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0:05
오르카 라디오 4화 생방송을 진행 중인 사령관과 리리스.
사: 그러니까 디저트로는 바나나 케이크가 좋다는 거지.
리: 주인님, 아무리 리리스라도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어요.
케이크의 왕도는 생크림이에요. 그 위에 놓여 있는 딸기가 화룡정점을…!
디저트에 관해 잡담을 하던 리리스와 사령관.
때마침 부스 문이 열리고 새로운 게스트가 들어온다.
레오나: 그 얘기 언제까지 하고 있을 거야?
리: 어머, 레오나 님. 지금 저희는 라디오를 하고 있답니다.
즉 일하는 중이란 거죠.
관계자 외에는 출입금지인데… pd님은 어디 가신 거지?
사: 아니, 오늘부턴 레오나도 관계자야.
레오나는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헤드폰을 들어 조심스럽게 머리에 쓰고는 책상에 놓인 대본을 집어든다.
리: 주인님, 저로는 부족하셨나요?
사: 아니, 그게 아니라. 저번 주에 나 혼자 진행 할 때 말해버렸거든.
같이 진행하고 싶은 아이가 있으면 얼마든지 받는다고.
리: 왜요? 저란 아이가 있는데.
세 명이나 있으면 오디오가 겹쳐서 주인님의 멋진 목소리와 리리스의 찰진 입담을 듣지 못한다구요?
사: 자기입으로 찰진 입담이라니… 뭐… 인정은 할게.
레: 사령관? 원래 이렇게 격식 없고 차례가 없니? 이 라디오란 건.
사: 뭐… 지금은 그래. 그러니까 라디오 진행 도중에도 제 3의 게스트가 와서 앉는 거야.
리: 그럼 이제부터 룰을 만들죠. 둘 이상은 같이 할 수 없도록 말이죠!
사: 아니… 레오나하곤 이미 합의를 마친 상태야.
레: 그래, 리리스양. 네가 없을 때 사령관이 혼자 진행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농담이 아니라 5초 듣고 잠들 뻔 했어.
그만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거였지.
리: 어머, 그랬나요?
레: 그래. 쓸모 없는 말만하고, 할 말이 없으면 바로 노래를 틀고.
듣고 있는 내가 피식 웃어버릴 정도로 진행이 형편없었다고 할까.
사: 형편 없어서 미안하네….
그래서, 레오나는 어떻게 도와줄 건데?
레: 최고의 지휘를 보여줄 거야.
내가 온 이상 리리스 양의 형편없는 조언과 사령관의 허술한 진행 따위 용납하지 않아.
사: 그렇다고 하네.
레오나 양은 가끔 같이 할 거야. 라디오 시작해놓고 실컷 잡담만 떠들어서 미안.
슬슬 시작할까.
리: 1부는 사연 코너에요!
다만 오늘은 조금 특별하답니다?
온라인 라디오 게시판에 올라오는 여러 분들의 감상이나 사연, 하고 싶은 말을 실시간으로 저희가 읽어드리는 거죠!
사: 리리스 앞에 모니터가 있어.
그러니까… 실시간 소통이란 거지.
레: 사령관 치고는 조금 새로운 접근을 했네.
칭찬해줄게. 1 point 야.
사: 뭐냐 그건… 무슨 포인트제야.
레: 내 마음의 수치야.
잘하는 사람에겐 1포인트씩 줄게.
리: 포인트가 많으면 뭐가 좋은데요?
레: 내 안에서 그의 평가가 높아져.
사: 오오…… 그것참.
좋네.
응.
리: 시작해볼게요!
리리스는 마우스를 들고 어느 게시글을 클릭한다.
리: 맨 위에 있는 글이에요.
글 제목. 아 레오나 노잼.
내용은 레오나 빠져. 쌉노잼.
레: 응? 그런 글이 진짜로 있니?
리: 여기요. 딱히 제 마음의 소리를 읊은 건 아니라구요?
레: 아이피 158.209.304……
사: 야 좀…! 그런 짓하면 누가 글을 쓰겠어!
레: 그치만 이건 지휘관에 대한 반역이잖니?
이런 글을 그냥 내버려두면 지휘관으로서의 명예가…
사: 아니… 한 번 정돈 봐주라.
뭐… 이건 그냥 악플이긴 하지만.
리: 계속 읽을게요.
제목. 리리스님 너무 이뻐요.
내용. 리리스님 오늘도 너무 예쁘고 목소리도 좋고 진행도 잘하셔요.
평생 사령관이랑 같이 백년해로 했으면 좋겠어요.
리리스 아자아자 파이팅 파이팅!
에헤헤… 감사합니다.
레: 알바라도 풀었니?
사: 이게 뭐라고 그런 걸 풀어….
리: 어머, 저는 있는 그대로 여기 있는 글을 읽었을 뿐이에요.
정 못 미더우면 레오나 님이 보시던가요.
레: 그래, 그게 좋겠어.
리리스와 레오나, 자리를 바꾼다.
레오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맨 위의 글을 클릭한다.
레: 읽을게.
오늘 훈련 너무 힘들었어요. 마리 대장님은 너무 엄하셔요. 조금만 성격이 유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음… 힘들었겠구나.
스틸라인은 그렇지.
그런 무식한 보병부대보다… 발할라로 오는 건 어떻겠니?
여기선 과한 훈련과 지독한 전투를 하지 않는단다.
사: 그게 네 조언이야?
레: 이보다 완벽할 수 없어.
리: 컴패니언에선 딱히 진흙탕을 맨몸으로 구르는 훈련 따위 하지 않지만… 요구하는 조건은 높답니다.
강해지셔서 이쪽으로 오세요~^^
사: 그래… 내가 마리 대장에게 잘 타일러 볼게.
확실히 스케줄이 좀 과하다 싶을 땐 있었어.
마리는 어디까지나 필요한 훈련이라고 하지만….
리: 뭐에요, 또 몸으로 꼬시려구요?
사: 사람을 무슨 유흥 업계 사람처럼….
레: 다음 글이야.
안녕하세요, 사령관 님.
올해로 세 번째 떨어졌어요. 주방 지원 업무에 도전했는데 면접 부분에서만 세 번이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소완 님은 너무 엄하셔요.
안대를 쓰고 떡을 일정한 굵기로 썰 수 있냐라던가…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양파를 썰 수 있냐 같은 이상한 질문만 하신다니까요.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그게 가능한 괴물들만 주방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건가요?
흐음… 힘들었겠구나.
주방 지원 삼수라…
헛된 시간을 쓰며 낭비할 바엔 발할라로 들어오는 건 어때?
여긴 말도 안되는 압박 면접따윈 없단다?
사: 발할라… 요즘 인력 부족이야?
아까부터 왜….
레: 잘 물어봤어, 사령관.
실은 창고 관리 업무를 안드바리가 혼자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도와줄 아이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치만 우리 애들은 이미 맡은 일로도 벅차서 말이야.
리: 삼수 할 바엔 지금 맡은 업무나 제대로 하시는 건 어떨까요?
주방일이 쉽고 꿀같아 보인다고 지원하는 이들이 많은 건 알고 있어요.
그치만 매우 매우 힘들답니다?
사: 그건 맞아… 인력부족으로 매 월마다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조건이 꽤나 빡빡하거든.
소완이랑 아우로라, 포티아가 엄격하게 거르고 있어.
리: 소완 씨는 그렇다쳐도 아우로라 양과 포티아 양도 은근히 눈이 높답니다. 아무나 받아주질 않아요.
사: 맞아.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다보면 언젠가 길이 열릴 거야.
파이팅 힘내.
리: 길이 안 열리면요?
사: 안 열리면 못가는 거지 뭐.
레: 발할라의 창고는 언제든지 열려 있단다.
유리면 너머로 탈론 페더가 펫말을 들어보인다.
‘조언이 전혀 되지 않고 있어요!’
라는 내용.
레: 뭐니, 저 아이는.
아까부터 내가 완벽한 해결책을 내려주고 있는데.
사: 안드바리 건은 내가 어떻게 해볼게….
레: 고마워 사령관.
그럼 다음 글을 읽을 게.
사령관 님 너무 잘생겼어요.
사령관 님의 뇌파가 너무 섹시해서 저는 매일 매일 그 분의 뇌를 핥는 상상을 한답니다.
어떻게 하면 사령관 님의 뇌를 핥아볼 수 있을까요.
사: …… 그… 언젠가 세계 평화가 이뤄지면.
전쟁이 끝난다면.
응… 기회를 줄게.
리: 뭐예요! 저도 못 해본 일을!
레: 진정하렴, 리리스양.
이건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는 사령관의 완곡한 거절 의사야.
리: 그런가요?
전쟁은 영원히 안 끝난다는 의미?
레: 아니. 사령관은 이 모든게 끝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 했거든.
세계일주야.
리: 그게 왜요?
레: 나를 신부로 들여서, 단 둘이 길고도 머나먼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
그러니 이 말단 병사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사령관에게 혀를 낼름거리는 일은 없을 거야.
아내인 내가 막을 거니까.
사: 남의 소망을 그렇게 홀랑 말해버리고… 레오나 너 말이야….
레: 왜 사령관? 무슨 문제가 있니?
사: …… 나는 혼자 떠날거라고 했어. 어느 메이드에게만 몰래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레: 사령관이 전쟁이 끝나면 여행을 갈 거란 사실은 연병장을 달리는 416호 브라우니도 아는 사실이야.
리: 저만 몰랐나요?
사: 아니, 취소야. 그건 이제 끝.
레: 흑심 가득한 아이야, 해결은 됐니?
다음 글을 읽을게.
리리스 언니, 너무 멋져요.
쭈인님이랑 매일 매일 같이 해주세요.
이렇게 쓰면 저도 쭈인님이랑 같이 라디오 나올 수 있는 거죠?
리리스 언니 파이팅!
이란 내용인데.
사: 진짜로 알바를 풀었을 줄은….
리: 알바 아니에요! 저의 컴패니언 식구들이 응원글을 올린 게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요?
아니면 제 팬일 수도 있죠!
흥흥, 인기가 너무 많아도 탈이네요!
사: 저렇게 당당하게 역정을 내니 할 말이 없네.
레: 뭐… 내 추리로 따지자면 이 글을 쓴 아이는 하치코고 리리스는 뒤에서 사주했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증거는 없으니까.
리: 대단한 탐정 납셨네요! 흥흥!
레: 이 글을 쓴 귀여운 강아지야.
네가 이 자리에 앉을 일은 평생 없단다.
왜냐면 이미 자리가 가득 찼거든.
리: 레오나 양이 없으면 가능하답니다.
사: 부스가 좁아서 세 사람 이상은 힘들어.
그치만 뭐…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치코도 같이 하자.
리: 글쓴이가 하치코라는 증거가 있나요?
사: 그건 없지만….
딱히 여기 나오는데 조건이 있는 건 아니거든.
뭣하면 내가 빠져도 돼.
리: 네? 그럼 저도 안 할래요.
레: 사령관이 빠진다면… 그 자리에 우리 창고지기를 넣는 것도 괜찮겠는 걸?
사: 나쁘지 않네.
리: 싫어요! 이 곳은 무조건 저와 사령관 님의 2강 체제!
그 이상은 결사반대!
사: 정신이 없네.
이쯤에서 노래 한 곡 듣고 올게.
레: 사령관, 내가 넣은 신청곡은 언제쯤 나오는 거니?
사: 아…… 엄청 밀려 있긴한데.
여기까지 나와서 도와주고 있으니까. 지금 틀어줄게.
레: 좋아.
리: 앗, 여기 모니터에 제목이 뜨네요.
Nujabes의 Aruarian dance.
레: 사령관은 재즈를 좋아한다 했었지?
나도 마찬가지야.
커피를 마실 땐 언제나 좋아하는 재즈를 틀어놓고 음미하곤 해.
사: …… 설마 같은 노래로 연달아 게시판에 도배하는 유저가 너였어?
레: 실례네 사령관. 난 그런 품위 없는 짓은 하지 않아.
리: IP조사 해야 돼요, 이 사람.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는 세 사람의 대화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재즈 힙합의 선율이 그 공백을 채우기 시작한다.
.
.
.
.
.
.
.
.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거 쓰는거 왤케 잼씀 ...
문장을 쓸 필요가 없어서 그런가.
대사만 흐름으로 채워가는게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