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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자젤은 옥좌 아래 꿇어앉아 기도하고 있다. 교회 안은 흔한 형광등 하나 없어 빛이라곤 총천연색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내려오는 햇빛뿐이었다. 아자젤은 꿇어앉은 채 물었다.

 

  “당신에게 부족한 것, 자존감, 모성애, 사람과의 관계, 안정감, 의지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저희 교단에서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익히 겪어봤으니 잘 아시겠죠?”

 

  나는 어느새 교회당 의자에 앉아 높다란 연단과 아자젤을 보고 있었다. 아자젤의 위로 형형색색의 햇살이 부서진다. 찬송가가 아스라히 맴돈다. 나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처음은 어머니의 손에 끌려 왔을지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발로 교단에 다녔죠.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하고, 목사님이 나눠주는 과자를 먹는 일은 행복했습니다. 제가 처한 현실도, 불안한 미래도 교단에선 신기루처럼 흩어졌습니다. 저는 그 안도감에, 따뜻한 관계에 차츰 파묻혔습니다. 교단은 제 모든 것이었죠. 지금은 굶더라도 죽어 천국에 갈 테니 후회는 없었습니다.”

 

  말이 이어질수록 아자젤의 후광이 빛을 더했다. 눈부신 그 빛에 아자젤의 어렴풋한 그림자만 보일 지경이었다. 아자젤은 일어나 물었다.

 

  “왜 떠나셨습니까?”

 

  아자젤이 연단에서 내려온다. 빛으로 새하얀 공간에 오직 나와 아자젤뿐이다. 나는 아자젤의 흐릿한 실루엣을 올려다봤다. 표정도, 얼굴도 보이지 않은 실루엣은 흡사 위대한 자의 그림자만 같았다. 빛이 강해질수록 내 목소리는 차츰 음울에 빠졌다.

 

  “교단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교단은 저와 같은 개인을 결코 보는 일이 없으니,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가 교단을 떠난 이유는 오직 저만이 납득할 뿐입니다. 그곳에 교단이 끼어들 곳은 없습니다.”

 

  실루엣이 성큼 다가온다. 따뜻한 온기가 내 손을 감싼다. 나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교단은 이해합니다. 당신은 교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교단은 모두를 품에 안습니다. 정말로 모든 이를요. 그게 작디작은 개인일지라도…….”

 

  “글쎄요.”

 

  내 목소리는 작다. 내 존재보다도 작아진다. 이마에 아자젤의 입술이 닿는다. 콧등을 스치는 숨결에 등줄기가 떨린다. 느껴지는 것은 햇볕의 따스함과 그 아늑한 감촉, 덜 마른 페인트 냄새.

 

  나는 눈을 뜬다.

 

 

  7

 

 

  “전의 이야기를 계속할까요.”

 

  고해소 건너편에서 아자젤이 말했다. 코헤이 교단의 고해실은 독특하다. 나무 벽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신자와 사제라는 점은 여타 종교와 같지만, 자그맣게 뚫린 눈구멍이 차이점을 확고히 했다. 신자가 보는 것은 사제의 눈동자와 그 뒤의 밝은 조명이다. 잠깐 뜸을 들이던 아자젤이 이어 물었다.

 

  “그 전에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간단한 거라면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삼가십시오.”

 

  “정말 간단한 질문이에요. 전에 코헤이 교단에 다닌 적이 있나요?”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자젤은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는 듯 눈동자를 둥글게 휘며 내 입을 막았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아자젤은 목소리를 다듬고 이전에 했던 이야기를 되짚었다. 여신도가 목사를 만나고, 신임을 얻고, 둘의 사이가 깊어졌고…….

 

  “여신도는 아이가 한 명 있었죠. 목사님은 그 아이를 끔찍이 여겼어요. 아무렴 독실한 신자의 아이니까요. 학교 대신 성당에 다니며 배움을 얻은 아이는 장차 코헤이 교단의 목사가 될 것이라 말하고 다녔죠. 모든 것은 완벽했어요.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이 나는가 싶었죠.”

 

  나는 아자젤의 말을 받아 말했다.

 

  “목사가 여신도를 간살하기 전까지는 그랬겠죠. 직후 아이는 행방불명이 됐고, 그녀의 존재는 잊히지 않았습니까. 틀립니까?”

 

  아자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아자젤은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자님은 사건의 단면만을 보고 계시는군요.”

 

  “진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유난히 냉소적이시네요. 죽은 여신도가 기자님의 어머니라도 되는 마냥……. 모욕하려 한 말은 아녜요. 정말 그렇게 느껴졌을 뿐인걸요.”

 

  하며 빙그레 웃는 아자젤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교회 실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