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때 썼던거 재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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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멸망전쟁 당시에 주인을 잃으면서 정신적으로 죽어버린 리제의 몸에 라붕이가 빙의해버림

철충들이 날뛰는 걸 보면서 지금 상황이 좆되고도 좆되었다는 걸 느끼고 빠르게 탈주.

자신을 미쳤다는 듯 바라보면서도 "이 곳을 지키라"는 주인의 명령을 어기지 않고 제자리에서 철충과 싸우고 죽어가는 다른 자매기들을 바라보다가, 자신은 구속받지 않는 걸 확인하며 눈을 질끈 감고 떠남.


이후로는 기나긴 방랑이 이어짐.

본인이 철충들을 피해다니기도 했고, 철충도 적대행위를 하지도 않는 바이오로이드 한 기만 딸랑 돌아다니는 걸 적극적으로 잡으려 들지는 않아서 허름한 꼴이 된 거 말고는 그럭저럭 살만하게 지내고 있었음. 당장은 인류문명의 남은 물자를 슬쩍슬쩍 가져가는 게 편해서 그러고 있지만, 여차하면 그냥 적당히 외딴 곳에 틀어박혀서 농사라도 지으면 문제 없겠거니라는 계산이 설 정도.


문제는 고독감이었음.

돌아다니면서 본 간판에서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가 한국 어딘가라는 건 파악함. 근처에 라비아타의 저항군이 있으리란 것도.

하지만 당장 원작 시작 시점에서부터 사령관 합류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는것부터 나온데다가 아직 수십년은 남았을 텐데 그 사이에 저항군으로 활동하다가 끔살당하지 말란 보장도 없다는 점이 문제였음.

그렇다고 계속 혼자 살자니 이것도 못해먹을 짓이고, 방랑 바이오로이드 쪽에 합류하자니 이쪽도 숫자 늘어나면 끔살당하기 딱 좋은 건 마찬가지라 한참 고민하다가 좌우좌를 찾기로 함. 저항군 합류 시기도 늦는 편이면서 + 위치 후보를 좁히기가 쉽고 + 생존 보장 플래그인 원작 바이오로이드 중에서도 선택적으로 가까워지기 쉬우니까. (마리 4호나 라비아타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높으신 분이고  양산형 21squad는 원작의 개체인지 구분짓기가 힘들고)


그렇게 외떨어진 등대들 찾아보고 다니다가 결국 중2병 초기 단계의 좌우좌를 찾아내는 것에는 성공함.

마침 좌우좌도 고독감에 시달리던 와중이라 친해지는 것엔 별 무리도 없었고, 라붕이도 혼자만 지내는 것보다는 아이 돌봐주며 지내는 것에서 여러모로 편안함을 느낌.


이후 저항군에 합류할 때까지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음. 그 리제가 주어진 건물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철충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것도 아닌데다가 명백하게 온순해 보이는 것 때문에 라비아타가 희한하게 여기긴 했지만 바이오로이드에 그런 식의 돌연변이가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정도고, 본인이 전투를 꺼린다는 어필에 더해서 좌우좌와의 친분관계를 참작해서 얌전히 등대를 지키는 역할로 남는 것에도 성공함.


라붕이는 이제 적당히 사령관이 합류한 후에는 전투모듈을 반납하고 오르카호 구석에서 후방 일이라도 하면서 꿀빨면 될 거라고 낙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었음. 어차피 주인공 사령관이 대단한 건 철충에 대한 기억처럼 원작 내용을 안다고 해도 재현할 수 없는 요소가 크니까 자기가 참견해야 할 필요성도 별로 없을 테고, 사령관한테 집적거릴 생각도 없으니 블랙 리리스랑 투닥이는 건 다른 리제가 알아서 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콘스탄챠랑 그리폰이 데려온 감염된 인간을 만나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안일했었는지 깨달음.

확실히 라붕이는 리제와는 전혀 다른 인격임. 기억 같은 것도 이어받지 못했고, 전투 모듈에 남은 전투법 정도나 학습한 정도였을 뿐이니까 자신이 프로그래밍된 데로 얀데레가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음. 실제로 수십 년을 성공적으로 "리제답지 않게" 살아왔으니까.


문제는 바이오로이드의 "성격"은 학습용 칩을 통해 틀을 잡은 것일지언정 "감정"은 명백하게 육체적인 호르몬의 작용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단 것임.

그리고 시저스 리제는 태생적으로 주인에게 집착하도록 조정된 바이오로이드였고.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순간에, 굳이 구분하자면 사랑이라 해야 할 거대한 광기가 라붕이였던 리제를 집어삼켜버림. 

인간님의 명령에 대한 강제성조차 잘 먹히지 않는 인격에 본래의 리제와 같은 - 혹은 이전엔 경험한 적이 없기에 그보다 더 심각한 - 감정을 품은 채로, 라붕이였던 리제는 싱긋 웃으면서 좌우좌의 손을 잡은 채 사령관에게 인사를 올림.


결국 그 모든 것이 큰 문제는 아니였음.

시간은 많을 것이고, 자신은 "리제답지 않게" 교활해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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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썰도 그냥 창작물 탭으로 해도 되는 것 같더라고


그리고 위쪽 내용은 진지하게 갈때고

개그쪽으로 갈 경우 성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아스날에 버금가는 섹무새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다른 페어리 시리즈 및 동형기들한테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도 웃길거 같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