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저 : https://blog.naver.com/dldbwls9108/220596169378)


캘리포니아 서남부에는 오래된 섬이 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불쾌한 바다 공기가 온 섬을 휩쓰는 곳으로 지중해성 기후로 인해서 여름에는 높은 온도로, 겨울에는 많은 비로 섬 전체가 후덥지근한 느낌을 받기 쉬운 곳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근처에 있는 섬답게 바위로 이루어진 이 섬은 과거에는 그 누구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섬 자체의 크기가 크지도 않으며, 작물을 키울 수는 있었으나 바위섬이라는 특성상 생존력이 강한 작물을 제외하고는 재배가 쉽지 않아 농사가 망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과거의 원주민들도 잠시 발을 거치고는 떠나는 곳으로 남겨져 있었다.


이 바위섬에서 가치를 찾은 것은 미국 정부였다. 1차 연합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정부는 자신들을 위한 상자가 필요했다. 온갖 죄악과 감추고 싶은 비밀들을 숨길 수 있는 상자. 실업률이 끝을 모르고 치솟고, 물가도 덩달아 상승했으며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보지 않고 돈만 쫓는 존재가 되었다. 


사회와 재정이 혼란스러울수록 그 기회를 노리는 자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림자가 드리울수록 음지에 숨었던 존재들이 튀어나와 그 목소리를 높였고, 평범한 이웃이었던 시민들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정부를 향해 시위하며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사회의 이면은 자신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부에서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존재들을 잡초라고 표현하면서 뿌리뽑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앞장서서 정부를 비판하는 존재는 어느샌가 선두에서 사라져버렸고, 종말을 논하는 종교단체나 테러를 통해 사회 전복을 노리는 무리들, 사회의 돈을 갉아먹으려는 존재들은 모두 어느샌가 사라져버렸다. 조용히 진행된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으로 보내지기 때문이다. 

이 섬은 그러한 장소를 위해서 존재한 곳이었다. 관광지가 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던 이 섬은 그 위로 거대한 강철의 요새가 설립되었다. 원래는 무언가의 이름이 있던 섬이었으나 이제는 그 누구도 그 섬의 이름을 기억하지도, 부르지도 않는다.


블랙워터 교도소.


이것이 이 섬의 새로운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이름도 정작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불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죄수들도, 사람들도, 심지어 간수들조차도 별명처럼 굳어져 부르는 이름은 따로 있었다.


타르타로스.

 

이 교도소는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나락의 구멍의 이름을 감히 가져갈 수 있었다.

그만큼이나 엄중하고 치밀한 벽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근처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섬은 헤엄을 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곳이었다. 따라서 섬에 준비된 배나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수밖에 없는데 항구가 동쪽에 생긴 해안가 밖에 정착하지 못하는 탓에 섬에서 운용하는 배는 3척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재소자들이 섬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헬기를 탈취하는 수밖에 없는데 헬기를 모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거니와, 교도소의 옥상에 위치한 헬기를 탈취한다는 것은 사실상 교도소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그 외에도 3차로 이루어진 외벽은 죄수들의 희망을 꺾기에도 충분했다. 30m 높이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가장 내부의 1차 외벽을 뒤이어 전류가 흐르는 울타리로 만들어진 2차 외벽은 많은 죄수들의 탈출의 실패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1차 외벽을 가까스로 건넌 죄수들은 드물게 볼 수 있었지만, 전류 주의가 붙은 표지판을 신뢰하지 않고 섣불리 울타리에 손을 댄 수감자들의 최후는 울타리에 드문드문 붙어있는 검은 흔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2차 외벽을 통과할 수단을 가진 죄수들도 땅 아래까지 깊게 자리잡고 세워진 40m 높이의 특수합금의 외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특히, 곳곳에 설치된 감시탑과 CCTV에 함께 붙어있던 자동화기들은 원거리에서도 CCTV를 통해 탈출하려던 수감자에게 총알세례를 퍼부울 수 있었기 때문에 10년이 넘도록 탈옥자가 없는 철옹성으로 그 이름을 높였다.


그러던 중, 1차 연합 전쟁이 끝나고, 기업이 승리하면서 조직이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헤게모니가 이루어졌을 때 블랙워터 교도소, 통칭 타르타로스는 그 주인이 바뀌었다. 당시 연합 전쟁에서 승리하여 블랙리버 유한회사와 미국을 나눠가졌던 PECS는 미국 서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타르타로스는 새로운 주인을 섬기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타르타로스에 수감되는 존재들에 한 가지 목록이 추가되었다. PECS에 적이 되는 자들. 사실상 민영교도소가 되어버린 블랙워터 교도소는 PECS의 지원을 받아 더욱 강력하고 단단한 철옹성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배가 있는 항구에는 자동화기가 설치된 무인 시스템이 설치되었고, 교도소 관리를 위한 바이오로이드를 파견하여 소수의 간수들을 남기고 대체 가능한 인력들은 해고하여 인건비를 줄여 교도소의 재정에 발전을 더했다. 특히 PG-블랙 하운드는 시티 가드에서도 사용되던 개체를 개조한 AGS로 혹시라도 생길 탈옥수의 추적을 위해 개발된 블랙워터 교도소만의 전유물이었다. PECS는 자신들의 손아귀에 들어온 죄수를 그 누구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PECS가 자신들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타르타로스는 점차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허나 더러운 것이라면 눈길이 가지 않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사회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범죄자들의 소굴은 소시민인 자신과는 거리가 먼 장소라고만 생각되기 마련이다.

일반인이라면 그 누구도 이 지옥으로 올 것이라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장소였지만, 


"지랄, 지랄하지 마!"


내가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억울하다고!"


재판소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냉담한 공기를 맡으면서 나는 고래고래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양 팔을 쥐어뜯듯이 잡아당기는 미스 세이프티들에게 끌려가면서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재판소의 모든 인간들을 보면서 악을 쓰고 외쳤다.


"이딴 조작된 증거로... 이 더러운 새끼들!"


그것이 공식적으로 내가 사회에서 내뱉은 마지막 외침이었다.

그리고 사회의 소시민이었던 내가 차가운 철창 속의 노예로 전락한 순간이기도 했다.










하와와 안녕하십니까

원래는 불발탄 후속작으로 그리던 작품이 있었는데 2번 연속 어두운 배경이 진행되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잠시 급하게 커브 돌아서 새롭게 쓴 글입니다.

문제는 스토리를 대충 짜두긴 했는데 바이오로이드의 출현이 너무 적어서... 솔직히 중간에 제가 봐도 너무 인간 중심의 문학이 되면 연재 중지하도록 해보겠습니다. 가능하면 바이오로이드도 포함된 문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