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이 죽었습니다.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진 알프스 고원의 크로커스 꽃밭 위에 돗자리를 펴고 사랑하는 주인님의 옆에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창공의 청량함을 보며 탄성했던 기억이, 품에 달려와 안겨 고개를 부비고 꽃밭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손수 만든 꽃반지를 제 오른손 약지에 끼워주었던 그녀와 함께한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여 잊히지 않습니다

 

그날,

 

그녀가 천사가 되어 떠난 날,

 

그녀가 내 곁에서 떠난 날,

 

그녀가 우리에게서 떠난 날,

 

그날.

 

그날 이후로 우리의 삶은 끝이 보이지 않는 미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으리라는 것만은 직감할 수 있는 그러한 진공 속으로 영원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가 알프스 고원에서 본 듯한 저 하늘로 날갯짓하였을 때, 주인님께서는 저를 원망하셨습니다.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절망으로 어둡게 젖은 얼굴의 주인님은 분노와 비애가 섞인 비참한 눈물을 비워내며 저에게 그 울분을 쏟아내셨죠.

 

다만 그분의 비통함을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조용히, 그저 조용히 눈물 흘리며 그분의 무자비한 폭력을 몸으로 받아내었습니다

 

마침내 비처럼 쏟아지던 무력행사에 지친 주인님께서는 제 옆에 무릎 꿇고 주저앉아 통곡하셨습니다. 그리고 신에게 비셨습니다. 이런 꿈은 꾸고 싶지 않다고, 이 추잡한 운명의 사슬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이 가혹한 현실은 꿈이며, 거짓이라고 말해달라고. 그렇게 애통하고 간절하게 비셨습니다.

 

격심한 감정 변화에 지쳐 쓰러지시기 전에, 그분은 외마디 단말마를 남기셨습니다.

 

널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통나무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 밖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풍기는 불쾌한 곰팡이 냄새와 짙어지는 그림자는 우리의 참혹한 운명을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끌고 가는 듯하였습니다.

 

/

 

라벤더는 우리의 첫 아이였습니다. 신인류의 시작을 알리는 소중한 씨앗이었죠.

 

과거에 제가 해충이라고 불렀던, 그러나 지금은 믿음직한 동료이자 마음을 터놓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은 저보다 우월하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만한 요철과 풍성하고 결이 좋은 머리카락의 그녀들은 주인님을 매료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졌죠.

 

그녀들은 비단 외모뿐 아니라 능력적인 면에서도 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우월성을 가졌습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신과 같은 능력-비바람을 일으키거나 날씨를 맑게 하는 힘, 혼자서 몇천 명의 군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신체 능력, 특이점을 일으킬 정도의 지능, 생체전기를 자기장으로 바꾸는 초능력 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제 친구들은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 해내었죠.

 

안타깝게도 저는 그렇게 커다란 유방을 가지지도 못했고,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외형을 지녔으며 초자연에 범접할 만한 능력을 타고나지도 못한 탓에 그분의 사랑을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보였습니다.

 

심지어 저의 유전자에 각인된 집착과 광기로 인해 그분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그분의 소중한 사람들을 해하는 등, 사랑받기는커녕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으므로 주인님께서 증오하시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그러나 그분은 저를 사랑하셨습니다. 마치 성경 속 이야기에 나오는 성자처럼 주인님은 저의 죄를 미워하실 뿐 저를 미워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저 또한 그런 주인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사랑하였습니다

 

그분의 극진한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저는 달라졌습니다. 동료를 포옹하고 자매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방법을 깨닫고 더 이상의 집착과 광기를 보이는 법이 없어졌죠. 옆에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그들을 축복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변화해갈수록 저와 주인님의 사랑은 더 깊어져만 갔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스킨쉽으로 시작했던 우리의 관계.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 순간 가볍게 손을 포개고, 조금 더 긴밀한 관계가 되었을 때는 진하게 키스하고,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는 깊어가는 밤, 보름달이 차올라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주는 아름다운 밤, 달빛을 반사하여 푸른 빛으로 발광하는 바다가 아름다웠던 밤

 

그날 밤, 우리의 사랑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전쟁도 끝나지 않았는데 임신이라니. 걱정과는 달리 모두가 저의 회임을 경하해주었습니다. 앙숙이었던 리리스는 스스로 저의 호위무사를 자처하였고, 마찬가지로 원수 같은 사이였던 소완은 말없이 다가와 저에게 지고의 만찬을 대접하였죠.

 

다른 자매들은 전쟁이 끝나고 배가 산처럼 불러올 무렵, 저와 주인님, 그리고 라벤더 셋만을 위한 거대한 저택과 화원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건축은 설계를 맡은 닥터 양을 주축으로 다른 동료들이 맡아주었죠.

 

아이를 품었을 무렵, 전쟁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었습니다. 우리의 세력은 온 지구를 뒤덮어 외계 생명체, 반동 세력들조차 함부로 건들 수 없을 만큼 강성해져 있었기에 저는 전투에 나설 필요 없이 제 뱃속의 축복을 관리하는 데에만 주력할 수 있었어요.

 

전투에 지쳤을 터인 동료들은 밤마다 찾아와 저마다의 응원, 혹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응원해야 할 사람은 저인데도.

 

그럴 때면 동료들을 해충이라 부르며 괄시하고 모욕하던 저의 모습이 부끄럽고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동료들은 저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달라진 제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었죠.

 

그날은 한참이나, 한참이나 모두와 얼싸안고 울었습니다

 

모든 일이 잘 풀리리라고 생각했고, 제 생각처럼 모든 일이 잘 풀려 갔습니다. 적어도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요.

 

/

 

마침내 모든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어여쁜 여자아이를 출산하였습니다

 

전쟁은 끝났으나 아직 오르카를 떠나지는 않았을 때였습니다. 저는 몸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격통, 순식간에 물밀 듯이 밀려오는 산통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함께 아이의 미래에 대해 담소를 나누던 리리스가 쓰러진 저를 들어 업고 양호실로 달려갔어요

 

신음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쓰러졌을 때, 리리스의 얼굴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세상 전부를 잃은 듯한, 위기감이 절정에 치달은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던 리리스가 냉정함을 상실하고 도움을 청하던 모습에, 고통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했으니까요.

 

식은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비애에 젖은 눈빛으로 바라보던 리리스는 어찌나 놀랐던지 저의 손을 으스러뜨릴 기세로 꽉 잡고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후에 말을 들어보니 이대로 저와 제 아이를 잃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는 마음에 심장이 덜컥 주저앉았다더군요.

 

힘든 기색을 최대한 감추고 힘겹게 지어낸 제 미소에 무사히 돌아오라며 폭포처럼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말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분만실로 들어가려 하자 주인님께서 잠옷 차림으로 달려와 저의 얼굴을 마구 더듬으셨습니다

 

저 살아 있어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입에서 겨우 쥐어 짜낸 말에 리리스와 마찬가지로 안도의 눈물을 흘리시던 주인님은 방긋 웃으며 무사히 돌아와야 해.’라고 말씀하시고는 분만실 옆에 마련된 의자 옆에 서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던 리리스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으셨죠.

 

위생상의 이유와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산은 극소수의 의료진들의 주도하에 이뤄졌습니다

 

대신 출산 과정은 사전에 합의된 대로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되었습니다. 리리스는 그 소식에 크게 노하여 그것을 제안한 탈론페더 양에게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으나 제가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사이에 끼어들자 더 이상의 공격은 자행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저의 허락 하에 이뤄진 중계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목이 쏠렸습니다

 

들려오는 말로는 코헤이 교단의 신도들은 제 영상을 보며 에게 새 생명이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기도를 했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덜 성숙한 아이들은 제 영상을 시청하며 생명 탄생의 신비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것들과는 별개로 저는 10시간에 걸친 출산 동안 그야말로 끔찍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흔히들 매체에서 표현되는 출산과는 완전히 다른, 지금까지 겪은 고통과는 차원이 다른 광범위적인 고통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시간이었죠.

 

너무 아프면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하죠

정말 그 말대로였습니다

 

금속 골격이 일제히 벌려지며 뼈와 근육이 쑤셔오고, 복부에서는 아이가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울리는 진동이 통각을 지배하고... 그 끔찍한 시간을 지켜보던 리리스는 차마 그것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기도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요? 인고의 시간 끝에 라벤더는 마침내 세상 밖으로 무사히 나올 수 있었습니다. 동공이 풀려버린 탓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갓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듯이 크게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아아, 나의 아이... 그녀가 태어나기 전, 주인님께서는 그녀의 이름을 지을 권한을 주셨으나 저에게는 신인류의 시작인 이 아이의 이름을 지을 만큼의 책임감도, 용기도 부족하였습니다

 

주변에서는 자신들이 생각한 이름을 넌지시 말하기는 했으나 그것들도 제 성에 차는 이름은 아니었죠

 

이렇게 고집스러웠던 제가 아이의 이름을 정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진통으로 인해 잠깐 기절했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동공에 비춰 보였던 꽃병. 그 꽃병에 가지런히 꽂혀있던 라벤더.

 

아이는 크게 울어대고, 간호사들은 저를 깨우면서도 아이를 진정시키고 건강을 체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주인님은 그 사이에서 허둥대고... 그런 와중에서도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라벤더와 그 향기는 제게 형용할 수 없는 여운을 주었어요.

 

주인님... 아이를... 아이를 보여주세요...”

그녀의 이름을 정한 저는 숨을 헐떡이며 주인님을 불렀습니다.

 

리제! 일어났어? 다프네, 어서 아이를 보여줘!”

 

제가 무사히 깨어났음을 알아챈 주인님은 연신 키스를 해대면서도 아이를 들고 달래던 다프네를 큰 소리로 부르셨어요.

 

, 언니. 정말 다행이에요. 두 분 다 무사하셔서... 저희의 첫 인간님은 아리따운 공주님이랍니다?”

 

다프네는 기쁜 듯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품에 아이를 안겨주었어요. 그런데 지치지도 않고 울부짖던 아이가 품에 안기자 갑자기 울음을 멈추었어요. 마치 제집을 찾은 아기새처럼 포근히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든 아기를 보자 저는 그제서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긴장이 풀리셨는지 주인님께서는 다리에 힘이 빠져 쓰러지실 뻔하셨으나 다프네의 부축을 받아 겨우 제 옆에 앉으실 수 있었습니다. 겨우 숨을 고른 그분은 여전히 아기의 볼에 볼을 부비는 저의 등을 토닥여주셨어요.

 

모두가 그 감동스러운 순간을 함께해주었습니다.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마침 정신을 차린 리리스도 와서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해주었죠.

 

스토... 리제! 괜찮아?”

 

리리스는 뛰어왔는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헉헉대었습니다. 저는 폭포처럼 쏟아내던 눈물을 훔쳐내고 그녀에게도 아이를 안겨주었어요.

 

이게... 인간이구나...”

리리스의 엉뚱한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인간님은 네 눈앞에도 있는데?”

어린 인간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그래.” 

 

리리스는 뭐가 그렇게도 신기한지 아이를 가까이했다, 멀리했다, 기울였다, 쓰다듬었다 하면서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 해있던 표정이 싱글거리는 엄마 미소로 바뀌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후후, 귀여워. 리제 너에게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이잇... 해충! 내가 뭐 어때서!”

리리스는 발끈하는 저를 비웃는 것처럼 생글거렸습니다.

 

, 주인님께서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귀엽게 태어난 것이겠지.”

그러더니 풋, 하고 웃으며 저에게 다시 아이를 안겨주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너 치고는 수고했네.”

리리스는 멀뚱히 서서 잠깐 무언가 고민하더니 물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아이 이름은 아직도 못 정한 거야?”

 

주인님도 그 말을 들이시고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죠.

 

“... 라벤더.”

 

?”

 

, 라벤더...”

 

제 말을 들은 두 사람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주변을 몇 번 둘러본 리리스는 그새 이해했는지 너 다운 이름이라며 가볍게 웃고는 나쁘지 않다고 해주었고, 주인님께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시다가 되물었습니다.

 

어쩌다가 그 이름을 떠올리게 된 거야?”

 

주인님, 제가 설명해드릴까요?”

리리스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리리스, 네가 어떻게 알고?”

주인님께서 눈을 크게 치뜨고 질문하셨습니다.

 

후후, 제 지능을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니세요? 이래 봬도 상황판단 능력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요.”

 

, 그럼 들어나 보자.”

리리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제가 봤던 라벤더 화병을 가리키었습니다.

 

저 꽃병이 보이시죠? 저것 때문일 거에요.”

? 저게 왜?”

주인님께서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셨습니다.

 

리제의 입장에서 보자고요. 저 침대에서 눈을 뜨고, 바로 보이는 것이 뭘까요? 보통은 천장, 그 다음엔 양옆을 보겠죠. 왼쪽에는 출입구뿐이니 결국 남은 것은 저 화병뿐이에요. 리제가 출산통으로 잠깐 기절한 뒤에,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마 아이를 돌보느라 다들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겠죠?”

 

주인님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시며 귀를 기울이셨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들으니 그녀가 제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여전히 온몸을 쑤시는 고통, 그리고 주변의 소란

그 한가운데에서 바로 눈에 띄는 저 라벤더는 아마 리제의 인상에 남았겠죠

주인님은 모르시겠지만 라벤더의 꽃말은 침묵이에요

실제로 진정효과가 있기도 하고요. 그 혼란과 대비되는 멋진 화초인 셈이죠

그런 라벤더가 리제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 것 아닐까요? 아니면 이 아이 자체가 자신에게 안정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일 수도 있겠네요.”

오오...!”

 

주인님은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사를 내뱉으셨습니다

과한 반응에 리리스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코웃음 쳤죠.

 

,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리제의 딸보다는 리제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일 텐데 말이에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걸 알아내는 것은 주인님께 맡길게요

앞으로 리제와 함께 살아가며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야말로 리제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그런 이름이거든요. 아마 그걸 알게 될 때쯤이면 주인님께서 리제를 다시 보게 될 거에요.”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저는 리리스를 보며 빙긋 웃었어요. 오늘은 이제 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가까운 그녀가 새삼 더 멋있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답니다.

 

/

 

저희는 이제 바다에서 나와 지구의 문명을 새로 개척하며 구 인류의 흔적을 지우고 그들의 실수와 죄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토미워커를 비롯한 인부 로봇의 소리가 멎지를 않고 아직 100여 년 전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들을 보수하거나 부수느라 여기저기 먼지가 일었습니다

 

본래 공사 업무에 동원하려 했던 더치걸들은 주인님의 격한 반대로 인해 특별히 마련된 숙소에서 다른 인원들과 묵고 있었으므로 작업이 더뎌진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물론 스스로 주인님과 미래의 문명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며 애원하는 바람에 그녀들도 현장 업무-로봇들의 일에 비하면 비교적 강도가 낮기는 하지만-에 나가게 되기는 했지만요.

 

멸망 전에는 38선이라고 불렀다고 하죠?

 

저희는 아직 천혜의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된 그곳의 절벽 위의 공터에 자리를 잡고 작은 저택과 정원을 만들어 살았습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공사판의 소음과 오염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요.

 

푸른 풀 내음이 그동안 해저에서만 지내온 호흡기를 자연의 빛으로 물들여주고, 은은하게 퍼지는 장미와 튤립 향이 천연의 향수처럼 몸을 감싸왔습니다.

 

가끔 정원에 놀러 오는 사슴과 노루를 벗 삼아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저의 노랫소리에 이끌려온 주인님과 함께 앉아 절벽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숲을 보며 서로에게 달콤한 사랑의 말을 속삭이기도 했답니다

 

물론 그런 여유로운 시간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고된 일이었거든요. 틈만 나면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또 전에 비해 조금 커진 가슴에서 나오는 젖을 물리고... 

 

분명 행복한 일이었지만 이대로라면 과로로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멸망 전의 인간님들은 강화도 되지 않은 몸으로 육아와 집안일, 심지어는 밭일까지도 겸업하셨다고 하니, 정말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모를 위협을 막기 위해 저택 근처에 따로 마련된 별채에 사는 리리스가 아이를 함께 돌봐주기도 했지만, 나름 강인한 그녀에게도 힘든 일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어요.

 

그래도 우리의 노력이 헛수고는 아니었는지 아이는 하루, 일주일, 한 달이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살아있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던 작은 아이는 어느새 기어 다니기 시작했고, 곧 걸을 수 있게 되었으며 몇 달이나 흘러서는 말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주인님의 우월한 유전자 덕분인지, 최고급 오리진더스트의 영향인지, 아이의 성장은 보통의 인간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성장이 단 1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면 믿으실 수 있겠어요? 아이의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젖을 물릴 때나 아이를 달랠 때는 리리스나 주인님까지 들러붙어서야 겨우 가능할 정도였으니 말 다 한 셈이죠.

 

때로는 아이를 보기 위해 자매들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고민 끝에 챙겨온 선물이 무엇일지 예상하기도 하고, 그 선물 상자를 열어본 뒤 아이의 반응을 구경하는 것은 저택을 찾아온 이들의 연례 행사와도 같은 것이었죠.

 

저보다 딸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질투 나기도 했지만 금방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저는 이제 부모이니까요. 딸이 사랑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이해해야만 합니다. 동시에 안심했습니다. 옛날의 저였다면 분명 제 손으로 딸을 해치고 말았을 테니까요.

 

라벤더는 꾸준히 성장해 어느덧 일상적인 대화까지 가능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리리스와 주인님은 라벤더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았고, 저는 뒤에서 묵묵히,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주인님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마음 아팠지만 제 딸이 그만큼 사랑스럽다는 반증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슬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라벤더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나 행복한 나날들은 아이의 병과 함께 망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라벤더, 라벤더!”

 

“...!”

 

숨을 헐떡대는 소리, 고통에 찬 신음

저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딸을 마구 흔들어 깨웠습니다.

 

입에 거품을 가득 문 그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고, 목에는 졸린듯한 손가락 모양의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의식을 되찾은 딸은 악몽을 꾸었다고 했습니다. 새까만 색의 리리스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그런 끔찍한 악몽을요

 

너무 무서웠어...”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여기 있어요. 다 괜찮을 거야.”

 

아이는 겨우 잠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하룻밤의 변덕일 것이라고, 우리가 가끔 꾸는 악몽과 같은 것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후로 아이는 주기적으로 악몽을 꾸었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져 갔습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캐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침묵뿐. 결국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무언가 연관이 있을 리리스를 찾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어머, 스토커? 이 새벽에 무슨 일이야?”

저는 침착하게 그동안의 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설마 휩노스... 는 아닐테고. 내가 무서워 보였나? 막말로 스토커 네가 나보다 무서우면 무섭지 덜 무섭지는 않잖아. 단순히 내가 무서워서는 아닐 것 같은데.”

 

해충, 네가 우리 라벤더 괴롭힌 거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는 애가 이렇게 끙끙 앓을 리가 없잖아!”

 

저도 모르게 발끈하여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말 다 했어, 스토커!? 내가 미쳤다고 주인님의 딸을 괴롭히겠어? 정실이 되지 못한 것이 불만스러울지언정 그런 쫌생이 같은 짓은 안 해. 그 작은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너에 대한 원한을 담겠냐는 말이야.”

 

리리스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꾸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원수 같던 리리스였지만 그건 정말 옛날의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생각에도 리리스는 이런 나쁜 일을 벌일 해충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저를 해코지하면 몰라도요.

 

일단 주인님께 말씀드려. 이건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거든? 닥터 양이라도 불러서 진찰을 받아.”

 

“.... 알겠어.”

 

차라리 닥터 양이 와서 해결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닥터 양은 뇌파 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멀쩡한 상태라고 이야기했고, 단지 몸 이곳저곳에 난 외상들이 신경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그것들은 라벤더가 악몽을 꾸고 나면 생기는... 마치 성흔과 같은 것이었어요.

 

닥터 양이 돌아간 이후로도 라벤더의 증세는 더 심해지기만 할 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밖에 나갔다가 다쳐서 돌아오는 일까지 겪었죠.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리리스를 가만히 둘 수는 없었어요. 이성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저는 격노하여 리리스를 덮쳤습니다.

 

... 이 빌어쳐먹을 해충! 감히 내 딸을!”

 

당연한 일이지만 전 리리스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리리스는 절 순식간에 제압하고는 불쾌한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었습니다

 

미쳤어!? 또 무슨 일인데!”

네년이...! 우리 라벤더를!”

 

“... ?”

네년이 라벤더를 다치게 했지!?”

, 무슨 소리야. 라벤더가 다쳤어?”

 

그래! 무릎이고 손이고 다 까졌어! 네년이 한 짓이지? ? ?”

리리스는 벙 찐 표정으로 제 주먹질을 가만히 맞고만 서 있었습니다.

 

낮에... 싸웠는데...”

짓누르던 무게감이 사라져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라벤더가 내가 밉대. 그 말에 너무 서운해서... 나도 모르게 화를 냈어.”

완전히 넋이 나간 리리스를 보고 있자니 더 이상 화를 낼 기분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내가 계속 따라다녔어야 했는데...”

라벤더는 리리스와 싸우고 돌아오는 길에 넘어진 모양입니다.

 

“.... 저녁에 라벤더 방에 가봐. 그리고 똑바로 전해. 네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이 뭔지. 네가 얼마나 라벤더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똑바로 말하라고.”

 

리리스는 새삼스럽게 절 품에 안았습니다. 그리고는 답지 않게 눈물까지 보이며 감사를 전했어요. 리리스가 라벤더의 방에 들어가고,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저는 문 뒤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리리스, 그 해충이 그날 밤 제 딸을 죽일 거라는 건 꿈에도 모른 채로.

 

/

 

, 주인님께서 걸어오십니다. 그 옆에는 리리스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오고 있습니다

 

저년이 내 딸을 죽이고 주인님을 빼앗아 갔어.’ 그렇게 생각하니 잠잠했던 격노의 불씨가 거대한 화마가 되었습니다. 치를 떨며 두 사람을 지켜보았습니다. 리리스가 보란 듯이 제 앞을 지나가다 멈춰섰습니다.

 

리리스, 됐어.”

주인님께서 만류하셨습니다.

 

시발년.”

 

... ? 지금 날 욕한 거야?

리리스는 웃고 있었습니다. 아니, 웃는 게 아닙니다. 분노를 초월한 경지에 이른, 리리스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했을 때 드러나는 기묘한 표정... 오랜 시간을 함께한 저도 몇 번 보지 못했던 그 표정이었어요.

 

버러지 같은 년... 죽기 싫으면 내 눈 앞에서 꺼져.”

 

그 기세에 저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억울하다던가, 황당하다던가 하는 감정조차 잊고 말았습니다. 머릿속에 잔뜩 떠오르는 물음표를 잠시 넣어두니 리리스가 제게 침을 뱉고는 주인님을 모시고 가버렸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여전히 그 저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더 이상 그 저택이 아닌, 그 옆의 아주 작은,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고 추운 별채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 방은 리리스에게 넘어가게 되었죠. 원래 그녀가 살던 별채에는 최근 이사 온 다프네가 살고 있습니다.

 

, 언니. 괜찮으세요...?”

 

황망한 표정으로 진흙 위에 앉아 있으니 다프네가 조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제 딸을 제 손으로 죽여버렸다는 누명을 쓰고 있습니다. 너는 이런 바보 같은 언니를 믿어주는 거니...?

 

“.... 죄송해요. 우욱, 구역질이 나니 부디 제 정원에서 나가주시겠어요?

, 이젠 언니가 아니었군요. 질투에 눈이 멀어 자기 딸을 죽이다니...

조금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저 눈속임이었나요?”

 

동생아, 난 억울해. 그 해충이 날 모함...”

, 듣고 싶지 않아요. 어서 나가세요.”

 

처음부터 그 해충년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

 

23xx. 06. 12

 

요즘 밤마다 무서운 꿈을 꾸고 있어요. 엄마가 괴물처럼 변해서 절 목 조르는 꿈이에요. 엄마에겐 거짓말을 했어요. 엄마가 그럴 리는 없으니까, 항상 절 혼내시는 리리스 언니가 꿈에 나온다고 거짓말했어요

 

리리스 언니는 제 뒤를 항상 따라다니세요. 혹시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엉덩방아를 찧기도 전에 달려와서는 절 구해주세요. 그래도 언니가 미워요. 언니는 절 싫어하시는 게 틀림 없거든요.

 

왜냐하면 맛 없는 채소를 먹이고, 무서운 표정으로 절 꾸짖기도 하거든요. 분명 제가 미워서 그런 거에요. 그래서 저도 언니를 미워하고 있어요. 아마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 걱정하실 테니, 비밀 일기장 속에만 간직할래요.

 

 

23xx. 06. 15

 

요즘 더 자주 악몽을 꿔요

악몽에서 깨어나면 온몸이 상처투성이에요. 너무 아파요. 엄마께서는 제가 깰 때마다 같이 일어나셔서 절 간호해주세요. 절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게 틀림없어요. 아빠랑 엄마가 제일 좋아요. 리리스 언니보다 아빠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요.

 

 

23xx. 06. 20

 

밤이 싫어요. 밤에는 엄마가 괴물처럼 변해요. 너무 무서워. 엄마가 요즘 이상해요. 꿈이 아닌 것 같아요. 생생하게 들렸어요. ‘네가 주인님을 뺏어가려는 거지?’ 엄마가 분명 꿈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너무 아파요. 낮에는 착한 엄마. 밤에는 무서운 엄마. 오늘은 목이 졸려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눈을 떴어요. 엄마가 제 목을 보시더니 눈물을 흘리셨어요. 엄마가 우니까 저도 울었어요.

 

 

23xx. 06. 21

 

닥터라는 언니가 오셔서 병원놀이를 했어요

병원놀이가 끝나고, 닥터 언니랑 아빠랑 엄마가 방에 들어가서 한참이나 나오지 않으셨어요. 엄마께서는 울고 있었고, 아빠는 우울해보였어요.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요?

 

 

23xx. 06. 25

 

오늘은 정말 끔찍한 날이었어요. 리리스 언니랑 싸우고 방에 가다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치고 말았어요. 엄마께서는 제 말을 듣지도 않고 리리스 언니랑 싸우러 갔어요. 리리스 언니 잘못이 아닌데... 그건 제가 화를 낸 거였어요. 리리스 언니가 날 미워하는 줄 알고...

 

저녁에 언니는 화가 난 표정으로 제 방에 오셨어요. 혼이 날 줄 알았는데 무릎을 꿇더니 이마를 땅에 대었어요. 그리고 한참이나 울며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언니가 우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나쁜 사람이라서 눈물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언니도 절 사랑한대요. 그런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다고 하셨어요. 눈이 빨개진 언니는 상처 난 무릎을 살펴보시더니 절 껴안고 다시 우셨어요. 언니는 정말 저를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낮에 화를 낸 것이 미안했어요. 내일부터는 언니와 소꿉놀이를 해봐야겠어요

 

아 참, 내일 소꿉놀이를 하면서 언니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사과할 생각이에요.

꿈에 나온 게 언니가 아니라 엄마였다고 사실대로 말할 거에요.

 

.

.

.

 

주인님, 예전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무슨 말?”

 

, 라벤더... 리제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했잖아요.”

“.... 리리스. 그 얘기는 이제...”

 

라벤더의 꽃말은 침묵만이 아니에요. 헌신적이지만 불신함이라는 뜻도 있죠. 리제는... 자기 딸조차 믿지 못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질투에 눈이 멀고 만 것이겠죠. 누구보다 헌신적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그런 모순이 아니었을까요.”

 

“.....”

 

비극적이네요. 결국... 그 아이는 제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던 걸까요

 

라벤더 향기에 취해 꽃으로 달려드는 벌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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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없다고?

이건 못 참지



창작물 모음




라비아타는 가장 아름다운 바이오로이드며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