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바이오로이드 및 창작 롸-벗 주의※

프롤로그

1편

2편






“젠장! 모두 진정하세요!!”


단발의 붉은 머리칼을 흔들며 지휘관이 브라우니들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벌벌 떠는 브라우니들을 살피고는 자신의 가장 우선시 되는 임무를 떠올렸다.


철충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하늘을 향해 견제사격을 시작했다.


무의미한 이 공격은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지만, 철충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만큼은 성공하였다.


철충들이 브라우니들을 놔두고 그녀를 향해 몰려들었다.


‘죽는다…!’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통스러울 자신의 최후를 머릿속에 그렸다.

   

“어?”

   

그녀가 고개를 들자 어두운 그림자가 눈부신 정오의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정면에는 파란색 빛이 감도는 차폐막이 생성되어 있었고,

그 차폐막을 소환하는 기계팔을 따라 고개를 들자 생전 처음 보는 AGS가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다.

   

“헤니르 모델. 우측 17미터 방향에 있는 붉은 간판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 시선을 끌어주기를 요청한다.

신호를 주면 본 개체와 합류할 수 있도록 최적의 경로를 헬멧에 전송하겠다.”

   

조종석 문이 열리며 헤니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바테인 교란기를 작동하겠다. 작동이 완료된 후 본 개체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최소한의 동력을 제외하면 본 개체의 생존률은 0%에 수렴. 하지만 현재 전황상 이 방법 외에 적절한 조치법은 없다고 판단.

파일럿의 동의가 필요하다.”

   

“누나 도와주세요~ 하면 해줄게.”

   

“의도에 대해 이해 불가. 다시 한번 더 묻겠다. 동의할 건가?”

   

“저기요?! 지금 저기!!”

   

붉은 단발의 바이오로이드가 투닥거리는 둘의 뒤를 가리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동의할게! 그러니까 저 새끼 박살 내버려!!”

   

토미워커를 감염시킨 거대한 철충이 철구 같은 거대한 팔을 휘둘러 오딘을 공격했다.

   

오딘이 재빠른 몸놀림으로 이를 피하고는 자신에게 뻗은 팔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당수로 힘껏 내리찍어 철충의 팔을 뜯어냈다.


오딘의 시각모듈의 파란빛이 번뜩이며 철충들을 노려보듯 렌즈가 오므라들었다.

   

“파일럿 동의 확인. 명령 수행.”





자기장 신발과 점프백을 활용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르내리던 헤니르가 창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도망쳤다.


들고 있는 권총으로 열심히 견제 사격했지만, 솜씨가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젠장! 못 들었어! 뭐라고 했어?”


그녀가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드론 형태의 철충에게 권총을 난사하며 물었다.


오딘이 폴른 모델들을 감염시킨 철충 무리의 일제 사격으로부터 엄폐하며 대답했다.

   

“궁니르 레일건 사용허가를 내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적의 화력을 분석한 결과, 교란기 사용을 앞두고 무리하게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나저나 그 간바테? 그건 언제쯤 사용할 거야?!”

   

다급한 헤니르의 목소리의 배경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오딘이 해당 오디오의 소리와 폴른 철충 무리의 총성 속에 감춰진 또 다른 총성을 분석하였다.

   

동시에 그의 중앙 연산회로가 헤니르의 헬멧에 달린 카메라로 원격 연결을 시도했다.





드론 철충 무리가 튀어나온 오딘을 쫓아 사격을 시작했다.


오딘은 보란 듯이 지면을 쿵쿵 흔들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빠르게 오갔다.


제아무리 총알이 빠르다고는 해도 오딘의 날렵한 움직임과 협소한 지형을 뚫고 그의 단단한 외골격을 관통할 수는 없었다.


“헤니르 모델. 지금 바로 앞에 보이는 창문을 통해 빠져나오도록.”


“저 창문?!”

   

“현재 들고 있는 권총으로 중심을 네 발 이상 명중시킨 뒤,

속도를 유지한 채 몸무게를 실어 충돌한다면, 큰 부상 없이 창문을 깨고 나올 수 있다고 판단된다. 성공확률은 …….”


고의적이든 아니든 갑작스러운 잡음으로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던 헤니르가 물었다.


“몇 퍼센트라고?!”


“그것보다 지금 당장 뛰어내리는 것이 중요.”


망설이던 그녀가 뒤를 힐끔 돌아보자 날파리 같은 검은색 쇳덩이가 소름 끼치는 엔진소리를 내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날 믿어라, 헤니르 모델.”


“…미, 믿는다!?”

   

오딘의 말대로 네 발의 총성이 울리는 건물의 옆으로 오딘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의 모습을 확인 한 헤니르는 망설임 없이 창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오딘!!!”





오딘의 상층부가 180도 각도에 가까울 정도로 회전하였다.


길게 뻗은 손이 파일럿의 얇고 가녀린 허리춤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조종석 문이 열리고 오딘이 그녀를 품에 안아 조종석 안에 밀어 넣었다.


헤니르의 몸이 본능적으로 비상 개폐장치를 작동시켜 다급히 조종석 문을 닫았다.


“감바테인 교란 장치를 작동하겠다. 충격에 대비하도록, 헤니르 모델.”

   

이윽고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조종석 내부 조명이 암전되었다.

   

   

   

   

“우우웅”

   

동력이 재가동되고 작은 떨림이 온몸에 전달되었다.


충격의 여파로 아직 붉은 전조등만이 불이 들어왔다.

   

밖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정면 인터페이스가 로딩되며 한가운데에 작은 글씨가 출력되었다.

   

‘정면에 생명체 반응 확인. 뇌파 확인. T-2 브라우니 모델 3기, T-3 레프리콘 모델 1기.

스틸라인 기본제식장비로 무장.

본 개체에 대한 위험성 현저히 낮음.

탑승자는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내부에 대기하기를 권고.’


“바이오로이드면 적어도 아군이겠지.”


‘미지의 집단과 첫 접촉 시 적대적 간주하는 것이 좋다, 헤니르 모델.’


“괜찮을 거야. 아마 .”


오딘의 충고를 따라서 나쁠 것은 없다.

헤니르가 몰래 주머니 안에 권총을 숨기며 수동으로 조종석 문을 열었다.





“진짜 깜짝 놀랐지 말임다! 갑자기 커다란 로봇이 나타나서 저희 모두 죽는 줄 알았슴다!”

   

다른 브라우니 둘은 마치 오딘과 토미워커가 감염된 철충의 대결을 흉내 내듯 싸우는 시늉을 했다.

   

그런 그들의 뒤에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는 레프리콘과 눈이 마주쳤다.

   

헤니르는 처음으로 자아를 가진 생명체를 조우했다.

그런 그녀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레프리콘이 보이고 있는 경계심에서는 불안함을 느꼈다.


“나는 헤니르야. 프로토타입으로 생산된 첫 번째, 어쩌면 마지막 바이오로이드일 거야.”


“예에?! 그런 희귀한 바이오로이드라니…. 어쩐지 귀티가 나더라니 말임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아쉽지 말임다.”


“엥? 뭐가?”


헤르니의 질문에 브라우니들은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지 말임다. 근처에 저희 야영지가 있는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들의 질문에 내내 초조해 보이던 레프리콘이 단호하게 거절의사를 표현했다.


브라우니들이 일제히 레프리콘을 바라봤다.

그녀가 브라우니들을 무시하며 날 선 표정으로 헤르니를 쏘아봤다.


“저 AGS가 아직 철충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확신이 드는 상황이 아니에요.

거기다 자기를 프로토타입이라고 자칭하는 바이오로이드를 믿는 건가요?”


"그러면 임펫 상사님이 화내실 겁니다?"


브라우니 하나가 그렇게 말하자 레프리콘이 흠칫 놀란 것 같았다.


"마음대로 하세요!"


단호하게 말하며 돌아선 레프리콘을 브라우니들이 빤히 바라봤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헤르니를 가만히 지켜보던 브라우니 하나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저희 야영지는 여기서 별로 멀지 않슴다. 거기서 한 잔이라도 받고 가시지 말임다.”





갠적으로 요 장면 매우 좋아해서 비슷하게 연출하고 싶었음 ㅋ