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후..."


문 앞에서, 조용하게 웃음소리가 났다.

목소리와 말투를 들으니 안 봐도 LRL이였다.

LRL은 곧 들이닥칠 것이기에, 사령관은 물을 마시고 무슨 말이 나오든, 받아줄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인간이여! 짐은 오늘 새롭게 태어났느니라! 짐의 사안이 너무나 강력하여 다른 눈까지 영향을 끼쳤느니라!"


LRL은 당찬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지만, 곧 들어오다가 벽에 머리를 찧었다. 양 눈에 안대를 끼고.

하지만, 곧이어 일어나 말을 계속했다.


"우으.. 짐은.. 이제부터 용살자 블라인드 프린세스니라!!"


정말 당찬 자세와 목소리로 말하는 LRL을 보자, 사령관은 얼이 빠졌다.

"다른 한쪽 눈은 왜그런거야?"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짐의 사안이 너무나 강력.."

"아니, 진짜 이유가 뭐야?"

"그.. 눈병 걸렸어요."

"뭐?"


LRL의 한쪽 안대를 벗기자, 강렬한 빛이..


"으악!!"


잘못 벗겼다. 오른쪽 안대를 벗겼어야 했는데..


"어...인간..? 그쪽은 짐의 사안인데.."


LRL은 등대를 다시 가리고, 원래 눈을 보여주었다.


"으..그러니까 좌우좌? 알비스는 언제 왔어?"


아직 눈이 너무나도 부셨다. 최대한 눈을 부비며 눈 앞의 알비스를 보았다. 하지만, 알비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제보니 LRL이 눈병 걸려서 빨개진 눈을 알비스의 눈으로 착각했었다.


"LRL, 눈 괜찮은거 맞아? 일단 닥터한테 가서 상태가 어떤지 봐달라 할까?"

"그럴 필요 없느니라! 곧 이 눈도 자연스럽게 나을것이다!"

"눈도? 너 저번에도 눈병 걸린 적 있었어?"

"그렇느니라!"


뭐, 눈병 정도는 잔병치레긴 한데, 좌우좌는 이래뵈도 대체 불가능한 전투요원이다. 그 눈은 다른 눈이긴 한데, 눈병이 등대가 달린 눈까지 옮긴다면..


"닥터한테 가자. 참치캔 하나 줄게."

"히..히잉.. 싫어요!"

"그럼 두개."


좌우좌는 잠시 고민하다가, 싫다면서 사령관실을 뛰쳐나갔다.


"싫다! 짐은 치료를 거부하느니라!"

"야..야야 좌우좌!"

"짐은 좌우좌가 아니다!"


사령관은 급히 뛰쳐나가 좌우좌의 뒤를...

뒤를.....

뒤...

아니, 좌우좌가 너무나도 작고 빨라서, 시야에서 놓쳐버렸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좌우좌를 잡을 수 없을거같았던 사령관은, 오르카호 내 지리에 대해 빠삭한 탈론페더를 불렀다.


"하아... 탈론페더야, 있니? 있으면 나와볼래?"

"후후..흐... 아 네! 사령관님! 무슨 일이신..가요?"


탈론페더는 갑자기 벽 속에서 따끈한 증기와 함께 나왔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있었고, 입가엔 침이 흐르고 있었다.


"그, LRL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줄 수 있겠어?"

"LRL이요? 그.. 잠시만요."


탈론페더는 패널을 보다가, 찾았다는 듯이 사령관에게 패널을 보여주었다.


"여기있네요!"

"여기가 어딘데?"

"클릭하면 나올거..에취!"


사령관은 탈론페더의 패널에 보이는 LRL을 누르려다..

탈론페더가 갑자기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패널이 흔들렸고..


"사령관님? 그 위치는..."


탈론페더는 갑자기 신음하며 주저앉았다.


"하윽..윽..으읍..흐앙...."

"뭐..뭐야?! 탈론페더 왜그래??"

"그..흡...하아..아..으아!"

"내가 뭐 잘못눌렀니??"


사령관은 당황하여 탈론페더의 패널을 다시 눌렀고,

겨우 탈론페더는 진정할 수 있었다.

얼굴에 홍조를 가득 띄우고, 다리 사이로 애액을 흘리면서.


"탈론페더야.."


탈론페더도 부끄러운 줄 아는지, 얼굴을 가리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 LRL은 45번 통로를 지나쳐서.. 발할라 숙소로..갔어요..."

"어.. 고맙다."


사령관은 뻘쭘함에 얼른 자리를 떴다.



LRL이 발할라 숙소로 간 이유..

자신의 절친인 알비스한테 간 게 분명했다.

이유는 안 봐도 같이 장난을 치기 위해서겠지..


"알비스, 여기 LRL 있니?"


우당탕, 급히 숨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문을 따줄 다른 발할라 대원이 있을것이 분명했다.


"..발키리? 있어?"

"네, 사령관님."

"문좀 열어줄래? LRL이 거기로 숨어서."

"아.. LRL 때문이였습니까. 알겠습니다."


좀 실망한 기색이 드러난 말투였다.

실망할 게 뭐 있다고..

숙소 안에서 어지럽히는 소리가 몇분 나더니, 결국 LRL은 발키리 손에 실려나왔다.


"이익..이거 놓아라!"


발키리는, 안대를 양 눈에 다 낀 LRL을 쳐다봤다.


"히익!!"


등대 바이오로이드라 그런지, 시력이 어마무시..한게 문제가 아니라, 안대로 가려도 보이는건가?

하긴, 안 보였으면 어떻게 사령관실로 왔겠어..


생각해보니, 이참에 LRL한테 교훈을 하나 줘야겠다.


"LRL, 눈 치료 안하고싶으면 안해도 돼. 하지만, 뭔가 잘못된 거 같으면 당장 닥터한테 가보렴."

"그럼 치료 안해도 된단 말이더냐!"


LRL의 안색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앞부분만 들은 거 같은데 뭐..


"후.. 그래.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닥터한테 가는거 잊지 말고."

"알았느니라 인간이여!"



몇주 뒤..


복도로부터 들려오는 짧고 경쾌한 발걸음 소리.

소리가 들려오는 주기가 짧은걸 보니.. 안봐도 알비스였다.


"인간이여! 큰일이니라!"


아니네.


"왜? 무슨일이야?"

"짐의..짐의 사안이..!"


울먹거리며 눈을 보여주는 좌우좌.

눈을 자세히 보니, 눈이 완전히 퉁퉁 부어서, 눈물만 나오고 있었다.


"눈병이네. 이제 진짜 닥터한테 갈 시간이 됐어."

"시..싫다! 싫느니라! 아픈건.."

"LRL, 지금 이상태로 방치했다간 진짜로 눈 잃을지도 몰라."

"힉!!"


좌우좌는 눈을 잃는다는 말에 잔뜩 겁먹었다.


"후..그래, 이제 순순히 닥터한테 가자?"

"우..."


좌우좌는 고분고분하게 닥터한테 갔고..

난 그 뒤를 따라갔다.


"어, 오빠! 여긴 웬일..꺄악!"


닥터는 좌우좌의 눈을 보고 놀랐다.


"우으..으...."

"자, 좌우좌의 눈을 고쳐줘."

"좌우좌가 아니니라.."

"어..어, 알았어."


그리고, 닥터는 단숨에 좌우좌의 눈병을 치료해줬다.


"자, LRL! 눈병 다 치료했어! 이제 눈 떠도 돼!"


정말 말끔하게 돌아온 좌우좌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오오! 고맙느니라! 짐은 이제 다시 완전해졌느니라!"

"LRL, 눈병 걸려서 한번 고생해봤으니, 다음부턴 내 말 잘 들어라."

"알았느니라~"


내 말은 안중에도 없어보였다.



후반부에 갑자기 귀찮아져서 급전개시킨점 미안해

다음글 뭘로 쓸지 생각나서 그냥 쓰던거 마저 막 쓰고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