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을 받은 무적의 용은 비밀의 방 앞에 도착했다. 그녀의 손에는 가방이 하나 들려 있었다. 안의 내용물을 생각하면 얼굴이 불처럼 화끈 달아올랐다.



‘소관에게 부함장의 세일러복을 입으라 명령할 줄은.’



용이란 이름답게 정대한 기개가 느껴지는 늠름한 풍모와 능력을 갖췄으나 서방님 앞에서는 한 사람의 여자일뿐. 각오를 다지며 문을 두드리기 직전 복도 반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또각또각. 굽이 높은 구둣발 소리. 누군가 비밀의 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 외의 방문자에 용은 내용물이 보일 리 없는데도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횡급히 가방을 숨겼다.


기척이 가까워지면 눈과 귀보다 코가 먼저 상대의 정체를 간파했다. 본분이 무관이기에 꾸밈에 관심이 없는 용과 상반되는 개체명처럼 상쾌한 향의 향수.



“무적의 용. 당신도 주인님께 용무가 있나요.”



말을 건넨 자는 멸망 전에도 몇 차례 마주친 오랜 인연, 펙스 회장 전용 비서 바이오로이드 중 맏이인 레모네이드 알파였다.



“그대도?”

“저는 밤 시중 부름을 받았어요.”



비밀의 방에서 벌어질 광경을 상상한 알파의 눈매가 교태롭게 휘어졌다. 레모네이드 시리즈는 성경에 나오는 일곱 가지 죄악을 테마로 만들어졌는데 그녀의 담당 죄는 색욕. 오르카에 합류해 난생 처음 겪는 성교는 깊이 잠든 본성을 일깨웠다.


낮에는 완전무결한 비서, 밤에는 아랫도리 비서. 사령관의 성기를 세우는 일이 삶의 보람이었다.


들뜬 알파와 달리 용의 낯빛은 창백하게 질렸다.



“왜 그렇게 굳어 있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뭔가 착오 아니오? 절대로 착오여야만 하오. 왜냐면 소관도 부름을 받았단 말이오…….”

“저와 당신을 동시에 다루는 남자라니 역시 주인님. 그릇이 넓으셔. 함께 최고의 밤을 만들어봐요.”



청천벽력 같은 망언, 코스프레는 둘만의 비밀이었다. 반려에게 배신감마저 느끼는 용의 심정을 모르는 알파는 플레이의 폭이 늘겠다며 손뼉을 치며 반가워했다.


하물며는 라비아타가 있으면 삼안, 블랙 리버, 펙스 정상 회의라며 너스레를 떨며 방문을 두드렸다. 용이 할 수 있는 일은 착오가 있기를 기도하는 일뿐.



“주인님, 레모네이드 알파. 그리고 무적의 용이 시중을 들러왔습니다.”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어.”



콧소리를 내는 알파와 달리 용은 지금이라도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있다거나 혹은 몸 상태가 안 좋다고 거짓을 고하여 현 상황을 모면할까 자못 진지하게 갈등했다.


문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닫힌 문이 맞이했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용이 바닥에 가방을 털썩 떨궜다.



“어서와. 뭐해, 인사하지 않고.”

“용, 알파. 어서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라비아타. 비밀의 방에서 사람 말을 하게 되어 있던가?”

“죄송해요, 부힛. 제발 용서해주세요 부히힛.”



사령관이 맨발로 자근자근 밟아주면 아기가 나오는 문이 뻐끔뻐끔 열렸다. 한발 먼저 상황을 받아들인 알파가 옷을 벗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정말 정상 모임이 됐네.”



수치심으로 죽을 수 있다면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은 지금 수명을 다했으리라. 오체투지, 아니 그보다는 일본의 사죄풍습인 도게자에 가깝다. 그녀는 알몸 도게자 중이었다.


사령관이 라비아타의 머리를 자근자근 밟았다.



“이것 좀 봐라. 천박하게 큰 젖 때문에 이렇게 머리를 밟아주지 않으면 이미가 바닥에 안 닿아.”

“서방. 아니 사령관. 소관은 실망했소. 인류는 또다시 과오를 반복하는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한탄하며 돌아선 용의 목소리에는 경멸의 감정이 묻어났다. 그녀가 슬픔의 액체를 흘릴 때 라비아타는 행복의 액체를 흩뿌렸다.



“잠시만요 용. 라비아타는 당신의 생각대로 학대당하는 게 아니에요. 주인님을 봐요. 당신이 격분하니까 당혹스러운 얼굴이잖아요.”

“레모네이드. 눈앞의 현실에 어떤 오해가 있을 수 있단 말이오? 사령관도 입이 있다면 소관을 납득시켜보시오!”



용의 일갈에 사령관이 라비아타에게서 발을 떼고 쪼그려앉아 시선을 맞췄다.



“잠깐만 라비아타.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평소에 SM 플레이하는 거 안 말했어?”

“주인님, 죄송해요. 제가 게으른 돼지라 전달하는 걸 잊었어요.”



하아, 하아. 거친 숨을 토해낸 라비아타가 큼직한 둔부를 음란하게 흔들었다. 그녀는 수치심으로 죽을 수 없지만 흥분할 수는 있는 인종이었다.


사령관은 무죄였다. 라비아타, 용, 알파의 호화로운 4P는 라비아타의 두뇌에서 나왔다.


두 사람을 선택한 것은 누구에게 자신의 본성을 들키는 게 가장 흥분될까 고심한 결과였다. 멸망 전부터 서로 라이벌로 여겼던 이들에게 치부를 보인다. 정상적인 사고관을 가졌다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이다.


현재는 허울 뿐인 영향력이지만, 멸망 전 가장 영향력이 컸던 바이오로이드 3기를 동시에 지배한다. 수컷으로서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그러나 밤일에 한정해서는 부끄럼이 많은 무적의 용이 음탕한 난교에 참가할 리 없다고 생각하여 단념했다. 라비아타가 용에게서 허락을 받았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고마워요 용. 생각했던 대로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영악한 마조 암퇘지 년. 고지식한 용이가 어떻게 반응할 줄 예상했으면서 일부러 전하지 않았구나. 이러면 혼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씨발련.”



욕지기를 뱉은 사령관이 라비아타의 머리칼을 우악스럽게 쥐고 잡아당겼다. 그녀의 입술이 자신을 매도한 입술까지 끌려왔다. 연인의 입맞춤이라기 보다는 마치 강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자기가 먼저 혀를 섞으며 희열을 느꼈다. 여자리고 보다는 이미 암컷이었다.



“그러니까 소관을 두 사람의 SM 플레이에 한층 더 불 붙여줄 기름으로 사용했다 이건가?”



모든 것이 플레이의 일환이었음을 깨달은 무렵, 어느새 전라가 된 알파가 두 사람을 반찬 삼아 한손으로는 가슴을 주무르고 반대편 손으로는 중지로 자신의 질내를 위로했다.

앞에서는 키스하고 옆에서는 자위하니 화를 내는 쪽이 바보 아닌가? 이윽고 키스가 끝나고 투명한 타액이 두 사람을 연결했을 때 깨달음을 얻은 용이 라비아타의 엉덩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미안해요 용. 이 일은 다음에 제대로 사죄 윽!”

“돼지가 언제부터 사람 말을 하게 됐소? 서방님 평소에 교육을 어떻게 한 것이오?”



본래 지구 최강의 함대를 지휘하는 손이 오늘은 다른 여성의 음모를 움직인다. 구불구불하고 하얀 터럭이 잡힌 돼지가 당황하여 무어라 항의하려고 했으나 난데없이 입에 자지가 박히는 바람에 무산됐다.


인류 복원의 사명을 가진 남근은 두께는 턱을 한계까지 벌리고 길이는 식도까지 쑤욱 들어가는 특대품.


수많은 개조로 강화한 것이 무색하게 라비아타는 내장까지 스며드는 수컷의 향기에 그만 초점을 잃었다.


용이 생각하길 이 공간에는 바보 뿐이었다. 용의 눈에는 유일한 인간인 사령관과 라비아타와 레모네이드라는 이지적은 바이오로이드는 온데간데없고 수컷 1마리와 암컷 2마리만 보이더라.


따라서 그녀 또한 상식을 벗어던지고 한 마리의 암컷이 되기로 했다.



“이 돼지가 빨리 가야 소관 차례가 돌아오겠지.”



머리털을 쥐어잡듯 보지털을 꽉 쥔 용이 반대편 손을 배구선수처럼 크게 휘둘렀다. 라비아타의 거대한 엉덩이가 추잡하게 파도쳤다.


라비아타의 엉덩이를 때리는 무적의 용이라는 비현실적인 장면에 사령관과 알파가 동시에 허리를 떨었다.


볼기짝을 맞고서 입보지를 죄어 사정을 재촉하는 게 마조암퇘지답다. 부풀어오른 귀두의 끝에서 아기 씨앗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중지 하나만 삼켰던 알파의 보지는 어느새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을 동시에 삼킨 채 찰박찰박 음란한 물소리를 냈다.


주인이 사정하는데 가버리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는 소지까지 질내에 삽입했다. 네 손가락을 넣은 결과 성대하게 분수를 뿜는데, 레모네이드라는 이름답지 못하게 투명한 액체였다.


한 번 절정해 시야가 넓어진 알파가 용이 가져온 가방을 발견했다



“두 번째는 누가 좋을까. 자지를 잘 세우는 쪽에 박아줄게.”



침 범벅이 된 양물을 뽑아내면 한 시대의 최고의 미녀로 칭송 받던 라비아타가 천박하게 입가에 자지털을 붙이고 품위라고는 가루 한 줌도 존재하지 않는듯 꺼억 트림을 하며 바닥에 철푸덕 엎어졌다.


자기 차례라고 생각한 용이 순백의 스커트 끝자락을 잡고 수줍게 걷어올리자 방금 사정한 게 거짓말처럼 자지가 딴딴해졌다.



“첫 번째는 라비아타였으니 오르카에 합류한 순서를 따라 소관이 아니겠소?”

“틀려용. 주인님~ 두 번째는 저를 짐승으로 만들어주세요.”



알파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용이 가져온 세일러복을 입은 채로.







2편은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