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물러나는 검다!”

 브라우니는 토모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쳤다. 하지만 토모는 브라우니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ゲ...パ? ナニいってんのかさっぱりワカンないけど.”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브라우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토모는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토모는 브라우니에게 가까이 오기 시작했다.

 “물러나지 말임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면 목소리크기와 행동으로 소통하는 수밖에 없었다. 브라우니는 거센 억양과 거친 손동작을 하며 토모에게 물러나라고 외쳤다.

 “でもケガしてるんじゃん. ワタシがテツダえるよ?”

 토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뭐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브라우니에게로 가까이 오고 있었다. 만일 브라우니에게 총이 있었다면 진작에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었다. 하지만 브라우니에게는 아무 무기도 없었다. 그 이상이었다. 브라우니는 토모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그녀의 다리가 나무에 깔린 이상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토모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계속해서 슬금슬금 다가왔다.

 “당장 물러나라 했지 말임… 으악!”

 브라우니는 좀 더 격렬한 몸동작으로 토모를 물러나게 하려 했지만 그 와중에 다리를 움직인 탓이었는지 격통이 다리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좆같지 말임다!”

 브라우니는 욕을 내뱉었다.

 “パッサ? イタソウだけど、ダイジョウブ?”

 토모는 어느새 브라우니를 깔고 누운 나무의 앞까지 다가왔다. 브라우니는 반사적으로 양 주먹을 들어 방아자세를 취했다.

 ”オドすつもりはないよ. あなたもバイオロイドでしょ? テツだってあげるよ.”

 브라우니는 토모의 말에서 바이오로이도라는 말을 들었다. 토모는 브라우니가 바이오로이드임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오로이드는 상대를 뇌파로 파악하는 존재였으니까.

 "せえのー!”

 토모는 나무를 붙잡고 외쳤다. 나무는 조금의 미동을 했지만 들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あのね、テツだってくれない? 思いんだけど.”

 브라우니가 토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토모는 눈빛으로 말을 전했다. 나무, 들어라. 한참만에 이뤄진 소통이었다. 브라우니는 내키지 않았지만 나무 아래에 깔려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더 싫었기에 양손을 나무 아래에 받쳤다.

 "せえのでいくよ? せえのー!”

 토모는 다시 힘써 나무를 들었다. 브라우니는 뒤늦게 힘을 주었지만 서로 힘이 맞지 않아 나무는 들리지 않았다.

 “せえの... じゃなくて、ワン、ツー!”

 원, 투. 브라우니는 어렴풋 알아들을 수 있었다.

 “원, 투!”

 브라우니의 말에 토모가 타이밍을 맞춰 힘을 줘 나무를 같이 들어올렸다. 나무의 무게가 얼마가 될 지는 모르지만 바이오로이드 둘이 못들 무게는 아니었다. 나무가 들어올려지며 다리가 빠질 공간이 생기자 브라우니는 바로 발을 뺐다. 토모와 브라우니가 동시에 나무를 내려놓자 나무는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브라우니는 자신의 발목을 보았다. 브라우니의 발은 충격의 탓이었을까, 바깥방향으로 이상하게 휘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발목이 탈골된 모양이었다. 이 발로는 벼랑을 오르기는커녕, 걷기조차 힘들 것이었다. 나무에 기대어 앉은 브라우니는 자신의 발목을 되돌리려 당겼지만 엄청난 고통에 힘을 제대로 줄 수 없었다.

 “으아악!”

 브라우니는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누구의 대답도 아닌 자신의 메아리 뿐이었다.

 “ワタシガやっていいの?”

 토모는 브라우니에게 다가왔다.

 “아님다. 가까이 오지 말란 말임다!”

 브라우니는 토모의 도움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았다.

 “씨발, 바이킹, 벨, 요크셔! 여김다! 엿 같은 벼랑 아래지 말임다!”

 브라우니는 토모가 아닌 퀵실버의 대원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들에게 이곳에 토모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것은 산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자신의 목소리뿐이었다.

 “ワタシ、トモ。トモだちってエイゴでなんだっけ。。。あ、フレンダ!”

 토모는 브라우니를 진정하게 하려 말한 것 같지만 브라우니가 알아들은 말은 오직 토모 뿐이었고 그녀가 토모라는 것은 이미 브라우니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アシ、イタイでしょ?ナオセルからちょっと、ね?”

 토모는 다시금 천천히 브라우니에게로 다가왔다. 브라우니는 저항해봐야 아무 이득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토모에게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토모에게 도움을 받아야 했다.

 “ちょっとイタくなるけど、ガマンしてね?”

 그렇게 말한 토모는 브라우니의 비틀어진 발을 잡았다. 토모가 손에 힘을 주자, 으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격통이 몰려왔다.

 “아프지 말임다!”

 브라우니의 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잠시의 고통이 사라지자 고통은 폭탄이 떨어진 후의 적막처럼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 쑤신 것만 남았다.

 “아, 고맙지 말임다.”

 브라우니는 반사적으로 감사의 말을 토모에게 전했다. 하지만 토모는 무슨 말인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브라우니임다.”

 브라우니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 먼 옛날,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하던 방식이었다.

 “ブラウニー? ワタシもすき.”

 브라우니의 말이 토모에게 전해졌는지, 브라우니는 알 수 없었다. 브라우니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만에 일어나는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브라우니는 곧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고통이 가시지 않았던 탓에 제대로 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씨발임다!”

 브라우니는 욕을 했지만 그런다고 아픈 것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ちょっと安んでからにしようよ.”

 토모는 브라우니의 맞은편, 나무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マっていると、マツシタがタスケにクルよ.”

 브라우니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답답했고, 토모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배로 답답했다. 한편 토모는 브라우니가 알아듣던, 못알아듣던,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해서 내뱉고 있었다. 번역기라도 있었음 좋았을 것을. 2060년에 맞지 않는 풍경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 말임다. 토모를 찾으러 와서 두번이나 우연하게 봤는데 두번다 아무것도 못하고 말임다. 총을 들고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게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지 말임다. 훈련때는 그렇게 간단했던 것이 왜 현실에서는 그렇게도 어려운 검까.”

 브라우니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토모에게 하소연을 시작했다. 토모가 브라우니의 말을 듣고 조언을 해 줄리가 없었다. 브라우니는 그저 자신에게 쌓인 고민과 걱정을 말하고 싶었다. 그저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맥켄지 같은 사람들 앞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대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검까. 왜 이곳에 나타난 검까. 왜 영어를 못하는 검까.”

 브라우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눈앞의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토모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토모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니, 그것은 토모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었다. 토모 역시 답답했지만 그저 웃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도 몰랐다.

 “これだからマツシタがタバコをスってんのか.”

 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피우는 시늉을 했다. 골초라도 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브라우니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담배를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다. 브라우니는 담배를 피우는 대원들을 생각했다.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브라우니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연기를 마시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 것에 돈을 쓸 가치가 있단 말인가.

 브라우니는 담배를 피우는 바이오로이드를 본 적이 없었다. 브라우니의 식견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바이오로이드에게 비싼 담배를 양보할만큼 착한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브라우니가 맥켄지에게 담배를 피우게 해달라고 하면 바로 욕부터 날아올 것이었다. 브라우니는 담배를 피우는 것을 상상하며 상상속 담배가 들린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なにそれ、ヘンだよ.”

 토모는 브라우니의 모습을 보며 킥킥 웃었다. 어색하게 손을 잡았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바이오로이드가 담배를 피우려 하는 것이 웃겨보였던 탓이었을까. 브라우니는 바로 손을 내렸다.

 “そうじゃなくて、こうだよ.”

 토모는 나뭇가지를 들어 검지와 엄지로 나뭇가지를 들며 말했다. 브라우니의 잘못된 담배를 드는 법을 지적하려는 모양이었다. 브라우니는 검지와 중지로 담배를 들고 있었다. 맥켄지를 비롯한 퀵샌드 대원들은 담배를 검지와 중지로 붙잡고 있었고 브라우니는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쥐는게 맞지 않슴까?”

 브라우니는 나뭇가지를 들고 검지와 중지에 끼워 입에 물며 말했다.

 “켓? 켁켁!”

 혀가 나무에 닿자 쓴 맛이 난 브라우니는 나뭇가지를 뱉고 입안의 침 역시 뱉었다.

 “ははは! なにしってんのよ.”

 토모는 웃었다. 브라우니의 모습이 웃겼던 탓이었을까. 브라우니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녀역시 웃었다. 웃음은 전염되는 법이었다. 두 바이오로이드의 웃음소리가 계곡에 퍼져나갔다.

 “씨발 생각도 못했지 말임다. 말도 안통하는데 이렇게 같이 웃을 수 있을 줄은 몰랐슴다.”

 브라우니는 웃는 자신의 모습이 어이없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있었다.

 “그거 앎까? 저는 여기 토모를 제거하러 온 검다. 근데 이러고 있지 말임다. 씨발 웃고 있지 말임다. 이게 더 웃긴 검다. 이게 왜 웃긴지 당신은 알지 못하겠지만 말임다.”

 만일 브라우니의 손에 권총이 들려있다면 브라우니는 이 웃음을 끝낼 수 있을까. 총성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을 것인가. 브라우니는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토모를 겨누었다.

 “빵.”

 입으로 총 소리를 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브라우니는 뻘쭘해져 발목이나 문지를 뿐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불편함이 끝나길 기다리며.

 “ぐええ…”

 토모는 브라우니에게 맞춰주려는 듯, 죽는 척을 했다. 아차, 브라우니는 자신의 조금 전 행동은 토모가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을 잊었다. 다행히 토모는 브라우니의 행위를 장난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보면 토모를 죽일 수 있나?’

 이제는 기억도 안날 정도의 오래전, 연구원은 브라우니에게 그렇게 물었다. 예전의 브라우니라면 망설이지 않고 ‘그렇지 말임다!’라고 대답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브라우니는? 저 장난스럽고 귀여운 바이오로이드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할 수 있었다. 브라우니는 언제든 준비되어있었다. 언제나 충성. 손에 총이 들려있다면 언제든지 총을 쏠 수 있었다. 모두 실제 그럴 일이 없기에 대답할 수 있는 답이었다.

 “どう?ホントみたい?”

 토모는 브라우니의 심정을 알지 못하는 건지 웃으며 일어났다. 브라우니는 애써 고개를 돌려 아픈 발목을 주무를 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 바이킹과 벨, 요크셔를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