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은 듯한 태도로 어수선한 인파 속을 해메던 한 남자가 근처의 검은 드레스를 입은 마녀에게 손짓한다.


"네에~ 손님. 부르셨나요?"


"아가씨가 여기 관리 바이오로이드 키르케 맞지?


남자의 앞으로 우아하게 걸어온 마녀가 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남자에게 대답한다.


"네~ 그렇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잠시 자신의 코트 안쪽을 뒤지는 남자가 이득고 검은 티켓 한 장을 꺼네 마녀의 앞에 내민다.


"바이오로이드 하나를 찾고 있거든. 회사 사람이 아마 여기에 있을거라고 하더라. 이곳에 들어온지 얼마 안됬으니 운이 좋으면 아직 살아있을 거라던데."


티켓을 보고 아주 잠시 얼어붙은 마녀가 곧 티나지 않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 네 손님. 바로 C구역으로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녀의 안내를 받으며 남자가 도착한 곳은 테마파크의 동쪽 끝에 있는 한적한 공간이었다. 테마파크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놀이기구 하나 없는 이 곳은 하나 둘씩 켜지는 붉은 가로등과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꾸며진 건물들에 의해 벌써부터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손님. 아직 C구역 개장 시간까지 약 30분 정도 남은 관계로 VIP 대기실로 안내해드릴게요"


"응? 아니야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조금이라도 늦으면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거든. 뭐,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마녀가 바보같이 눈을 깜빡이며 남자를 바라본다.


"저.. 손님.. 그래도 해도 지고 있고 날씨도 쌀쌀하니 안에서 기다리심이 좋을.."


"VIP란 거 인수인계도 안하고 그냥 내버려 두고 가면 혼날까봐 그래? 걱정마 아가씨. 나는 입이 무거운 편이거든. 합죽이 하고 있을께"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는 그저.. 그.. 음..."


"그럼 내가 찾으려는 애 최대한 빨리 찾을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줘. 긴 금발에 파란 눈, 키는 아가씨보단 많이 작은데 그렇다고 완전 땅꼬마는 아니고.. 흐음.. 설명하려니까 꽤 어렵네"


"그, 그럼 이곳 관리자님에게 연락해 드릴께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마녀가 등뒤에 이상하게 생긴 원통에서 옆의 작은 로봇 박쥐로 뚜껑을 열고 안에서 작은 통신기를 꺼낸다.


'저거 북인줄 알았는데..'


"..네 16번 키르케입니다. 네.. 네.. 아, 아니요.. 티켓을 소지한 손님께서 그 C구역 바이오로이드에 대해 문의사항이 있다고 하셔서.. 아..! 이곳으로 오신다구요..? 네! 여기가.. C구역 서문 입구 근처입니다. 아뇨..! 입구는 아닌데요.. 더 정확히요..? 어... 그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통신기로 누군가와 실랑이를 하는 마녀를 뒤로하고 남자가 천천히 주위을 살핀다. 아까 지나온 구역들과는 확연히 다른, 낮은 건물들이 붉은 가로등에 비춰 긴 그림자를 형성하고 있는 기이한 풍경. 반라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환락의 밤을 준비하던 B구역과도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인적 하나 없는 한산하고도 불길한 공간.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구먼.."


중얼거리는 남자의 시야 끝에 고급 정장을 입은 한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저는 이곳 ♦♦테마파크 C구역 담당 관리자입니다. 문의하고 싶으신 사항을 말씀해주세요."


"예 반갑습니다. 최근에 블랙리버 소속이었던 하르페이아 모델이 하나 들어온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알고 계신것이 있습니까?"


자신을 관리자라 소개한 정장의 남자도 그의 말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턱을 문지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흠.. 특정 바이오로이드 모델을 원하시는 분은 계셔도 고객님처럼 아예 입주 시기까지 알고 문의하신 분은 저희도 처음이라서.. 혹시 예약 고객이신가요?"


"아뇨. 여긴 처음 와 봅니다."


"그렇군요.."


다소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한 관리자는 남자와 동행해준 마녀를 A구역으로 돌려보낸 후 그의 타블렛을 잠깐동안 살피다가 다시 남자에게 말을 걸며 그것을 내민다.


"네 보시다시피 사흘 전에 하르페이아 한 기가 C구역 4번 건물에 배치되었습니다. 흔치 않은 최고급 기종인지라 지금껏 '업무'에 2회 밖에 투입되지 않았군요. 물론 살아 있고요. 찾으시는 아이가 이 아이 맞습니까?"


"...어.. 사실 직접 본건 교전 중 몇 번 안되게 스치듯 본 게 전부라 잘은 모르는데.. 원래 여기 업무라는 것이 한두번으로 이렇게까지 됩니까?"


"아, 이건 입주 시 찍은 사진입니다. 원래부터 흉터도 있었고 오른팔 역시 없었답니다. 물론 값싼 기종들은 1회 투입에서 바로 파괴되는 경우도 없잖아 있는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추가 요금 문제 때문에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교전이라니요? 참전용사 분이셨나요?"


"음.. 네 전직 파일럿이었습니다. 이 녀석이랑 만난 적이 있어서.."


그 말을 듣자마자 관리자가 드디어 알겠다는 듯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 아이를 왜 그렇게 찾으시나 했더니 개인적인 용무 때문이셨군요.. 알겠습니다. 바로 세팅해 놓고 대기시키겠습니다."


"엇.. 뭘 생각하신지 몰라도 그런건 아닌데.. 아무튼 빨리 안내해 주십쇼."


그들이 대화하는 도중 이미 개장 시간이 임박한 테마파크의 건물들이 악마들의 핏빛 즐거움을 위해 천천히 깨어나고 있다. 곧 관리자를 따라 남자가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몽환적이면서도 음울한 붉은 조명 아래의 어두운 복도를 걷는 남자는 방 안쪽에서 들리는 여인들의 작은 신음과 나지막한 애원들 사이로 익숙하지만 결코 적응할 수는 없는, 희미한 냄새를 맡는다.


'피비린내.. 매연과 화약 냄새 없이 맡아보는건 이번이 처음인걸..'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고객님. 찾으시는 아이를 방 안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즐기신 후에 저희 직원을 호출하시면 됩니다. 어떤 방식을 원하십니까?"


"아니요. 지금 바로 계산하겠습니다."


"예..?"


"안 할 거라서요. 몸값만 지불한 후 바로 데리고 나갈 생각입니다."


남자는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관리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는 아담한 체구의 금발 여인이 한 명 서 있다. 치부만 간신히 가리는 선정적한 복장을 하고 있지만 그와 대비되는, 사진으로 본 것과 같이 한쪽 팔이 없고 우반신 전체가 수많은 흉터와 화상 자국으로 가득한 여인. 그리고 사진에는 없었던, 온몸이 새겨진 피멍과 까진 상처에 얼룩진 채 떨고 있는 여인. 방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선 이미 적의나 경계의 눈빛 같은건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그저 짙은 공포와 헤아릴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채워진 눈으로 방 안의 낯선 침입자를 올려다 볼 뿐이다.


"얼마죠?"


남자가 황급히 뒤따라 들어온 매니저에게 질문한다.


"저.. 손님. 저희 테마파크 방침상 파크 내부의 기구는 외부로의 반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방침상이죠. 여기서 그 방침이 얼마나 쓸모없는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


"하아.. 그럼 얼마나 더 내면 될까요? 어서 거래를 마무리하고 싶군요."


자신을 두고 흥정을 하는 두 사내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여인은 갑자기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 코트 입은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코트를 벗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곁눈질로 훔쳐보던 여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고 만다. 곧 자신의 몸에 닿을 무자비한 손길을 상상하며 바들바들 떠는 여인에게 남자의 부드러운 코트가 감싸지고... 잠깐, 코트??


".....?!???"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금발의 여인의 눈물 젖은 눈을 보며 살짝 웃어 준다.


"네 고객님. 방금 계좌 이체 완료 확인했습니다. 제가 해당 개체 소유권 역시 고객님 앞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절 따라와 주시면 명령권 각인과 

바이오로이드 주인 등록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냥 테마파크 명령권 말소만 해주세요. 얘 생각은 어떨지 아직 모르니.."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손을 뻗어 여인의 하나 남은 팔을 잡고..


"...꺄아악-! 하윽.. 흐윽.. 흐으... 으..."


놀란 금발의 여인은 그 손을 세차게 뿌리치고 만다.


"..보셨죠? 고객님께서 명령권 각인을 해두시는 편이 이 아이를 다루시는게 더 편리하실 겁니다. 아니면 차라리 여기에 있을 때 이 아이가 주제파악을 할 수 있도록 고객님께서 다소간의 '교육'을 하심이 어떠신가요?"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인을 바라본다. 그걸 본 여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애원하기 시작한다.


"ㅈ,죄,죄,죄송햐흐읍, 흑..! 제,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 흐윽..!,어여..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제바,히끆! 흑.. 흐윽.. 제발 한 번만..제발...!"


무릎을 꿇은 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흐느끼는 여인을 착잡한 표정으로 잠시 내려다보던 남자는 그녀의 어께에서 떨어진 코트를 다시 그녀에게 감싸주며 그녀를 살포시 안고...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 하르페이아... 여기서 나가자.."


따뜻한 남자의 말을 들은 하르페이아는 곧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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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문학 쓰는거 존나 어렵네 라오챈 창작맨들 존경한다 진짜.

https://arca.live/b/lastorigin/21729079    <---  이 글 보고 영감이 떠올라 썻어. 

몇 편 짜리가 될진 모르겠음. 이건 프롤로그인데 엄청 길게 썼네

요정마을 전 수복 막바지에 유입되서 라오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철충들에게 대가리 깨지고 있을때 구석에 있는 육각형들 이것 저것 살펴보다가 교환소에서 발견한 할페 보고 홀린듯이 교환했었음. 

ㄹㅇ 개이쁘더라. 그때 가지고 있는 파칩 전부 털고 한개밖에 없던 특대코까지 할페한테 박았었음. 

이런 종류의 겜은 라오가 처음이어서 엄청 헤맸었고 공략이라도 찾아보려고 장작위키 뒤져보는데 링크가 다 터져있는거야. 

나중에 알았는데 그때 라오갤이 터졌었더라고. 그렇게 맨땅에 대가리 박아가면서 하나하나 뚫을때 지치고 힘들 때마다 할페 쭈쭈 한번씩 보고 다시 최면 완료되고 하면서 하니까 어느새 무용 앞이였음. 

수많은 비비적 끝에 할페로 네스트 엉덩이에 풀 버스트 박아주고 용눈나 얻으니까 성취감 진짜 ㅆㅅㅌㅊ였음 ㄹㅇ. 

그 후로는 예전만큼 활약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간만에 추억이 떠올라서 써 봤음. 

아무튼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글 쓰는게 처음이라서 조금 어색하고 딱딱해도 이해해 주어.. 대신 이해를 돕기 위한 못난 그림도 하나 넣을께.. 사실 그림도 많이 안 그려봐서 잘 그릴줄 모름.. 혹시라도 오타나 이상한 부분 있으면 알려줘!

변변치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