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에요.

 

아주 먼 옛날에 '미호'라고 하는 참으로 예쁜 구미호가 살았어요.

그 구미호는 서당에 다니는 학동 100명의 정기를 모으면 하늘에 사는 선녀가 될 수 있었어요.

그 정기를 빨린 학동들은 모두 몸이 허약해져, 병에 걸려서 어린 나이에 모두 죽게 되었지요.

 

미호는 이제 1명의 정기만 모으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100번째 학동을 찾고 있는데, 철남이라는 학동이 서당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지요.

평범하지만 어딘지 모를 매력을 가지고 있던 철남은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래서 미호는 철남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했어요.

 

"안녕, 내 이름은 미호야."

"안녕, 나는 철남이야."

"서당 다니는 구나? 천자문 다 외웠어?"

"아니, 아직..."

"바보 발견! 나도 다 외웠는데 배우는 게 느리구나?"

"응...그래도 열심히 배우고 있어."

"그러면 나랑 같이 놀래?"

"뭐하고?"

"비석치기나, 그네 타기 아니면 널뛰기는 어때?"

 

그렇게 미호와 철남은 매일같이 놀게 되었어요.

미호는 철남이 서당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철남도 미호랑 놀기만을 기다렸지요.

어떤 날에는 술래잡기를 하며 놀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전기수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장에서 맛있는 간식을 먹기도 했어요. 하루는 철남이가 미호에게 노리개를 선물하는 일도 있었답니다.

 

"미호야, 이거 선물이야."

"우와, 노리개 예쁘다. 나한테 주는 거야?"

"응."

"고마워, 어때? 잘 어울려?"

"응, 엄청 잘 어울려." 

"헤헤...다행이다."

 

그런데 철남이랑 같이 놀수록 미호의 마음은 점점 불편해져갔어요. 철남이의 정기를 가져가

선녀가 되어야하는데, 철남이랑 노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철남이에 대한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로 있는 미호에게 철남이가 다가왔어요.

 

"미호야, 오늘은 뭐하고 놀까? 손에 그거는 뭐야? 구슬?"

"어...?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걸로 구슬치기하고 놀자."

"안 돼! 이건 구슬이 아니야."

"그래?"

"저... 철남아. 오늘은 먼저 갈게."

"응..."

 

그날 밤, 미호는 마침내 철남이에 대한 마음을 정했어요. 

오랫동안 자신의 꿈이었던 선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지요.

비록, 철남이는 죽고 말겠지만요.

다음날 미호는 철남이가 공부하는 서당 앞에서 철남이를 기다렸어요.

철남이가 서당에서 나오자 평소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인사하는 미호였지만,

그 속내에는 검은 속셈이 있었답니다.

 

"미호야, 안녕?"

"안녕?"

평소와 같이 놀이를 하리라 기대하고 있던 철남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미호가 자신에게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니겠어요?

"읍...! 으읍...!"

놀라서 미호와 떨어지려는 철남에게 미호는 철남의 혀와 자신의 혀를 섞으며

입에 있던 여우 구슬을 철남의 입안으로 넣었어요. 그리고 몇 번 구슬을 굴리고는

다시 자신의 입안으로 가져왔답니다. 그러고는 입을 때고 인사도 없이 가버렸지요.

홀로 남겨진 철남이는 얼굴이 벌개진 채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다 집으로 돌아갔어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미호는 철남이와 입맞춤을 하고 구슬을 주고받으면 곧바로 사라져버렸어요.

그럴 때마다 철남이의 몸은 나날이 여위어져가서 미호가 철남이의 정기를 완전히 빼앗을 때가 다가올 즘에는

서당에 조차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지요. 

 

미호는 철남이의 집으로 향했어요. 대문을 지나자 초라한 초가집이 나타났어요. 집안에 어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요. 미호는 철남이의 방 안으로 들어갔어요. 방 안에는 철남이가 이불을 깔고 무척이나 괴로운 표정으로

누워있었어요.

 

"미호...야... 콜록! 안녕...콜록콜록"

 

철남이의 여윈 모습을 보자, 미호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어요.

 

"몸이...안 좋아져서...미안... 나 때문에... 우는... 거야?"

"너 땜에 우는 거 아니야! 이...바보...!"

"미안... 그래도, 콜록. 이제 곧... 선녀가 되는... 거지?"

"그걸... 어떻게...?"

"훈장님이... 말씀해... 주셨어... 콜록콜록. 네가... 구미호라는 거... 콜록. 그리고... 내 정기를 가져...가면 선녀가...되는 거지?

어서...가져가..."

"......"

 

미호는 철남이의 몸 위에 올라앉고는 천천히 철남이와 몸을 겹쳤어요. 두 사람의 얼굴이 맞다고 입술이 겹치자, 미호는

철남이의 입안으로 여우구술을 넣었어요. 그리고 구슬을 굴리고 구슬을 철남이의 목구멍으로 밀어넣었어요.

 

꿀꺽-

 

철남이가 구슬을 삼키는 소리가 나자 미호는 그제야 입을 땠어요. 그러자 철남이의 몸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미호야...어째서..."

"괜찮아, 철남아. 난 선녀가 되는 것보다 네가 나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아.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되돌릴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도... 네가 좋아."

 

시간이 흐르고 흘러 두 사람은 성인이 되자, 곧바로 혼인식을 치렀어요. 그리고 매일 같이 뜨거운 신혼 밤을 보내고 있답니다.

 


구미호 미호 스킨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구상한 소설인데, 설 당일에 맞춰서 올림. 설화를 가져와서 나름대로 재창작해봤으니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

미호 스킨 꼭 사주고, 새해 복 많이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