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때 나는 술 한 모금도 못하는 알콜찐따였음


그래서 애들이 술을 마시러 가면 난 맨날 콜라나 사이다 정도만 마셨단 말임


노는데엔 딱히 문제가 없었으니까 나도 애들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러고 넘어갔었음


걍 아 라붕아 너 술 못마시지? 여기 사이다 하나요~ 하는 정도로 끝났음


근데 어느날 사건이 터짐


나는 그때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밤중에 전화가 오는거임


나름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들 둘이 식당에 와보라면서 나를 부르더라고


그 식당에서 애들끼리 라면을 사서 먹던지 모여서 얘기를 나누던지 그랬단 말임


나는 당연히 떠들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나가봤음


근데 이미 거기엔 나를 부른 여자애들 둘이랑 나랑 별로 친하지 않던 남자애 하나가 앉아있었음


걍 분위기에 쓸려서 나를 불렀나보다 하고 자리에 앉아서는 한 30분인가 떠들고 그랬음


한창 떠들다가 갑자기 여자애들이 분위기를 잡더라고


뭔가 쎄해서 방으로 도망갈 각 잡고 있었는데


걔네가 갑자기 그러더라


'라붕아, 너 A선배 어떻게 생각해?'


딱 촉이 왔음


이년들이 그 A선배랑 짜고 뭔가 꾸미고 있구나 싶었지


아 뭐 그냥 착하고 인상 좋은 사람이지 했더니


얘네가 화색이 돌면서 그렇지!? 그치!? 좋은 사람이야~ 하더라고


거기서 확신이 섬


이년들이 그 선배한테 부탁받아서 나한테 뭔가 마수를 뻗으려는 심산이구나


아니나 다를까 얘네가 말하더라고


'사실은 그 선배, 지금 이 근처에서 산책하고 있거든~ 술을 좀 많이 마셔서 꽐라가 됐는데, 니가 좀 배웅해주면 안될까?'


거절하려고 했는데 뭐 취한 사람이라고 하니 일단 한번 가서 봐보기로 함


근데 진짜로 취했더라고? 심지어 다른 남자애가 부축해줘야 겨우 걸을수 있을 정도임


난 오 하느님 씨발새끼야...하고 있었고


여자애들이랑 남자애 하나가 나보고 부축해서 집으로 보내주라고 분위기를 만듬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는 별수 없이 그 선배 한쪽 팔을 어깨에 짊어지고


선배 집 어디에요? 함


근데 그 선배가 속이 좀 많이 안좋은건지


일단 주변에서 속을 좀 진정시키고 가자고 하더라고


뭐 취객이 그러자고 하는데 내가 어쩌겠음. 기숙사 주변에 좀 으슥한 곳에 벤치가 있었는데


거기로 날 데려가더라고


근데 진짜 사람 하나 없고 시골동네라 불도 제대로 안 켜짐


난 혹시 이 인간이 나를 납치해 철남충으로 만들어버리려는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의심하고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선배가 한 마디 하더라고


'라붕아'


예?


'여긴 별이 참 많아. 그치?'






아 시발 좆됐다


이거 술김에 고백 찔러보고 거절당하면 술김에 그랬다고 변명하는 패턴임


이런 씹덕새끼 뭐가 좋다고 고백각을 잡습니까 싶었음


심지어 나는 그 선배 별로 마음에 안 들었거든. 신입 남학생들한테 존나 집적대는 꼬라지가 좀 싫었음


어떻게든 빨리 집으로 가야되겠다 싶었음


그제서야 눈치챘는데


선배한테 술취한 냄새가 안 나는거임


벌벌 떨면서 내가


그렇네요 선배 추운데 얼른 집에 가요


그랬더니 시발 계속 술때문에 속이 안좋다 너무 힘들다 그러는거임


술냄새 하나도 안 나는데 시발련이 뭘 자꾸 속이 안좋대


난 니년 싫다니까 씹련아


싶었지만 일단은 선배다보니 걍 허허 웃으면서 넘김


이어서 하는 소리


'라붕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고...'


이상할줄 알면 하질 마 씨발련아


'너 나 어떻게 생각해?'


이지랄을 떨더라고


대충 예상했던 질문인데도 막상 귀로 들으니까 믿어지질 않더라


내가 어버버 하다가 선배는 좋은 사람같아요 착하고 후배들도 잘 챙겨주시고 이러니까


'아니...그 뜻이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나 너 좋아하는데...너는 어때?'


악 씨발련아


난 너 싫어한다고 씨팔련아


남자들한테 그렇게 꼬리치고 다녔던건가 씨팔련이


이 씨발


싶었지만


이년이 연기를 한다면 나도 연기를 해야겠더라고


내가 당황한 척 어...음...어허허...; 몇번 해주니까


이년이 시발 내 어깨에 팔 올린 채로 그윽한 눈빛을 보내더라


분위기가 좋았다고 생각했다봄


여기서 솔까 먹버할까 고민도 들었는데


그래도 싫어하는 사람이랑 떡쳤다간 섰던 좆도 죽을거같은거임


한 0.3초정도 그 고민하고 10초정도 입 다문 채 속으로 욕바가지 쏟다가


'그...죄송해요 아직은 저, 선배에 대해 자세히 몰라서...아직은 잘 모르겠어요...죄송해요'


이러고 거절함


그랬더니 그년이 허탈한 표정 짓다가


이상한 소리 해서 미안하다, 이제 내가 알아서 가겠다 이러더라고


난 뭐 택시라도 잡고 들어갈줄 알았는데


씨팔련이 여자 기숙사로 들어가더라


애미씨발 애초에 모텔에서 떡 한번 쳐볼 심산이었던거임


기숙사 입구까지만 바래다주고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내 방으로 돌아갔음


침대에 누워서 씨발 몇번 외치니까 그년한테 톡이 오더라


'라붕아 미안, 내가 술김에 너무 이상한 소릴 했나봐;;;;;;'


술 취했다는 년이 오타 하나 없이 저렇게 보냄


내가 대충 달래주는 척 톡 몇번 보내고 저년도 미안하다는 소리 계속 한 다음 그대로 폰 끄고 잠


그날 이후로 그 선배 나한테 말 한마디 없더라


졸업할 때 되서야 처음에 나 불러낸 여자애들한테 들은 내용인데


아니나다를까 그 선배랑 짜고 나 불러내서 고백각 잡을 심산이었댄다


내가 ㅋㅋ 알고있었슴 하니까 걔네들 화들짝 놀라더라고


그래도 그때 철벽친 덕에 싫은 인간 하나 쫓아내고


썰거리 하나 생긴게 제일 큰 수확인듯





라오 얘기 : 존만이 눈앞에서 레이스 뷰지 찌찌 주물주물하고싶다




+ 추가





그 선배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