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astorigin/21920505 


사령관은 얼마나 황당했겠어. 갑자기 어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더니, 배추김치로 싸대기를 쳐맞았으니까. 사령관도 피곤하니까 맛이 가서 이게 꿈인가 싶다가, 세 포기 째의 김치싸대기를 맞고 정신이 들었어. 액젓이 입안에 가득한 채로 어머니를 말리면서 “나 페도 아냐 엄마”를 연신 외쳤지. 

 

어머님은 진정이 되셨는지 사령관을 부둥켜안고 우셨어. 마지막 인간이라고 자기 아들이 온갖 생고생을 했을 거잖아. 애가 이상한 성적 취향을 여럿 가져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 거지.

 

아들은 절대 아니라고 어머니 앞에서 앰창을 하지만, 어머님은 아들 사령관이 진짜 결백한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야. 정말 아들이 페도였다면, 어머니 당신이 아들 대신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질 다짐을 하셨어. 아들이든, 최후의 인간이든 페도로 남길 수는 없었거든. 

 

어머님은 안드바리를 찾아갔어. 안드바리가 걱정스런 얼굴로 괜찮으세요? 물어보는데, 아들놈이 정말 이 착한 애를 건드렸으면 어떡하지 덜컥 겁이 났어. 근데 눈 똘망하고 있는 애한테 ‘그런’ 내용을 차마 어떻게 물어봐. 

 

“사령관이랑 친하니?” 물어보니까

“네. 밤마다 오시는데요.” 해.

 

이놈이 매일 밤 짐승같은 짓을 했구나. 이거 큰일이야. 어머니는 안드바리가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봐 더 물어볼 수가 없었어. 안드바리 보호자를 불렀더니 누가 왔는데, 피부 허옇고 키 큰 금발 여자야. 안드바리와는 생긴게 완전 딴판이지.

 

문제는 어머니가 심한 영어 울렁증이 있으셨던 거야.

레오나를 보고 어머님이 헤...헬로 하니까 레오나도 헬로, 나이스투미튜 해. 어머님은 아임파인 땡큐 하셨지. 

 

레오나는 어머님께 가정적인 이미지를 어필해서, 사령관과 가까워지고 싶었어. 자기가 안드바리의 엄마라고 말했어. 사령관이 밤마다 와서 안드바리한테 그림책 읽어준다 이렇게 부가설명을 하는데 어머님은 대부분 못 알아들으시고 리액션만 하시는 거지. 

 

어머님이 “후 안드바리 파더?” 물어보니까, 레오나가 사령관이라고 해. 

맙소사. 이 미친놈이 지 친딸을 따먹고 있었다니. 어머님은 충격에 빠져서 얼어붙었어. 너무 큰 충격을 받고 어머니가 굳어 있으니까 레오나는 자기가 뭘 잘못 말한 줄 알고 당황해. 레오나가 막 설명을 하는데 레오나의 말이 당황해서 더 빨라지니까 어머님은 영어가 더 안 들려. 어머님은 레오나가 사령관에게 대노한 줄 알고, 쏘리 쏘리 하다가 아무 말도 못하고 나오셨어.

레오나는 한국어를 할 수 있었는데, 어머님이 영어로 말하시니까 영어로 대화한 거였거든. 뭔진 모르겠지만 잘 안 풀린 건 분명했어.

 


어머님이 영어 울렁증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데, 안드바리를 이 짐승같은 내새끼 사령관으로부터 지켜야겠다 생각이 퍼뜩 들었어. 어린애가 콘돔을 자기 몸보다 큰 박스에 들고 있는데 이건 너무 잘못됐다 생각하신 거지. 

 

콘돔을 이제 누구한테 맡기나 생각하다 보니 오르카에 남자가 한명 더 있거든. 장발이긴 하지만. 그래서 어머니가 콘돔 상자를 들고 가서 이걸 나앤한테 맡기는 거야. 나앤은 어머님이 뭔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오니까 뭐지 하다가 내용물을 보고 어이가 털려. 어머님은 ‘우리 아들이 많이 부족하니 그놈이 애한테 헛짓거리 못하게 잘 맡아달라’고 하셨어. 나앤이 어버버 하니까 어머니가 고맙다고 꾸벅 인사하고, 또 꼭 안아주고 가면서 잘 부탁한다고 몇 번씩 말하고 가. 

나앤은 어머님이 공손하게 부탁하니까 거절하기 난감해서 받았는데, 콘돔 박스니까 이건 대놓고 멕이는 건가 싶어. ‘애한테 헛짓거리 못하게 맡아달라’고 했으니 이건 메이 이야기거든. 그러니까 나앤 보기에 이건 어머님이 메이 아다 떼는 걸 나앤더러 막으라고 한 거지. 콘돔까지 주면서. 나앤은 이게 무슨 인성 대폭발인가 하고 있는데 때맞춰 메이가 나타났어. 나앤은 메이에게 콘돔을 던지면서 꺼이꺼이 울었고, 어머님이 그러셨으니 메이를 패스하고 자신이 직접 시도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게 됐어. 

 

 

콘돔을 나앤에게 처리했으니 안드바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어머님이 가시는데 저쪽에서 미호하고 드라코가 오고 있네. 지난번에 사령관이랑 잔 이야기를 하고 있어. 아들이 있는 이 잠수함은 도대체 무슨 염병이 돌고 있는지 중학교 남학생들처럼 다들 XX 이야기만 해. 어머니는 도덕 교사셨으니까 이런 상황이 당최 적응이 안 되는 거지. 복도에서 어물쩡하고 있으니까 홍련이 나타나서 어머니랑 눈이 마주쳤어. 

 

안녕하세요 어쩌고 홍련이랑 서로 인사하는데, 어머님이 보니 홍련이 참 똑똑하고 단정해 보인단 말이지. 좋은 며느리가 되지 않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미호랑 드라코가 홍련 만나서 엄마 반갑다고 달라붙어. 홍련이 당황하면서도 애들을 챙기는 거 보고 어머님도 이제 흐뭇하셔서 며느리 삼고 싶다 생각을 하는데 드라코가 한마디 해. 

 

“엄마, 어제 사령관이랑은 어땠어?” 

 

아이고 이놈이 모녀덮밥을 아주 전문적으로 쳐먹는구나. 어머니는 레오나-안드바리도 그렇고 온갖 군데에서 아들이 그러고 다니는 것 같아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 홍련은 얼굴 빨개져 있고, 미호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니까 드라코를 말리려고 하는데 드라코년이 한사코 설치면서 답을 들으려고 해. 어머님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자리를 떴어. 

 

 

어머님이 이러고 다니시니까, 뭔가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냐 소문이 났어. 그러니까 메이드 중에서 청국장 잘 먹는 금란이 어머님께 가보기로 한 거야. 어머님은 사령관이 바쁘니 방해하기도 그렇고, 문제는 심각한 것 같은데 누구랑 이야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속만 썩고 있었어. 그 와중에 금란이 와서 차분하게 “어머님, 괜찮으십니까” 하니까 감동먹었지.

 

금란이 조용하고, 나서지도 않으면서 강단 있게 보이니까 참 좋은 규수 같거든. 어머니도 알아서 챙겨주려고 하니까 얼마나 갸륵해. 이런 며느리가 있으면 사령관이 이상한 성벽이 있어도 딱 막아줄 것 같고. 그래서 너무 고마워서 금란의 손을 잡았더니 금란이 “아흣...”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거야. 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손을 놓았어. 혹시 금란이 동성 레즈인 건가 불안한 생각이 휘몰아쳐. 어머니가 혼란스러워하는데 금란이 자신은 엄청 예민하다고 말을 해.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어머님 입장에선 금란을 며느리 삼기에 난감한 거야. 애가 저렇게 예민하면 밤일은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혹시 손주가 태어나면 저 예민한 체질을 물려받는 건지 고민되는 거지. 

 


사령관의 사생활을 그나마 건전하게 만들려면 좋은 며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굳어지게 됐어. 사실 어머님도 오르카에 있는 동안 여러 섹돌들을 만나셨고 하다 보니, 며느리감으로 어떨까 싶은 섹돌들이 몇 명 있었거든. 콘스탄챠는 애는 좋은데 무조건 사령관 편이라 안 되고, 아르망은 너무 어린 몸이라 안 되고, 라비아타는 해괴망측하고 하니까 다들 뭔가 2% 아쉽다고 생각했어. 포츈은 “어머님~반갑거든” 이런 소리 하니까 장난하는 건가 싶었고, 레아도 좋은 며느리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좀 소녀여서요’하고 거울 팔아먹은 듯한 이야기를 하니까 나사빠진 애가 분명하다 생각했지. 아자젤은 어떨까 했는데 예배를 가보니 대놓고 아들 찬양중이라 아들을 교화하기엔 택도 없겠어. 

 

무적의 용은 정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옷도 제대로 입었고, 절도 있는 말과 행동거지에서 묻어나는 카리스마까지, 며느리 삼으면 딱이겠다 싶었지. 그런데 용이 막 나체에 코트만 입고 다니고, 터무니없이 작은 세일러복을 입고 용이는 서방님꺼지용? 그럼용~♡ 이러면서 사령관에게 매달리는 동영상을 봐버린 거야. 어머님은 동영상을 끄지도 못할 만큼 큰 충격에 빠졌어.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있는데 자기 며느리감이 하나도 없다니. 어머님은 아들인 사령관이 하자가 많아서, 며느리 고르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하면서 아들 잘못 키운 자기 탓을 하셨어.

 

어머니는 읽고 있던 삼강오륜과 논어 맹자, 삼강행실도, 그리고 칠거지악에 관한 책을 치웠어. 그리고 아르망을 불러 놓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어. 아르망은 어리니까 며느리 후보에서 애초에 제외했고, 사령관의 곁에서 일하는 애니까 똘똘할 것이다 생각한 거지. 아르망은 어머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디서부터 해명해야 할지 난감해졌어. 오해도 많지만 어떤 부분은 또 진짜였거든. 아르망이 뭐라고 하려는 차에 콘스탄챠가 들어왔고, 어머님이 다짐한 듯 둘에게 나직이 말했어. 

 

“오르카 며느리 대회를 시작한다.”

 

지랄도 유전임이 분명하다. 아르망과 콘스탄챠가 동시에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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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나도 혼란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