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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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입자포 빔 출력 300KW. HQ1 알바트로스의 AR-PF05 집속 입자포 통상 출력의 3배.]


[좌완부 프레임 파손도 72%, 좌완부 가동 불가능]


“…확실히, 이러면 발사 시의 반동으로 어깨가 박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군. 어깨 프레임의 강도를 강화시키는 김에 전신의 프레임 강도도 올리는 게 좋겠어. 입자포를 소형화시키면서 출력을 유지시키는 건 불가능하나? 포 자체에 축퇴로를 내장하는 게 아니라 본체에 내장된 축퇴로와…”


“뭘 그렇게 유심히 보고 계시나?”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1318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오르카 호의 2번 격납고를 담당하는 T-9 그렘린 12번이 서 있었다.


“뭐야, 이거 알바트로스 팔 아니야? 어쩐지 오늘 아무 말도 없이 구석에 박혀 있더라니, 네가 그 녀석 팔을 가져간 거였구나?”


“정확히는 닥터도 함께였지.”


1318은 담담히 대꾸하며 다시 고개를 돌려 데이터 분석에 신경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도 한번 봐도 돼? 네 몸 말이야.”


“안 될 건 없지.”


망설임 없이 대충 대꾸한 1318번의 말에, 그렘린은 신난 기색으로 바닥에 누여진 1318의 양산기를 만져 보기 시작했다.


“우와…이거 루나 티타늄 아냐? 알바트로스같이 고위 AGS들한테나 쓰이는 물건인데, 이런 걸 양산기에 쓴 거야?”


“들어가는 양도 어차피 작고, 양산기들을 만들어낸 곳에는 루나 티타늄이 쌓여있었으니 썼지.”


“그게 어딘데!? 루나 티타늄이 쌓여 있는 데가-“


“대서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블랙리버의 기밀 연구 시설이다. 북위 34°11'04.3", 서경 46°53'42.8"에 위치해 있으니 가보고 싶다면 가 봐.”


“으엑…거기까지 내가 어떻게 가. 그나저나 대서양에서 여기까지 이것들은 어떻게 운반해 온 거야?”


“이것들은 자체적인 비행 기능이 있다. 반중력 장치가 내장되어 있으니 양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발바닥과 등 쪽에 적당한 추진기들만 달아주면 음속에 조금 못 미치는 속도로 날 수 있더군.”


그 말에 그렘린은 양산기의 발바닥을 살펴보았다.


“정말이네, 추진기…속도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데?”


“최대속도는 시속 850km 다.”


“되게 빠르네…그럼 추진 방식은 뭔데? 추진제가 들어갈 만한 공간은 안 보이는데.”


“리펄서.”


“리펄서? 그거 멸망 전에 연구는 되고 있어도 상용화는 안 된 기술 아니었어?”


“이젠 아니지. 내가 잘만 사용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1318은 자신의 본체 손목에 달린 소형 보조 리펄서 추진기를 보여주며 말했다.


“으음…리펄서가 잡아먹는 전력이 만만치 않을 텐데, 동력원은 뭘 사용해? 알바트로스나 로크 같은 애들이 사용하는 고성능 융합로 정도여야 할 텐데.”


“축퇴로를 사용한다.”


“그건 아예 연구 단계에 있던 기술 아니었어?”


“원래 블랙 리버가 연구하던 대형 축퇴로와는 원리가 조금 다르다. 축퇴 과정을 간략화시켜서 소형화했지만, 동시에 원래의 대형 축퇴로가 가진 출력 또한 간소화되었지. 뭐, 그렇다고 융합로에 비해 출력이 부족하진 않아.”


“그럼 굳이 축퇴로를 쓸 필요가 있어? 그냥 융합로를 쓰는 편이 더 쉽잖아.”


“장기적인 면에서 봤을 때 축퇴로의 운용 비용이 훨씬 저렴했으니까. 융합로에는 지속적인 연료 공급이 필요하지만, 축퇴로는 아무 입자나 축퇴시키면 그만이거든.”


“그럼 그 축퇴로라는 건 사실상의 영구 기관 아니야?”


“어디까지나 반영구적이다. 소형화시킨 덕에 부품의 노화도 빨라서 자주 교체해주거나 축퇴로 자체를 교체해야 하거든.”


“그런데도 비용이 훨씬 적다고?”


“융합로의 연료 값보다는 축퇴로에 쓰이는 루나 티타늄의 값이 훨씬 싸니까.”


“음…확실히 그렇기는 하지만 이러면 오르카에 있는 AGS들과 호환이 잘 안 되잖아. 예비 부품을 계속 대서양에서 공수해 올 생각이야?”


“아마 한동안은 그러겠지. 오르카 호에 내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할 생산 설비를 들여놓을 만한 공간은 없을 것 같으니까.”


“위험하지 않겠어? 기동형 철충들이 대륙 내부에 득시글거릴 텐데.”


“그래서 성층권 상층부까지 올라가서 고속으로 비행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필요하다면 중간권으로의 돌입도 가능하게 기체를 제작했지. 내가 알기로는 기동형 철충 중에서 중간권까지 올라올 수 있을 정도의 활동 영역을 가진 개체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고고도에서 날면 외부에 손상이 일어나지 않아?”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1318은 양산형의 팔에서 입자포를 분리시켜 프레임의 손상된 부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완전히 박살났네. 프레임도 루나 티타늄으로 만든 거 맞아?”


“그래. 루나 티타늄-2. 외장재는 루나 티타늄-5.”


“프레임에 더 단단한 재료를 썼네? LT-2(LT: 루나 티타늄)가 부족했어?”


“그래. 루나 티타늄이 쌓여 있기는 해도, 보다 고강도인 LT-2를 전신에 사용할 만큼 대량으로 있지는 않았으니까.”


“아깝네, 그럼 LT-5는 상대적으로 많았나 봐? 외부 장갑이 꽤나 복잡한 형태인 걸 보면 말이야.”


“그래, LT-5는 가장 정제하기가 쉬운 형태의 루나 티타늄이니까, 블랙 리버 측에서 대규모로 쌓아두고 있더군.”


그렇게 말하며, 1318은 알바트로스의 팔의 내부 프레임을 살펴보았다.


“…이상하군. 알바트로스의 설계상 그 내부 프레임 재질은 나와 동일한 LT-2였을 텐데, 이건 단순한 고강도 티타늄 합금이잖아.”


“여태껏 수리를 거듭해 왔거든. 그 과정에서 AGS들 대부분은 내부 프레임을 교체했어.”


“프레임 고장에는 재질의 차이도 있었겠군. 내부 프레임을 LT-2로 통일시켰을 때의 실전 데이터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1318은 그렘린을 힐끗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LT-2로 제작된 AGS 로보테크 공용규격 좌완부 프레임이 있다면 알바트로스의 프레임을 교체할 수 있나?”


“물론이지, LT-2를 본 건 이게 처음이긴 하지만…프레임 교체에 필요한 설비는 다 있긴 해.”


“내 양산기에 있는 프레임을 써서 바꿔라.”


“정말!?”


그의 말에 그렘린의 눈은 반짝거렸고, 1318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자 그녀는 신난 채로 개조된 알바트로스의 팔을 질질 끌고서 어딘가로 향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1318은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 난 귀찮은 일을 떠넘기고, 저 녀석은 자기 메카닉 페티쉬를 만족하고. T-9 그렘린 기종들의 잠재 무의식 속에 누가 메카닉 페티쉬를 내장해 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상한 지랄도 때로는 쓸 데가 있군.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데이터 분석을 계속하려던 때, 오르카 호의 스피커에서는 그를 찾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1318,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듣는 즉시 사령관실로 가 주세요. 사령관 님이 기다리십니다.]


“가만히 두질 않는군…”


1318은 불평 섞인 한 마디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편, 1318이-로버트의 유해에서 뽑아서-건넨 사이코 프레임의 시료를 들고 자신의 연구실로 향한 닥터는 현미경으로 사이코 프레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정말 설계도에서 본 대로네…정말 컴퓨터 칩으로 만들어낸 조직이야. 근데 정말 이걸 로봇의 프레임 재료로 쓸 수 있을까?”


의문을 표하며, 그녀는 현미경의 접시에서 사이코 프레임을 빼내 구부려보았다.


사이코 프레임은 그녀의 행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며 그 유연성을 입증했고, 닥터가 프레임을 구부리는 것을 멈추자 그것은 이내 유연하게 원형으로 돌아가며 굽혀졌던 흔적조차 그 표면에 남기지 않았다.


“유연성은 괜찮은데,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의문이네. 그렇다고 강도 시험을 해 보기엔 시료가 부족할 거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닥터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사이코 프레임을 보았다.


반투명한 재질의 프레임은 연구실의 조명을 받아 노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무리 미세 컴퓨터 칩의 집합체여도 어디까지나 금속일 텐데, 이런 색이라니 신기하네.”


사이코 프레임을 연구실 천장의 전등에 다양한 각도로 비춰보던 닥터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급히 1318이 자신에게 송신해주었던 연구시설의 데이터들을 뒤져 로버트의 몸체 설계도를 찾아냈고, 로버트의 동체에 사이코 프레임이 들어 있는 위치를 확인한 그녀는 급히 로버트의 잔해가 있을 격납고로 달려갔다.

 

…한편, 사령관실로 불려간 1318은 문을 열자마자 그 안에 지휘관 개체들이 전부 모여 있는 것을 보고서 속으로 귀찮은 일이 또 생겼다고 열불을 터트리며 사령관실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왔네.”


“그래, 왔지. 그나저나…”


사령관실 안을 둘러보던 1318은 이내 알프레드를 발견하고서 말했다.


“저게 왜 여기 있지?”


“저거라뇨! 저도 엄연한 지성이 있는-“


“애초에 바이오로이드나 인간도 이거, 저거라고 부를 수 있는데 딱히 널 그 이상의 호칭으로 불러줘야 할 이유를 모르겠으니 그렇게 부르는 거다. 알프레드.”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다면 그걸로 부르시면 되죠!”


“그 정도로 우리가 친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나저나 인간, 날 왜 부른 거지?”


“그 섬 북쪽에 있다는 지하 연구 시설에 대한 건이야. 그 안으로 진입했었다며?”


“그랬지. 겸사겸사 미친 AI도 만나서 싸우고, 그 놈이 가지고 있던 데이터도 뺏어왔지.”


…미친 AI는 내 눈 앞에 둘이나 더 있는 것 같은데.


알프레드를 발견해 오르카 호까지 데려왔던 장본인 중 한 명인 바닐라는 1318과 알프레드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건 닥터한테 들었어. 방금 전에 오르카에 공격을 가한 것도 그 미친 AI…이름이 뭐라고 했지?”


“로버트입니다.”


알프레드의 말에 기억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령관은 말했다.


“아, 그래 로버트. 혹시 그 녀석이 오르카 호를 노린 이유가 뭔지 알고 있어? 시설에서 데이터를 가져왔다며.”


“그 녀석의 목적은 너인 것 같더군.”


1318은 사령관을 가리키며 말했고, 사령관은 놀란 듯이 자신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나?”


“그래. 인간, 내 실험의 마지막 조각, 궁극의 진화 어쩌고저쩌고 말하던데, 솔직히 무슨 소리인지는 전혀 모르겠더군. 그래도 시설 내부에서 마주쳤을 땐 대화가 어느 정도는 가능했는데 다시 마주쳤을 땐 광인을 상대하는 기분이었어.”


1318은 로버트의 말투를 일부러 어설프게 흉내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정비를 마치는 대로 이 섬에서 뜨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기 알프레드의 말대로 로버트가 계속 수렴진화를 할 수 있다면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걱정 고마워.”


“별 말씀을, 네가 죽으면 나도 내 관찰에 차질이 생기니까 걱정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말하며, 1318은 알프레드의 옆에 서 있는 두 명의 낯선 바이오로이드들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저 둘은 조금 전에 마주쳐서 구면이긴 하지만 오르카 호에는 없던 바이오로이드 기종인 걸로 알고 있는데.”


“맞아, 이 섬에 살던 아이들이지.”


“이 섬에 살고 있다면 그 세레스티아 기종의…”


그렇게 말하던 1318은 그 마을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세뇌당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서 그녀들을 경계하며 열선 발사 장치가 달린 손을 들어올렸지만, 사령관은 그를 제지하듯이 1318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 애들은 멀쩡해. 그러니까 그 손 내려줘.”


1318은 그의 말을 듣고서 그녀들의 귀에 마을 주민들의 귀에 있었던 귀걸이가 없다는 것을 보고서야 벌겋게 달아오르던 손을 내렸다.


“그래, 그나저나 저 둘은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1318의 말에 흰 날개가 달린 바이오로이드는 놀란 듯이 몸을 움찔거리더니, 이내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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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티타늄(LT)


원래는 핵융합로의 내부를 만드는 재료로 개발되었으나, 물리적 충격에 견디는 성질/내열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고가의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AGS의 장갑재로 실험적으로 채용되었다.


강도와 내열성의 정도에 따라 1~5까지 번호가 붙으며, 숫자가 적을수록 강도와 내열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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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글 쓸 때 보고있는 거에 따라서 글 전개 짜는게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거 처음 쓸 때는 인공지능 나오는 SF 많이 봤었는데, 지금은 우주세기 건담 처음부터 재탕중이라 건담 설정들 많이 가져오는듯...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 라붕이들아.


댓글과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