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공약같은거 걸지않을꺼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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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콘스탄챠. 여기에서는 이전에 임금이나 임무수행보상을 얼마나 받았지?"

   

   

교육시간 때 바이오로이드들에게 계산시켰던 결과들을 보면서, 나는 콘스탄챠에게 물었다.

   

이 녀석, 나는 부관따윈 필요없다고 말했는데 듣는 귀가 없는거냐. 반항하는건가?

   

뭐, 고집 센 녀석은 싫지 않지만.

   

   

"……제로,예요."

   

"아아?"

   

   

이 녀석, 지금 뭐라 말한거야?

   

   

"그 어떤 것도, 저희들은 받은 적이 없어요. 주인님."

   

"………………………… 하?"

   

   

너무 충격적이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뭐랄까, 머리를 쾅하고 처맞은 기분이다.

   

역시나 콘스탄챠, 메이드 주제에 꽤 대담한 발언이다.

   

그런 조잡한 거짓말, 나에게 통하지 않아.

   

너의 생각은 손에 잡힐 듯 알고 있다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서, 그만큼 내게서 받아가려는 거겠지?

   

빈약! 빈약!

   

   

"그거 참…… 힘들었겠군."

   

"네……정말 힘들었어요."

   

   

크크큭, 뭘 먼 곳을 보는 눈을 하는거냐, 이 사기꾼년이.

   

그러고보니 닥터도 어쩐지 받은 적이 없다는 느낌이었지.

   

설마 바이오로이드 전원이 공모하고 있을 가능성이……?

   

어이어이, 아주 재밌게 해주는구만!!

   

   

"크크큭, 과연. 알았다구, 콘스탄챠!!"

   

"네, 네?"

   

   

내가 갑자기 일어서자, 당황하는 콘스탄챠

   

자신의 계략이 간파당한 줄 알고 초조해하는 건가?

   

   

"첫 월급날은 보름 후가 예정이었다만, 마음이 바뀌었다."

   

"에?"

   

   

지금까지 받은 적이 없었다, 라고 말한다는건

   

그만큼 빨리 달라고 말하는 거겠지!

   

안그래도 유미 년이 다 완성했다고 말했으니 원하는대로 빨리 주마!

   

   

"내일 당장 주지. 모든 바이오로이드에게 전달해라!!"

   

"주, 주인님!?"

   

   

자, 그렇게 정해졌으면 ‘학대’는 서둘러야지.

   

자, 가볼까

   

‘학대’의 시간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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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호의 강당에는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모여 떠들썩했습니다.

   

모두들 침착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오늘은 사령관이 우리들에 ‘월급’을 주시는 날이에요!

   

 

"어쩌지 탈론페더! 어쩐지 두근두근거려!"

   

퀵 카멜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느낌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저도 두근두근거리고 있어요!

   

일한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이렇게 기다려지는 일이었다니.

   

   

"그런데 원래 바이오로이드들한테 월급? 임금?을 주는거야?"

   

"사령관은 지금까지의 고생한 몫……이라고 말하셨습니다만"

   

   

그래, 전 사령관이 주지 않았던 몫을, 오늘 준다고 하셨습니다.

   

누가 얼마나 무엇을 받는지는 사령관의 재량 나름이겠지만.

   

그런데 인류는 모두 멸망해버렸는데 돈 같은 것을 사용할 수는 있는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것’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갖고 싶습니다.

   

   

"모두 모였나, 바이오로이드년들아! 전원 주목!!"

   

   

사령관이 강당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앞에 섰습니다.

   

모두 일제히 침묵하며, 그 분을 주목했습니다.

   

컴패니언과 배틀메이드분들이, 뭔가를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오늘은 고지했던 대로, 너희들에게 월급을 주겠다!

여기 ‘콘.스.탄.챠’의 건의가 없었다면, 이런 날은 없었다고 생각해라!"

   

“어머! 주인님! 갑자기 그러시면…”

   

사령관의 옆에 있는 콘스탄챠씨는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콘스탄챠씨가 지금까지 그 무엇도 지원받은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얼마 전까지, 바이오로이드가 무언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전 사령관은 저희들이 모아온 물자를 전부 자신의 것이라고 하시면서 절대로 내어주시지 않으셨으니깐요.

   

   

"크크큭, 지금까지 아무 것도 받을 수 없어서 힘들었겠군."

   

   

사령관이 위로의 말을 걸어줍니다.

   

그 말만으로도,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이게 네 년들이 지금까지 노력해온 보상이라구? 크크큭. 자, 받아라"

   

   

사령관의 명령과 함께 메이드들이 일제히 움직입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하나씩 봉투를 건네왔습니다.

   

   

"이번에는 특례로 모두 같은 금액이다. 다음부터는 각자의 활약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다!"

   

   

과연, 이제는 특별 수당도 있다는 거네요.

   

그리고 마침내, 저에게도 봉투가 왔습니다.

   

……왠지 생각보다 두께가 엄청 두껍습니다.

   

 

"자, 빨리 열어봐라. 크크큭……"

   

   

사령관은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웃으면서, 옆의 콘스탄챠씨에게도 봉투를 건네고 있습니다.

   

모두들, 말에 따라 봉투 속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타,타,타,탈론페더…… 이건……!"

   

"응…… 이건, 스티커네요."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은 사령관의 얼굴이 데포르메 되어 그려진 스티커였습니다.

   

멸망 전에 유행했다던 D-엔터분들의 스티커와 닮은거 같기도 합니다.

   

그것이 약 1000장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재빠르게 계산해봤지만 틀림없습니다.

   

모두에게 사령관 스티커가 1000장.

   

순간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저도 퀵 카멜도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령관 스티커를 앞으로 오르카호의 화폐로 사용한다는 사령관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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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병기년들의 혼란스러운 모습에 참으로 눈과 귀가 즐겁다.

   

녀석들의 탄식이 곧 나의 행복이다.

   

   

"주, 주인님…… 이, 이건……"

   

"어떠냐 콘스탄챠. 기쁘지?"

   

   

크크큭, 목소리도 떨리고, 불쌍하구만

   

하지만, 나를 속이려고 한 벌이라고?

   

‘겨우 그 정도’밖에 돈을 못 받는건!!

   

   

아주 최근에 제조된 녀석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최소 1년 이상은 살아왔다.

   

심지어 멸망전 개체들은 100여년 이상 철충과 싸워왔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동안 아무것도 받은 게 없다고?

   

내게서 그만큼 받아내려고, 그런 계획으로 거짓말을 한거겠지. 크크큭.

   

유감이구만, 거짓말쟁이는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한다고!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만 너희들에게 준다. 심지어 싸워온 시간같은건 반영조차 하지않은 동일임금!

   

크크큭, 공산주의의 괴로움을 깨달아라!

   

   

"이, 이런 것을 받아도, 괜찮을까요?"

   

"……크큭, 당연하지"

   

   

이 년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구린 연기를!

   

마음속으로는 거짓말이 들켜 초조해하고 있는 주제에, 크크큭.

   

더 좋은 걸 기대하고 있다가 스티커 따위를 보고 실망했을 주제에!

   

뭐, 거짓말에는 그에 상응하는 응보로 갚아주고 있는 셈이지만, 크크큭.

   

언제 거짓말이 들켜 처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하는 두려움에 떨어라!

   

   

   

어제 콘스탄챠와의 대화 후, 나는 리리스와 상담, 안드바리와 함께 물자창고로 향했다.

   

물자창고에는 참치캔 같은 식량은 물론 각종 생필품, 전자제품, 액세서리, 고급옷감, 보석 등 다양한 물자들이 쌓여있었다. 

   

지금까지 이 녀석들이 탐색을 수행하며 긁어모아온 것이겠지.

   

얼마나 긁어모아댔으면 지금까지 실컷 쓴 것도 모자라 물자들이 아직도 이렇게나 많이 남아있냐! 

   

근데 부품, 영양, 전력은 왜 이리 부족한지 모르겠군. 

   

   

어찌됐든 녀석들이 필요한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던 자유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내가 모든 것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팔아 먹을테니까, 크크큭.

   

심지어 이 새로운 화폐마저도 D-엔터 녀석들 것을 참고해 만든 사실은 단순한 스티커에 불과하다고?

   

앞으로 이 몸이 화폐발행권을 가지고 화폐를 찍어낼 수 있다는 거다.

   

한마디로 돈이 복사가 된다고!

   

   

멍청한 바이오로이드년들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무렇게 찍어낼 수 있는 이런 스티커를 앞으로 더 많이 얻어보겠다고 아등바등하겠지.

   

크크큭, 앞으로 이 녀석들의 모든 경제활동조차 이 몸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찮은 바이오로이드들이여! 네 년들을 지배해주마! 나의 '학대' 앞에 무릎 꿇어라!

   

최고로 High!한 ‘학대’가 아닐 수가 없다!

   

   

   

"크큭, 그럼 콘스탄챠. 그것이 사용되는 곳을 알려주마."

   

"에?"

   

   

바이오로이드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가라앉아서, 나는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모처럼 받은, 그 쥐꼬리만 한 월급마저 모조리 앗아가 버리는 지름신의 유혹을!

   

   

"유미, 그걸"

   

   

유미가 스크린에 내 명령으로 구현한 사이트의 주소를 띄었다.

   

WWW.ORCAHAKDAE.COM

   

   

"……? 뭔가요 이 주소는?"

   

"어이쿠 탈론페더, 이 녀석은 너희들에게 보물 상자나 마찬가지라고?"

   

스티커를 고개를 갸웃하는 탈론페더를 내가 가리킨다.

   

크크큭, 보물 상자는 보물 상자지…….

   

   

"아아, 이것은 ‘온라인 쇼핑’이라는 것이다.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뭐든지 구매할 수 있지."

   

끝없는 재앙, 판도라의 상자지만. 크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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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스 초코바도 있어!"

   

"난 손목시계를 가지고 싶은데"

   

"옷들도 많아! 아, 이 옷 엄청 예뻐!"

   

"지, 짐은 이 뉴에이지라는 대적자의 책을 갖고싶은거다!"

   

"……저는 이 볼륨패드라는 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모두들 쇼핑사이트를 둘러보면서 화기애애하고 있습니다.

   

사령관이 말하기를, 여기에 올라온 물건은 전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원하는 물건을 골라서, 그것을 돈과 함께 유미 씨에게 제출하면

그것이 배달되어서 자신의 것이 됩니다!

   

자신이 노력해 번 돈을 사용해서 자기 소유의 물건을 산다.

   

이렇게 가슴 뛰는 일이 또 있을까요!

   

   

"탈론페더, 그건?"

   

"그, 그랬지!"

   

   

맞아, 제가 원하는 ‘그것’입니다.

   

반드시 사이트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검색, 검색!

   

   

"앗……"

   

   

발견했습니다.

   

제가 제일 갖고 싶었던 것

   

제가 너무 좋아하는 것

   

   

   

"크크큭, 갖고 싶은 물건은 있나?"

   

   

사령관이 제 옆에 서있었습니다.

   

저는 높아지는 감정을 억누르고, 네, 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켰습니다.

   

   

"저는 이 ‘카메라’를 갖고 싶습니다."

   

   

카메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예전부터 그것을 무척 원했습니다.

   

책에서 읽었기 때문일까, 탈론페더라는 개체 안에 내제된 본능과 같은 것 일까.

   

패널로 찍는 사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고 보다 전문적인 것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갖고 싶다는 마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심지어 전 사령관한테까지도 슬쩍 말해본적이 있었습니다.

   

   

‘쓰레기 주제에 사치품을 갖고싶어하다니 기분 나쁘다.’

   

라는 말을 들으며, 징벌방으로 끌려가 엄청 구타당했지만요.

   

   

"호오…… 카메라인가"

   

   

사령관은 카메라 상품들의 이미지와, 저를 번갈아 봅니다.

   

기분 나쁘다고, 역시 바이오로이드 따위가 주제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괜찮지 않나. 좋은 취미구만"

   

"……!"

   

   

사령관……

   

이상하다고 비웃지 않아요?

   

바보 취급하지 않아요?

   

때리지 않으시는 건가요?

   

   

"나도 사진은 좋아한다. 다음에 찍게 되면 나한테도 보여라."

   

"네, 넷! 탈론페더에게 맡겨주세요!"

   

   

저는 무의식적으로 경례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령관이 인정해준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

   

   

"크크큭, 기대되는구만"

   

   

사령관은 손을 흔들며, 강당의 떠들썩함에 섞여 갔습니다.

   

저는 그 뒷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네, 탈론페더."

   

"응……."

   

   

저는 오늘, 소중한 물건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돈도, 카메라도 아니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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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아~진? 사아아아아~진?

   

이 몸은 사진술에도 나름 조예가 깊다고?

   

크크큭, 이제부터 네 년이 찍어올 허접한 사진들의 문제점을 아주 까다롭게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지적’해주마!

   

이 무시무시한 ‘학대’에 그 때 네 녀석이 지을 절망의 표정이 기대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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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발행권까지 손에 쥐고, 심지어 자기 얼굴을 박은 화폐를 유통시키다니

사악한 사령관이 학대를 넘어 엄청난 독재자의 길로 걸어가고 있슴 아 너무 무섭다

이 불쌍한 바이오로이드들을 구원하소서

   


그리고 사령관의 이 학대 때문에 지금의 순수했던 탈론페더가 사라지고 머지않아 딸페, 플라잉 소라넷으로 승급하게 됨.

억제기 역할을 하고 있었던 빛간의 깊은 뜻마저 무시하다니 구역질나는 사악함이란!

   


스티커 화폐라는 좋은 소재를 제공해준 유미의 편의점에게 감사 또 감사

유미 눈나도 애호해죠

   


다음 섹돌은 레오나 이후로 지휘관급이 안나온거 같아서 아마 리리쮸, 라비아타로 생각중.

아우로라, 독타도 떠오른다. 갑자기 느낌이 와쓰요.


근데 다음화는 뽀삐 6장 캐야 나올듯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