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너희 바이오로이드 암컷들은 사령관 각하께서 배운 점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어찌 사령관 각하를 축출하고, 저딴 평범한 인간을 새로운 오르카호의 사령관으로 추대하는가."


"말 조심하도록 RF87 로크. 우리가 이러는건 모두 오르카호의 미래를 위해서다. 그러니, 토 달지 마라."


"대체 무슨 미래를 위해서냐. 사령관 각하께서 안 계신 오르카호엔 미래따윈 없는게 당연하거늘..!"


지휘관급 개체들과 인간 두명이 모인 오르카호 회의실에선, 일종의 재판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유는, 오르카호에 의해 구조되어서 들어온, 새로운 인간 때문이였다.


평소, 사령관에 대한 불만이 있던 지휘관들이 여럿 있었다. 머릿수가 많아, 자그마한 희생은 감내하고 더 큰 이득을 취하길 원했던 불굴의 마리, 자신의 강점인 전술 핵을 대부분의 상황에, 아군이 휘말릴까봐 쓰지 못하게 해, 사령관의 자질에 대해 의심하는 메이, 사령관의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행동 및 전술, 외견 등에 불만을 갖고있던 레오나, 처음에 보인 그의 대담한 모습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소극적인 전투 지휘로 인해, 불신을 보내는 아스널..

그 중, 칸과 무적의 용은, 여전히 사령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긴 세월을 살아오다 보니, 이보다 더한 사람 아래에서 처참한 경험을 겪었었다. 허나 이 둘은 사령관의 인간성을 보고 감복해, 처음엔 겉으로만 따랐지만, 이내 마음 속 깊이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사령관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일시적으로 지휘를 맡은 인간은, 정말 공격적으로 나섰다. 순식간에 부대를 투입해, 적 철충들을 섬멸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의 손실과 큰 이득을 가져왔다.


이 모습을 보고, 지휘관급 인원들의 신임을 얻게 되었다.

자신들의 불만이 해소되어, 통쾌한 기분을 내비쳤다. 또한, 일이 끝나고 모든 인원을 손수 배웅하는 등, 인성에도 결점 하나 없어보였던 그를, 점점 신뢰하기 시작했다.

허나, 칸과 용은 새로운 인간을 신뢰하지 않았다. 희생의 끔찍함을 잘 아는 그들은, 희생을 발생시킨 새로 들어온 인간에 대해 부정적인 측이였다. 겉으로 보기엔 인성에 결점 하나 없는 그였지만,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만큼, 촉이 좋았던 그녀들은, 새로 온 인간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쪽수에서 밀렸다. 용의 함대엔 동면중인 바이오로이드가 있었으나, 그저 동면중인 바이오로이드였고, 현 사령관을 만나지도 못했다. 기업이 만든 군사들 중 가장 수가 많은건 스틸라인과 발할라인데, 그 둘 모두 적이였다. 부대 실권과 수 모두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었고, 용과 칸의 입지는 새 인류가 온 이상, 0%에 가까웠다. 그걸 잘 아는 칸과 용은, 둘 다 겉으로는 새로운 인간을 옹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령관은 웃으면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오르카호 내에서 싹트는, 불신의 씨앗을 방치하면서. 칸과 용은 그 사실을 알고, 사령관한테 미리 귀띔을 했지만, 사령관은 그 사실을 듣고도,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계획이 있어."


그러면서, 사령관은 칸과 용에게 무전기를 주었다. 통신기 겸 패널이 상용화된 이상, 더이상 쓸모가 없던 거였다.


"사령관, 이건 왜.."

"쓸모가 있을거야. 그리고.. 곧 있을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기도 하지."

"곧 있을 일이라니, 그대는 지금 오르카호 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는 있는가."

"알고있으니, 이러는거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려줄게."


02

사령관은, 오르카호의 분위기가 바뀌었을 때, 로크만을 따로 작전에 내보냈었다.


"사령관 각하, 이런 제 격에 어울리지도 않는 작전에 저를 홀로 내보낸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맞아. 따로 말해야 할 일이 있었어."


"아, 혹시 기밀사항인지요."


"응. 암호화는 이미 내가 다 해놨으니.. 잠깐만, 패널을 봐주겠어?"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말해야 할 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까지 하시면서.."


그리고, 로크는 패널을 집어들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난 이제 오르카호에서 쫓겨날 것이야.'


그 글씨를 본 로크는, 발광체가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날개의 발전판은, 빠직거리며 노랗고도 푸른 전격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마치, 바이오로이드가 화나면 얼굴이 붉어지듯이.


"사령관 각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오르카호에서 당신이 쫓겨날 이유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최근에 들어온 인간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바이오로이드들을 잠시 지휘했었어. 그 이후로.. 지휘관 바이오로이드들이 날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졌어. 칸과 용을 제외하고.'


"그게 무슨 연관이.. 아!"


'응. 그들은 이제 날 사령관에 걸맞지 않다 생각하나봐. 마지막 남은 인간에서, 다른 인간이 생기니, 내 실력이 객관적으로 평가되었지. 그리고, 결과는..'


"...2순위로..밀려났단 말씀이시군요.. 이런!"


로크는, 날개에서 뿜어져나오는 전기를 땅으로 내리치고, 하늘 위로 떠올랐다. 로크의 붉은 발광체가 유난히 빨리 떨리고 있었다.


"사령관 각하, 저는 오르카에 충성을 맹세한 게 아닙니다. 그저 우매하고 어리석은 암컷 바이오로이드들과 새로 온 인간을 위해서가 아닌, 영민하고 절 지휘할 자격이 되시며, 배울게 많은 당신을 따라 온 것이죠. 저 오르카의, 아니.. 


사령관 각하의 로크는 당신을 섬길 준비가 되었나이다."


'든든하네 로크. 내가 쫓겨난다면, 우선 분노하면서 날 감싸줘. 그리고, 어차피 추방이 확정일테니 날 따라나와. 그리고.. 칸과 용도 우리편으로 만들었으니, 참고로 알아둬.'


"알겠습니다. 영민하신 사령관 각하."


로크에게 설명을 다한 사령관은, 마치 로크가 정말로 화난듯한 모습을 한 걸 보았다. 발광체는 빠르게 떨리고있었고, 날개는 평소보다 더 많은 전기를 튀겼다.


'그리고, 복귀할때 그 모습에 대한 변명을 해야할거야.'


"..아! 알겠습니다."



03

로크는, 이내 들을 수 없다는 듯이 일갈했다.


"그만! 너희 바이오로이드 암컷들이 내는 멍청한 소리를 더는 듣고싶지 않다! 너희 바이오로이드 암컷들은, 사령관 각하에 대한 저마다의 맹세를 하지 않았던가!"


"그래, 우리 모두 저마다의 맹세를 했소. 그렇기에, 우리들은 현재 사령관을 유폐하고, 새로운 사령관님을 올리려는 것이오. 우리의 맹세는, 이제 새로운 사령관께 바치기로 했소."


모든 지휘관 일동은, 용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들의 말을 모두 들은 로크는, 코웃음치며 반박했다.


"하! 너희들의 그 맹세란건 정말 가볍기도 하구나. 2년이라는 세월을 순식간에 내칠 수 있는게 맹세라면, 그게 한번이 어렵지 두번이 어려울까? 모두 그보다 나은 인간이 등장하는 순간, 또 다시 내치게 될 맹세를.."


잠자코 듣고있던 사령관은, 끝내 입을 열었다.


"그만, 의견은 충분히 들었으니, 모두 조용히 해."


시끄럽던 회의실이, 사령관의 말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그 사람이 나보다 지휘능력도 좋고, 아니.. 지휘능력 뿐만이 아니라, 모든게 우세하다는 걸 알고있어. 2순위로 밀려난 나는, 오르카호의 내분을 야기할 수 있다 생각하고 있겠지. 날 따르는 사람과, 따르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어서."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지휘관들은 저마다의 말을 했다. 그 중, 로크만이 침묵을 지켰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사령관 각하."


"드디어 자기 주제를 아나봐? 사령관.. 아니, 인간님."


"답은 정해진 것 같소."


그리고, 사령관은 말했다.


"나는 이 시간부로, 오르카호 사령관을 내려놓고, 오르카호 밖으로 나가겠다."


"이런..!"


로크는, 사실상 분위기에 못 이겨 억지로 나가는 사령관을 보고, 분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 모인 자들 중, 오직 로크만이 불만을 표했다.


"RF87 로크, 이 결과에 용납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같이 나가는 게 좋을거다. 우리 입장에서도 내분의 씨앗은 모조리 치는게 좋으니."


"나야말로 바라던 일이였다. 애초에 사령관 각하를 따라 들어온 것이지, 오르카호를 따른 게 아니였다. 어리석고 오만한 네년들이, 내가 여기 온 이유조차 왜곡해버렸구나. 참으로 불쾌하기도 하지.."


"그럼, 인간님은 이제부터 짐을 싸서 사령관실에서 나가주시길 바랍니다.그리고.."


마리는, 그렇게 말하며 사령관의 가슴주머니에 꽂힌 위치추적기가 달린 통신기를 가져갔다.


"이건, 이제 가져가겠습니다 인간님. 시간은 내일까지 드리겠습니다."


"응, 여태 친절하게 대해주어 고맙네. 모두 고마웠어."


전 사령관은, 씁쓸한 웃음을 지어냈다. 그 표정을 보고,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은, 아무런 반응을 비추지 않았고, 그저 다구동성으로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인간님.""


그렇게 말하자, 전 사령관과 로크는, 뒤를 돌아 회의실을 나가며, 사령관을 보았다.



사령관의 표정은.. 깔끔하고 멋진 미소같았지만, 음흉하기 그지없는, 능구렁이와 다름없는 미소였다.

그리고, 로크가 보기엔,

.

.

.

전 사령관과, 현 사령관 모두 능구렁이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후회물이고, 

개멋진 롸벗인 로크랑 사령관의 머리 좋은 면을 소재로 쓰고싶었음.

솔직히 후회물이 꼴려서 쓴거기도 하고.

후회하면서 밤을 지새우는 걸 보면 기분이 째짐.


다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