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11:05

오르카 라디오의 시그널송이 울려퍼진다.

노래 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멎어들 무렵사령관은 커피를 홀짝이고는 헤드폰을 쓴다

 

 

 

 

오르카 라디오 3화다

성원에 힘입어 드디어 세 번째가 됐는데… 솔직히 좀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나는 별 생각이 없는데 만나는 애들마다 라디오를 잘 들었다고 하니까

 

 

 

 

커피를 홀짝이는 사령관.

잠시 정적

 

 

 

 

…… 평소보다 유난히 조용하지

오늘은 나 혼자야심야 라디오란 건 원래 이렇게 하는 거니까 이해해줘.

오히려 밤 열한 시에 그렇게 시끄러운 게 비정상이잖아

 

 

 

지직거리는 좋지 않은 음질

경쾌한 피아노와 트럼펫의 소리가 울려퍼진다

 

 

 

 

노래 듣고 올게빌리 홀리데이의 When You're Smiling.

 

 

 

 

노래가 흘러가는 동안 사령관은 대본을 넘겨보거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탈론페더와 대화를 나눈다

 

 

 

 

아무래도 우리 애들 중에 재즈를 좋아하는 애들이 많은 것 같아.

재즈 나쁘지 않지나도 좋아해

신청곡은 있잖아밤에 어울리는 무드의 노래만 받고 있거든.

리리스가 락이든 팝이든 뭐든지 상관 없다고는 했는데.

미안그건 아니야.

너무 시끄럽거나 잠에 들지 못하는 무드의 노래는 거르고 있어.

그 점 유의해서 신청하길 바랄게

 

 

모두가 걱정하거나 혹은 기대하는 대로 리리스가 드디어 퇴출 당했다… 

는 건 아냐.

아까 전에 깨우러 갔거든

컴패니언 기숙사에 들렸더니 페로가 나와서 맞이해주더라고.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쉿 올리면서

리리스 양은 자고 있었어.

그래서 깨우지 않고 나왔다

오늘은 출격하랴경호하랴 여러 임무들 때문에 바빴을 테니까

리리스는 저렇게 체력이 넘쳐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거든

언제나 그런 척을 하는 거야

… 물론 체력은 넘치는데… 그만큼 많은 임무를 맡거든

경호대장은 그만큼 바쁜 거야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이런 일까지 하면 몇 시간 못 자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나 혼자다

 

 

오늘 점심 식단에 처음 보는 국이 나왔지

그게 떡국이란 건데.

옛 동아시아엔 설날이란 문화가 있었대

한 해의 첫날을 기리는 명절이란 건데… 그 날을 기념하며 다들 일을 쉬고 가족들과 지내는… 그런 날이래

문헌을 뒤져보다가 알게 됐는데… 지휘관 회의 때 우리도 그 날을 기념해서 쉬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가 한 소리 들었지 뭐야

하다 못해 그 날의 식문화만이라도 즐기면 좋겠다 싶어서

또 소와니를 괴롭혔어

주방장한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지휘관 여러 분들도그 밑의 병사들도.

경호대장도 첩보 부원도

메이드도 비서실장도.

그 외의 모든 아이들도 전부 수고했어.

지난 해는 다들 잘해줬고 올해도 열심히 해보자고.

새해 복 많이 받아

 

 

 

 

청량한 음색에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노래가 나온다.

탈론페더는 사령관을 보며 미소짓는다

 

 

 

 

: Anri 의 Remember summer days. 

이런 노래를 시티팝이라고 한 대.

우리 애들은 어째 노래를 이렇게 많이 아는지 모르겠어.

전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옛 시대의 문화나 지식에 해박하고관심도 많고

좋은 일이야

 

 

… 하나 더 떠올랐는데 설날에는 아랫 사람들이 연장자에게 

절을 하고 돈을 받는 문화가 있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절을 하고 받은 사람은 돈이 담긴 봉투를 건내는 거야

그러니까 특별 이벤트

나를 보았을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과 함께 공손히 절을 올린다면 선물을 주마.

…… 참고로 돈이나 참치는 아니다?

몇 십명이 몰려들까봐 걱정되서 미리 말하는 건데… 

 

 

 

 

벌컥 부스의 문이 열린다.

급하게 헉헉거리며 들어온 리리스가 도게자를 하며 외친다

 

 

 

 

새해 복 많이 바드세요주인님!

 

 

……………….

 

 

 

 

몸을 일으키곤 사령관을 보며 양 손을 내미는 리리스

양 눈을 깜박거리며 사령관을 빤히 바라본다

 

 

 

 

 

여기.

 

 

사탕!

 

별 거 아니랬잖아.

 

 

저는 좋은데요그것도 막대사탕이네요레몬 맛.

 

 

그런 거니까 어떻게든 사탕이 먹고싶다단게 좋다는 애들은 내게 절을 해라허리 꾸벅 숙이는 정도도 좋아

수지가 안 맞는다는 생각은 들지만

 

 

저는 주인님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박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탕을 안 받아도 만족했을 정도에요.

 

 

그건 너나 그런 거고

실은 뭔가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했는데… 사령관실 서랍 안엔 이런 것 밖에 없더라.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사탕을 할짝거리는 리리스

 

 

 

 

굳이 책상 서랍 안 뒤져도 주인님이 줄 수 있는 게 많은 걸요

 

 

뭔데?

 

 

허그프리 허그라던가… 쓰다듬어주기 라던가.

 

 

뭐냐 그건… 굳이 절 안해도 그런 건 얼마든지.

 

 

모두 들으셨죠내일 광광 요구하세요

그리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리리스가 왔답니다.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깨자마자 바로 달려왔죠

정말 너무하세요주인님

어떻게 저를 빼고 먼저 하실 수 있나요

 

 

진짜 깊히 잠들어 있었다고

예의상 한 번 어깨를 흔들어보긴 했지만

그래도 안 일어나길래

 

 

그럴 땐 한 대 때리셔도 되요.

복부나… 허벅지.

 

 

너 자꾸 감성적인 분위기 망쳐놓을래?

 

 

감성적이었나요?

 

 

너 없을 때는 완전.

노래도 그렇고 진행도 그렇고

 

 

그럼 저도 오늘만큼은 참을 게요.

감성 리리스가 되겠어요

 

 

감성의 뜻이 뭔지는 알아?

 

 

: …… …… 

성적인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아냐 됐어평소대로 하자.

 

 

그런 고로 조금은 늦었지만 

이대로 같이 갈게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주인님 외에는 이런 짓을 하고 싶진 않지만 저는 지금 절하고 있답니다여러분에게.

 

 

뻥치지마태연하게 앉아서 사탕 빨고 있잖아.

 

 

아니에요모두 절 받으세요넙죽

 

 

넙죽 이라고 소리내 말하고 있어

 

 

 

 

재잘재잘

리리스와 사령관의 잡담이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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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말고 


블랙리리스 성우 불러서 


유튜브에서 라디오 형식으로 사령관님들의 사연을 받아서 진행하는 라디오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레모네이드가 해도 좋고ㅋㅋ  


그 비슷한게 오라이인가? ㅋㅋ





누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