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01살을 막 넘길 즈음의 일이다.
아직 어린 나에겐 다 큰 언니들이 사령관을 쫒아다니며 계속 닥달하는건지를 몰랐을 시절, 코헤이교단에서 달란트 잔치라는 행사를 진행하였다.

달란트를 이용해 컵떡볶이, 모모 장난감, 참치 등 그동안 내가 갖고 싶던 상품들을 구매 할 수 있는 행사였으며, 달란트란건 코헤이교 행사에 꼬박꼬박 출석하며 천사언니를 도와주면 받게 되는 엉성한 종이쪼가리였다.

큼지막하게 종이에 적힌 달란트란 글씨는 천사님이 손으로 쓴 건지 크기는 제각각 달랐고, 가끔씩 맞춤법도 다르긴 했지만 곧 있을 달란트 잔치에서 컵떡볶이에 참치를 토핑한 후 그동안 노리고 있었던 모모 1/7사이즈 피규어를 살 수 있을거란 기대에 참치캔으로 만든 저금통에 차곡차곡 달란트를 저축해갔다.

하지만 달란트 잔치 2주 전, 예상치도 못한 일이 발생하였다.
달란트 잔치 상품으로 자기 자신을 건 사령관 덕분에 행사엔 관심도 없던 언니들이 참가하게 된 것이다.

컵떡볶이를 먹을 생각에 하루하루를 기다리고 있던 내 또래 친구들은 간악한 언니들의 꾀임에 넘어가 달란트를 헐값에 넘겼고, 나 또한 달란트를 무사히 가지고 있기란 쉽지않은 상황이었다.

평소처럼 코헤이교 예배에 참석한 후 방으로 돌아오던 중, 결국 소문으로만 듣던 언니들을 만나게 되었다.

"거기 너, 달란트 좀 볼 수 있을까??"

분홍머리를 찰랑거리며 띠꺼운 표정을 짓고 있던 언니는 다짜고짜 손을 내밀며 달란트를 요구했고, 무서웠지만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없는 척 연기를 했다.

"뒤져서 나오면 1개에 딱콩 한대씩이다??"

분홍머리 언니는 엄지와 검지를 딱딱 튕기며 겁을 주었다.

'저거에 맞으면 혹이 날거야'

여유롭게 껌을 씹으며 손가락을 팅기는 언니의 눈치를 잠시 살핀 후 이런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몇장 빼두었던 달란트를 공손히 건냈다.

"진작 줄 것이지"

달란트를 받기가 무섭게 이마엔 딱콩이 날아왔고, 생각대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우으으으으...."


"어머, 얘 좀 봐. 그 정도 가지고 울먹이는거야??"


"우으으으.....우에에에에에엥....흐에에에에엥"

"아이씨, 조용히 해. 자꾸 그러면 또 맞는다?"


"끄으으윽....으허어어어엉 허어어어어엉....허어어어어어엉!!"

"아...알았어, 반은 돌려줄게"


분홍머리 언니는 4달란트 중 2달란트를 돌려준 후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쳤다.

언니에게 이마를 맞으며, 더 뜯길 것을 염려해 있는 힘껏 울어버린게 효과가 있던 모양이다.


현재까지 모인 달란트는 총 152달란트, 이슬람 원론주의자여서 코헤이교단 행사엔 참석 못하는 코코에게 사줄 컵떡볶이 값을 제하면 약 122달란트 정도를 온전히 나 자신에게 쓸 수 있다.

꽤나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종이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달란트였지만 기분만큼은 오르카호 전체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지니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마지막 달란트 수급을 마치고 행사장에 들어선 나는 기동형은 아니지만 하늘을 날아가는 듯 행사장을 돌아다녔다.

"컵떡볶이, 모모 피규어, 참치"

바로 사버리면 재미가 없다. 천천히 행사장을 한바퀴 돌아본 다음에 계획을 실행할거라 다짐한 뒤 행사장을 돌아보았다.


"흑흑.....끄흑......"

행사장을 돌아다니던 나는 흐느끼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가자 목에 사슬이 걸린 사령관이 울고 있었다.

"사령관, 왜 울고 있는거야"


"흑.....좌우좌구나. 다른게 아니고....아스날이 날 사갈거래"


사정을 들어보니 달란트를 잔뜩 모은 아스날이 사령관을 사러 올 것이라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이다.

"120달란트만 있으면 피할수 있는데.....그렇게 많은 달란트를 가진 사람이 누가 있겠어....끄흐흐흑"


사령관은 남자였지만 마치 참치창고를 털린 안드바리처럼 울어댔다. 안드바리가 우는건 괜찮았는데 다 큰 사령관이 저렇게 울고 있으니 꼴불견으로 보였다.

"히....힘내, 사령관"

"흑.....미안, 쓸데없는 소릴했네"

사령관을 뒤로 하고 다시 행사장으로 향했지만 그런 꼴을 본 뒤여서 그런지 도저히 행사를 즐길 생각이 들지않았다.

"컵떡볶이 둘, 아니 하나만 포장요...."

코코에게 줄 컵떡볶이 하나를 포장한 후 신경이 쓰이는 그 곳으로 향했다.

신경 쓰이던 그 곳에 들어서자 험상궂게 생긴 언니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잠깐, 애들은 못들어가"

"저...부....분홍머리 언니가....이걸 갖다 달라고 했어요"


포장해 온 떡볶이를 보여주며 언니들에게 말했지만 그녀들은 코웃음을 치며 손을 절래절래 흔들었다.

여기서 그냥 돌아가면 그걸로 끝날 일이었지만, 괜한 호승심이 생긴 나는 달란트를 한장씩 언니들의 손에 쥐어주었고, 잠시 눈치를 보던 언니들은 딴청을 피우며 입구에서 자리를 피했다.

입구를 지나자, 어린이들을 못들어가게 한 이유가 뭔지 알것 같았다. 예전 테마파크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옷 같지도 않은 천조각을 걸친 언니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무대 위에선 사슬에 묶인 사령관이 언니들에게 노려지고 있었다.


"20달란트!!"


"40!!"


"55!!!"

언니들은 손땀에 젖은 달란트를 흔들며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신 소변보는 구멍을 긁어대고 있었다.

"80!!"


"네, 80 나왔습니다. 더는 없습니까??"


80달란트가 불리자, 일순간 조용해졌고 사령관은 처음 만났던 때와 같은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9....90...."

보다 못한 나는 90달란트를 불렀고, 시선은 일제히 내 쪽으로 쏠렸다. 주변에선 당장에라도 찢어죽일듯한 기세로 노려보는 언니들과 다 들릴 정도로 욕설까지 했지만 사령관의 그런 눈을 보고나니 어떻게든 구해주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자 90, 90나왔습니다. 이대로 끝납니까??"

"100"

검은 머리의 장신 미녀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100달란트를 들어올렸다.
사령관이 말했던 아스널이란 사람이 저 사람인게 틀림없었다.


"105!"

남은 15달란트로 하다못해 모모스티커는 살 수 있을 여유는 남았다.


"110!"

아스널 언니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팬티속에 있던 달란트까지 꺼내보였다.


"1....120.....흑....크흑....."

'안녕 컵떡볶이, 미안해 모모'

눈물을 머금고 나는 사령관을 120달란트로 구매하였다.

사령관을 구입한 나는 딱히 쓸데도 없는 그를 풀어주었고 그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9꼬리 여우 두마리와 방에 들어가 알몸레슬링을 시작했다.

잘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왜 이렇게 울화가 치밀어오르는걸까??

결국 한 손에 들린 컵떡볶이를 코코와 나눠먹으며 내 어린 시절의 달란트잔치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