녀도 별들을 보는게 즐거운 것 같아요.

평소에 별이 가득찬 밤 하늘을 보기란 쉽지가 않죠. 생산된 공장에서는 밤하늘이 보이지 않는 건 물론이고, 전장에 투입되고 나서는 밤하늘을 볼 시간에 전선을 바라보는게 우리의 임무였으니까요.


"좋긴 하네."


그녀는 짧게 말하고는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겨 참호 밖으로 던져버렸어요.


"그래서, 우리 아가씨는 그 소식 들었나몰라?"


"무슨 소식이요?"


워울프씨는 앵거 오브 호드에서도 이것저것 많은 소식을 들려주는 정보통이더라구요.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녀가 가져오는 이야기들은 항상 재밌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뭐... 야한 이야기들도 많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호라이즌이 입항했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호라이즌이요?"


호라이즌은 우리 블랙 리버의 해군을 대표하는 전력이죠. 특히, 철충과의 전쟁이 시작된 후로는 그 중요성이 높게 올라갔어요.

실제로 바다에 접근하지 않는 철충을 해안에서 사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이점이니까요.

그 덕분에 많은 가족들이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설마, 요새를 버리고 철수하는 건가요?"


이 곳은 블랙 리버에서 관리하던 탄약과 군수물품을 정비하고 생산하던 공장이었다고 해요.

1차 연합 전쟁 당시, 정부의 공습을 받아 피해를 입었던 전적이 있는 탓에, 공장의 근처로 요새를 쌓고 방어선을 구축하여 2차 연합 전쟁에서도 보급부대로 운용하고 있었는데 철충의 습격으로 자원들이 더욱 빠르게 고갈되자 주위의 부대들을 합류시켜 더 큰 방어선을 구축하고 지켜왔어요. 이제 탄약과 군수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으니까요. 

벌써 몇 년째 이 참호를 지켜왔는지...


"그러고보니 31호 참호의 자매들도 23호 참호로 도착했다고 들었어요."


전파교란으로 많은 정보를 습득하기는 어렵지만 42호 참호가 뚫린지 하루만에 공장이 있는 사령부까지 피해가 확산되었다고.. 그 탓에 인간님들도 현재 레드락 군항으로 이동하시고 그 곳을 새로운 사령부로 취급하게 되었어요.


"그러게 말야~ 이젠 진짜 망해버렸나 싶기도 하고~"


"그런..."


워울프씨는 가벼운 말투로 던진 말이었지만 부인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확실히 몇 년간 버텨온 참호는 하루만에 함락되었고, 이젠 사령부도 잃고 말았죠. 특히 사령부를 잃었다는 것은 군수공장을 잃었다는 것을 뜻해요.

더 이상 여기서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워울프씨의 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나봐요.


"락 하버라고 들어봤어?"


"락 하버요...?"


"인간들이 바다에 지은 요새라고 하나봐. 왜, 철충놈들은 바다를 못 건너잖아?"


맞아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철충은 바다에 가까이 하는 것을 꺼려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죠.

녹슬어서 싫어하는게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그래서 락 하버라는 요새 안에서 버티기로 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을까? 아마 그래서 호라이즌이 우리 수뇌부를 데리러 온거겠지?"


무척... 그럴싸한 이야기네요. 게다가 워울프씨가 해준 이야기중에서 거짓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가족에게는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재밌는 점이, 배가 한 척 밖에 안왔다더라."


"한 척이요?"


워울프씨는 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는 잠시 불을 붙이며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평소답지 않게 뜸을 들이는 모습이나 그 표정이 마치 여기서부터는 이야기를 해야할까, 고민하는 표정이었지요. 평소에 보기 힘든 워울프씨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움츠려지게 되네요.


"사령부를 경호할 인원들만 배에 타게 된다는 소문도 있고..."


"그...럴리가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으며 워울프씨의 말에 반박해버렸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여기 남아있는 가족들은 인간님들을 위해 몇 년이고 쉬지도 않고 싸워왔어요. 인간님들을 위해 죽어간 자매들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아요. 


"일단은 급하니까 인간님들만 이송하는게 아닐까요? 후발대로 분명히 저희를 데리려 올거에요."


"... 그러면 다행이겠지만은."


워울프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안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어요. 적당한 인사를 건네고 헤어지는 워울프씨의 뒷모스블 보며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이 느껴지네요. 어느새 떠오르는 일출의 빛이 더욱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 같아요.

정말로, 후발대가 없어서 우리의 가족들이 여기에 남게 된다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에요.

철충들은 끊임없이 군항을 향해 몰아붙일 것이고, 우리는 인간님들이 없다면 제대로 된 전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많은 자매들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차가운 흙바닥에 쓰러지고 말겠죠.

그런 상황이 다가왔을 때, 저는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저는 도저히 자신이 생기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순찰을 마치고 막사쪽으로 복귀하려던 무렵, 참호 안에 설치된 갱도의 아래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왔어요.


- 드르르르르...


평소에 사용되지 않을 갱도줄이 기동되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몸을 움추렸지만,


"퉤!"


거친 소리와 함께 임펫님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몸의 힘이 빠지고 말았어요.

임펫님은 곧 당황해하던 저를 발견하고는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어요.


"아, 거기 노움!"


"네?"


"여기가 23호 참호가 맞나?"


...여기는 22호 참호인데요...
















노움 이뻐서 다시 한 번 더 등장시켰음

이번엔 안죽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