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내부

나는 여느때처럼 다른 바이오로이드들 몰래 긴급한 일이라며 둠브링어의 대장님을 호출하고 시시한 일이라면 가만 안둔다며 으름장을 놓는, 여전히 작고 건방진 표정 사이에 내심 불러줘서 기쁘고 '혹시 그건가?' 하며 기대를 품은 표정을 띈 '멸망의 메이'님이 들어오는걸 기다린다.


언제나 그랬듯 메이가 들어오자마자 불평하며 입을 열려는 그때.

다짜고짜 확 끌어다가 그 시끄러운 입을 막겠다는 의지로 나의 커다랗고 단련된 화가난 철충을 쑤셔박는다.

메이는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영문도 모른채 당황하며 나의 손길에 그저 끌려다닐 뿐이였다.


전희를 마친 나는 메이를 바닥에 눕히곤 미친듯이 야생의 짐승교미를 하듯 바닥에 쿵쿵소리가 들릴정도로 허리를 쉴세없이 움직인다.


3시간 정도 지났을때 쯤 개운한 표정을 지은 나는 이미 사랑에 겨워 몸을 움찔거릴뿐 말한마디 못하는 메이의 머리를 귀엽다는듯이 천천히 쓰다듬는것처럼 보였지만 그 손은 메이의 선글라스를 향하고 있었다.

메이의 멋들어진 선글라스를 자랑스레 쓰고 이어서 책상에 둔 작은 스틱 하나를 손에 든다.

닥터한테 주문제작한 멸망전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사용할 용도로 받은 '트라우마 제거용 부분기억삭제기' 같은 무언가.

기동시 강한 빛을 발산하기에 눈을 감거나 선글라스같은것으로 시력을 보호하라고 들었지만 솔직히 성능자체가 반신반의였었다.

그래서 이걸 처음 실험 해본답시고 주변에 아무도 없을때 버튼을 눌렀으며 그때 마치 짜고친것 마냥 메이가 보고를 하려고 문을 열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날의 메이는 자신이 나에게 보고하러왔다는 기억이 성공적으로 사라졌고 갸웃거리는 메이를 보며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는듯이 씨익 웃으며 메이에게 다가가 번쩍 들어올렸다.



메이의 A/DA를 때주던 그때의 회상에 잠기며 스틱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메이가 몸을 가누며 일어나려고 한다.

어이쿠 실수할 뻔했군. 서둘러 사용해볼까나.

메이가 무언갈 말하려고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않다. 어짜피 벌써 '몇십번'이고 들어본 대사이기 때문이다.


스틱을 손에 쥔 채 버튼을 누르기전에 늘 하던 대사를 해주자.

"오늘도 최고였어 메이.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사랑해?"

버튼을 누르자 방안이 섬광으로 가득차고 곧 빛이 잦아든다.

그곳에는 초점잃은 멍한표정의 메이가 있을뿐이다.

자 그럼 서둘러볼까?

나는 준비해둔 청소용구로 알몸에다 질척하게 된 메이를 깨끗하게 닦아준다.

처음에 생각없이 메이를 더럽히고 그걸 들키지않고 원상복구하는데 고생했던것을 생각하면 멸망전 고대의 인간들이 현자타임에 빠진다는게 무엇인지 공감이갔다.

이런 고생을 해가면서까지 숨기는 이유? 그만큼 사랑하고 이 행위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스스로 원해서 졸라대는 그때까지 철저히 숨길것이다.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그런일이 일어나면 좋으려만.

작게 한숨을 쉬며 마무리로 맵씨를 다듬어주며 방에 처음 들어왔을때처럼 바로 세우고 정신을 차릴때까지 싱글벙글 가만히 지켜본다.

멍한 표정의 메이가 번뜩 정신이 들고 처음 꺼낸 말은


"뭐야? 왜 아무말도 안해? 날 불러놓고 가만히있는건 무슨 배짱이야? 난 바쁜 몸이라고!"


역시나 오늘도 핀잔을 듣는다. 좀 전까지만 해도 내 밑에서 앙앙거리며 행복한 표정과는 반대로 불평스런 표정을 비춘다.

"미안, 철충이 나왔다고 해서. 지금 가줄수있어? 지도에 표시해둘게. 아, 그리고 혼자서 가능해? 편대를 지을정도는 아니라서 말야. 메이한테 그정도는 누워서 떡먹기겠지?"

물론 지금 철충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호출한지 3시간이나 지나 어디론가 사라져있겠지. 그럼에도 딱 좋은 변명이다. 해당지역을 폭격으로 쓸어버리면 확인사살따윈 하지않을것이다. 폭탄과 땅에겐 미안하지만 나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 사용되어줘.

앗. 왠지 언짢은 표정이다.


"잔챙이는 다른 녀석들을 부르란말야. 이런 일로 날 부르다니. ......뭐, 사령관이 직접 지명해준거니깐 ..딱히 상관없지만..."


저저 내심 좋아서 몸을 작게 베베꼬는 모습을 보라. 요망함 그자체다. 순간 나의 철충이 다시 건강해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중에 다른 녀석들이랑 하는게 베스트겠지.


메이는 눈깜짝할 사이에 치워주겠다며 자랑스레 말한뒤 방을 나선다.

잠깐 허벅지에 저거 물? 덜 닦은건가? 음... 메이라면 괜찮겠지.


나는 일지를 꺼내며 자랑스럽게 메이와의 89번째 기록을 적는다.

이 비밀은 그 누구도 몰라야한다. 비밀이기에 의미가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메이드들은 눈치가 빨라 더욱 조심해야한다. 나이트앤젤은 변화를 눈치챌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마라. 내겐 '이것'이 있으니. 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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