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아이디어 원전 : https://arca.live/b/lastorigin/9519950 , '사령관이 알고보니 노래 개 잘부르면 어캄'


소재가 은근히 재미있어보여서 홀린 듯이 쓰다 보니 프롤로그 격인 0화를 써버렸어...

멋대로 소재 끌어다 써서 미안하다. 혹시 이 소재로 누가 이미 작성한 거 있어? 있으면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필력이 좋지 않은 졸문이라 자신없지만, 그래도 이거, 닉 파고 처음으로 써 보는 것인만큼, 비록 연재주기는 장담할 순 없겠지만, 가급적 완결까지 달려보도록 하겠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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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리콘 상병님. 진짜 소문이 사실임까?”

 

“브라우니. 작전 중에 잡담은 금기입니다.”

 

“그래도, 뭔가 신기해서 그럼다…….”

 

레프리콘 537 상병과 브라우니 3071 일병은 3방향을 주시하는 진지 속에서 총을 거치해놓고 경계병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TT383561 지역의 광산 두 곳에서 자원을 탐색하여 채굴하는 자원탐색조 2개조를 혹시 모를 철충의 기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추가로 구성되어 출격한 제17959전투분대. 물론 그 속에서도 쌓인 짬은 따라갈 수 없는 것인지, 원칙대로라면 한 개의 주시 방향당 사수, 부사수의 2인조로 근무해야 했지만 나머지 1방향을 담당하는 진지에서는 노움 1007 상병 혼자서 기관총 2정을 낀 상태로 여유롭게 경계하고 있었고, 노움의 사수로써 같이 근무를 해야 하는 이프리트 172 병장은 ‘임펫 상사님 오실 참이면 나 깨워라.’라는 말과 함께, 참호 속에서 박격포 1문을 꼭 껴안고 용케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자원탐색조가 들어가 있는 광산의 입구를 2방향인 등 뒤로 하고서는 혹시 모를 철충의 침입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임하고 있는 경계근무였지만 요 근래 통 보이지도 않고 출몰하지도 않다 보니, 처음 투입될 때만해도 군기가 바짝 들었던 브라우니는 진즉에 긴장이 풀어져서 자기의 바로 옆 진지에 이프리트와 노움이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기라도 했는 모양인지 레프리콘에게 계속 수다를 떨고 있었고, 레프리콘은 그 수다소리에 자꾸만 근무 간 군기가 해이해지려는 것을 계속 다잡느라 고역이었다.

 

“그래도, 정말 소문이 사실이긴 한가 봄다. 사령관님께서 그 행사까지 개최하시는 걸 보면 말임다.”

 

“네, 네. 그러겠죠. 브라우니. 제발 전방 주시 좀…….”

 

“그래. 이 브라우니야. 우리 레후 고생하는 거 안 보이냐. 흐흐흐.”

 

익숙한 목소리…….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은 식겁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옆의 진지에서 한창 수면을 취하고 있었을 이프리트 병장이 어느 새 뒤에서 자신들을 흘겨보고 있었다.

 

“이, 이프리트 병장님……!”

 

“요새 잠을 계속 설쳐서 조금 눈 좀 붙이려는데 계속 두런두런거리니 좀체 그럴 수 있어야 말이지. 우리 브라우니, 많이 컸다? 경계근무 중에 잡담? 이년이 빠져가지고…….”

 

“이, 이, 이, 이프리트 병장님도 주무시지 않았슴까….”

 

용감하다면 용감하지만, 어쩌면 무모하고 용렬하다고 할 수 있는 브라우니의 항변에 레프리콘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고, 막 잠에서 깨어 심심하기도 했던 이프리트는 재미있다는 듯 얼굴에 웃음기를 가득 띠었다. 그 웃음기가 악의인지 장난기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천양지차이지만.

 

“레후야?”

 

“사, 상병 레프리콘 537?”

 

“군대 많이 좋아졌다. 그치이?”

 

“시, 시정하겠습니다!”


“아니. 아니야. 병장이 되도 않는 소리 좀 하면 일병 짬찌가 맞먹을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크크. 그래도, 브라우니야.”

 

“이, 일병 브라우니 3071!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그래도, 기왕 경계근무 나왔으니까, 잘 하고 돌아가자. 응?”

 

평소였으면 어떻게든 갈구고 천진난만하게 짧게 괴롭히고 끝냈을 이프리트는 이번에는 저 말을 서곡으로 해서 한창 물고 늘어지며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의 근무 기강을 구실 삼아 집요하게 갈구기 시작한 것에는, 요 근래 오르카 호에 맴도는 소문, 그리고 그 소문과 관련해서 사령관이 개최한다는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좌절된 것이 컸다.

 

17959전투분대가 광산에서 경계근무를 설 동안 오르카 호에서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주로 지나다니는 통로 곳곳마다 배틀메이드 소속 바이오로이드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그 행사의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사령관 개인실부터 전투부대 부대원들의 숙소에 이르기까지 오르카 호 전역의 청소, 세탁(물론 군기확립 미명 하에 스틸라인은 배틀메이드에게 세탁을 맡기지 않고 병사들 스스로 전투복 세탁을 하게 했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정복에 가까운 전투복 디자인 등에서 오는 일종의 자부심 때문인지 역시 스스로 세탁을 하게 하는 방침이었다.), 정리정돈 등의 지원업무를 분담하고 있다보니 많이 바쁠 법도 했지만 그런 배틀메이드 팀원조차도 무척 기대된다는,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기재된 바는 단촐했지만 의외로 특이한 내용이다.

 

‘2XXX년 가을의 밤, 로망스 콘서트’

‘금일 석식 후 19시부터 22시까지.’

‘관람석이 한정되어, 금일 해당 시각에 임무가 없는 입장권 소지자에 한해 입장을 허가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입장권은 업무 포상 보너스로 1인당 1회에 1매씩 지급됩니다.’

‘장소 : 함내 다목적 대강당 1001호실.’

 

17959 전투분대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기로 예정된 시각은 하필이면 오후 8시. 늦은 석식을 마치고 나서 간단히 개인정비를 한 뒤 샤워를 하고 나면 21시다. 그 때쯤이면 벌써 대강당실의 출입문은 굳건히 잠겨있어 입장권이 있다고 한들 입장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짐짓 선심쓰는 체하며 저 시간대에 임무가 없는 다른 후임병에게 자신의 입장권을 양도했지만 그래도 배가 아픈 것은 아픈 것이었다.

 

“흐잉……. 나도 사령관님 노래가 듣고 싶었다고……. 노움아아아아………….”

 

“이뱀.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닿지 않겠습니까? 오늘만 날이겠어요. 언제 기회가 또 있을 거예요.”

 

“아니. 그래도……. 마성의 소울킹이라며! 매혹의 세이렌이라며! 아. 콘서트 직관하고 싶다아아아아아…….”

 

물론 직관하지 못하는 인원을 배려하여, 탈론페더 102 소령이 함내방송시설과 카메라를 연동해서 마치 멸망 전의 TV방송처럼 함내 선실에 배치되어 있는 영상수신장치에 현장 영상을 받아볼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놓긴 했지만 역시 아무래도 콘서트는 현장에서 직관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사령관과 한 공간을 공유하며 같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는 다소 변태적일 수도 있는 바람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웅장하고 활기찬, 열기 가득한 현장감 등은 방송 따위로는 절대 재현할 수 없을 터였다. 매일 MP3를 들고 다니며 틈만 나면 이어폰으로 노래를 감상하는 이프리트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프리트 이하의 경계병력들이 그렇게 콘서트를 직관하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괴로움에 몸부릴치는 오후 7시. 평소에는 쓰이는 일이 잘 없어 사실상 버려두다시피한 공간인 대강당홀 1001호실에 간만에 많은 이들이 모였다. 좌석은 1,000석이었지만 좌석 사이사이의 통로에도 많이들 들어차 최종적으로 1001호실에 입장한 이들은 1천 5백여 명 가량이었다. 그리고 입장권을 받지 못했거나 임무가 겹쳐 제 시간에 입장하지 못한 오르카 호 잔류 병력들은 제각각 자기에게 배정된 선실에 임시로 마련된 영상방송장치를 통해 콘서트 방송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시곗바늘이 오후 7시 정각을 치자마자 LED조명으로 밝기가 유지되고 있던 1001호실은 일순간 암전되어 마치 밤하늘 아래에서처럼 칠흑같은 어둠에 잠겼다. 웅성이는 바이오로이드들의 두런거림 사이로 밝은 목소리가 홀 내 스피커와 방송 장치를 통해 울려퍼졌다.

 

“네. 모두들 안녕하세요! 다들 아시겠지만 오늘 있을 가을의 밤 특집 로망스 콘서트의 사회를 맡은 사회자, 스프리건 247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촬영 및 방송을 총괄담당하시는 분은, 잘 아시죠? 사령관님의 영원한 카메라걸, 탈론페더 102 소령님입니다!”

 

소개말과 동시에 착 하고 켜진 두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어지러이 공간을 휘저으며 날아다니다가 무대 한쪽 구석을 각각 가리켰다. 한 쪽에서는 무선 마이크 하나를 들고 사회를 보고 있는 스프리건이, 다른 한 쪽에서는 포츈과 아자즈가 마련해 준 카메라 중 메인 기기 한 대를 잡고 총괄PD 역할을 맡아 관중석 한 가운데에 배치되어 있는 탈론페더였다.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다. 이제까지 자기가 진행했던 그 어떤 행사보다도 더욱 더 큰 열의와 기대가 담겨있음이 절로 느껴질 정도였던 스프리건은 이에 탄력을 받아 탈론페더와 잠깐 만담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뒤에 본격적으로 어떤 인물을 소개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저와 탈론페더 소령님을 비롯해 여러분, 그리고 이곳 오르카 호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그 분! 자유자재로 영혼을 연주하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소울킹이시자 매혹과 고혹의 세이렌이라는 별칭의 그 분! 소개합니다. 사령관님 들어오십니다!”

 

객석에 앉아있는 세이렌 몇 명이 일순간 말문을 잇지 못하고 조금 당황하는 사이, 스프리건의 힘찬 소개와 함께, 무대 뒤의 커튼 장막 뒤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던 사령관은, “주인님이시라면, 잘 하실 수 있어요. 힘내세요. 파이팅!”이라며 역시 기대감에 찬 상기된 표정으로 격려하는 콘스탄챠의 응원을 들으며 조금은 떨리는 걸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무대 위에서 이야기할 것을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이고, 선곡했던 곡들을 밀실에서 수도 없이 연습했지만, 눈처럼 구르고 굴러 커져간 소문으로 기대치가 높아진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선이 막상 자기에게 쏟아지자 내심 조금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자기가 주도해서 기획하고 결행한 이벤트라는 것도 있었지만, 애시당초 콘서트라는 것 자체를 처음으로 열어본 것이었다.

 

‘으으……. 뭐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화근(?)의 시작은 단순했다. 우연한 기회에 욱해서 목청을 좀 뽑았는데 하필 그 때 그 아이들이 들어와 있었을 줄이야. 하필 그 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몇몇이 배석하고 있었을 줄이야. 하필 그 때 밖에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지나가고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 일들이 구르고 굴러 이젠 오늘의 콘서트 개최에 이르렀다. 평소에 입고 다녔던 함장용 제복이나 간단한 제복 외에는 다른 의복을 입어볼 일이 없었던 사령관에게, 지금 이 순간 몸에 걸치고 있는 또다른 형태의 공연용 정복은 매우 낯설었고, 관중석으로부터 쏟아지는 기대감에 가득 찬 시선의 무게감과 합쳐져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애시당초에, 사령관이란 놈이 이렇게 가수 데뷔를 해도 되는 건가? 으……. 게다가, 지금 생각해보니 데뷔곡도

 

사령관은 고개를 잠깐 흔들었다. 그래도 자기가 선언함으로써 결국 약속한 바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렇게 기대하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실망시킬 순 없었다. 비록 소문이 부풀려졌다고 하더라도 따지고보면 소문의 스타트를 내 자신이 끊은 이상 어느 정도는 내가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결심한 사령관은 무대 위에 서서, 평소의 사령관답지 않게 작게 속삭이는, 그렇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말을 건넸다.

 

“소문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대에 비해 많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모두들, 이렇게 많이들 보러 와 주어서 정말 고마워. 너희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말과 함께, 스프리건의 소개말과 동시에 갑자기 꺼져버린 스포트라이트 대신, 그렘린이 밤새 설계하고 조립해서 배치한 조명 장치와 무대 배경 스크린 등에 점차 불빛이 점등되며 스크린의 픽셀 하나하나, 도트 하나하나가 현란하게 가을 풍경을 그려나가며 사령관 주변에서 하나하나의 빛마다 일렁이며 춤추었고 그러한 무대 디자인은 사령관을 한층 신비롭게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팟 하고 첫 선곡에 맞는 배경 스크린이 켜지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무대에 사령관이 갑자기 나타난 것마냥 연출되며 관중석에서는 벌써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소란이 일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사령관님!!!”

“사, 랑, 해, 요, 사, 령, 관, 님!!! 우, 윳, 빛, 깔, 사, 령, 관, 님!!!”

 

이렇게까지나 자기를 믿고 응원해주는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 그리고 탈론페더의 장치를 통해 함내 선실에서 이 콘서트 방송을 보고 있을 여타의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을 생각하자, 사령관은 더 이상 스스로 움츠러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눈 딱 감고 한번 정줄놓고 내달려보자고 마음먹고는, 앞서의 스프리건의 소개와 탈론페더의 만담에 뒤이어 정식으로 콘서트 개회를 선언했다.

 

“시작부터 화끈 시원 상쾌하게 가 볼까?! 시작할게!”

 

사령관의 이 말을 신호로, 짐짓 비장하게, 그리고 신나게 몰아치는 멜로디의 전주가 웅장하게 울리는 가운데, 스프리건의 ‘사령관님 정말 화끈하신데요? 첫 곡은, 그런 화끈한 사나이에게 어울리는, 이전 시대의 명곡이죠? ○○입니다!’라는 소갯말과 함께 사령관의 파워풀한 보이스가 대강당홀 1001호실과 함내방송시설을 통해 온 오르카 호에 공명했고, 무대 뒤편의 배경 스크린과 천장 쪽 스크린에서 선곡에 맞는 배경 영상이 다채롭게 연출되어, 바이오로이드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령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에라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래. 실컷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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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 좋을지 몰라서 첫 선곡을 하필, 듣는 순간만큼은 버프가 온다는 곡으로 선곡해봤다 ㅋㅋㅋㅋㅋㅋ


내 궤멸적인 선곡 센스가 앞으로도 종종 나올 텐데, 너그럽게 양해해줘 ㅋㅋㅋㅋㅋㅋ




p.s

가끔씩 올라오는 문학들 보면, '9천 자 겨우 채웠다', '1만 자 겨우 채웠네' 이러는 거 있던데,


문학 연재할 때 글자수도 채워야 함? 지금 내가 쓴 거 보니까, 이런 사담 말고 본편만 보면 6천 6백자 좀 못 되는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