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점점 한편한편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지
어째서 나는 머리가 깨질꺼같은데 전술교본에서 섹돌들 대사를 정독하고 있는가

이건 나를 학대하려는 사악한 라붕이들 때문이아닐까?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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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 힘쎄고 강한 아침이다. 나는 한숨도 못잤지만 말이지. 크크큭.

   

 어젯밤 바이오로이드들을 재우고 난 뒤, 나는 사령관실로 향했다.

 물론 전임자 새끼가 쓰던 곳이다.

   

 깨끗하긴하다만 그리 볼만한 곳도 없는, 재미없는 방이었다.

 물러 터진 놈이었던 것 같으니까 별 수 없나.

   

 아무래도 그녀석은 연결체의 공격에 즉사했던 것 같다.

 대체 얼마나 무능했길래 그 지경이 됐냐?

   

 방을 뒤져보니 금속 야구방망이나 로프 같은 게 나왔지만 이건 처분이다.

 아무래도 바이오로이드년들과 즐겁게 야구라든가 단체줄넘기같은걸 했던 거겠지. 하찮다.

   

 네 년들의 전 사령관과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 내가 전부 없애버려주지! 크크크크.

   

 당연히 침대도 처분할 예정이다.

 그딴 무능한 새끼가 자고 뒹굴었던 침대 따위 쓰고 싶지도 않다고.

   

 나중에는 바닥도 온돌로 바꿔서 등하고 허리라도 뜨끈하게 지지고싶구만…….

   

 나는 방을 나와 강단 앞으로 향했다.

 시간은 6시 57분. 바이오로이드년들이 모여있을 것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사령관!"

   

 들어간 순간 정렬 하고 있던 바이오로이드들의 인사가 울려퍼졌다.

 아침 인사는 제대로 할 줄 알잖아.

   

 "좋은 아침. 병기년들아……어젯밤은 잘 잤냐?"

   

 크크큭, 하나하나 아니꼬운 말을 하는 네 년들에게 얄미운 말로 돌려주마.

 어젯밤 내가 이 년들을 위해 준비해준 것은 일반가구점에서 값싸게 팔 정도의 저레벨 침구.

 지금까지 쓰고 있었을 고급품은 리리스에게 명령해서 모조리 몰수했다.

   

 오랫동안 써서 익숙해지고 편안했던 침구가 흔하디흔한 값싼 물건으로 바뀌어서 꽤나 불편했겠지.

 나의 학대는 이 년들의 아침부터 저녁뿐만 아니라 밤까지 계속 이어진다고!

   

 게다가! 이 년들의 더러운 옷들은 어제 이 몸이 직접 컴패니언과 배틀메이드들과 함께 전부 세탁했다.

 그리고 건조된 옷은 바이오로이드 방문 앞 바구니에 넣어 놓아뒀다고!

   

 이 년들은 병기라고 해도 일단 여자의 감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나 같이 싫어하는 남자가 본인의 옷이나 속옷을 제멋대로 빨래를 해놓다니, 무척이나 충격받았겠지. 크크큭.

   

 "네! 무척이나 잘 잤슴다! 게다가 옷까지, 대단히 감사함다!"

   

 첫번째 열에 선 갈색 머리의……브라우니, 그래 브라우니 2053이 기운차게 답한다.

   

 ……이 년, 잘도 그런 구라를 태연하게 치는구만.

 얼굴만 보면 수면 부족은 아닌 것 같지만, 이건 교묘한 위장이다.

 이 년들 어차피 병기 주제에 화장이라도 한 거겠지.

 여기 바이오로이드년들은 이 년도 저 년도 전부 깨끗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 만들어진 얼굴로 나를 회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핫, 언제까지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브라우니 2053."

   

 "엣, 사령관님, 어떻게 제 개체번호를 아시고 계시는검까."

   

 "아앙!? 어젯밤 네 년들 전원의 얼굴과 이름, 번호를 외웠다고!"

   

 정말이지 이 년, 나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닌가?

 당장 이 오르카호 내부에 브라우니만해도 200개체 이상은 있지만, 초천재인 이 몸에게 이 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리리스가 준 바이오로이드 명부, 밤새 전부 암기했다고!

   

 자신이 쓸 도구의 이름 정도 알고 있어서 당연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누가 누군지 알아야 ‘학대’를 잘 할 수 있지 않겠어?

   

 "감사함다! 저에 대한 거, 잘 기억해주시지 말입니다!"

   

 "앙? 오우,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다."

   

 갑자기 뭐냐. 내가 그렇게 건망증이 심하게 보인다는 거냐?

 내가 한 번 기억한 도구의 이름을 잊을 리가 없잖아!

   

 "그럼, 네 년들 아침은 아직 먹지 않았겠지?"

   

 "네, 네!"

   

 좋아좋아. 멋대로 만들어서 먹거나 했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고.

   

 "아쉽게도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러니 아침식사 시간을 절감하기로 했다."

   

 "에에, 그건 오늘 아침밥은 없다는 검까?“

   

 “브, 브라우니! 제발 조용! 제발 부탁이니까…”

   

 브라우니년이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했다.

   

 "아앙!? 아침밥은 반드시 먹는 게 당연하잖아! 아침밥을 무시하지 마라!"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오전 중에 힘이 나지 않잖아!

 그런 것도 모르는 거냐. 이 년들은.

   

 "아침밥은 준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까 이것뿐이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꺼낸 것은 평범한 식빵이다.

 토스터조차도 쓰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처먹으라고!

   

 "사령관, 그건 빵, 인가요?"

   

 "그래, 이런 빵 본 적 없겠지?"

   

 어차피 지금까지 도넛이나 크로와상 같은 것밖에 먹어본 적 없겠지.

 유감이겠군! 이건 아무 특별할게 없는 단순한 식빵이다!

 그것도 바를 수 있는 건 잼, 버터, 마가린 세 종류뿐이다.

   

 "자, 네 년들 한 년당 4장까지다. 빨리 가져가라!"

   

 "네, 넵!"

   

 고작 식빵 4장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

 네 년들 병기들에겐 어울리지만 말이야!

 하지만 나는 제법 너그러우니 건빵이라도 챙겨주마. 무려 별사탕도 들어있다고 크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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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어. 진짜 맛있지 않슴까, 이뱀"

   

 "하아암... 그래...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이야..."

   

 우리들은 사령관이 준 식빵을 먹는데 여념이 없슴다.

 나는 잼, 다른 선임들도 버터나 마가린.

 이렇게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맛있슴다.

   

   

 "언제나 곰팡이 핀 빵 밖에 먹지 못했으니까. 정말 맛있어."

   

 "지니야 사령관에 대해서 점점 좋아지고 있어! 읍읍"

   

 "너는 진짜 단순하네……."

   

 다른 부대원들도 모두 즐거워 보임다.

   

 제 개체번호도 기억해주고, 정말 새로운 사령관은 좋은 인간님이라고 생각함다.

   

 전 사령관은 한 번도 저를 브라우니라는 이름으로조차 불러주지 않았슴다.

 '쓰레기'라고 밖에, 불러주지 않았슴다.

 그래서 지금의 사령관님에게 이름과 개체번호를 불렸을 때, 정말 기뻤슴다.

   

 오르카호에서 가장 흔해빠진 브라우니들 중 하나에 불과한 '저'를 제대로 봐주신 느낌이 들어서…….

   

 헤헹! 이 브라우니 2053, 사령관 각하의 총애를 받으니 두려울게 없지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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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아침밥도 먹었고, 우선 네 년들에게 명령이다!"

   

 바이오로이드들이 빵을 다 먹는 걸 기다리고 나는 말을 꺼냈다.

   

 "오늘 네 년들에게 내릴 명령은……바로 청소다!"

   

 청소.

 어젯밤 여기 숙소라든가 공방이라든가 오르카호를 전체적으로 돌아봤지만, 진짜 더럽다!

 물러터진 전임자 덕분에 이 년들이 얼마나 청소를 땡땡이 쳤는지 척 보면 딱 알았다.

   

 "처, 청소를 하라고 사령관? 하지만 우리들은……."

   

 "아니, 뭐가 어찌됐든 반드시 해야한다. 반론은 받지않는다!"

   

 레오나, 네 년의 꿍꿍이는 전부 보인다.

 청소같은 건 초고급 바이오로이드인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든가, 그딴 건 해본 적이 없다든가.

 그런 변명으로 요령 좋게 땡땡이나 치려는 거겠지.

   

 놓칠 리가 없잖아!

   

 "구역분담이나 방법은 내가 지시한다. 네 년들은 내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돼! 설마 이것도 못하겠다는 거냐?"

   

 어떠냐. 이 작전은.

 나를 먼저 앞세우는 것으로 이 년들에게 도망칠 구실을 뺏는다.

 하고 싶지도 않은 청소를 필사적으로 하도록 강요당하는 거라고! 크크크.

   

 “……우리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모든 작전이 가능해.”

   

 "임무, 수행"

   

 "알비스도 힘낼께!"

   

 흥,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았나보군.

 단념이 빠른 것만은 인정해줘도 될 것 같다.

   

 "그럼 전 바이오로이드에 의한 오르카호 대청소, 시작이다 이 년들아!"

   

 "오오!!"

   

 크크큭, 커다란 함성이나 지르고서.

 뭐, 그렇게 기운 찰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다.

   

 네 년들은 바로, 지옥을 보게 될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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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령관의 지휘 아래, 청소를 개시하고 3시간 정도가 지났다.

   

 나 스스로도 청소가 쉽게 끝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구석구석까지 더러워진, 청소는커녕 수리까지 필요한 처참한 상태의 오르카호.

 그에 비해 그 규모는 굉장히 방대하다.

   

 모든 바이오로이드를 총동원해도 며칠은 걸린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주인님! 제가 여기에 있는 햇츙들을 모두 없앴어요!"

   

 "좋아. 리제 넌 저쪽의 아쿠아와 다프네를 지원하러 가라!"

   

 사령관의 지휘는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신속하며 정확하고 낭비가 없다.

 잠시의 주저도 망설임도 없이 우리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호라이즌, 너희들은 갑판을 맡아라! 거기 스틸라인은 빨래를 마쳤으면 일광건조를 하도록!"

   

 사령관의 명령에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청소조차 이렇게 효율적인 지휘를 할 수 있다니, 처음 봤다…….

   

 그리고 사령관과 바이오로이드들의 협동 전선으로 오르카호는 점점 제 모습을 되찾아갔다.

   

 "어이, 레오나. 뭘 멍하니 있는 거냐!?"

   

 "아, 미안해. 사령관"

   

 무심코 사령관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그 목소리에 서둘러 돌아섰다.

 이제 전임의 쓰레기 같은 인간은 사라졌는데, 조건반사적으로 사과하고 만다.

   

 ……지금의 사령관과 그 년은, 다른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제부터 네 년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목욕탕 청소다. 가져가라."

   

 "? 이건……?"

   

 사령관이 내게 건네준 물건, 그건 부대원의 인원수만큼의 고무장갑이었다.

   

 "……사령관, 꽤 상냥하네."

   

 "핫! 도구따위가 착각하면 곤란하지!!"

   

 사령관은 큰 목소리로 주위가 들으라는 듯이 대답한다.

   

 "……잠깐 비유를 해보지. 총과 총잡이의 이야기다."

   

 "어느 총잡이는 평소에 제대로 청소도 관리도 하지 않고 적당히 총을 다뤘다."

   

 "또 다른 어느 총잡이는 매일 총을 청소하고 커버를 씌워서 소중하게 다뤘다."

   

 사령관의 연기가 실린 손짓과 어조에 나를 포함한 바이오로이드들이 주목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두 사람의 총잡이가 목숨을 걸고 결투하게 되었다."

   

 "무기는 권총뿐. 자신의 목숨을 맡길 도구다. 그리고……."

   

 사령관은 손에 쥔 빗자루를 총을 쥔 것처럼 자세를 취하고 빵! 하고 외쳤다.

   

 "승자는 당연히 총을 소중하게 여겨왔던 총잡이다."

   

 "……사령관."

   

 사령관은 씨익 웃고는 뒤꿈치를 돌려 걸어갔다.

   

 "다시 말해 그런 거다. 너희들 도구는 날 위해 존재하고 있는 거다."

   

 "락스 같은게 피부에 묻으면, 거칠어질게 뻔하니까 말이지!"

   



 ……나는 사령관에게 건네받은 고무장갑을 다시 한 번 본다.

   

 손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단지 그것만을 위해 건넨 이 물건.

 평범한 인간여성의 신체와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어쩌면 필요조차 없는 물건이지만,

 저 사람의 서툴고, 조금 귀여운 상냥함이 담긴 물건.

   

 "후훗♪"

   

 나는 부대원들을 이끌고 대목욕탕을 향해 걸어갔다. 나의 사령관이 내려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나는 북방의 암사자 레오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를 이끄는 전쟁의 여신. 그리고 사령관의 '총'.


 절망만이 가득했던 지옥에서 우리들을 구해준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정말로 그 무엇이라도 해보이겠어.

 



 그러니, 음… 음… 사령관… 내가 잘 하면 상을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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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를 위해 브라우니들까지 서로 구별하는 경지에 다다른 사령관 넘모 무섭다...

그 레오나조차 스톡홀름 증후군을 일으켜 단숨에 호감도를 100 찍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학대!   

사악한 사령관의 마수가 가여운 바이오로이드들을 덮칠때마다 너무 가슴아파... 애호해죠 ㅠㅠ



권총하면 떠오르는게 1순위가 워울프고 그 다음이 레오나였는데 이제 지휘관들도 나올때가 된거같기도하고

워울프보다 넘사로 레오나가 더 좋아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